무당학사 21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2화
단진의 말에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죄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아니, 제 생각은 다릅니다. 무당학사께서는…….”
“저보다 연배도 많으신데 호현이라 편하게 불러 주십시오.”
무당학사라는 말이 거북한 호현의 말에 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하게 대하겠네. 나는 자네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죄를 가지고 무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죄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그들을 잡았다고 생각하네.”
“제가 그들에게 함정을 팠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흉악함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흉악한 자들이 백성들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아십니까? 백성들을 위한 학문을 익힌 위정자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런 자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단진이 가만히 그를 보다 한숨을 쉬었다.
“그런 흉악한 자들 역시 백성들이 아닙니까?”
“그들도 백성?”
“제 가문인 단가는 운남 대리국의 왕가였습니다.”
대리국이라는 말에 호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리국이라면 운남의 전 왕조가 아닌가.’
원에 의해 멸망한 대리국의 왕족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에 놀란 눈을 뜨는 호현을 보며 단진이 쓰게 웃었다.
“그리 놀란 눈으로 보니 민망하군.”
웃으며 고개를 저은 단진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성 하나하나가 모두 위정자가 살펴야 할 사람들이란 말이네. 돈이 많은 부자든 돈이 없는 가난한 자든, 선한 자나 악한 자, 또는 권력이 있는 자나 없는 자 그 모두가 위정자가 아끼고 살펴야 할 백성들이란 말이네.”
자신의 말에 생각에 잠긴 듯한 호현을 보며 단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네는 그런 백성들을 나쁜 길로 인도를 하고, 왜 그 나쁜 길을 갔느냐? 하며 혼내는 격이지 않은가?”
단진의 말에 호현은 할 말이 없었다.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호현을 보던 단진이 자신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 나누세.”
단진의 말에 일행들이 그가 있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일으킨 소란에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객잔은 텅 비어 있었다.
“이거 우리들 때문에 객잔에 피해를 끼쳤군.”
고개를 저으며 말한 단진이 점소이를 불렀다. 몇 번을 부르고 나서야 쭈뼛거리며 나서는 점소이에게 은자를 쥐여 준 단진이 포권을 해 보였다.
“우리들 때문에 장사를 그르쳐 미안하네. 이곳 객잔에서 제일 잘하는 음식들로 거하게 한 상 내오게.”
점소이에게 예를 보이는 단진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비록 사라진 왕국이라고 하지만 왕족인 사람이 점소이에게 이리 예를 치르다니…… 대단한 그릇이구나.’
자리에 착석을 하고 나자 밖으로 나갔던 단운이 안으로 들어왔다.
“답은 찾았느냐?”
단진의 물음에 단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찾은 답을 말했다.
자신이 찾은 답과 같은 답을 말하는 단운을 흐뭇한 얼굴로 보던 단진이 말했다.
“잘 찾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잘 헤아린다면 훗날 네가 가문을 이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단운이 자리에 앉자 단진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현은 여전히 골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호현을 보며 단진이 웃었다.
“이거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자네에게 난제를 준 모양이군.”
“아닙니다. 어르신의 난제가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크게 뜨여 줄 것이니 감사드립니다.”
“그리 생각한다니…… 그럼 내가 한 마디만 더 하겠네.”
“가르침 감사히 받겠습니다.”
가만히 호현을 보던 단진이 탁자 위를 가볍게 손으로 쓸었다.
화아악!
그러자 탁자 위 찌든 때들이 톱밥과 함께 쓸려갔다. 내공을 분출해 탁자 위를 얇게 깎아내 버린 것이다.
이 한 수에 풍운삼객들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방금 이 한 수는 내공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공을 강하게 뿜으면 탁자가 부서지고 약하게 방출하면 나무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무 탁자에 쌓인 톱밥들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린 단진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자네 정도의 무위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네.”
단진의 말에 호현이 탁자 위를 바라보았다. 새까맣게 때가 져 있던 탁자는 그 표면을 깎아서 그런지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작 나무 탁자 표면을 깎는 것 정도야 나도 할 수 있겠지.’
나무와 바위를 부수는 장력을 시전하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호현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호현은 내공을 조절하는 것이 미숙하니 말이다. 아마도 호현이 이 정도 경지를 이루려면 나무 탁자 수백 개는 부수고 나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니 호현은 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현의 말에 단진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에 자신의 지공을 가볍게 받아낸 호현은 고수 중의 고수인 것이다.
“그럴 것이네.”
“그런데 이것은 왜?”
호현의 물음에 단진이 풍운삼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네들이 보기에 내가 보인 한 수는 어떤가?”
단진의 말에 풍운삼객이 급히 포권을 해 보였다.
“그야말로 절묘한 한 수입니다. 저희가 오늘 개안을 하였습니다.”
풍운삼객의 감탄 어린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나?’
단진이 한 행동을 생각하며 호현이 탁자 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슬며시 내공을 뿜으려는 호현의 행동은 단진의 말에 멈추었다.
“이런 한 수를 보여주면 어지간한 무인들은 알아서 꼬리를 감추기 마련이네.”
단진의 말에 내공을 뿜으려던 호현이 슬며시 손을 내려놓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네?”
“내가 강하다고 나서서 떠들 필요는 없지만 굳이 감출 필요도 없다는 말이네. 자네, 병법을 아나?”
“스승님께 조금 배웠습니다.”
