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8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86화
계속되는 장방식의 변명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씀은 지금은 관병을 움직일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험!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만…… 나 역시 산적을 토벌하고 싶다는 것만은 알아주게.”
말과 함께 장방식이 슬쩍 고손기에게 눈짓을 주었다.
‘자네도 한마디 거들게.’
장방식의 눈빛에 담긴 뜻을 읽은 고손기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지현 대인의 말이 옳습니다. 게다가 병법에 따르면 겨울에 병을 움직이는 것은 하책 중에 하책이라 하였습니다.”
고손기의 말에 장방식이 옳다구나 싶었는지 그 말을 받았다.
“고 형관의 말이 옳네. 대별산에서 산적을 토벌하려면 최소 열흘은 산을 뒤지고 움직여야 할 것인데 이 추운 겨울 산에서 어찌 병사들이 야영을 할 수 있겠나. 잘못하면 산적들을 잡기도 전에 우리 병사들이 얼어 죽을 수 있네. 나도 당장 대별산 산적들을 없애고 싶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쩌겠나?”
말을 하던 장방식은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나 하는 생각을 하다 슬며시 말을 이었다.
“내 날씨가 풀리면 절도사께 허락을 받아 대별산 산적을 토벌하겠네. 그러니…… 이만 호북으로 가시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방식은 결코 대별산 산적을 토벌할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호현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 절도사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둘러대면 되는 것이다. 설마하니 호현이 절도사에게 가서 확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니 말이다.
호현은 분통이 터지는 얼굴로 관아를 나서고 있었다.
‘어찌 지현이라는 자가 백성들을 위한 일에 변명을 늘어놓으며 움직이지 않으려 한단 말인가!’
그런 그를 마중 나온 고손기가 죄송한 듯 포권을 해 보였다.
“날씨가 풀리면 제가 지현께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고손기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현은 날이 풀려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이 틀렸습니까?”
호현의 말에 고손기가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런 고손기를 보며 고개를 저은 호현이 걸음을 옮겼다.
“호현 학사, 어디를 가십니까?”
“대별산으로 갑니다.”
“산적들 때문에 위험합니다. 대별산을 돌아서 가십시오.”
위험하다며 자신을 말리는 고손기를 호현이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갈 길을 가버리는 호현을 보며 고손기가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구나.’
일개 학사가 산적들을 상대하겠다니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고손기는 어쩐지 호현이 산적들을 토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고손기가 힐끗 관청을 바라보았다.
“지현 대인께서…… 실수를 하셨을 수도 있겠구나.”
*
*
*
사람들에게 물어 대별산이 있는 곳을 확인한 호현은 산 초입에 있었다.
대별산을 훑어보던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막상 대별산에 와보니 그 크기와 산세가 너무나 크고 웅장한 것이다.
스윽!
산 초입에서만 봐도 이렇게 크고 넓으니 호현은 당서현 지현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 정도 크기와 산세라면 군사 천이라도 모든 곳을 훑기가 쉽지 않겠구나.’
현 같은 곳의 관병이라고 해야 많아야 이백, 적으면 백도 채 되지 않는 곳도 많았다.
당서현의 관병들이 몇이나 되는지 몰라도 그곳의 관병만으로는 이곳 대별산을 토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정자가 힘들다 하여 백성들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
대별산을 보며 중얼거린 호현이 천천히 문곡성의 기운을 개방했다.
그러자 문곡성이 열리며 자연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호현이 고개를 저으며 문곡성을 해지했다.
산에 사는 동물들의 기운들과 자연의 기운이 섞여 있어 사람의 기운이 찾기 힘든 것이다.
‘산적이 내공을 사용한다면 그나마 찾기 쉬울 듯한데…… 하긴 오히려 이게 더 잘된 것일 수도 있겠군.’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이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별산에서 사람의 기운을 찾아 잡는다고 해도 그가 산적이라고 단정 지을 증거가 없는 것이다.
산에 있다고 산적이면 약초꾼이나, 사냥꾼도 모두 산적이니 말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했으니 오르다보면 산적들이 앞에 나타나겠지.”
자신을 미끼로 삼아 산적들을 유인할 생각이 든 호현이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적들을 유인하기 위해 천천히 산을 오르던 호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응? 표국 행렬이네.”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바로 표국의 행렬이었다. 호불위를 통해서나 예전 태을 표국과 동행을 하면서 표국의 복장이나 모습들을 그도 잘 아는 것이다.
표국 사람들이 산을 올라오고 있는 것에 호현이 힐끗 산 위를 올려다보았다.
‘산적들 일과 엮이게 되면 저들에게 피해가 생길 것인데.’
표국 사람들이 다칠 것이 염려가 된 호현이 길을 되돌아갔다. 그들에게 산적에 대해 주의를 주려는 것이다.
호현이 다가오자 표국 사람들 중 앞에 있던 표사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멈추게.”
표두의 말에 호현이 멈추자 그가 말했다.
“나는 일성 표국의 표두 구자춘이라 하네. 학사는 무슨 일로 우리 표행에 다가오는가?”
구자춘의 말에 호현이 포권을 해 보였다.
“이 산에 산적들이 있어 그것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산적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러 왔다?”
“그렇습니다.”
“대별산 산적 일은 나도 알고 있네. 문제가 그것이라면 자네는 물러서게.”
“산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 산을 넘고 계신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구자춘이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무공을 익힌 사람은 아닌 듯한데…….’
호현을 보던 구자춘이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 매복이 있는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는 조용함만이 있을 뿐 매복이 있는 듯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스윽!
