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7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5화
호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웃으며 현청을 돌아보았다.
“지현 저자는 돈으로 우리를 친구로 삼으려 했겠지만…… 그 돈은 그의 목을 옥죄게 될 것이다.”
“물론입니다.”
호북에 입관을 한 관리들은 대부분 방헌학관에 들러 죽대 선생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죽대 선생에게 선물을 주었다.
때로는 금전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문방사우와 같은 물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준 선물들 중 과하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은 모두 그 이름과 내용이 적힌 책과 함께 학관 지하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물론 그 중 현금은 학관 운영자금으로 사용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대신 다른 보물이라 할 만한 물건들은 모두 지하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마차를 구하거라. 방헌까지 걸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그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마차를 타고 간다면 방헌까지 닷새는 걸릴 것인데…….’
하늘을 날아서 가면 최소한 내일 아침은 학관에서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닷새 정도라면 학관 정리도 끝이 나 있을 것이니 스승님께서 험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닷새라는 시간을 얻은 것이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사람들에게 마차를 파는 곳을 물었다.
*
*
*
다그닥! 다그닥!
마차 바퀴가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호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 둘이 간신히 앉을 정도의 공간을 가진 작은 마차 안에서 죽대 선생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정현에서 출발하기 전 그곳 서점에서 책들을 구한 것이다.
<대구목허(代救睦許)>
대구목허라고 적힌 책을 보던 호현이 죽대 선생을 향해 물었다.
“책은 괜찮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도 다 아는 내용인데 다를 것이 있겠느냐.”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휴! 그럼 학관에도 있는 책을 왜 또 사신 것입니까?’
지금 죽대 선생 옆 자리에는 몇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것을 사는 데 무정현 지현이 준 돈을 대부분 사용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학관에 똑같은 책이 있는데도 말이다.
다른 점이라면 학관에 있는 책은 원나라 시절에 필사된 책이고, 지금 죽대 선생이 보고 있는 책은 당나라 당시에 필사되었다는 것이 달랐지만 말이다.
‘스승님의 고서적 사랑은 정말 알아주어야겠구나.’
작게 고개를 젓던 호현이 죽대 선생의 눈치를 살폈다. 구하기 어려운 당나라 시대의 고서적을 구해서인지 죽대 선생의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
‘스승님 기분이 좋아 보이니…… 사형들의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북경에 갔을 때…….”
하지만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죽대 선생이 사형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 말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보던 책을 조심스럽게 덮은 죽대 선생이 그를 바라보았다.
“평서 그 아이들을 보고 온 것이냐?”
자신의 마음을 짐작하고 묻는 죽대 선생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호현을 지그시 보던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오욕칠정이 인간의 기본이니…… 너를 탓할 수도 없겠지. 그래,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더냐?”
생각과 달리 무덤덤하게 말하는 죽대 선생을 보며 속으로 안심을 한 호현이 입을 열었다.
“사형들은 도찰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사형께서는 첨도어사 직을 맡고 계십니다.”
호현의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작은 놀람이 어렸다. 첨도어사는 정4품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그 권한은 그보다 품계가 높은 사람들도 함부로 볼 수 없는 대단한 것이다.
“도찰원의 첨도어사를 평서가 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양이구나.”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그들이 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죽대 선생의 입가가 작게 실룩거렸다.
호현이 앞에 있어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제자들이 백성들을 위해 앞장서 일을 한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험! 그래도 그 아이들이 그런대로 사람 구실은 하고 사는 모양이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죽대 선생이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호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계속 보고 있으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못하는 죽대 선생을 위한 배려로 말이다.
다그닥! 다그닥!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호현이 문득 마차에서 몸을 일으켰다.
“왜 그러느냐?”
“무언가가 옵니다.”
마차 뒤를 돌아보며 답한 호현이 유심히 뒤를 돌아보다 미소를 지었다.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화산파의 현오였다.
‘아…… 그러고 보니 현오 도사의 상세도 확인하지 않고 출발을 해 버렸구나.’
가슴에 칼을 받은 현오의 병문안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속으로 자신을 책한 호현이 마차를 세웠다.
그리고 현오가 오기를 기다리자 잠시 후 그가 마차 옆에 도착했다.
“헉헉헉!”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내가 고수답지 않게 거친 숨을 몰아쉰 현오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방헌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펄럭!
현오의 말에 마차의 휘장이 걷히며 죽대 선생이 얼굴을 드밀었다.
“응? 자네는…… 그 현오 도사가 아닌가? 화산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
어제 의식을 회복할 때 경황이 없어 죽대 선생은 현오가 자신과 함께 있던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죽대 선생에게 현오가 포권을 해 보였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 응? 자네 가슴에서 피가 나는군.”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현오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현오의 가슴에서는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이런! 치료를 받지 않으신 겁니까?”
호현의 말에 현오가 상처 부위를 손가락으로 몇 군데 점했다.
“별것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현오의 가슴에 난 선혈 자국을 보니 절로 걱정이 된 호현이 마부석을 가리켰다.
“일단 올라오시지요.”
