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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7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8화

죽대 선생이라는 거물 문제와 무림인들 문제로 유벽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유벽이 어찌해야 하나 걱정과 고민, 그리고 방헌현에 부임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을 사이 밖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현의 관리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죽대 선생께서 오셨습니다.”

 

“벌써 오셨다고?”

 

“지금 지현 대인을 찾으십니다.”

 

죽대 선생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리에 가슴이 떨리고 입이 마르는 것을 느낀 유벽이 관리에게 말했다.

 

“시…… 심기가 어떠해 보이시더냐?”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화가 나신 듯해 보였습니다.”

 

쿵!

 

화가 나 있다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유벽이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유벽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관리가 슬며시 말했다.

 

“대인…… 죽대 선생을 기다리게 하시면 더 화를 내실 듯한데.”

 

관리의 말에 정신을 차린 유벽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켰다.

 

“네 말이 옳구나. 하아! 이곳에 부임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작은 한숨을 쉰 유벽이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방헌현 관아의 마당에 죽대 선생과 호현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호현이 잡은 무인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관병들이 분주히 그들을 밧줄로 묶는 것을 보며 죽대 선생이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리 관병들이 많건만 어찌 학관에 저런 무도한 것들이 난입할 때 오지 않은 것인가. 이곳 지현이 저것들에게 뇌물이라도 먹은 것인가.”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 지현이 소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이보다는 백성들의 이를 먼저 생각하는 자입니다. 그런 자가 뇌물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왜 움직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

 

“이들을 두려워한 듯합니다.”

 

호현이 무인들을 바라보자 죽대 선생이 눈을 찡그렸다.

 

“관이 무림인들을 두려워해? 그게 말이 되느냐?”

 

“관병들로서는 무림인들의 월담을 막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끄응!”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침음성을 토하던 죽대 선생의 눈에 엉거주춤한 걸음을 옮기며 다가오는 유벽이 보였다.

 

유벽은 일 년에 한 번씩 문안 인사를 하러 학관에 오기에 죽대 선생도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바지에 똥이라도 싼 듯 주춤거리며 걸어오던 유벽은 죽대 선생을 보고는 급히 다가와 바닥에 부복했다.

 

“죽여 주십시오!”

 

다짜고짜 죽여 달라고 소리치는 유벽의 모습에 죽대 선생이 눈을 찡그렸다.

 

“지현,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제…… 제가 방헌학관의 사태에 마땅한 대처를 취하지 못해 죽대 선생께서 고난을 겪으신 것을…… 제가…… 어찌해야 할지…….”

 

무언가 횡설수설하는 유벽을 보며 죽대 선생이 땅을 강하게 발로 찼다.

 

쿵!

 

“조용히 하게!”

 

죽대 선생의 일갈에 유벽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유벽을 보며 죽대 선생이 말했다.

 

“자네는 방헌현을 다스리는 지현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네. 어찌 자신이 다스리는 현에 이런 무도한 자들이 날뛰게 만들 수 있고, 그들이 양민인 나를! 위협하고 납치하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는가!”

 

그 말에 유벽이 급히 변명을 했다.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절도사께 이곳의 일을 소상히 적은 파발을 보내었습니다.”

 

“이놈! 이곳 방헌에서 절도사가 있는 무한까지 말을 달려도 열흘이 넘게 걸리는 곳이거늘 그것을 말이라고 하는 것이더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는 유벽을 보며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그 문제는 내 후일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소…… 송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유벽을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죽대 선생이 마당에 제압이 되어 있는 무인들을 가리켰다.

 

“저들은 내 학관을 공격하고 나를 시해하려 한 자들이니, 지엄한 국법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만 일어나게.”

 

죽대 선생의 말에 유벽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가서 일 보게.”

 

이 자리를 벗어나도 된다는 죽대 선생의 허락에 유벽이 급히 관병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런 유벽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보던 죽대 선생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학관으로 돌아가자꾸나.”

 

죽대 선생이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갔다.

 

관병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던 유벽이 힐끗 관아를 나서는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죽대 선생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가 된 유벽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긴 한숨을 내쉬는 유벽에게 관병이 다가왔다.

 

“대인, 이들을 다 어찌할까요?”

 

“옥사에 집어넣어라.”

 

“이들 모두를 말입니까? 다 들어갈 자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객잔이라도 잡아 줘야 한다는 말이냐?”

 

신경질적인 유벽의 말에 관병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관병이 무인들에게 가기 위해 몸을 돌리자 유벽이 급히 말했다.

 

“이들이 탈옥하지 못하도록 온몸을 꽁꽁 묶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 무인들이 처리되기 전까지…… 내 침소 앞에 병사들을 배치하거라.”

 

“그리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관병이 사라지자 유벽이 무인들을 둘러보았다. 백에 육박하는 무인들을 보고 있자니 유벽의 머리에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자들이 파옥하고 자신에게 칼을 드미는 상상을 말이다.

 

‘꿀꺽! 인근 현에 관병들을 지원 받아야겠구나.’

