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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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7화
말과 함께 제갈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순간.
덥석!
제갈인의 손을 호현이 붙잡았다.
“제갈 소협!”
호현의 제지에 제갈인이 얼굴을 굳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사인 호현으로서는 사람의 생살을 찢고 뼈를 뽑아내는 광경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죽대선생을 납치한 자의 행방을 알아야 합니다. 보기 어려워서 그러시다면 뒤로 물러나십시오.”
단호한 제갈인의 목소리에 호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제갈 소협……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제갈 소협이 맞는 것인가? 마치 딴 사람 같구나.’
무당파에서 본 제갈인은 조금은 가벼운 사람이었다. 늘 제갈현에게 혼이 나면서도 웃던 제갈인이 이렇게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호현은 당황스러웠다.
잠시 제갈인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묻는다고 답을 할 자가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인이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답을 얻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죽대선생의 일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침을 삼켰다.
“꿀꺽!”
제갈인이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자 호현이 무인에게 다가갔다.
그런 호현의 모습을 무인이 노려보았다. 어차피 그에게 있어서는 호현이나 제갈인이나 둘 다 같은 적인 것이다.
자신을 노려보는 무인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당신들 편이 납치한 사람은 내 스승님입니다.”
“내가 그런 것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나?”
적의 가득한 무인을 보던 호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스승이란 무슨 의미입니까?”
뜬금없는 호현의 말에 무인이 눈가를 찡그렸다. 그런 무인을 보며 호현이 말을 이었다.
“저에게 있어 스승이신 죽대선생은 저를 가르치신 스승이기 이전에 어린 저를 키우고 입히며 먹이신 제 살과 같은 부모입니다. 그런 분을…… 당신들이 납치하였습니다.”
“그것은…… 꿀꺽!”
무언가 말을 할 듯 입을 열었던 무인은 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 무인을 보며 호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자결을 해야 할 정도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에게 스승님이 바로…….”
말을 하던 호현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크윽!”
위기에 처한 죽대 선생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가 자신을 키울 때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감정이 격앙된 호현은 간절한 얼굴로 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은 분입니다. 제발…… 스승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려 주십시오.”
호현의 눈에 담긴 간절함을 느낀 무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 무인의 눈빛을 보고 호현이 다시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
“제발…… 제가 스승님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화아악!
순간 호현의 눈에서 희미한 녹광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때, 무인의 눈동자가 멍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섭혼의 힘을 가진 녹존성이 미약하지만 개방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호현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무인의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스승님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려 주십시오.”
호현의 말에 무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주, 죽대…… 선생은…….”
무인의 목소리에 호현이 급히 말했다.
“어디에 있습니까?”
다급한 호현의 목소리와 함께 눈에서 흘러나오던 녹광이 조금 더 짙어졌다.
화아악!
그러자 무인의 눈빛을 비롯해 얼굴 전체가 멍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죽대 선생은…… 무정현 지부에 있다.”
무인의 말에 옆에 있던 제갈인이 급히 물었다.
“무정현의 어디에 지부가 있다는 것이냐?”
제갈인의 고성에 순간 무인의 눈빛이 변했다.
“헉! 그것을 어떻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듯 경악을 한 무인은 호현과 그들을 보고는 번개처럼 고개를 쳐들었다가 땅으로 부딪혔다.
꽈직!
어떻게 막을 사이도 없이 무인의 뒤통수가 그대로 부서지며 허연 뇌수와 피가 튀었다.
“이런!”
“헉!”
제갈인과 호현이 당혹스러워할 때 명궁이 급히 무인의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죽었네.”
명궁의 말에 눈을 찡그렸던 제갈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인이 갑자기 머리를 땅에 찧고 죽은 것에 놀란 듯 호현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호현의 눈에서 발하던 녹광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런 호현을 보며 제갈인이 말했다.
“그래도 죽대 선생께서 있는 곳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제갈인의 말에 명궁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정현이면 호북과 섬서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라 일반 현에 비해 그 규모가 두세 배는 더 큰 곳이네. 그곳에서 죽대 선생을 어찌 찾을지…….”
말 꼬리를 흐리는 명궁을 보며 제갈인이 고개를 저었다.
“죽대 선생을 납치한 자들이 무정현에 도착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그곳에 도착한다면 그들이 지부에 들어가기 전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보다 먼저 무정현에 간다는 말인가?”
명궁의 말에 제갈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 무정현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무정현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승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디라도 못 가겠습니까.”
“제가 무정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니 그것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명궁 도장과 저 둘을 동시에 잡고 하늘을 날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갈인의 말에 명궁이 놀란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무정현까지 하늘을 날아서 가겠다는 것인가?’
그런 명궁의 시선을 받으며 호현이 잠시 생각을 했다.
‘팽가의 그 큰 덩치 둘을 잡고도 했는데 못할 것도 없겠지. 게다가 이 두 분의 무게를 합쳐도 팽문 소협 한 명밖에 안 될 것 같으니 말이야.’
