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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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9화
“그럼 어쩌자는 거지? 이렇게 밤이 새도록 이곳에 있자는 건가? 아니면…….”
유기가 슬쩍 산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너를 쫓아 올라오는 자들이 이곳에 모이기를 기다리자는 건가?”
흠칫!
유기의 말에 성녀의 고개가 산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유기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파파팟!
순식간에 그 손에서 날아간 비도 세 자루가 성녀의 머리와 다리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헉!”
그에 놀란 성녀가 헛바람을 삼키고 급히 몸을 회전시키며 솟구쳤다.
휘리릭! 파파팟!
발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비수의 느낌에 등골이 오싹해진 성녀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년의 가죽…… 내가 벗긴다고 했지.”
지척에서 들리는 속삭임에 놀란 성녀가 등 뒤로 장력을 뻗으려는 순간 유기의 손이 한발 더 빨랐다.
파팟!
“크윽!”
신음을 흘리며 떨어지는 성녀와 죽대 선생을 양손으로 낚아챈 유기가 땅에 내려섰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내려선 유기는 자신을 노려보는 성녀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후! 못생긴 얼굴,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니 더 못생겨 보이는구나.”
유기의 말에 성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개 같은 자식!”
“후! 개 같은 자식이라…… 나를 아는 사람들 중 살아 있는 사람들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지.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그보다 더 심한 말도 많이 했으니 그 정도로는 내 화를 돋우지 못한다.”
성녀를 보며 웃은 유기가 한쪽에 죽대 선생을 내려놓고는 성녀를 바닥에 눕혔다.
자신을 눕히는 유기의 모습에 성녀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지…… 지금 뭐…… 하려고?”
성녀의 말에 유기가 웃었다.
“못생긴 년 건드릴 정도로 여자에 굶주리지는 않았다.”
유기의 말에 성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그 모습에 유기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이것 봐라?’
보통 못생긴 여자한테 못생겼다고 한다면 그건 큰 치욕이다. 못생긴 여자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든 치욕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지금 성녀는 못생겼다는 말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여자가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는 못생겼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무감각해졌다는 것, 하지만 못생긴 여자들은 못생겼다는 말에 결코 무감각해지지 않는다.
둘째는…… 못생겼다는 말과 자신을 연관을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그녀는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혹시?’
그에 유기는 한 가지 추론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여자의 얼굴은 가짜라는 것을 말이다.
“호! 인피면구라도 쓰고 있는 건가?”
유기의 말에 성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 아니야!”
성녀의 일갈에 유기가 그녀의 아혈을 점했다. 그러고는 유기가 성녀의 턱을 쳐들었다.
스윽!
성녀의 턱을 들고 자세히 본 유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피면구를 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나 하는 생각이 든 유기가 슬쩍 손으로 성녀의 턱과 목 쪽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유기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미세하지만 턱 부분에서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후! 오늘 보물을 두 개나 얻는군.”
성녀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는 것에 유기는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색과 표정까지 정교하게 변하는 인피면구는 보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웃는 얼굴로 유기가 성녀를 바라보았다.
“보물을 두 개나 가져다주었으니…… 되도록 편하게 죽여주마.”
인심을 쓴다는 듯 말을 한 유기가 조심스럽게 성녀의 인피면구를 벗겨냈다.
인피면구가 천천히 벗겨지며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성녀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까지만 벗겨진 인피면구 안에 드러난 성녀의 얼굴에 유기의 입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꿀꺽! 이런 얼굴이라니…….’
성녀의 반만 드러난 얼굴만 해도 그 아름다움에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다.
창백하리만치 투명한 피부와 앵두처럼 도톰한 붉은 입술, 게다가 그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치아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다.
“꿀꺽!”
그 모습에 목이 타는 것을 느낀 유기가 나머지 인피면구를 벗기기 시작했다.
스으윽! 스윽!
천천히 벗겨지는 인피면구와 함께 성녀의 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한 폭의 미녀도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낀 유기가 자기도 모르게 성녀에게 얼굴을 가져갔다.
“으으윽!”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는 유기의 모습에 성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더욱 음심이 돋은 유기가 막 성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대려는 순간 그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파앗!
그와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를 암기들이 뚫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자신의 몸을 뚫고 갔을 암기에 대노한 유기가 어느새 성녀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노인을 노려보았다.
“감히!”
자신의 먹이를 노인이 빼앗는다고 생각한 유기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비수를 날렸다.
파파팟!
유기의 손에서 날아간 비수가 섬전과 같이 노인의 머리와 심장 그리고 단전을 향해 날아갔다.
노인을 향해 날아간 비수들이 막 그 몸을 꿰뚫으려는 순간 땅에서 그림자처럼 세 흑의인이 솟구쳤다.
파파팟!
비수들을 하나씩 잡아 낸 흑의인들이 유기를 향해 솟구쳤다. 그런 흑의인들의 모습에 놀란 유기가 연속으로 비수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유기와 흑의인들이 싸우는 것에 시선도 주지 않은 노인이 성녀를 바라보았다. 성녀의 얼굴은 인피면구가 거의 벗겨져 있어 그 얼굴이 거의 드러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한숨을 쉰 노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찍!