 

자신 혼자서 이들을 떠맡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유벽이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주위에 있는 현에 연락을 해 관병들을 지원 받으려는 것이다.

 

*

 

*

 

*

 

방헌학관은 호현의 예상대로 많이 회복이 되어 있었다. 물론 회복이 되어 있다고 해도 시신들은 여전히 학관 마당에 방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이고! 관주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죽대 선생을 본 오진과 오씨 댁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내가 낙향하고 모두 떠났지만 그래도 이 둘은 여전하구나.’

 

자신을 생각하는 그 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 죽대 선생이 입을 열었다.

 

“나 때문에 자네들 걱정을 시켰구만.”

 

“아이고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저희에게 관주님이 어떤 분이신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네. 자네들은 괜찮은가?”

 

“저희야 괜찮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차를 내오겠습니다.”

 

오진의 말에 죽대 선생이 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죽대 선생에게 호현이 말했다.

 

“저는 이곳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죽대 선생이 안으로 들어가자 오씨 댁이 차를 끓이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오진과 남은 호현이 마당에 쌓여 있는 시신들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라 시신들이 썩지는 않았지만 학관에 쌓여 있는 시신들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아니 보기 무척 좋지가 않았다.

 

그런 시신들을 보며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이 시신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은 것이다.

 

“관아에 알렸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오진이 분통이 터진다는 듯 말했다.

 

“관에서는 무림인들 간의 싸움으로 죽은 시신들을 처리하지 않는답니다.”

 

“흠…… 그럼 어쩔 수 없이 학관에서 이들을 매장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시신들을 보며 중얼거린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이들을 모두 매장하고 장례 절차를 하려면 상당한 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방헌학관을 공격하다 죽은 무인들에게 말이다.

 

‘이거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입맛을 다신 호현은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갈세가 분들은?”

 

자신이 이곳을 떠나기 전 방헌학관에 있던 제갈세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제갈세가로 모두 떠났습니다.”

 

“그렇군요.”

 

학관을 훑어보던 호현이 오진에게 말했다.

 

“정리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수고하셨습니다.”

 

호현의 칭찬에 오진이 기분 좋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학관의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학관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중 선두에는 호현이 아는 무단 표국의 호불위와 금 총관이 있었다.

 

“호 국주님?”

 

“죽대 선생께서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네. 죽대 선생께서는 괜찮으신가?”

 

“스승님께서는 무사하십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죽대 선생께서 무사하시다니 다행이네.”

 

호불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시신들을 훑어보던 호불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인들의 욕심이란…… 쯔쯔쯔!”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차는 호불위를 보는 호현에게 오진이 말했다.

 

“호 국주께서 그동안 학관을 많이 살펴 주셨습니다.”

 

오진의 말에 호현이 호불위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뭘…… 호현 학사 덕에 내가 얻은 것들이 있는데 이 정도 일이야 내가 도와줘야지.”

 

웃으며 말을 한 호불위가 학관을 훑어보았다.

 

“이 시신들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자네가 왔으니 결정을 하면 되겠군. 어떻게 할 것인가? 장의사를 부를까?”

 

호불위의 말에 잠시 시신들을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겠죠. 이들이 스승님을 위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장례는 치러주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게다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알겠네.”

 

호불위가 같이 온 무단 표국 사람들 중 한 명을 손짓해 부르더니 무언가를 지시했다.

 

표사가 학관을 나가자 호불위가 호현에게 눈짓을 주고는 학관 구석으로 향했다.

 

호현이 그 뒤를 따라 학관 구석에 가자 호불위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은밀하게 말했다.

 

“그…… 죽대 선생께서 가지고 있었다는 비급 말인데. 혹 자네 아는 것 없나?”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그런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정말인가?”

 

추궁을 하는 듯한 호불위의 모습에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호불위가 입을 열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관아에 먼저 들렀네.”

 

“관아에?”

 

“지현 대인께서 관아에 잡혀 온 무인들을 감시할 사람들을 원하더군. 관병들만으로 무인들을 감시하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이야.”

 

말을 하던 호불위가 호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들 무인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을 제압한 사람이 바로 호현 자네라고 하더군.”

 

“제가 한 것이 맞습니다.”

 

“그 무인들도 그렇게 말을 하더군. 그리고…… 그 무인들 중 오절마왕도 있더군.”

 

“그 역시 제가 제압한 것이 맞습니다.”

 

“제압이 아니라 폐인을 만들어 놨더군.”

 

폐인이라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폐인? 팔다리도 멀쩡하고 몸에도 이상 없던데 그게 왜 폐인입니까?”

 

호현의 말에 어이가 없는 호불위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팔다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무인의 내공이네.”

 

“사악한 기운이었습니다. 그런 기운을 없앤 것이니 그는 오히려 저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무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호불위가 호현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와 이곳 방헌학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하긴 무당파를 그저 도사들의 모임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불위가 입을 열었다.

 

“무인들의 말에 의하면 자네가 전진도해를 익히고 있다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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