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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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92화
사문을 말한 호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말을 이었다.
“호현입니다.”
호현의 소개에 고노가 생각에 잠겼다.
‘호북 방헌학관의 죽대? 호북에 그런 고수가 있었던가?’
죽대선생이라는 고수가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하던 고노가 물었다.
“네 기운에서 도가의 기운이 느껴지던데, 죽대라는 이는 무당의 제자더냐?”
“아닙니다.”
“그래? 그럼 죽대라는 이의 뿌리는 어디이더냐?”
“공맹(孔孟)을 받드십니다.”
“공맹?”
공맹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고노는 공씨 성의 고수들을 떠올렸다.
그러다 놀란 얼굴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혹 이백 년 전에 천하제일공이라 불리던 태산신협 공궁의 진전을 이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공맹이 누구더냐?”
공맹에 대해 묻는 고노를 호현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에 공맹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공맹은 공자와 맹자를 뜻합니다.”
“아…… 그 공맹.”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공자와 맹자는 알기에 그제야 고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고노가 공맹도 모를 정도로 무식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호현에게 물은 것은 무공을 익힌 사문이었는데, 호현이 답한 것은 학문을 익힌 사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고노가 공맹을 무림인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망신살이군.’
공맹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에 고노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죽대라는 사람은 학사더냐?”
“그렇습니다.”
“그럼 무공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무당파에서 조금 배웠습니다.”
호현의 말에 고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무당파라면 그나 대별대두라도 쉽게 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무당파에는 현 천하십대 고수 중 한 명인 청수가 있었고, 그 위에는 전대 천하십대 고수 중 둘인 허학과 허명까지 있으니 말이다.
‘끄응! 이거…… 문제가 커지겠는데?’
호현의 뒤에 무당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을 하던 고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무당파 누구에게 무공을 배웠느냐?”
“허학진인과 허명진인께 배웠습니다.”
쿵!
호현의 말에 고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당쌍선과 고노의 활동 시기가 비슷했기에 그도 그들과 한 번 대면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싸움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허학을 떠올리니 바로 답이 나왔다.
‘이런 제길…… 하필 무당쌍선이냐. 허학 그놈은 지 제자를 장주가 이렇게 두들겨 팬 줄 알면 당장 달려올 놈인데…… 게다가 허학과 허명은 늘 같이 움직이니…… 쳇! 시비를 걸면 붙으면 그만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고노가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당쌍선이 대체 너에게 뭘 가르친 것이냐?”
“그것은 왜 물으십니까?”
“무당쌍선 그 늙은이도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이군. 가르칠 거면 제대로 가르치지, 도낏자루만 쥐여 주고 그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도 않다니.”
고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민망함이 어렸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되는 것이다.
“제가 미숙해 배움을 모두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 모양이지. 그리고 어찌 되었든 장주를 원망하지는 말거라.”
원망하지 말라는 말에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대별대두 때문인데, 원망하지 말라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호현의 말에 고노가 입맛을 다셨다.
‘나라도 이렇게 두들겨 맞았는데 원망하지 말라고 하면…… 주리부터 틀어 놓았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고노가 말했다.
“너는 지금 무척 위험한 몸이다.”
“제가 위험하다고요?”
“네가 지닌 힘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현 무림인과 전대의 은거 기인들을 모두 합쳐도 오십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강한 힘을 지닌 네가 힘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잠시 말을 멈춘 고노가 말을 이었다.
“장주가 너를 두들겨 패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너에게 기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연요?”
“그렇지. 현 무림에서 활동하는 자들 중 가장 강한 열 명의 절대자 중 한 명이 백 일 동안 너와 대련을 해주는 것이다. 무림인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바라 마지않는 기연 중의 기연이다.”
“구타가 기연이라는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후후, 그것은 시간이 가면 차차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장주께서 백 일 동안 너를 때릴 것이라 했으니, 그동안은 어차피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폭행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수련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에게도 좋을 것이다.”
고노의 말에 그를 보던 호현이 말했다.
“제가 달아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달아날 것이냐?”
고노의 되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말은 왜 하느냐?”
“제가 달아날 것이라고 말을 했다면 어찌하셨을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고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망을 갈 것이었다면 벌써 달아났겠지.”
말과 함께 고노가 앞장서서 장원 안으로 들어가자 호현도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
*
*
장원의 마당에는 어느새 멍석이 깔려 있고 그 위에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을 가운데에 두고 아이들과 대별대두 그리고 고노 부부가 앉아서 식사를 했다.
그들 가운데 호현도 끼어 저녁을 먹었다.
우걱우걱!
간단한 나물과 산짐승으로 요리한 듯한 고기 요리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 맛이 무척 훌륭했다.
‘주먹밥도 맛이 좋았는데 이 요리들도 훌륭하구나.’
간단한 나물 요리조차도 무척이나 훌륭한 요리였다. 그 맛에 속으로 감탄을 하던 호현의 귀에 대별대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민들을 산적질해서 만든 음식들인데 입에 무척! 맞나보군.”
멈칫!
