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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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6화
그렇게 양쪽이 굳은 듯 바위를 보고 있자 곧 그 뒤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민망하군.”
“그러게 말이야.”
머리를 긁으며 나타나는 두 장한의 모습을 본 무인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산마응, 오절마왕!”
“꿀꺽!”
두 장한은 바로 형산마응과 오절마왕이었다. 명균조차도 쉽게 보지 못했던 두 마두의 등장에 무인들 중 일부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만큼 두 사람의 악명은…… 그들을 두렵게 할 만했던 것이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형산마응과 오절마왕이 주위를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
“지금 사라진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꺼져라.”
두 사람의 말에 무인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들 중 몇이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형산마응과 오절마왕이 상대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에게 승산이 없는 것이다.
방헌학관을 공격할 때에는 그들 말고도 몇백 명의 무인들이 있어 수를 믿고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닌 것이다.
하나 둘씩 뒤로 물러나는 무인들의 모습에 형산마응이 오절마왕에게 전음을 보냈다.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우리가 죽대를 손에 넣게 되면 저들이 달려들 수도 있네.
-그렇겠지. 죽대 때문에 무당과 제갈세가와 척까지 진 자들이니.
-천천히 움직이다 죽대를 잡는 순간 바로 뛰어야 하네. 저 녀석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저것들에게 발목이 잡힌다면 다른 파리들이 몰려올 시간이 생길 수 있어.
형산마응의 전음에 오절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 둘이 마차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죽대 선생 이만 나와 보시지요. 이제는 당신을 지켜줄 무당도 제갈세가도 없으니 괜히 험한 꼴을 볼 필요가 없지 않겠소.”
두 사람의 방자한 태도에 죽대 선생이 화가 나는지 소리를 질렀다.
“이런 무도한 작자들을 보았나! 네놈들은 진정 대명의 지엄한 국법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더냐!”
“죽대 선생, 지금 이 상황이 바로 그 유명한 멀리 있는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무섭다는 것이 아니겠소?
“이놈!”
고함을 지르며 당장 마차에서 뛰어내리려는 죽대 선생을 현오가 잡았다.
“위험하십니다.”
현오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죽대 선생의 눈에 그들에게 다가가는 호현이 보였다.
“헉! 현아야! 이리 오거라!”
죽대 선생의 외침에 오절마왕들에게 다가가던 호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네가 무슨 수로 저런 무도한 자들을 상대하겠다는 말이냐! 어서 이리로 오거라.”
“저를 믿으십시오.”
죽대 선생의 만류에 고개를 저어 보인 호현이 오절마왕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죽대 선생이 급히 마차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저런 무도한 무인들이 무섭지는 않지만, 그 무도한 무인들은 사람을 죽이고 해하는 잔혹한 자들이었다.
그런 무인들에게 자신의 사랑하는 막내 제자가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죽대 선생의 모습에 현오가 급히 그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려왔다.
“호현 학사께서 처리하실 것입니다.”
“현아가 어찌 저런 무도한 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믿으십시오. 호현 학사는 대단한 분입니다.”
현오의 말에 죽대 선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현오의 팔을 뿌리치고는 호현을 향해 뛰어가려 했다.
그 모습에 현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슬쩍 손을 들어서는 죽대 선생의 목을 지그시 눌렀다.
“아.”
짧은 신음과 함께 그대로 쓰러지는 죽대 선생을 잡아 마차에 눕힌 현오가 호현 쪽을 바라보았다.
호현은 이제 오절마왕 등과 채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산마응과 오절마왕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서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그 무당학사라는 호현인가 보군.
-저 화산의 매화검룡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런 모양이네. 후! 잘되었군. 사랑하는 제자를 위협한다면 죽대 선생도 아는 것을 불겠지.
두 사람이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호현이 스윽 주위에 있는 무인들을 둘러보았다.
“며칠 전 방헌학관이 무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그 공격에 가담을 했거나 책임이 있는 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라.”
죽대 선생을 위협하는 자들에게 존대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호현의 말은 짧고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학사인 호현의 말이 짧으면 얼마나 짧고 위협적이면 얼마나 위협적이겠는가?
호현의 말에 사람들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무인들과 오절마왕들을 보며 호현이 가볍게 손을 펼쳤다.
“지금부터 사유지인 방헌학관을 침입한 것과 전 한림원 대학사이신 죽대 박현 대학사를 시해하려 한 죄를 물어 너희를 체포하겠다.”
호현의 말에 오절마왕을 비롯한 무인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이자가 미친 것이 아닌가?’
‘책상물림만 하는 학사라 그런지 생각이 엄청! 특이하군.’
하지만 단 한 명 형산마응만은 호현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다.
‘아무리 무림에 대해 잘 모르는 학사라 해도 혼자서 이들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무슨 계책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호현을 지긋이 보던 형산마응이 슬며시 주위를 훑어보았다. 주위에는 은신해 있는 사람의 기척이나 기운 같은 것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매복은 없는 듯한데…….’
속으로 중얼거린 형산마응이 슬쩍 호현을 바라보았다. 양 손을 펼치고 있는 호현은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호현이 움직이는 동작을 보던 형산마응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태극호신공? 대체…… 무슨 수작이지?’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호현의 모습에 형산마응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싫은 오절마왕이 전음을 보냈다.
-내가 죽대 선생을 잡겠다. 자네는 저 꼬마를 잡게!
오절마왕이 몸을 움직이는 것에 형산마응 역시 몸을 움직였다.
‘허세인지 아니면 뭐가 있는지 닥쳐보면 알겠지.’