주위를 훑어보던 구자춘이 표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동한다.”
구자춘의 명에 표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호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산을 넘으면 위험합니다.”
호현의 말에 구자춘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대별산을 돌아서 가면 표행 날짜가 열흘은 지체가 되니 어쩔 수 없네.”
말을 하던 구자춘이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자네는 왜 대별산을 넘는 건가? 우리야 시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학사 자네는 그냥 산을 돌아서 가면 될 것 아닌가?”
“저는…… 산적을 잡으러 왔습니다.”
“뭐? 산적을 잡으러 와?”
구자춘의 중얼거림에 그들을 지나치던 표사들 중 일부가 의아한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저 학사 놈이 뭐라는 거야?”
“산적을 잡으러 왔다는 것 같은데?”
“허! 미친 것 아냐?”
“그러게. 소림사도 손을 안 대는 대별대두를 무슨 수로 학사 놈이 잡겠다고…….”
사람들의 중얼거림에 호현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대별대두?’
의아한 얼굴의 호현을 보며 구자춘이 입을 열었다.
“젊은 학사가 무슨 객기로 이리 나선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일 벌이지 말고 산을 내려가게.”
“산적을 잡으러 왔으니 산적을 잡고 내려갈 것입니다.”
“어허! 이 친구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먼.”
호현을 보며 고개를 저은 구자춘이 앞에서 가는 표행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괜한 일 벌여서 사달내지 말고 가만히 있게.”
말과 함께 구자춘이 표행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 표행 사람들을 보며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위험한데……. 내가 보호하면서 산을 넘어가게 해야겠구나.’
아무래도 표행을 자신이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호현이 구자춘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따라오나?”
“저도 산을 넘어야 하니까요. 가는 길 같이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구자춘이 그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이 친구가 이제야 산적들에 겁이 났나 보군.’
호현이 산적들에게 겁을 먹고 자신들 표행에 끼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 구자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산을 오르는 길이라 마차에 실려 있던 짐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었다. 일손 한 명이 늘면 표행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니 구자춘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게다가 호현은 그리 위험해 보이는 인물도 아니고 말이다.
“힘 좀 쓰나?”
“네?”
“우리는 군식구를 두지는 않네. 우리 표행에 끼고 싶으면 밥값은 해야 하니 짐이라도 들어야 하네.”
구자춘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표행을 따라 일을 한 적이 있어 짐은 잘 옮깁니다.”
“호! 그래? 어디 표국에서 일을 했었나?”
“태을 표국에서 표사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표사?”
표사라는 말에 구자춘이 호현을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무공을 익힌 흔적이 보이지 않는데 표사를 했다니 의아한 것이다.
‘게다가 학사 같은데?’
호현을 보던 구자춘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태을 표국은 처음 듣는데 어디에 있는 것인가?”
“호북에 있습니다.”
그 말에 구자춘이 표사 중 한 명을 불렀다.
“유 표사.”
구자춘의 부름에 앞에서 걷던 유 표사가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자네가 호북이 고향이라고 했지?”
“맞습니다.”
“혹 태을 표국이라고 아나? 호북에 있다던데?”
구자춘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유 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촉진현에 있는 표국인데 국주가 무당과 연관이 없는 곳이라 성세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렇군. 가보게.”
유 표사가 일을 보러 가자 구자춘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작은 표국이라 신체 멀쩡하면 표사를 시키나 보군.’
속으로 중얼거린 구자춘이 짐을 옮기는 쟁자수 중 한 명을 불러 호현에게 짐을 나눠주라 하고는 표행의 앞으로 이동했다.
호현을 인계받은 쟁자수는 막씨라는 초로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평생을 쟁자수 일을 해서인지 젊은 사람 못지않은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호현을 위아래로 보던 막씨가 쟁자수들의 짐을 조금씩 덜어서는 하나의 짐을 만들었다.
그것을 들어보며 무게를 가늠해 보던 막씨가 호현에게 짐을 내밀었다.
“공부만 하던 학사라 들 수 있을지 모르겠군.”
막씨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짐을 들어보였다. 단숨에 짐을 들어 등에 메는 호현의 모습에 막씨가 웃었다.
“마른 장작의 불씨가 더 강하다고 하더니…… 생긴 것과 다르게 힘이 좋구먼.”
“저는 더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르신 것도 좀 주시죠?”
“후! 산길에서 힘자랑하지 말게. 지금은 좀 괜찮아도 산을 오르다보면 작은 보따리 하나도 천근처럼 무거워지는 법이네.”
막씨가 웃으며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옆에 따라붙었다. 그렇게 표행이 산을 오르고 있을 때 호현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흉악한 산적들이 있는 산인데…… 사람들이 긴장을 하지 않는구나.’
산길을 오르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표국 사람들은 주위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에 이상함을 느낀 호현이 막씨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왜 그러나?”
“저기 산적들이 나온다는데 사람들이 왜 무서워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거야 이곳이 대별대두의 영역이니 그렇다네.”
“대별대두?”
아까도 나온 대별대두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호현이 물었다.
“그게 사람 이름입니까?
“자네 대별대두를 모르나?”
“네.”
호현의 말에 피식 웃은 막씨가 입을 열었다.
“대별대두는 무림에 유명한 녹림왕이네.”
“녹림왕? 산적들의 왕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지.”
“산적왕이 있는 산이면 더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일반적으로야 그렇겠지. 하지만 대별대두가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쉽게 죽이지 않는다네. 소문이 사실이라면 대별대두는 무인이 아니면 죽이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면 죽이지 않고,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