대별대두의 말에 음식을 먹던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말대로 대별대두가 주인으로 있는 이 장원의 물건들은 모두 산적질을 해서 모은 것일 테니 말이다.
굳은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던 밥그릇을 보던 호현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옆에서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챙기던 진파파가 미간을 찡그리며 대별대두를 바라보았다.
“장주, 농이 심하십니다.”
“심하기는…… 어이, 내 말이 틀렸나?”
대별대두의 말에 호현이 말없이 몸을 일으키고는 장원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대별대두는 배를 두들겼다.
“잘 먹었다. 커어억!”
트림까지 거하게 하며 몸을 일으킨 대별대두가 문득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수련은 잘하고 있겠지?”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대별대두가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집에 책이 좀 있던가?”
대별대두의 말에 진파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있습니다.”
“그것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소?”
그 말에 진파파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천자문 정도는 떼게 하였습니다.”
진파파의 말에 대별대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도교 서적 정도는 좀 알지만 학문에 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진파파와 고노 역시 무인으로 평생을 산 사람이기에 자신보다 무식하면 무식했지 더 나을 바도 없고 말이다.
그런 사실을 떠올린 대별대두가 진파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책을 꺼내 놓으시오.”
“장주께서 가르치실 생각이십니까?”
“도교 경전이나 가르친다면 모를까, 내가 학문에 대해서 뭐 아는 것이 있겠소?”
“그럼 책은 왜……?”
진파파의 물음에 대별대두가 힐끗 호현이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가르칠 사람이야 저기 밖에 있으니, 그놈에게 가르치게 할 생각이오.”
말과 함께 대별대두가 장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9-4장 자오반포(慈烏反哺)를 가르치다
밥을 먹다 말고 장원을 나가 절벽으로 간 호현은 대별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별산에 드리운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보이는 것은 적었지만, 오히려 그 어둠이 호현의 심난한 마음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대별대두는 산적이다. 양민들을 핍박해 물건을 뺏는 산적 말이다. 또한 사람을 구타하기를 즐기니 포악하기까지 한 자이다.’
대별대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듯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의 머리에 진파파가 한 말이 떠올랐다.
‘길을 만든다라…….’
호현이 대별산을 훑어보았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별산의 윤곽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다.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별산은 무척이나 컸다. 이런 거대한 산에 길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을 하던 호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대별대두는 대별산에 길을 뚫고 그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서 통행료를 받는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줬다는 말인가. 그런 권한은 오직 관(官)과 황제 폐하만이 줄 수 있거늘…….’
그렇다고 대별대두가 관과 황제에게서 그 권한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관에서 토벌을 하러 관병을 보내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호현이 대별대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기척이 들려왔다.
저벅! 저벅!
뒤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린 호현은 배를 쓰다듬으며 다가오는 대별대두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은 밥을 먹다 말았는데 잔뜩 부른 배까지 쓰다듬는 대별대두의 모습을 보자니 호현의 얼굴은 절로 굳어졌다.
“그렇게 인상 쓰면 또 맞는다.”
대별대두의 말에 호현이 주먹을 그러쥐었다.
“어디 한 번 해보십시오.”
은근히 투기까지 뿜어내는 호현의 모습에 대별대두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때려 달라니 또 때려 주고 싶지만…… 나는 저녁에는 일을 안 하는 주의라서 그건 내일로 미루자고. 사람은 저녁에는 쉬고 낮에 일하는 법이니까.”
웃으며 중얼거린 대별대두가 호현의 옆에 섰다.
“진파파나 고노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던?”
“대충 들었습니다. 대별산에 길을 내고 그 대가로 통행료를 받는다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만…… 뭐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무슨 말입니까?”
“내가 대별산에 길을 낸 것은 원래 통행료나 받자고 낸 것이 아니지만,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내 덕을 보는 것 같아 통행료를 받는 것이다.”
대별대두의 말에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선의로 한 일도 아니라는 것인가?’
“그럼 길은 왜 내고 계신 겁니까?”
“그것까지 네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든 길을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쁜 일을 한다고 볼 수는 없지.”
“강제로 돈을 뺏는데 그것이 왜 나쁜 일이 아닙니까?”
“내가 왜 이런 설명까지 너에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말을 멈춘 대별대두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진파파는 이 녀석을 왜 좋게 보는지 모르겠군.’
진파파가 대별대두에게 호현을 잘 대해 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을 했던 것이다.
진파파와 고노가 비록 자신이 부리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둘에 대해서는 그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대별대두가 철이 들면서부터 같이 있던 사람들이고, 돌아가신 스승께서 맡긴 사람들인 것이다.
잠시 호현을 보며 진파파를 떠올리던 대별대두가 입을 열었다.
“설명해 주겠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돈을 치른다. 그럼 물건을 사고 돈을 치르지 않으면 그것은 무슨 행동이냐?”
“도적질입니다.”
“그렇지.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다. 내가 힘들게 만든 길을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 길은 내가 힘과 시간을 들여서 만든 길이니 정당한 사유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유재산을 사람들이 이용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