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0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04화
무곡의 말에 호현이 웃었다.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방문좌도의 사교지 않습니까? 제가 말한 선학과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백성들을 나쁜 길로 인도하는 사교는 그야말로 중원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도교와 불교 등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선학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종교이자 선학…….”
잠시 말을 멈춘 호현이 무곡을 바라보았다.
“그 선학을 백성들이 배우고 따른다면 사람들이 서로를 돕고 부족한 것을 나누며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지 않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라…… 예전 스승님께서 동방의 작은 나라에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이념이 있다 들었습니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의미였는데, 호현 학사께서도 그런 의미를 가지신 것입니까?”
“오! 그런 사상을 가진 나라가 있었습니까? 대체 어느 나라에서 그런 훌륭한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이미 멸망한 옛 나라라는 사실밖에는…….”
“아쉽군요.”
홍익인간을 속으로 되새기던 호현이 포권을 해 보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꼭 한 번 들러 주십시오. 그때는 달라진 대서현을 호현 학사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여행이 끝나면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서로 예를 보인 호현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유민의 배웅을 받으며 관아를 나선 호현은 북쪽을 바라보았다.
대별대두에 관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소림사라…….’
속으로 소림사를 떠올린 호현의 얼굴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제9-10장 입관(入官)을 제의받다
하늘을 날아서 이동한다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지만, 호현은 천천히 걷는 것을 선택했다.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 그들의 생활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호현은 보풍현에 들어서고 있었다.
호현은 그동안 이동을 하면서 늘 도착한 현을 한 바퀴 돌아보고 객잔에 들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현을 돌며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의 체취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고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객잔에서 쉬는 것이다.
쉬기 위해 객잔에 들른 호현은 간단한 음식들을 주문한 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도락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죽대선생을 닮아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이 있다면 당연이 맛있는 음식을 즐길 정도의 식도락은 있는 호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호현이 주문한 이곳 객잔의 추천 음식이라는 팔보향탕이 나왔다.
팔보향탕이라 불리는 음식은 여덟 가지 재료가 들어갔다고 하는 음식이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와 오리고기가 들어가고, 네 가지 향신료를 넣고 볶은 걸쭉한 국물이 있는 요리를 보며 호현은 입가에 침에 고였다.
‘맛있겠는데.’
입맛을 다시며 호현이 팔보향탕에 수저를 넣고는 떠서 그 국물을 삼켰다.
화아악!
화끈하게 매운 맛이 입 안을 확하고 달구는 것에 호현이 깜짝 놀란 눈으로 팔보향탕을 바라보았다.
뽀얀 국물 때문에 매운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맛이 너무 매웠던 것이다. 하지만…….
‘맛있다.’
혀끝을 아리는 매운 맛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호현은 팔보향탕을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팔보향탕을 맛있게 먹으며 젓가락을 놀리던 호현의 눈에 자신의 옆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들어왔다.
호현이 고개를 들고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중년인 둘이 호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의아한 얼굴로 중년인들을 보고 있을 때, 그 둘이 호현의 앞에 앉았다.
앉아도 되겠냐고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엉덩이를 붙이는 둘의 모습에 호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야, 맛있는 거 먹는군.”
눈썹이 새까맣고 얼굴에 유들유들한 미소를 가진 중년인이 호현이 먹고 있는 팔보향탕을 향해 코를 벌렁거렸다.
그러다 입맛이 돌았는지, 점소이를 부르더니 팔보향탕과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아! 젓가락하고 밥부터 먼저 가져다주거라.”
중년인의 말에 점소이가 젓가락과 밥이 든 사발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호현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호현의 팔보향탕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이거 맛있군.”
자신의 팔보향탕을 먹는 중년인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호현의 머리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놈처럼 나쁜 복면은 아니네. 정의의 복면이라고 생각해주게.”
“그럼 우리 다시 보세.”
그것은 오가장이 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복면인들 중 한 명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호현이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혹…… 오가장에서…….”
호현의 말에 팔보향탕의 국물을 들이켜던 중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멋진 남자는 어디를 가나 인상이 깊은 모양이지? 복면까지 쓰고 있었는데도 알아보는 것을 보니 말이야.”
중년인은 바로 동창팔호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동창칠호였다.
동창팔호의 말에 호현은 그가 오가장의 복면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께 수학하는 호현이 은인께 감사를 드립니다.”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호현의 모습에 동창팔호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해야 할 일이라 했을 뿐이지, 굳이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이거 정말 맛있군. 형님도 좀 드십시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동창칠호에게 형님이라 칭하는 동창팔호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이 사람들의 눈을 더 의식하게 만들 것 같았다.
딱 봐도 동창칠호에 비해 동창팔호가 더 연배가 높아 보이는 얼굴이니 말이다.
동창팔호의 말에 동창칠호가 고개를 저었다.
동창팔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에게서 신경을 끊고는 팔보향탕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현의 팔보향탕을 동창팔호가 다 먹을 때쯤 그가 시킨 음식들이 나왔다.
“오! 내 음식들이 나왔군. 자, 어서 드시게.”
