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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1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1화

“천이각 각주가 어인 일인가?”

 

소림사의 이목을 담당하는 천이각 각주 홍명이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풍소현과 마구현에서 온 전서구입니다.”

 

“풍소현과 마구현?”

 

풍소현이라는 말에 혜성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풍소현은 소림사에서 육백 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마구현은 사백 리 밖에 있으니 지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서 전서구를 보냈다는 것은 급히 보내야 할 전갈이 있다는 것이니……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드는 것이다.

 

혜성이 얼굴을 굳히며 종이를 펼쳤다.

 

무당학사 호현 소림사행.

 

무당학사가 익힌 전진도해를 노리는 무림인들과 충돌.

 

무림인들 모두 제압.

 

팔십오 명의 무림인을 풍소현 관청에 인계.

 

무당학사 소림사행.

 

무당학사, 무림인들과 충돌.

 

무림인들 모두 내공 금제를 당함.

 

삼십오 명의 무림인을 마구현 관청에 인계.

 

제10-1장 위정자의 길에 대한 말을 듣다

 

전서구에 적힌 내용을 읽은 혜성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이게 무슨 말이더냐?”

 

혜성의 말에 홍명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당학사가 소림사로 오면서 자신을 노린 무림인들의 내공을 금제한 후 관청에 모두 인계하고 있습니다.”

 

홍명의 말에 혜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청이라니? 왜 무림인들을 관청에 인계한다는 말이냐?”

 

“전서구에 담긴 내용이 적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혜성의 물음에 홍명이 두 전서구를 가리켰다.

 

“풍소현 전서구가 도착하고 난 후 마구현에서 보낸 전서구가 도착한 시간이 세 시진 정도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풍소현에서 늦게 전서구를 띄운 것이 아니겠느냐?”

 

“풍소현에 있는 제자들이 전서구를 보냈다는 것은 그들은 이 일이 급히 보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풍소현에서도 일찍 전서구를 보냈다?”

 

“그러니 이상한 것입니다.”

 

홍명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혜성이 미소를 지었다.

 

“무당학사가 오고 있다니 그에게 물으면 되지 않겠느냐?”

 

“방장 사숙, 그런데 무당학사는 어떻게 대하실 것입니까?”

 

“그 역시 그를 만나보면 알겠지.”

 

말과 함께 불경으로 고개를 숙이는 혜성의 모습에 홍명이 합장을 해 보이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혜성의 말대로 무당학사를 만나게 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다.

 

‘무당이 얻은 기연을 우리 소림이 얻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홍명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무당학사가 소림사에 오기 전 그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살피려는 것이다.

 

*

 

*

 

*

 

풍운삼객과 호현은 작은 마을의 한 객잔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호현은 여전히 밧줄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이런 모습을 하고 풍운삼객과 호현은 지나는 마을과 관도에서 무당학사라는 이름에 반응을 보이고 덤비는 무인들을 잡아들였다.

 

마을에서 잡으면 그 마을 관청에 인계를 했고, 관도에서 잡으면 그들도 풍운삼객과 같은 위장을 하게 한 후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그를 노리는 무인들과 함께 관청에 인계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이동을 하는 호현과 풍운삼객의 속도는 달리는 말보다 빨랐다. 거의 하늘을 날다시피 하며 이동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덕에 풍운삼객은 호현을 사람이 아닌 신선처럼 생각하고 받들고 있었다.

 

다만 풍운삼객만은 호현이 그대로 데리고 다녔다. 같이 다니다 보니 그리 나쁜 사람들 같지 않고 자신을 도와 나쁜 무인들을 잡아들이는 데 공을 세운 것도 있고 말이다.

 

‘등봉현에 도착하면 방면을 해 주어야겠다.’

 

그들을 놓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객잔 내에는 몇몇 무인들과 일반 양민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마을은 무인들이 적군.’

 

이때까지 자신을 노리는 무인들을 떠올리던 호현은 풍운삼객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풍운삼객이 서로를 보고는 짐직 거만한 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당학사라고 소문이 난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뭐 그냥 도망간 개 새끼 한 마리 잡는 것보다 쉬웠으니 말입니다.”

 

“그러게.”

 

“그나저나 이제 이 녀석 데리고 은거를 하면서 무공 수련이나 해야 하는데 어디가 나을까?”

 

“역시 수련 하면 심산유곡 아니겠습니까?”

 

무당학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들의 대화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런 풍운삼객을 보던 호현이 슬며시 문곡성을 열었다.

 

화아악!

 

희미한 빛이 문곡성을 통해 호현이 주위를 슬며시 살피기 시작했다.

 

대별대두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배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문곡성을 통해 기를 살피면 대별대두의 몸이 움직이기 전 자연지기가 반응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기를 잘 살피고 있으면 누가 공격을 하려 할 때 그것을 한발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별대두의 경우에는 몸이 움직이는 것과 기가 움직이는 것이 거의 동시라 그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하여튼 주위의 기가 움직이는 것을 살피고 있을 때, 밥을 먹던 두 무인이 호현 쪽을 힐끗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호현과 풍운삼객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무인들의 모습에 호현이 슬며시 준비를 할 때 풍운삼객은 속으로 그들을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쯔쯔쯔! 불나방들이 또 불에 다가오는군.’

 

‘불쌍한 놈들.’

