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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1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0화

숲 앞에 선 호현이 입을 열었다.

 

“호북 방헌학관의 호현이 말씀을 좀 물어도 되겠습니까?”

 

*

 

*

 

*

 

무당학사 호현이 소림사로 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풍운삼객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도박사와 같은 심정으로 그를 잡기로 했다.

 

평생 이류 고수로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았고, 그들을 진정한 고수로 만들어 줄 방법도 있었으니 말이다.

 

고작 이류에 불과한 그들은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일단 무당학사에 관한 소문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 소문대로 무당학사의 무공이 뛰어나다면 두말하지 않고 물러설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납치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숲에 숨어 있던 그들의 눈에 한 회의인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학사가 아닌데?”

 

“그러게. 소문에는 늘 백의 학사복을 입고 다닌다고 그랬는데.”

 

“그럼 저 사람은 아닌가 보군.”

 

풍운삼객이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 숲을 지나갈 듯 보였던 회의인이 멈췄다.

 

“호북 방헌학관의 호현이 말씀을 좀 물어도 되겠습니까?”

 

회의인의 외침에 풍운삼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당학사다.”

 

“어쩌지?”

 

“뭘 어떻게 해? 잡아야지.”

 

“저 사람 무공 확인도 못 했잖아. 소문대로…… 아니, 소문의 백분지 일만 돼도 우리들은 상대도 되지 못할 텐데.”

 

풍운삼객이 서로를 보며 호현을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 중 막내인 막소삼이 문득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우리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안 거지?”

 

막소삼의 말에 첫째인 막대일과 둘째인 막소이가 놀란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 수풀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숨어 있었다. 그런데 호현은 자신들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보며 말을 한 것이었다.

 

“고수다.”

 

막대일의 말에 막소이와 막소삼이 땅에 머리를 푹 박았다. 호현이 고수라는 것을 안 이상 그를 잡는다는 생각은 이미 머리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호현이 조용히 가주는 것이었다.

 

수풀 쪽을 바라보는 호현의 귀에 풍운삼객이 하는 대화가 하나도 빠짐없이 들리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호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안 덤비겠는데…….’

 

자신을 향해 덤비는 무인들을 족족 잡아서 관아에 넘기려던 계획이 처음부터 이상하게 꼬이는 것을 느낀 호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계획을 바꿨다.

 

‘어차피 내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덤볐을 자들……. 덤비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하지.’

 

그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호현이 살짝 손을 들어 보였다.

 

화르륵!

 

순간 호현의 손에서 강렬한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강기성화를 형성했다.

 

강기성화가 솟구치는 손을 든 호현이 입을 열었다.

 

“거기 세 분, 나오십시오.”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호현은 그들이 나오지 않자 다시 말했다.

 

“안 나오면, 내 손이 무정하다 탓하지 마십시오.”

 

말과 함께 호현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풍운삼객이 급히 수풀을 뚫고 나왔다.

 

“아이고, 대협! 저희는 그냥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

 

막대일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세 분이 하는 대화, 모두 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애써 변명하려 하지 마십시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말로만…… 아니 객잔의 이야기꾼들에게나 들었던 강기성화를 직접 본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리는데, 그 대상을 납치까지 하려 했으니…….

 

그런 셋을 보며 호현이 강기성화를 풀었다.

 

“혹시 밧줄 가지고 있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막소삼이 등에 메고 있던 보따리에서 밧줄을 끄집어냈다. 호현을 잡으면 묶으려고 준비를 한 것이다.

 

“역시 가지고 계시군요.”

 

호현의 말에 막소삼이 아차 싶을 때, 막소이가 그의 옆구리를 손으로 찔렀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듯 말이다.

 

밧줄을 받은 호현이 그것을 보다가 막소삼에게 내밀었다.

 

“이것으로 저를 묶어 주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막소삼이 질겁해서는 손을 흔들었다.

 

“아니, 어찌 제가 대협을…….”

 

“괜찮으니 묶어 주십시오.”

 

묶으라는 말에 잠시 망설이던 막소삼이 슬며시 밧줄로 호현을 묶기 시작했다.

 

호현이 스스로 밧줄에 묶이자 막대일의 머리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호현이 묶였으니 자신들이 그를 어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그에 슬며시 몸을 일으키려는 막대일의 몸이 순간 스르륵 떠올랐다.

 

‘헉! 이게 무슨!’

 

막대일이 깜짝 놀랄 때 다른 둘도 깜짝 놀라고 있었다. 막대일뿐만 아니라 그 둘의 몸도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셋의 몸이 떠오르자 호현이 북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셋의 몸도 호현의 뒤를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빠르게 날며 호현이 셋을 바라보았다.

 

“제가 신호를 주면 여러분들은 무당학사와 제 이름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그것은 왜……?”

 

“저에게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저를 잡는 데 고생한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함정을 파서 잡았다든지 몽둥이로 후려쳐서 잡았다든지 말입니다. 결코 제가 무공을 익혔다는 듯한 내용이 나오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이 일을 잘해주시면 저를 잡으려 했던 일은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용서해 주겠다는 말에 셋의 얼굴에 희망이 어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들 셋을 허공에 띄운 채 이동을, 그것도 준마가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이동을 시키는 사람의 손에서 풀려날 희망이 있는 것이다.

 

빠르게 이동을 하던 호현의 눈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무림인들이다.’

 

사람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읽은 호현이 멈췄다. 앞에서 보이는 기운들과 꽤 거리가 있으니 자신이 날아온 것을 그들은 모를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갑니다.”

