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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7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4화

“마교 지부에 대한 이야기 들었습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하였습니다. 어제 섬검문과 저희 비류 상단의 무사들이 마교 지부를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교 지부에서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습니다. 저희 쪽 피해도 물론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호현의 말에 제갈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이…… 저항을 하지 않는 대신 자결을 하더군요.”

 

“자결?”

 

“무공을 익히지도 않은 자들이 자결을 할 줄은…… 저희 불찰이기는 했지만 역시 마교도들이라서 그런지 독합니다.”

 

“몇이나 죽은 것입니까?”

 

“셋이 살았습니다.”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본 사람의 기운만 서른 가까이 되는데 그 중 셋만 살았다는 것은 나머지는 모두 자결을 했다는 말이었다.

 

“무량수불.”

 

작게 도호를 외운 호현이 제갈인을 바라보았다.

 

“심문을 하신다 들었습니다.”

 

호현의 말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제갈인이 고개를 저었다.

 

“전에 보셨던 것처럼 고문을 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입니까?”

 

“그때는 상황이 급해서 제가 손을 과하게 사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제갈인의 말에 그를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호현을 보며 제갈인이 말을 이었다.

 

“방헌학관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그래야지요.”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제갈인이 입을 열었다.

 

“죽대 선생께서 다시 방헌학관으로 가신다면 무림인들이 다시 몰려들 것입니다. 차라리 저희 가문이 있는 융중으로 가시지요.”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슬며시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선택은 자신이 아닌 죽대 선생의 몫인 것이다.

 

그런 호현의 시선에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대명 천자께서 다스리는 이 땅에서 무엇이 무섭다고 내 집을 버리고 다른 집에서 신세를 진다는 말이더냐. 나는 학관으로 돌아갈 것이다.”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제갈인을 바라보았다.

 

“저희는 방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무림인들이…….”

 

말을 하던 제갈인이 문득 호현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호현 학사가 죽대 선생 옆에 있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제갈인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죽대 선생이 몸을 일으켰다.

 

“이야기가 끝난 것 같으니 그만 일어나자꾸나.”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 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과 함께 비류 상단 밖으로 나온 죽대 선생이 제갈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갈 학사의 명복을 빌겠네.”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인이 포권을 해 보였다.

 

“숙부님께서 지키시고 싶은 분을 지키다 돌아가신 것입니다.”

 

제갈인의 말에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까운 사람이 간 것이야. 현아야, 가자꾸나.”

 

죽대 선생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명궁과 제갈인에게 포권을 해 보이고는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기던 죽대 선생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방헌으로 가시겠습니까?”

 

“방헌으로 가기 전에 가야 할 곳이 있다.”

 

“어디를 말씀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죽대 선생이 그를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관아로 갈 것이다.”

 

“관아는 왜 가시는 것인지요?”

 

“내가 당한 일을 관에 신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 지당하십니다.”

 

그러다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쪽은 관아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네가 길을 아느냐?”

 

“어제 스승님을 찾아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길을 익혀 두었습니다.”

 

“앞장서거라.”

 

호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죽대 선생이 입을 열었다.

 

“조 학사는 잘 지내고 있더냐?”

 

“안구현 인근의 강가에 은거를 하고 계신데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그렇군. 별다른 일은 없어 보이고?”

 

조충의 안부를 묻는 죽대 선생에게 호현이 그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호! 하북조명이라…… 조 학사 그 친구가 이제야 인정을 받나 보군.”

 

“재산을 모두 풀어 백성들을 도왔다 합니다.”

 

“좋은 일이야.”

 

조충이 한 행동에 같은 학사로서 뿌듯함을 느낀 죽대 선생이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그들은 곧 무정현 현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정현 현청은 관병들이 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무정현 현청에 다가간 호현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관병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방헌에 사는 학사 호현이 지현 대인을 뵙고자 합니다.”

 

호현의 예에 관병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지현 대인께서는 중요한 현 내 일이 있으셔서 바쁘십니다.”

 

관병의 말에 뒤에 뒷짐을 진 채 서 있던 죽대 선생이 앞으로 나섰다.

 

“가서 지현에게 전 한림원 대학사 죽대 박현이 보기를 청한다 전하거라.”

 

한림원 대학사라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죽대 선생을 본 관병이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에 죽대 선생이 눈을 찡그렸다.

 

“쯔쯔쯔! 이왕이면 현관 내로 안내하고 갈 것이지. 다 늙은 몸을 서서 기다리게 할 생각인가.”

 

죽대 선생이 다리를 두들기며 하는 말에 호현이 생각난 것이 있는지 말했다.

 

“제가 무당파에서 몸에 좋은 안마법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제가 몸을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그래? 몸에 좋은 약도 장복을 하면 몸에 해가 되는 법인데 잘되었구나.”

 

여기서 말한 몸에 좋은 약은 물론 무당과 화산에서 받은 영약들을 말한다.

 

“스승님, 그 말이 참으로 맞습니다. 약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요.”

 

“네 말이 맞다.”

 

둘이 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안에서 관복을 입은 노인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그러고는 곧 죽대 선생을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왔다.

 

“헉헉헉! 주…… 죽대 선생을 뵙습니다!”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이 고개를 숙이는 지현을 보며 죽대 선생이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세.”

 

“모…… 모시겠습니다.”

 

지현이 조심스럽게 죽대 선생과 호현을 안으로 안내했다.

