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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8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89화

그렇게 호현과 육포 상자까지 들고 빠르게 달리던 대별대두의 눈에 곧 절벽의 끝이 들어왔다.

 

파앗!

 

절벽의 경사면을 박차며 몸을 솟구친 대별대두가 절벽 위에 내려섰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내려선 대별대두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절벽 위에는 꽤 넓은 땅이 있었는데, 그 중심에 작은 장원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장원의 입구에는 사람의 허리에나 닿을 정도로 작은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이 나무의 크기가 무척 작아 수령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모양만은 천 년 묵은 거목처럼 거대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천 년 묵은 거목을 작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두 그루의 나무 곁에는 각각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대덕(大德)>

 

<대의(大義)>

 

대덕과 대의라 적힌 비석을 지나 대별대두가 장원에 다가갔다.

 

끼이익!

 

대별대두가 다가오자 문이 절로 열리며 그 안에서 노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등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꼽추 노인이었고, 여자는 곱게 늙은 노파였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두 노인에게 대별대두가 구자춘에게서 얻은 육포 상자와 돈이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애들은?”

 

대뜬 물음을 던지는 대별대두에게 노파가 말했다.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직도 자?”

 

노파의 말에 하늘을 힐끗 본 대별대두가 눈을 찡그렸다.

 

“미시(未時)가 넘었거늘…… 진파파는 너무 애들을 편하게 대하는 게 문제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는 대별대두를 보며 진파파라 불린 노파가 미소를 지었다.

 

“애들은 잠을 많이 자야 키가 잘 자라는 법입니다.”

 

“낮잠을 많이 자면 밤에 잠을 못 자고 설치는 법이야.”

 

대별대두의 말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깨울 생각이었습니다.”

 

“애들이 육포가 온 것을 보면 좋아하겠습니다.”

 

두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대별대두가 장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대별대두의 뒤를 따르던 노인이 그의 어깨에 짊어져 있는 호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노인의 말에 대별대두가 슬쩍 자신의 어깨에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대별대두가 웃으며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때려죽일…….”

 

대별대두는 곧 말을 멈추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아! 그냥 한 백 일 정도 때릴 놈이라고만 알고 있어.”

 

“때릴 놈이요?”

 

“그래.”

 

잠시 미소를 짓던 대별대두가 말했다.

 

“얘들 깨워서 모이라고 해. 모처럼 생긴 육포이니 같이 모여서 먹으면 좋겠지.”

 

대별대두의 유일한 낙이 아이들이 육포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던 노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노인이 장원 한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으로 걸어가자, 대별대두가 짊어지고 있던 호현을 진파파에게 내밀었다.

 

“적당한 곳에 던져 놓게.”

 

“치료는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치료는 무슨…… 그냥 아무 데나 던져놔.”

 

대별대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진파파가 호현을 안아들었다.

 

겉모습은 다 늙어 빠진 노파였지만, 호현을 마치 공깃돌이라도 되는 듯 안는 모습에서는 전혀 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진파파가 호현을 안고 장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대별대두는 노인이 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

 

*

 

호현을 안은 노파는 작은 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창고로 사용하는 곳인 듯 방 곳곳에는 각종 농기구와 약재들, 그리고 식량들이 쌓여 있었다.

 

창고 한편에 호현을 눕힌 노파가 손가락으로 그의 몸 몇 군데를 두드렸다.

 

타타탓!

 

“끄윽!”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호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뜬 호현은 순간 처음 보는 장소에 자신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아! 대별대두!’

 

대별대두와 싸우던 것을 떠올린 호현이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우두둑! 우둑!

 

몸을 일으키려던 호현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을 흘렸다.

 

“끄윽!”

 

“쯔쯔쯔! 온몸이 아플 것이니 움직이려 하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귀에 들리는 노파의 목소리에 호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구신지……?”

 

“진파파라고 부르거라.”

 

말과 함께 진파파가 그의 몸을 주물러주었다.

 

진파파의 손길을 따라 온몸에 시원한 감각과 묘한 쾌감이 인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기분 좋은 신음을 토했다.

 

“아아아!”

 

그 모습에 진파파가 웃었다.

 

“후후, 시원하냐?”

 

진파파의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진 호현은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런 호현을 진파파가 손으로 밀어 만류했다.

 

“지금 일어나면 몸살이 며칠은 더 갈 것이다. 지금은 누워서 몸을 추스르거라.”

 

말과 함께 진파파가 다시 호현의 몸을 주물러주었다.

 

그 따스한 손길로 인해 몸의 통증이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에 만류할 생각을 하지 못한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추운 겨울 따스한 잠자리에 누운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자 잠이 오는 것이다.

 

*

 

*

 

*

 

“이번에는 며칠이나 두드릴까?”

 

“글쎄. 아버님 말로는 한 백 일 정도 두드릴 생각인 것 같던데?”

 

“백 일이나?”

 

“정말 백 일 동안 두드리면 죽지 않을까?”

 

“진파파가 치료해 주겠지. 그리고 아버님은 사람을 죽이지 않잖아.”

 

곤하게 잠을 자던 호현은 잠결에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천천히 의식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뜬 호현은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눈 떴다.”

 

“위험한 것 아냐?”