전에 팽문과 팽립을 잡고 자객을 피해 산을 뛰어다녔던 것을 떠올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듯합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하도록 하지요.”
말과 함께 제갈인이 손을 내밀자 호현이 슬쩍 죽어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시체들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제갈인이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들은 죽대 선생을 납치한 놈들입니다. 죽어 마땅한 자들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무정현에 늦게 도착한다면 죽대 선생을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갈인의 단호한 말에 호현이 입술을 깨물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의와 협을 따질 여유가 없다. 스승님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자.’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명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잡으십시오.”
호현의 말에 명궁이 잠시 망설이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호현이 작게 무릎을 굽혔다가 몸을 솟구쳤다.
화아악!
그와 함께 호현과 두 사람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호현의 손에 잡혀 순식간에 십 장 이상을 솟구친 명궁은 경악성을 토했다.
“헉!”
그로서는 사람이 이렇게 높게 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명궁의 귀에 제갈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 경신법(輕身法, 몸을 가볍게 하는 심법)을 사용하십시오.
제갈인의 전음에 그를 본 명궁은 곧 그 의미를 깨달았다. 자신과 제갈인 둘을 동시에 잡고 하늘에 솟구친 호현에게 무게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다.
명궁이 경신법을 사용하자 곧 그의 무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명궁이 경신법을 사용하는 것을 느낀 제갈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정현은 북쪽에 있습니다.”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하늘을 한 번 보고는 북쪽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그 모습에 명궁이 급히 말했다.
“명균 사형들은 서쪽으로 향했네.”
“서쪽으로 유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형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하지 않겠나?”
명궁의 말에 제갈인이 고개를 저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무당파 분들은 그들의 유인에 걸려 주시는 것이 낫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적들은 무당파 분들이 서쪽으로 유인되는 것을 보면 안심하고 무정현에 있는 그들의 지부로 숨어 들 것입니다. 만약 무당파 분들께서 추격을 포기하고 무정현 쪽으로 향한다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 숨어들 것입니다.”
제갈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는지 명궁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고 있는 호현에게 시선을 주었다.
‘쌍선 어른들께 무공을 익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무공을 익히고 있을 줄이야. 대체 어느 정도의 무공을 익혔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구나.’
호현을 보던 명궁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나는 자네를 알지만 자네는 나를 모르겠군.”
명궁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나는 명궁일세.”
“방헌학관 죽대 선생께 수학하고 있는 호현입니다.”
호현의 인사에 명궁이 슬쩍 땅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지면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하늘에 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하늘 위에서 통성명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군.’
명궁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호현이 물었다.
“그런데 무당파 분들께서 스승님을 쫓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명궁이 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죽대 선생을 잡은 여아가 도망을 가고 난 후 우리는 그 뒤를 쫓았네. 하지만 우리를 막아서는 무인들 때문에 추적이 늦어졌지. 명균 사형께서는 명백 사형과 함께 먼저 그들의 방어진을 뚫고 여아의 뒤를 쫓아가셨네. 그렇게 되자 우리를 막던 자들도 분분히 그 뒤를 쫓아 사라졌네.”
그 후 그 뒤를 무당파 고수들과 학관을 포위하고 있던 무인들이 쫓았다.
그렇게 되자 그들이 쫓던 무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꼬리를 달고 갈 수는 없었겠죠. 추격자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흩어졌을 겁니다.”
상황을 파악한 제갈인의 말에 명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네. 하지만 그들을 놓칠 수는 없었지. 혹시라도 그들이 흩어지는 곳에 죽대 선생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호현의 손에 잡힌 제갈인과 명궁 등은 무정현이 있는 북쪽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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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와 호북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무정현은 양 성을 오가는 상인들과 여행자들로 인해 늘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그런 무정현의 한 찻집에 평범한 회의를 입은 제갈인과 호현이 앉아 있었다.
제갈세가의 복장은 호북에서 워낙 유명하기에 제갈인은 평범한 회의로 갈아입은 것이다.
무언가를 계산하듯 찻물을 손에 묻혀 탁자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던 제갈인이 고개를 들었다.
“호현 학사의 이동 속도와 시간을 생각한다면 죽대 선생을 납치한 계집은 내일 아침에 이곳 무정현에 도착할 것입니다.”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정확한 것입니까?”
“모든 일에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계산으로는 그렇습니다.”
“흐흠……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제갈인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에게는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만약 죽대 선생을 납치한 년의 계획이 바뀌어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면…… 죽대 선생을 다시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헉! 그럼 어찌 해야 합니까?”
당혹스러워하며 묻는 호현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하던 제갈인이 입을 열었다.
“만약…… 죽대 선생께서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그들의 지부라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죽대 선생께서 오지 않는다면 지부에 있는 자들을 통해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갈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