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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9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97화

화아악!

 

자연의 기운을 끌어들이는 것과 함께 호현의 몸이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

 

‘헉!’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는 호현의 행동에 성녀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성녀를 안은 호현의 몸은 그대로 북쪽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 하늘을 날고 있어요…….”

 

경악에 찬 성녀의 중얼거림에 호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호현이 더욱 기운을 끌어올리자 둘의 몸은 섬전처럼 북쪽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

 

*

 

*

 

퍼퍼퍼퍽!

 

“끄아악!”

 

비명을 지르는 흑의인을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패는 대별대두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 손이 움직일 때마다 흑의인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흑의인은 차라리 기절을 하고 싶었지만, 기절조차도 할 수 없었다.

 

대별대두가 어디를 어떻게 때리는지, 고통은 심해지는데 정신은 맑아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흑의인은 그저 비명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크아악! 으악!”

 

한참 동안 흑의인을 두들겨 패던 대별대두가 문득 손을 멈추었다.

 

그러자 이때까지 허공에 떠 있던 흑의인의 몸이 땅에 떨어지더니 몇 번 움찔하는 것과 함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런 흑의인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대별대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다 눈가를 찡그렸다.

 

익숙한 호현의 기운이 북쪽 하늘을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호현이 여자를 데리고 대별산을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깨달은 대별대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놈이 감히!”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몸을 날리려는 대별대두의 앞을 고노가 막아섰다.

 

“이미 늦었습니다.”

 

고노의 말에 대별대두의 얼굴이 분노로 잔뜩 붉어졌다.

 

“크아아악!”

 

하늘을 올려다보며 분노의 고함을 지른 대별대두가 고노를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가서 잡아오고 싶었지만 대별대두는 대별산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자신만의 길을 찾기 전에는 대별산을 벗어나지 말라는 선사의 유언이 있었으니 말이다.

 

입술을 깨물며 북쪽 하늘을 보던 대별대두가 소리쳤다.

 

“가서 잡아오시오!”

 

대별대두의 말에 고개를 숙인 고노가 그대로 북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노가 북쪽으로 달려가고 난 후, 잔뜩 화가 난 대별대두가 쓰러져 있는 흑의인들을 향해 손가락을 퉁겼다.

 

찌찍!

 

쥐새끼 우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며 방출된 지풍을 맞은 흑의인들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린 흑의인들을 보며 대별대두가 자신의 온몸에서 힘을 빼냈다.

 

화가 난 상황에서 이들을 두들겨 패다가는 잘못해 죽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너희들…… 이곳에 온 것을 평생의 한으로 만들어주마.”

 

작게 중얼거린 대별대두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런 대별대두의 모습을 흑의인들이 공포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고문과 고통에 익숙한 그들이었지만 대별대두의 주먹은 그것을 넘는 고통을 주었던 것이다.

 

*

 

*

 

*

 

성녀는 정신이 없었다.

 

‘내가…… 날고 있어?’

 

지금 그녀는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 위를 날 수 있다는 것은 성녀에게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나 놀란 성녀의 입은 쩌억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빠르게 멀어지는 대별산을 보던 성녀가 힐끗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성녀의 시선에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호현의 얼굴이 보였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신선이라도 되는 것인가?’

 

아무리 고수라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었다. 성녀는 호현의 정체를 이리저리 추리해 보았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북경에 있었다면 무당학사가 팽가에서 하늘을 날아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호현이 북경에 있을 당시 그녀는 방헌학관 인근에 있었다.

 

게다가 대수 쪽 정보는 그녀에게 들어가지 않으니, 호현에 대한 정보는 고작 무당파에서 활약한 무당학사라는 것 정도뿐이었다.

 

성녀를 안고 빠르게 날던 호현은 저 멀리 불빛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호현이 방향을 잡은 곳은 생각대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임을 확인한 호현은 마을 외곽에 내려섰다.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져 내리면 사람들이 놀랄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고는 급히 마을 안으로 들어가 지나가는 노인을 붙잡고는 물었다.

 

“마을에 의원이 있습니까?”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품에 피가 잔뜩 묻은 소녀를 안고 있는 것에 많이 놀랐는지 잠시 멍하니 있던 노인이 급히 앞장섰다.

 

“따라오게.”

 

그 말에 호현이 노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중심에는 상점들 몇 개가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 다가간 노인이 문을 두들겼다.

 

쿵쿵쿵!

 

“최가야! 최가야! 환자다!”

 

노인이 문을 부술 듯 두들기며 소리를 지르자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며 삐쩍 마른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자라니? 누가 다쳤나?”

 

“보면 모르겠냐. 어서 좀 살펴보게.”

 

노인의 말에 의원이 호현과 성녀를 보고는 급히 안쪽을 가리켰다.

 

“일단 안으로 들이게.”

 

의원의 말에 호현이 안으로 들어갔다.

 

*

 

*

 

*

 

의원이 의가 한쪽에 있는 병상에 누인 성녀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 의원과 성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호현을 향해 그를 안내한 노인이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최가 놈의 의술 실력은 인근 현에서도 따를 사람이 없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게.”

 

노인의 말에 호현은 그에게 감사의 인사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급히 포권을 했다.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의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뻔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사람 한 명 살리는 것이 십층 불탑을 쌓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을 쌓는 것이라는데……. 오늘 내가 자네 덕분에 큰 공덕을 쌓은 것이 아니겠나. 나무아미타불.”