팟!
형산마응이 땅을 박차는 것과 함께 오절마왕 역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본 무인들 역시 서로를 보다가 급히 죽대 선생이 있는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파팟!
순식간에 무인들 모두가 마차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순간!
달려 나가던 그들의 앞에 눈부신 빛과 함께 폭발이 터져 나왔다.
퍼퍼퍼펑!
폭발의 기세에 휩싸인 무인들의 일부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크아악! 뭐야!”
“으아악!”
“크윽! 피…… 피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함께 형산마응과 오절마왕 역시 강한 폭발의 기운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다른 무인들과 워낙 무공 차이가 나니 다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빛과 함께 땅이 터져나가는 것에 그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오절마왕의 중얼거림과 함께 형산마응의 입에서 놀람에 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강기다!”
형산마응의 고성에 오절마왕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강기라니?”
오절마왕은 믿을 수 없었다. 강기는 그나 형산마응도 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위 일대가 모두 폭발을 한 것이다. 이 정도 위력은 아무리 오절마왕이라고 해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놀란 눈을 뜨고 있던 오절마왕과 형산마응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땅이 터지면서 일으킨 흙먼지들 사이로 강한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우르릉!
그리고 순간 흙먼지를 뚫고 강기가 날아들었다.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를 본 오절마왕과 형산마응이 양손을 내밀었다.
“갈!”
“하앗!”
기합성과 함께 뻗은 두 사람의 일장과 강기가 부딪혔다.
꽈꽝!
강기가 터지는 것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끄윽!”
“으득! 이런 말도 안 되는!”
강기성화도 아니고 강기의 기운에 자신이 낭패를 봤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오절마왕이 기합성을 뱉었다.
“하앗!”
챙!
오절마왕의 양손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솟구쳤다. 그와 함께 오절마왕이 강기가 뿜어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어떤 놈이냐!”
오절마왕이 몸을 날리는 것과 함께 형산마응은 뒤로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이 자리는 위험해.’
앞으로 나서는 오절마왕과 달리 형산마응은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에 남을 생각은 없는 것이다.
형산마응이 도망을 치는 것도 모르는 오절마왕은 먼지를 뚫고 강기가 날아온 곳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파앗!
먼지를 뚫고 나온 오절마왕의 눈에 양팔을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는 호현이 보였다.
‘설마? 이 학사 놈이?’
호현이 강기를 시전한 것인가 생각을 하던 오절마왕의 몸이 순간 빠르게 회전을 하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펑!
그러자 그 발밑을 강기 한 줄기가 스치듯 지나갔다. 자신의 발밑을 스쳐가는 강기에 오절마왕이 고성을 질렀다.
“한 수가 있던 것이구나!”
고함과 함께 오절마왕이 호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태극호신공을 시전해 강기를 사방으로 방출한 호현은 그들이 죽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죽게 된다면 그들 팔자겠지.’
스승님을 모욕하고 방헌학관을 공격한 자들을 배려할 만큼 호현은…… 성격이 좋지 않았다. 받은 것은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 그것이 죽대 선생에게 배운 가르침이었다.
태극호신공의 움직임에 따라 호현의 몸에 빨려 들어온 기운들이 방출이 되었다.
꽈꽈꽈꽝!
호현의 손에 따라 뿜어진 기운에 땅이 갈라지고 무인들이 튕겨져 나갔다.
무인들을 향해 강기를 뿜어낸 호현이 빠르게 주위의 기운을 흩었다.
그러다 하나의 강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호현이 펼치던 태극호신공을 멈추고는 기운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화아악!
그와 함께 먼지를 뚫고 오절마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수가 있던 것이구나!”
고함을 지르며 오절마왕이 손을 들었다.
파팟!
그러자 순간 오절마왕의 양손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솟구쳤다.
화르륵!
그리고 오절마왕의 칼날에서 강기의 불꽃이 솟구쳤다. 강기성화의 불길이었다.
“마룡쌍권!”
오절마왕의 외침과 함께 양손에서 솟구친 칼날에서 강기의 용이 솟구쳤다.
“타핫!”
일갈과 함께 오절마왕이 호현을 향해 짓쳐들었다.
우르릉!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오절마왕의 모습에 호현이 침을 삼켰다. 예전 같았다면 뒤로 물러나며 오절마왕에게 강기 공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호현은 하북팽가의 천재 팽문에게 근접 전투를 할 수 있는 권법의 기초를 배운 것이다.
그리고 호현에게는 그 기초를 버팀 삼아 사용할 수 있는 무림 일절의 권법 태극권이 있었다.
<가볍되 뜨지 않고
가라앉되 굳지 않으며
빠르되 흘려버리지 않고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
속으로 태극권의 요체를 외우며 호현이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다.
우우웅!
순간 호현의 주위로 기운들이 회오리치며 솟구쳤다. 그리고 그 회오리치는 기운을 향해 오절마왕의 마룡쌍권이 부딪혔다.
마룡쌍권의 기운이 순간 호현의 기운에 휩쓸리며 순식간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 모습에 오절마왕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내 강기가 흩어져?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신의 기운을 호현이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게 흩어버리니 그로서는 경악을 넘어 황당한 것이다.
하지만 오절마왕은 수많은 치열한 싸움과 사선(死線)을 넘어 지금에 이른 사파의 마두 중의 마두다.
당혹해하는 마음과 달리 오절마왕의 몸은 자연스럽게 회전을 하며 호현을 향해 회자결의 기운이 담긴 강기를 날렸다.
화아악!
하지만 그 기운들 역시 호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회오리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놈!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리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