말은 조금이라고 했지만 호현은 병법에도 조예가 깊었다. 죽대선생은 나라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군이 든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호현에게 병법을 가르친 것이다.
병법을 배웠다는 호현의 말에 단진이 입을 열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대병으로 작은 병력을 제압하는 것은 중책이고 같은 병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은 하책이며, 적은 병력으로 대병을 제압하는 것은 최하책이라고 하였네. 그럼 상책은 무엇인지 알겠나?”
단진의 물음은 거의 모든 병법에서 논하는 것이기에 호현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바로 상책 중에 상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네. 그런데 지금 자네는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싸움을 일으키고 있지 않나?”
“제 무공을 보여주면 무인들이 덤비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까?”
“그렇지. 아무리 전진도해가 탐이 나도 그것을 가진 사람의 무공이 뛰어나다면 목숨이 아깝지 않고서야 어찌 달려들겠나?”
단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물었다.
“그렇다고 길을 가면서 늘 무공을 사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렇지. 그러니까 누가 시비를 걸거나 할 때 방금 내가 보인 한 수 같은 것을 보이는 것이네. 이 정도 보이면 어중간한 놈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하지.”
“그래도 덤비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때는 전력을 다해 상대하면 되네. 괜히 어설프게 대하면 더욱 강하게 나오는 것이 이곳 무림이니 말이야.”
웃으며 말을 한 단진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세. 그런데 소문에 듣자하니 소림사로 간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무당학사라고 소문이 난 자네가 소림사라…… 왜 가는지 물어도 되나?”
“천하 불문의 조종이라 칭해지는 소림사를 보는 것은 제 어릴 적부터 소망 중 하나였습니다.”
소망이라는 말에 호현을 보던 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사를 보고 안 보고의 차이는 참으로 크지. 소림사에 가보게 되면 자네는 정말 잘 왔구나 생각을 하게 될 것이야.”
“소림사에 가 보셨습니까?”
“가 보았지. 운남에서 이곳 중원까지 수만 리를 움직였는데 소림사를 안 보고 갈 수 있겠나. 아! 음식이 나오는군. 이야기는 배부터 채우고 다시 하도록 하세.”
웃으며 말하던 단진은 점소이가 조심스럽게 음식들을 내오자 일단 음식을 먹기를 청했다.
제10-2장 풍운삼객, 가르침을 받다
음식을 모두 먹고 차를 마시던 단진이 슬쩍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웃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명사를 만나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은데…… 우리 일정이 빠듯해서 그만 가 봐야겠군.”
단진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이미 멸문한 왕가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제왕학을 배웠는지 단진의 말과 행동은 배울 점이 많았다.
‘소림사가 지척이 아니라면 단 대인과 같이 여행을 했으면 좋겠구나.’
단진과의 헤어짐이 아쉬운 호현이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머나먼 운남에서 이곳까지 왔으니 무당파에도 들러 봐야겠지. 무당학사라고 소문이 났으니 자네도 무당에 대해는 잘 알겠군?”
무당파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그리움이 어렸다. 그 모습에 단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무당파는 가 본 적이 없어서 생각보다 별로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자네 얼굴을 보니 알겠군.”
“가보시면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후! 무당학사가 보증을 하니 절로 기대가 되는군.”
웃으며 단진이 몸을 일으키자 호현과 일행들도 따라 일어났다.
“만남은 길면 좋고, 이별은 짧으면 좋다고 했던가. 다음에 또 보세나.”
“가르침 감사히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가슴에 새길 것까지야 있겠나. 어차피 내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무당학사에 대한 소문이 반만 맞아도 자네 스스로 알았을 것이네.”
객잔을 나서며 말을 하던 단진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좋은 여행 되시게.”
단진이 포권을 하자 호현도 마주 포권을 해 보였다.
“어르신도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고개를 끄덕인 단진이 단운을 데리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호현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이것은 그와 헤어지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저런 인재가 나라를 위해 일을 하지 않고 초야에 있으니 그야말로 나라의 손해로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각을 해 보니 무당이나 제갈세가 그리고 사천당가에서 만난 영웅호걸들을 생각하니 그들은 정말 그 하나하나가 일군을 이끌 만한 능력을 가진 장군감이었다.
게다가 이미 죽어 아쉬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제갈현진은 육부 중 어느 한 곳을 맡아도 능히 일을 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인재들이 나라에 출사를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있는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이를 데가 없는 것이다.
그들을 하나 둘 생각하던 호현의 귀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생각에서 깬 호현은 풍운삼객이 등에 메고 있던 짐에서 밧줄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밧줄은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무림인들을 유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막대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럼…… 이제 저희는…… 어찌하실…….”
막대일의 말에 그 두 형제도 얼굴이 굳어졌다. 이때까지 호현이 그를 공격한 무인들을 어떻게 했는지 떠오른 것이다.
관에서 무인들을 제압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그들의 내공을 금제를 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지독한 고통을 주면서 말이다. 물론 그것은 호현이 무인들의 내공을 금제하는 법을 잘 몰라 단전 주위를 강제로 막아 버린 탓이지만 말이다.
그 덕에 무인들은 지독한 고통을 당했고 말이다. 하지만 풍운삼객의 눈에 그것은 일부러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발 한 번 땅에 닿지 않고 몇십 리를 날아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수가 내공을 금제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