 

불호를 외우며 합장을 한 노인은 의원에게 성녀를 잘 살펴 주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노인이 나가고 한참 동안 성녀에게 증상과 다친 부위들에 대해 묻던 의원이 입을 열었다.

 

“외상과 내상이 무척 심하군.”

 

“어찌해야 합니까?”

 

“일단 외상은 금창약을 붙이고 상태를 봐야겠지만…… 문제는 내상이로군.”

 

잠시 생각을 하던 의원이 성녀의 몸 몇 곳에 침을 놓았다. 침을 놓아서인지 이때까지 눈을 뜨고 있던 성녀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금세 잠이 들어버리는 성녀를 보다가 의원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 소저와는 어떤 사이인가?”

 

성녀와의 관계를 묻는 의원의 말에 호현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상세가 좋지 않은 것입니까?”

 

“방금도 이야기했다시피 내상이 무척 심하네. 기혈이 뭉치고 흩어지고…… 하여튼 온몸의 기가 엉망진창이네. 보아하니 무공을 익힌 소저인 것 같은데…… 이렇게 기혈이 엉망인 상태로 더 있게 된다면 무공을 잃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네.”

 

의원의 말에 호현이 성녀를 바라보았다.

 

“가지고 계신 약이나 침으로는 내상을 치료할 수 없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뿐이네.”

 

살리겠다는 말이 아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원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세가 그렇게 심하다는 말인가?’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성녀의 맥을 짚던 의원이 말했다.

 

“자네, 무공을 할 줄 아나?”

 

의원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줄 압니다.”

 

“내공을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인가?”

 

“네.”

 

“그럼 자네가 소저에게 추궁과혈을 해주게. 나는 그동안 기혈을 풀어 줄 탕약을 짓겠네.”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의원의 모습에 호현이 급히 물었다.

 

“그런데…… 추궁과혈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추궁과혈에 대해 묻는 호현을 의원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내공을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최소한 이류 고수는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추궁과혈에 대해 모른다고 하니 이상한 것이다.

 

잠시 호현을 바라보던 의원이 추궁과혈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기를 손에 모아서 소녀의 몸을 주무르면 되네. 그러니까…… 뭉친 근육을 푸는 것처럼 기로 소녀의 뭉쳐진 기를 풀어 주는 것이라 보면 되네.”

 

의원의 말에 호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지금 저보고 소저의 몸을 주무르라는 말입니까?”

 

호현의 말에 의원은 그 둘이 무슨 사이인지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물었다.

 

“둘이 무슨 사이지?”

 

“산에서 다친 것을 데리고 왔을 뿐, 오늘 처음 보는 소저입니다. 그런 소저의 청백지신을 제가 어찌…….”

 

호현의 말을 끊으며 의원이 말했다.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의원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호현이 물었다.

 

“제가 그 추궁과혈이라는 것을 하면 진정 살 수 있는 것입니까?”

 

“장담은 하지 못해도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네.”

 

의원이 탕약을 짓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호현이 성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녀의 몸을 만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호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은 성녀가 어떻게 생각할지보다 그녀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호현이 양손을 들어올렸다.

 

화아악!

 

그러자 호현의 몸으로 흡수된 자연지기가 은은한 빛을 발하며 양손에서 흘러나왔다.

 

양손에서 흐르는 기를 바라보던 호현이 눈을 감았다 천천히 떴다.

 

화아악!

 

문곡성을 개안한 호현이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때까지 보이지 않았던 성녀의 몸에 흐르는 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성녀의 몸을 바라본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떤 혈들은 막혀 기가 통하지 못하고 있었고, 또 어느 혈에는 기가 과하게 뭉친 채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운기조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모든 것에는 순리에 따른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호현에게 성녀의 몸 상태는 무척 충격이었다.

 

‘내상이 심하다는 의원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구나.’

 

성녀의 기혈 상태가 극히 불완전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한 호현이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조심스럽게 탕약을 그릇에 담은 의원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일단 내상을 감오금자탕을 사용해 다스린 후, 침으로 어혈을 푼 다음 상황을 봐야겠구나.’

 

성녀에게 처방할 약들을 떠올리며 의원이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혹 잠이 든 환자가 자신이 들어오는 소리에 깨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스윽!

 

그런데 방으로 들어서려던 의원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의 눈에 빛을 내는 손을 가진 호현이 성녀의 몸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의 손에서 빛이 나는 것은 자신도 의원 생활을 하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적지 않게 본 적이 있었다.

 

노인의 말대로 의원은 하남 일대에서 뛰어난 의술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원이다 보니 무림인들의 상세를 치료해 준 적도 많았고 그들의 내공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공으로 인한 발광 정도는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처음이었는데…… 지금 그가 놀란 이유는 성녀가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허공에 떠 있다니, 이게 대체…….’

 

사람이 두둥실 허공에 떠 있는 것에 황당한 표정을 짓던 의원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이런 상황이라면 젊은이가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괜히 자신의 인기척에 젊은이의 정신이 흐트러지기라도 한다면 주화입마에 걸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저 젊은이가 고수인 모양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의원은 조심스럽게 방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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