 

호현의 말에 더는 묻지 않고 풍운삼객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그들은 관도 한쪽에 있는 노점 찻집을 볼 수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 오는 시간인데도 노점 찻집에는 스무 명은 될 법한 무림인들이 모여 있었다.

 

‘딱 봐도 나 때문에 모인 자들이군.’

 

호현이 그들을 보고 있을 때, 무림인들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는 무림인들의 시선에 호현이 풍운삼객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에 풍운삼객이 짐짓 무당학사라는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무림인들 중 한 명이 몸을 일으켰다.

 

얇실한 몸에 눈가에는 칼자국이 난 무림인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누구야. 풍운삼견 아냐?”

 

풍운삼견이라는 말에 순간 막대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광견.”

 

막대일의 중얼거림에 광견이라 불린 자의 얼굴에 난 칼자국이 실룩거렸다.

 

“풍운삼견, 많이 컸네? 나한테 광견이라는 말 따위를 다하고. 죽고 싶어!”

 

버럭 고함을 지르는 광견의 모습에 풍운삼객이 자기들도 모르게 한 발자국씩 물러났다.

 

그런 풍운삼객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광견이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놈은 뭐야?”

 

광견의 말에 막소삼이 그제야 호현이 한 말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무당학사인데…… 우리가 숲에서 잡았…….”

 

팟!

 

막소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찻집에 있던 무인들의 몸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무당학사!”

 

“무당학사다!”

 

“역시 소문은 다 허풍이었어. 풍운삼견 따위한테 잡히는 놈이 고수는 무슨! 잡아!”

 

그들은 모두 한패거리인 듯 서로 다투지 않고 호현을 향해 덮쳐왔다.

 

그런 무인들의 모습에 풍운삼객이 뒤로 급히 물러났다. 그리고…….

 

우두둑! 파파팟!

 

호현의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이 순간 부풀어 오르며 찢겨져 휘날렸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무인들이 놀라 눈을 뜰 때, 호현의 양손이 활짝 펼쳐졌다.

 

그리고 호현의 양손이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화아악!

 

호현의 양손이 원을 그리는 순간, 주춤거리던 무인들의 몸이 그에게 빨려 들어왔다.

 

“헉! 뭐, 뭐야!”

 

사람들이 놀라든 말든 빨려온 무인들의 몸을 호현의 양손이 부드럽게 때렸다.

 

퍼퍼퍼퍽!

 

순식간에 스무 명의 무인들을 손으로 때린 호현이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무인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당황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무인들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지엄한 국법을 무시하고 양민을 폭행하고 납치감금하려 하였기에 국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다.”

 

호현의 말에 광견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풍운삼객을 바라보았다.

 

풍운삼객 따위가 잡은 자를 자신들 스물이 상대하지 못하고 이렇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호현이 믿기지 않는 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 스물을 손짓 한 번에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수라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과 함께 그가 급히 몸을 날렸다.

 

철퍼덕!

 

경공을 시전하려던 광견의 몸이 그대로 넘어졌다. 내공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내, 내공이!”

 

광견의 놀람에 찬 소리와 함께 도망을 가려던 다른 무인들도 놀라 소리쳤다. 그들도 내공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너희들의 내공은 금제되었다.”

 

조금 전 그들을 때릴 때 호현은 자신의 기운으로 그들의 단전을 감싸 버린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내공이 단전에서 꿈쩍도 안 할 수밖에…….

 

당황해하는 그들을 보며 호현이 풍운삼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밧줄 더 있습니까?”

 

호현이 밧줄을 찾자 풍운삼객이 무인들의 몸을 뒤져 밧줄을 찾았다.

 

그런 풍운삼객의 행동에 광견이 욕설을 뱉었다.

 

“너 이 새끼! 무슨 수작이야!”

 

광견의 욕에 막대일이 코웃음을 치고는 낮게 속삭였다.

 

“내공이 금제됐다고? 후후, 우리들 내공은 그대로인데…… 어디…… 죽여줄까?”

 

막대일의 말에 광견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평소에는 버러지처럼 놀리던 풍운삼견이었지만 내공이 금제된 지금의 상태에서는 그런 버러지에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광견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묶은 호현이 찻집 한쪽에 있는 말을 보았다.

 

“당신들이 타고 온 말이오?”

 

“그, 그렇습니다.”

 

“말에 타시오. 그리고 혹여 도망을 갈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소.”

 

말과 함께 호현이 손가락을 들어 보이자 섬전과 같은 지강이 뿜어지더니 십 장 밖에 있던 나무에 부딪혔다.

 

꽝! 우지끈!

 

장정 둘이 안아야 할 만큼 두꺼운 거목이 그대로 박살이 나며 넘어가는 것에 무인들은 침을 삼켰다.

 

그런 무인들을 보며 호현이 말 위에 올라가서는 막대일을 불러 앞에 태웠다.

 

‘포로가 혼자 말을 타면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사람들을 바라보자 그들이 급히 자신들이 타고 온 말에 올라탔다.

 

그런 무인들에게 조금 전 풍운삼객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해준 호현은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미끼로 양민을 해하는 무림인들을 잡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

 

*

 

*

 

무림을 익힌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태산북두 소림사(少林寺).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었을 불문 선종의 대산실 소림사.

 

중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그 소림사의 한 내실에서 백염과 백미를 길게 드리운 노승이 불경을 읽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불경을 읽던 노승은 밖에서 들리는 불호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들어오너라.”

 

노승의 말에 문이 열리며 젊은 승려가 안으로 들어왔다.

 

“방장 사숙을 뵙습니다.”

 

합장을 하며 예를 올리는 젊은 승려를 향해 소림사의 방장이자 성승이라 불리는 혜성이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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