 

‘조금은 미안하군.’

 

풍운삼객이 중얼거릴 때 무인 둘이 호현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무당학사 호현 대협이 맞으십니까.”

 

정중하게 포권을 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이때까지 자신을 알아본, 아니 알아보게 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잡으려고 강한 모습과 거친 행동을 보였는데 이 둘은 다른 것이다.

 

“맞습니다만…….”

 

호현의 말에 무인 중 중년인이 힐끗 풍운삼객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더니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순간 호현의 눈에 무인의 손가락에 모이는 강한 기가 들어왔다.

 

‘헉!’

 

헛바람을 삼키는 것과 함께 호현이 팔에 힘을 주었다.

 

우지끈!

 

밧줄이 찢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호현의 손이 그대로 무인의 손가락 앞을 막아갔다.

 

찍!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인의 손가락에서 쥐가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렬한 지풍이 뿜어졌다.

 

꽝!

 

지풍을 호현이 막는 것과 함께 큰 폭음과 폭발이 일더니 풍운삼객이 앉아 있던 탁자가 산산이 쪼개지며 휘날렸다.

 

우지끈! 후두둑!

 

호현이 밧줄을 풀고 무인의 지풍을 막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풍운삼객의 눈에는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고 탁자가 절로 부서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던 셋은 솟구쳤던 탁자의 잔해가 떨어지는 소리에 그제야 놀란 눈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무슨 짓이오!”

 

“감히 지금 누구 앞에서 이따위 짓을!”

 

풍운삼객의 고성에도 무인은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다만 놀란 눈으로 호현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인이 자신의 손가락을 한 번 보고는 그 앞에 있는 호현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고 그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더니…… 오늘 단진이 천상천을 만나 눈을 개안합니다.”

 

단진의 소개에 호현이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호현의 예에 단진이 옆에 있는 젊은 무인을 가리켰다.

 

“이 아이는 제 조카인 단운입니다.”

 

“단운입니다.”

 

단운 역시 공손히 포권을 해 보이자 호현이 마주 포권을 해 보였다.

 

두 사람이 예를 취하는 것을 보던 단진이 미소를 지었다.

 

“조카의 견문을 넓혀주고자 중원에 나왔는데 무당학사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소문 속의 주인공을 이렇게 직접 뵈게 되니 영광입니다.”

 

자신을 띄워주는 단진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과한 소문이 돌았을 뿐입니다.”

 

호현의 말에 단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들은 소문은 학문이 하늘에 닿고, 그 도학이 도의 조종이라 불리는 무당파의 도사들을 가리킬 정도의 선을 쌓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리 뛰어난 무공까지 지니고 계시니…… 후! 소문이 과한 것이 아니라 소문이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듯합니다.”

 

웃으며 말을 하던 단진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풍운삼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자들은…… 일행입니까?”

 

단진의 말에 단운이 의아한 듯 그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일행이라니? 저자들은 무당학사를 잡아 가는 것 같았는데? 왜 숙부께서는 일행이라고 하는 것이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단운의 모습에 단진이 슬며시 전음을 보냈다.

 

-나가서 잘 생각해 보거라. 내가 왜 이들을 일행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단진의 전음에 단운이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단운이 나가는 것을 본 단진이 호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괜히 나서서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 제가 실수를 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단진의 말에 호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서신 이유가?”

 

“곤란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방금 전 제가 본 것은 위기에 처한 사람과 그를 가지고 희희낙락하는 악당들이었습니다.”

 

단진이 풍운삼객을 바라보자 그들이 놀란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그런 풍운삼객의 모습에 단진이 손을 저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니 하나의 연극처럼 보이는군요. 흠…… 어디 보자.”

 

무슨 생각이 나는 듯 잠시 턱을 쓰다듬던 단진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혹…… 무당학사라는 이름에 꼬여 날아드는 불나방들을 잡고 계셨던 것입니까?”

 

자신의 생각을 읽은 단진을 호현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떻게?”

 

“단진이라는 이름이 비록 중원에 이름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조금 알아줍니다. 그런 제 공격을 가볍게 받아내는 고수가 이런…….”

 

풍운삼객을 보던 단진이 실수했다는 듯 포권을 해 보였다.

 

“제가 말이 과했다면 죄송합니다.”

 

단진의 말에 막대일이 양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협께서는 저희에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희는 ‘이런’이라는 말을 들어도 추호도 괘념치 않습니다.”

 

막대일의 말에 단진이 고맙다는 듯 포권을 해 보였다. 그러고는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분들에게 제압이 되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사정은 방금 전 이분들께서 나누던 대화를 들으면 짐작이 되지요. 전진도해의 수련자로 알려진, 아니 내용을 알고 있다고 전해진 무당학사를 잡은 사람들이라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객잔에서…….”

 

단진의 말에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나름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허술해 보였구나.’

 

그 뒤를 이어 단진이 하는 설명은 호현의 계획을 그대로 짚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무인들을 끌어들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그랬는지, 그리고 끌어들인 무인들을 어떻게 했는지 말입니다.”

 

단진의 물음에 호현이 자신의 생각과 이때까지 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단진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기는 했지만 굳이 숨길 이유도 없는 것이다.

 

호현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단진이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 모습에 호현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사람을 잡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 한 무인들은 마땅히 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죄를 무당학사께서 만든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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