음식들을 앞으로 밀어주는 동창팔호를 바라보며 호현이 물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이십니까?”
호현의 말에 동창팔호가 음식들을 먹으며 말했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어. 다만 나와 우리 형님이 정의의 편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전에 내가 이야기했지? 정의의 복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정체를 말해주지 않는 동창팔호를 보며 호현이 다시 말했다.
“그럼 정의의 복면께서는…… 일부러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까?”
“찾아왔다고 하기는 그렇고…… 그냥 누구 좀 찾으러 다니다 네가 있기에 들른 것이다. 그나저나 밥이나 먹지? 음식은 식으면 그 맛이 반으로 줄어드는 법이야. 그렇게 되면 애써 맛있는 음식을 만든 숙수에게 미안하잖아.”
동창팔호의 말에 음식들을 바라본 호현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말없이 음식을 즐긴 호현은 동창팔호가 주문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음미하며 호현은 동창팔호와 동창칠호를 바라보았다. 이때까지 한 번도 말을 하지 않는 동창칠호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거는 동창팔호는 너무나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호현은 동창칠호를 보면서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오가장에서 자신을 협박했던 복면인과 싸운 그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날 자신의 몸을 오싹하게 만들던 기운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호현은 그가 두려웠다.
그만큼 그가 오가장에서 뿜어낸 기운은 공포스러웠던 것이다.
호현의 눈길을 느낀 동창칠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에 호현이 침을 삼켰다.
사람의 얼굴에서는 최소한 몇 가지 표정과 감각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동창칠호의 얼굴에서는 그런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이 말이다.
호현이 절로 고개를 돌리자 동창팔호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형님이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니 이해해. 나도 하루에 한두 마디 듣는 것이 고작이니까.”
차를 한 모금 들이켠 동창팔호가 호현을 향해 은근히 말했다.
“그런데 회시는 안 치르나?”
그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향시에 합격한 사람인 것을 어떻게 알고 있지?’
“제 뒷조사를 하신 겁니까?”
“뒷조사라고 할 것이 있나? 죽대선생은 북경 관인들에게는 유명한 사람이고, 그 제자인 첨도어사와 사형제들도 또한 유명하지. 거기에 막내인 자네는 어린 나이에 향시를 합격한 거인이지 않나. 그런 자네가 곧 있으면 회시가 치러질 북경이 아닌 이곳에 있으니, 묻지 않아도 아는 것이지.”
호현을 보며 답을 한 동창팔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입관하지 않는 건가? 첨도어사의 사제이자 전 한림원 대학사이신 죽대선생의 제자라면 회시 정도는 쉽게 합격을 할 것이고, 황제 폐하 앞에서 치르는 전시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사정이 있었습니다.”
“사정이라…… 죽대선생이 입관을 막는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그래?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익힌 학문과 무공을 이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백성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네.”
훈계를 하듯 말을 하던 동창팔호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원한다면 내 입관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네.”
입관을 시켜주겠다는 동창팔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이기에 입관을 시켜준다고 하는 것인가?’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보고 있을 때 동창팔호가 웃으며 말했다.
“입관이라고는 해도 하는 일도 많고 귀찮은 일은 더욱 많은 그런 좋지 않은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황상과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곳이니 남아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일 것이네. 어떤가?”
“대체 그 일이 무엇입니까?”
“후후, 그건…….”
동창팔호가 입을 열려는 순간 동창칠호가 탁자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톡톡톡!
그런 동창칠호의 행동에 동창팔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동창칠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듣는 순간 거부할 수 없다.”
동창칠호의 싸늘한 목소리에 순간 호현이 침을 삼켰다.
‘꿀꺽!’
그러고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듣지 않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들어보…….”
동창팔호의 말에 동창칠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더냐?”
그 말에 동창팔호가 아쉽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쩝! 아쉽군. 이 정도 무공을 익힌 녀석이라면 동창에 큰 도움이 될 텐데…….’
동창팔호는 호현을 동창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이다.
아쉬운 눈으로 호현을 보던 동창팔호가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북경 주작대로 길에 앉아 있게. 그러면 내가 찾아갈 테니.”
“관인이십니까?”
“그런 셈이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동창팔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방은 어디인가?”
“제 방은 왜…….”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렇지.”
동창팔호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호현은 자신이 잡아 놓은 방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선 동창팔호가 동창칠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동창칠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에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동창칠호가 확인을 해준 것이었다.
“오가장에서 자네를 공격한 자들에 대해 혹시 우리들에게 알려 줄 것이 있나?”
“그것은 왜 물으시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동창팔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궁 천위삼공 중 하나인 적황공을 알아본 자를 죽여야 하니…… 라고 말할 수는 없고.’
속으로 중얼거린 동창팔호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대충 짐작하는 대로 우리는 관인이네.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 곳은 대충 북경 일대인데, 그 중 주작대로는 고관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 그런데 그런 곳에 흉한들이 나타나 날뛰었으니 우리 꼴이 말이 아닐세. 게다가 그런 자들을 잡지 못하고 놓치기까지 했으니…… 상관이 무척 화가 나서 우리를 내쫓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