“크윽!”
노인의 손에서 품어진 지력에 성녀가 신음을 흘리고는 급히 인피면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런 성녀를 보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직접 나서신 것은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노인의 말에 성녀가 입술을 깨물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들이 내 명령을 듣는다면 내가 움직일 이유가 없겠죠.”
“저희는 교를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교가 아니라 대수겠죠.”
성녀의 말에 노인이 눈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교의 부흥만을 생각합니다.”
“오륜법왕, 나라고 교의 부흥을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까?”
노인은 바로 일월교의 호법인 법왕 중 한 명인 오륜법왕이었다.
성녀를 보던 오륜법왕이 슬쩍 죽대 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성녀를 바라보았다.
“죽대 선생은 전진도해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죽대 선생은 전진도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는 거라고는 그것이 도교의 경전이라는 것과 이름 정도입니다.”
“믿을 수 없어요. 전진도해는 보물이에요. 그런 보물을 가지고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죠?”
성녀의 물음에 오륜법왕이 고개를 저었다.
“죽대 선생은 무림과 관련이 없는 학사입니다. 그런 그에게 전진도해는 그저 오래된 고서적의 가치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에 성녀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성녀의 모습에 오륜법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입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전진도해를 가져온 교도의 말이 근거입니다. 전진도해를 어떻게 얻은 줄 아십니까? 전진도해는 죽대 선생의 서제에 꼽혀 있었습니다. 교도는 전진도해를 서가에서 뽑아 가지고 나왔습니다. 만약 죽대 선생이 전진도해의 중함을 알았다면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대로 전진도해의 중함을 알았다면 그 누구도 서재에 그런 보물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으득!”
입술을 깨무는 성녀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노학사 때문에 철갑호교단을 희생시켰다는 말인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교도들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에 성녀는 고통스러웠다.
그런 성녀를 보며 오륜법왕이 말했다.
“대수께서 성녀님을 걱정하십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성녀에게 가장 큰 적이 바로 대수인 것이다.
그런 성녀를 보며 오륜법왕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교의 힘을 분산시키지 마십시오.”
“분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분산은 대수가 하는 겁니다.”
“대수께서는 교를 위해 움직이십니다.”
“저는 성녀입니다.”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그를 보던 성녀가 힐끗 고개를 들었다. 나무들 사이로 오륜법왕의 부하들과 유기가 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끌고 오세요.”
성녀의 명에 오륜법왕이 유기 쪽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존명.”
스윽!
오륜법왕의 신형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며 성녀가 한숨을 쉬었다.
‘교를 지켜야 할 법왕들이 대수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니…….’
대수를 떠올리자 답답함이 든 성녀가 고개를 돌리다 죽대 선생을 보았다.
죽대 선생을 보고 있자니 자신과 대수에 대한 분노가 떠올랐다.
자신에게 죽대 선생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은 대수가 미웠고, 잘못된 정보로 그릇된 선택을 해 교도들을 사지로 이끈 자신이 미웠다.
‘으드득! 이래서는 안 된다.’
속으로 중얼거린 성녀가 죽대 선생을 보고 있을 때 오륜법왕이 피투성이가 된 유기를 끌고 나타났다.
“크으윽!”
신음을 흘리고 있는 유기를 성녀의 앞에 던진 오륜법왕이 고개를 숙였다.
“명을 이행하였습니다.”
자신의 앞에 떨어진 유기를 성녀가 바라보았다. 유기는 양팔이 잘려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유기에게 다가간 성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더러운 자식.”
“크으윽!”
성녀의 말에 유기가 신음을 흘리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순간 유기의 눈빛에 음심이 어렸다.
무인에게 전부라 할 수 있는 양팔이 잘린 상태에서도 그녀에 대한 음심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꿀꺽!”
침을 삼키며 자신을 음탕한 눈으로 보는 유기의 모습에 성녀는 화가 났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
유기를 노려보던 성녀가 손을 들더니 단숨에 내리쳤다.
꽈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머리가 부서져 죽은 유기를 보며 오륜법왕이 입을 열었다.
“교로 돌아가시지요.”
오륜법왕의 말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갈 수는 없어요. 전진도해는 어디에 있죠?”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대수인가요?”
성녀의 물음에 오륜법왕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성녀가 화가 나 소리쳤다.
“전진도해가 본 교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는 겁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진도해를 교로 보내세요.”
“그것은 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대수를 만나야겠어요.”
“전하겠습니다.”
“아니, 지금 당장 만나야겠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단호한 말에 망설이는 오륜법왕을 향해 성녀가 다시 말했다.
“오륜법왕 당신은 제 말을 거부할 권한이 없습니다.”
성녀의 말에 오륜법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대로 현재 교주 자리가 공석인 일월교에서 가장 큰 상징적인 존재는 성녀였다.
그가 모시는 대수조차 겉으로는 성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니 말이다.
“모시겠습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죽대 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죽대 선생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성녀의 시선을 따라 죽대 선생을 본 오륜법왕이 입을 열었다.
“제 부하들이 처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