 

호화로운 장식들로 가득 찬 지현의 내실로 안내가 된 죽대 선생은 잔뜩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백성들을 다스려야 할 지현의 방이 이렇게 호화롭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방이 지나치게 호화롭군.”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죽대 선생의 말에 지현이 침을 삼켰다.

 

“꿀꺽! 귀한 분들을 모실 때 사용하려고…….”

 

“자네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본데…… 위정자에게 귀한 분이란 황상과 백성뿐이네. 혹시 이곳에 황상이나 백성들이 온 적이 있나?”

 

그 말에 지현이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알면 되었네.”

 

굳은 듯 서 있는 지현을 보며 죽대 선생이 입을 열었다.

 

“현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무림인들이 어제 사건을 저질러 그것에 대한 처리를 하느라 조금…….”

 

지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마침 잘되었다는 듯 말했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무림인들 때문이네.”

 

죽대 선생의 말에 지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같은 관인들에게 있어 무림인들은 늘 골칫덩어리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영문을 묻는 지현을 보며 죽대 선생이 용건을 이야기했다.

 

“무림인들이 나를 납치하기 위해 내 학관을 포위하고 공격을 했네. 게다가 그들은 나를 납치하기까지 했지.”

 

“헉! 어찌 그런 일이!”

 

경악을 하는 지현을 보며 죽대 선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네. 어찌 대명천하에 이런 극악무도한 일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자네가 관병들을 동원해 그런 무도한 자들을 모두 잡아들이게.”

 

죽대 선생의 말에 지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러는가?”

 

“대학사께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송구한지는 알고 있으나…… 태조께서 관과 무림은 서로에게 관여하지 말라는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그것은 나 역시 알고 있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림인은 관의 일에 나서지 말고, 관은 무림의 일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네. 그들은 이미 나를 건드렸네.”

 

죽대 선생의 단호한 말에 지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무림인들을 일개 관병이 어찌 상대를 한다는 말인가.’

 

잠시 고민을 하던 지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방헌학관에서 벌어진 일은 방헌현에서 생긴 사건이니…… 그쪽 현에서 맡는 것이…….”

 

꿈틀!

 

지현의 말에 눈가를 실룩거린 죽대 선생이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내 송사를 받아주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것이 아니오라…… 방헌현에서 벌어진 사건을 저희 무정현에서 맡게 된다면 관할권에 문제가 생길 듯해서…….”

 

“대명 천자의 신민이 억울한 일이 생겼는데 자네는 관할권 타령만 하고 사건을 맡지 않겠다는 것인가!”

 

버럭 고함을 지르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지현이 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찌 미천한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맡겠다는 것인가?”

 

죽대 선생의 말에 입술을 깨문 지현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관병을 동원해 방헌학관과 관여된 무림인들을 잡아들이겠습니다.”

 

“빨리 잡아들이도록 하게. 한림원 대학사를 지낸 나에게 그런 무도한 짓을 한 자들이라면 일반 양민들에게 하는 패악질은 더욱 심할 것이니.”

 

“명 받들겠습니다.”

 

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죽대 선생이 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힘든 일을 겪으신 듯한데 며칠 쉬었다가 가시지요. 제가 편히 모시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없는 사이 학관 일도 걱정이 되니 일찍 돌아가 봐야지. 그럼 잘 처리하시게.”

 

“알겠습니다.”

 

현청을 나서는 죽대 선생을 배웅하던 지현이 슬며시 호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자네가 죽대 선생의 막내 제자 호현 학사가 맞나?”

 

자신을 알아보는 지현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역시…… 눈빛과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고 했는데. 무당학사 호현 학사가 맞군. 내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은근히 친한 척을 하는 지현의 모습에 거부감이 든 호현이 앞장서 걸어가는 죽대 선생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저기 스승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데…….”

 

“아! 알겠네.”

 

말과 함께 지현이 슬며시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방헌으로 가는 노자라도 하시게.”

 

지현이 내미는 주머니를 보던 호현이 그 물건을 받아들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호현이 주머니를 받는 것에 살짝 놀란 얼굴을 하던 지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하긴 누가 돈을 싫어하겠어.’

 

“그럼 조심히 가시게.”

 

지현이 현청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던 호현이 이미 저만치 가 있는 죽대 선생에게 뛰어갔다.

 

“스승님!”

 

호현의 부름에 죽대 선생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 호현이 다가오자 죽대 선생이 그가 들고 있는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지현이 주더냐?”

 

“그렇습니다.”

 

죽대 선생이 손을 내밀자 호현이 손에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주머니를 열어 그 안을 본 죽대 선생이 웃으며 그것을 호현에게 돌려주었다.

 

“지현 저자 하는 행동은 경박스러워 보이던데 통은 크구나.”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주머니 안을 들여다보았다. 주머니 안에는 누런 금자와 작은 진주 몇 알이 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방헌이 아니라 북경까지 가는 노자로 사용해도 남겠습니다.”

 

호현이 품에 주머니를 넣는 것을 보며 죽대 선생이 말했다.

 

“내가 했던 이야기 기억하느냐?”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돈이나 선물을 주는 관리들이 있다면 그 물품은 감사히 받고 그 이름들을 기억하라. 그 물품이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면 그 역시 선물로 받으면 되나, 그 물품이 선물이 아닌 뇌물이라면 그 크기만큼 그들의 죄가 크고 뒤가 구린 것이니 그들을 경계하고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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