 

“위험하기는…… 딱 봐도 힘없는 학사 같구만. 날뛰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 너희들은 나만 믿어.”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며 호현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끄응!”

 

여전히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잠을 자기 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후다닥!

 

“일어났다!”

 

“도, 도망치자!”

 

호현이 몸을 일으키자 아이들이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호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디지?”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호현은 자신이 창고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주위를 보던 호현이 고개를 돌렸다. 한 소년이 창고 문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어디니?”

 

호현의 물음에 소년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학사세요?”

 

소년의 물음에 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년이 숨어 있던 문에서 슬며시 나오더니 물었다.

 

“그런데 왜 아버님에게 맞았어요?”

 

“아버님?”

 

아버님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이 순간 미간을 찡그렸다.

 

자신을 때린 사람이 대별대두이니, 자신이 맞은 사람 즉, 이 아이의 아버지는 대별대두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곳이 대별대두의 산채란 말인가?’

 

자신이 적진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호현은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렇지 않아도 깨우려 했는데 잘 일어났구나.”

 

몸을 일으키던 호현은 자신의 몸을 주물러주던 진파파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포권을 해 보였다.

 

“치료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현의 예에 진파파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쟁반이 들려 있었는데, 그 위에 물과 주먹밥 몇 덩이가 놓여 있었다.

 

“하루를 꼬박 잠을 잤으니 배가 등에 붙었을 것이다. 들거라.”

 

진파파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제가 하루 동안이나 잤다는 말입니까?”

 

“어제저녁에 깨우려고 했는데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놔두었다. 그런데 춥지 않더냐?”

 

“추운 줄도…….”

 

꼬르륵!

 

말을 하던 호현은 순간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말을 멈췄다.

 

그 모습에 진파파가 웃으며 쟁반을 그에게 내밀었다.

 

“일단 끼니부터 해결하거라.”

 

진파파의 말에 호현은 급히 주먹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다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맛있다.’

 

단순히 밥을 둥글게 말아서 만든 주먹밥인데, 그 맛은 그 어떤 진미보다도 좋았다.

 

“너무 맛이 좋습니다.”

 

“허기가 반찬이라고 했으니, 그래서 그렇겠지.”

 

진파파의 말에 옆에 있던 소년이 급히 말했다.

 

“우리 진파파의 주먹밥은 천하일미예요. 고기보다도 더 맛있어요.”

 

“우리 정아가 오늘 이 할미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나.”

 

진파파가 웃으며 하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주먹밥 정말 맛이 좋습니다.”

 

“그러하냐? 후후, 그럼 많이 먹거라.”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호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진파파가 물을 내밀었다.

 

“물도 좀 마시면서 먹거라. 그러다 체하겠다.”

 

“감사합니다.”

 

진파파가 건네주는 물을 마시며 주먹밥을 순식간에 모두 먹어치운 호현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었습니다.”

 

“모자라면 더 줄까?”

 

진파파의 말에 호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쟁반에 묻어 있는 밥풀을 바라보았다.

 

‘이런 주먹밥이라면 먹다 지쳐 쓰러져도 좋겠구나.’

 

하지만 곧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대별대두의 산채입니까?”

 

“산채? 후후, 장주와 우리 가족들이 사는 곳이 산에 있으니 산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 하지만 산채 말고 장원이라고 해줬으면 좋겠구나.”

 

“장원요?”

 

“이곳은 장주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의덕장이란 곳이다.”

 

진파파의 말에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의덕장? 산적에게 무슨 의와 덕이 있다고 의덕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인가?’

 

그런 호현의 모습에 진파파가 몸을 일으켰다.

 

“자네를 두드려 팬 사람이 사는 곳에 의덕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이상한가 보군.”

 

비록 이곳이 산채라고는 해도 진파파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 대별대두의 험담을 하기는 싫었던 호현은 입을 다물었다.

 

“좁은 창고에 있었으니 답답할 것이네. 나가세.”

 

진파파가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호현은 단아하게 꾸며져 있는 장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장원의 마당에 모여 있는 열댓 명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창고를 보며 수군거리다가 호현이 나오자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산채…… 흠!”

 

산채라고 하려던 호현은 진파파가 한 말을 떠올리고는 말을 바꾸었다.

 

“장원에 아이들이 많군요.”

 

“모두 장주의 아이들이지.”

 

“장주가 대별대두입니까?”

 

대별대두라는 말에 아이들이 소리쳤다.

 

“아버지에게 대두라고 하지 말아요!”

 

“그래요! 아버지는 머리가 조금 클 뿐이지 대두는 아니라고요!”

 

“우우우!”

 

어디서 배웠는지 우우우라는 소리까지 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호현이 급히 말했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대별대두…… 흠…… 어쨌건 장주에게 대두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아이들 앞에서 자신들의 아버지를 대두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었기에 호현은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진파파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수련시간에 이렇게 놀고만 있으면 되느냐? 수련을 게을리 하면 이 파파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진파파의 말에 아이들이 급히 마당으로 뛰어가더니 마보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권법을 수련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품세를 지닌 단순한 권법이었다.

 

권법 동작을 반복하는 아이들을 보던 호현이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은인의 이름도 묻지 않았습니다. 저는 호북 방헌학관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옷을 보고 학사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짐작했는데, 진짜 학사로군. 난 진파파라고 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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