호현의 말에 현오가 사양하지 않고 마부석 위로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다친 곳이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공을 시전해 작은 내상을 얻은 것이다.
현오가 마부석 위에 자리를 잡고 앉자 호현이 다시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8-7장 날파리들의 최후
다그닥! 다그닥!
마차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호현은 현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헌학관의 일을 듣고 화산에서 이곳까지 오신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공의 스승님께서 위기에 처해 계신다고 하는데 어찌 은혜 받은 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한발 늦게 움직여 죽대 선생께서 납치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오 도사께서 스승님을 납치한 자들을 결국 잡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야 운이 좋았지요. 방헌으로 가는 길에 그자들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죽대 선생이 현오의 등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그에 현오가 고개를 돌리자 죽대 선생이 포권을 해 보였다.
“자네가 나를 구했군. 미처 몰라서 감사의 인사도 하지 못했네.”
죽대 선생의 예에 현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죽대 선생을 구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납치한 자들을 막아섰을 뿐입니다. 죽대 선생을 구한 것은 호현 학사입니다.”
현오의 말에 죽대 선생이 미소를 지었다.
‘현오 도사가 내 제자의 얼굴을 살려 주는구나.’
무인인 현오가 아닌 호현이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죽대 선생이 품에서 옥령단이 든 병에서 약을 꺼내 내밀었다.
“몸에 좋은 것이네.”
“이건…… 무당의 옥령단? 이 귀한 것을 어찌 저에게.”
“자네는 다쳤지 않나. 다친 사람이 먹으라고 만든 약일 것이니 드시게. 내 감사의 마음일세.”
죽대 선생의 말에 현오가 잠시 그를 보다가 포권을 하고는 약을 받았다.
호의는 받는 것이 예인 것이다. 게다가 지금 현오의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고 말이다.
옥령단을 복용한 현오가 정좌를 하고는 눈을 감았다. 움직이는 마차 안에서 운기조식을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지만 약효를 돌게 하는 정도의 소주천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것이다.
*
*
*
방헌으로 돌아가는 호현과 죽대 선생의 마차는 지금 일단의 무인들에게 포위가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포위를 하는 무인들의 모습에 죽대 선생이 눈을 찡그리며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죽대다.”
“무정현에서 방헌으로 가고 있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어.”
죽대 선생을 본 무인들이 흥분을 하는 것을 보며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사실 호현은 무인들이 다가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제지하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그들이 다가오는 이유가 짐작이 되었고, 그 이유는 호현을 화나게 한 것이다.
죽대 선생 역시 자신을 보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무인들에게 화가 났는지 얼굴이 굳어졌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죽대 선생의 말에 한 무인이 비아냥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기는 누구요. 전 한림원 대학사인 죽대 박현 노사이지. 또한…… 절세비급이기도 하고.”
“하하하! 그렇지! 인간 절세비급이고말고!”
죽대 선생을 비웃는 무인들의 행동에 현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감히 죽대 선생을 비웃다니! 너희가 진정 죽고 싶은 것이냐!”
강한 기세를 뿜어내며 일갈을 지르는 현오의 행동에 무인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화산파?”
“매화검룡이다.”
“화산파가 언제 나선 거지?”
현오가 입고 있는 도복에 새겨진 매화를 발견한 무인들이 당황스러워할 때 한 사람이 소리쳤다.
“화산파면 다야. 화산파가 무서웠으면 무당과 제갈세가가 보호하는 죽대를 넘보려고 하지도 않았어!”
“맞아!”
“이미 무당과 제갈세가와도 싸웠는데 매화검룡 하나 때문에 우리가 물러날 것으로 보여!”
사람들의 고함성에 현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자들이 감히!”
고함과 함께 무인들에게 달려들려는 현오를 호현이 잡았다. 자신을 잡는 호현의 모습에 현오가 왜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제 생각에 이자들이 본 학관을 공격한 자들인 듯합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호현의 말에 현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사문인 화산의 이름을 모욕한 저들을 그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호현은 그에게 큰 은혜를 준 인물. 그런 호현의 말을 무시할 수 없기에 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호현 학사께서 손에 사정을 두신다면 저는 화산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
말과 함께 호현이 마부석에서 뛰어내렸다.
탓!
호현이 나오는 것에 무인들은 얘는 또 뭐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학동이나 되나 보군.”
“그러게 말이야.”
“지금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우리가 죽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만큼 다른 자들도 그에 대해서 들었을 거야. 어서 죽대를 잡아서 이곳을 떠야 해.”
한 무인이 주의를 환기시키자 다른 무인들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었다.
채채챙!
그들이 보기에 호현은 몰라도 매화검룡은…… 그들 중 꽤 많은 수가 죽어 나갈지도 모르는 고수인 것이다.
그런 무인들을 보며 호현이 스윽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러다 관도 한쪽에 있는 바위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에 계신 분들은 관심 없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순간 다가오던 무인들이 굳은 듯 멈추고는 바위 쪽을 경계했다.
방헌학관에서의 경험으로 그들도 뒤에 나타나는 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