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5화
제갈세가 무인들 앞에 멍하니 있던 제갈인이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혔다.
허리를 굽힌 제갈인의 앞에는 하얀 천에 덥혀 있는 시신 하나가 있었다.
스윽!
조심스럽게 천을 걷어내자 차갑게 식어 있는 제갈현진의 시신이 보였다.
그것을 보는 제갈인의 눈빛이 순간 분노로 꿈틀거렸다.
“으드득!”
제갈현진은 제갈세가의 자랑이었다. 무공을 익힌 몸은 아니었지만 그 인덕과 학문은 세가 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았다.
제갈현진의 시신을 보던 제갈인이 몸을 일으켰다.
“본가에 현진 숙부의 죽음에 대해 전하라.”
“존명.”
제갈인의 명에 제갈세가 무사들 중 한 명이 방헌현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 무인을 보던 제갈인이 입술을 깨물고는 세가무인들을 훑어보았다.
학관에서의 전투가 워낙 치열해 제갈세가 무인들의 피해도 극심했다.
그런 무인들을 보던 제갈인이 사람들을 하나둘씩 가리켰다. 그나마 상세가 심하지 않은 무인들을 추린 제갈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숙부님을 해한 년의 목을 따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는다.”
“존명!”
강하게 답하며 고개를 숙이는 무인들을 보던 제갈인이 제갈현진의 시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파앗!
그와 함께 제갈인의 몸이 빠르게 방헌학관의 담을 뛰어넘었다. 제갈인의 움직임과 함께 다른 제갈세가 무인들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오진과 그 아내인 오씨 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학관 내에 있는 시체들을 치우고 있었다.
평생 시체라고는 본 적이 없는 오씨 댁에게 지금 학관 내의 모습은 지옥, 그 자체였다.
“우욱!”
헛구역질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본 오진이 급히 말했다.
“당신은 안에 들어가서 쉬고 있구려.”
“우욱! 당신 혼자 이곳을 어떻게 하려고요.”
아내의 말에 오진이 한숨을 쉬고는 제갈현진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던 사람이 살해를 당하는 것은 처음 봤기에 오진 역시 내심 충격이 컸다.
제갈현진의 시신을 보며 한숨을 쉰 오진이 서둘러 시신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진과 오씨 댁이 시신들을 옮기기 시작하자 상처를 치료한 제갈세가의 무인들도 그를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관 내에 있는 시신들을 치우고 있을 때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우르릉!
천둥이 떨어지는 듯한 우렁찬 소리에 놀란 오진이 오씨 댁을 껴안으며 바닥에 엎드렸다.
“아저씨!”
바닥에 엎드렸던 오진은 갑자기 들린 고함에 고개를 쳐들었다.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호현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총관님?”
고개를 든 오진은 너무나 익숙한 얼굴을 한 호현을 볼 수 있었다.
호현을 보자 서러움이 복받친 오진은 울먹이며 그에게 달려갔다.
“총관님!”
울먹이며 달려드는 오진을 잡은 호현이 급히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오진의 옆에 있던 오씨 댁이 울며 소리쳤다.
“아이고! 총관님, 학관에 난리가 났어요!
오씨 댁의 말에 호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씨 댁의 말이 아니더라도 학관 내에 쌓여 있는 시체들과 붉은 선혈을 보면 난리도 작은 난리가 아닌 것이다.
잔뜩 굳은 얼굴로 주위를 보던 호현이 급히 입을 열었다.
“스승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호현의 말에 오진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흐흑! 관주께서는…… 흑! 악도들에게 납치를 당하였습니다!”
오진의 절규에 호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체 언제……?”
“얼마 전부터 무림인들이 학관을 포위했습니다. 그런 무림인들이 갑자기 안으로 뛰어들어서는 관주님을 납치해 갔습니다.”
“으득! 그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건…….”
호현의 물음에 답을 하려던 오진은 고개를 저었다. 전투 당시 숨어 있던 그로서는 죽대선생이 납치를 당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어느 방향으로 잡혀갔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대신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린 오진이 급히 제갈세가 무인들을 가리켰다.
“제갈세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제갈세가?’
제갈세가라는 말에 호현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 중 호현이 아는 얼굴은 아무도 없었다.
‘제갈 노사께서는 무사하신지 모르겠…….’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제갈세가 무인들 틈 사이로 제갈현진의 모습을 본 것이다.
하얀 천을 목 아래까지 드리운 채 두 눈을 감고 땅에 누워 있는 제갈현진의 모습을 말이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던 호현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제, 제갈 노사?”
그와 함께 호현의 몸이 사라졌다.
파앗!
사라졌다 싶은 순간 호현의 몸은 제갈현진의 시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제갈현진의 시신 옆에 있던 제갈세가의 무인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이형환위?’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호현은 천천히 제갈현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 갈 노사…….”
바닥에 누운 제갈현진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며 중얼거린 호현이 천천히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게 대체…….”
차갑게 식어 있는 제갈현진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워하는 호현에게 제갈세가 무인들 중 한 명이 다가왔다.
“방헌학관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제갈세가 와룡단의 제갈호입니다.”
제갈호의 말에 호현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호현의 입에서 버릇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자신을 소개한 호현은 멍하니 제갈호를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제갈 노사께서……?”
“지키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제갈호의 모습에 호현이 입술을 깨물고는 그와 뒤에 있는 와룡단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있는 무인들을 보니 그들이 방헌학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을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으득!”
제갈현진의 시신을 보며 이를 갈던 호현이 제갈호를 바라보았다.
“제갈 노사를 죽인 자가 누구입니까?”
“이십이 채 안 되어 보이는 평범하게 생긴 소녀였습니다.”
“소녀? 소녀가 제갈 노사를 해했다는 말입니까?”
제갈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어찌 그런……. 스무 살도 안 되는 어린 소녀가 사람을 죽이다니.’
멍하니 제갈현진의 시신을 보는 호현에게 제갈호가 입을 열었다.
“죽대선생 역시 그 소녀가 납치를 하였습니다.”
제갈현진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사부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던 호현이 급히 제갈호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갔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제갈호가 서쪽을 가리켰다.
“저곳으…….”
제갈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현의 무릎이 굽혀졌다.
우우우웅!
몸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호현의 주위로 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호현의 몸이 순간 솟구쳤다.
펑!
공기가 강하게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호현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서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
*
*
죽대선생을 찾아 호현은 서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다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남겼을 흔적을 찾으며 서쪽으로 얼마를 날았을까. 그의 눈에 평지를 빠르게 내달리고 있는 일단의 무인들이 보였다.
‘저건?’
무인들을 본 순간 호현의 몸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우르릉!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져 내리던 호현은 자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제갈 소협이다.’
천둥치는 소리에 놀라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제갈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호현이 그대로 그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후우웅!
지면에 떨어지기 전 기운을 강하게 방출해 그 여세를 줄인 호현이 가볍게 지면에 내려섰다.
“호, 현 학사?”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 중얼거리는 제갈인을 보며 호현이 급히 말했다.
“스승님의 행적은 찾으셨습니까?”
호현의 물음에도 제갈인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호현이 방금 보인 모습은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져?’
자신의 물음에 멍하니 있는 제갈인의 모습에 호현이 눈을 찡그리며 다시 입을 열려 했다.
그러다 고개를 젓고는 대신 제갈인의 팔을 잡았다.
“잘 잡으십시오!”
무릎을 굽히는 것과 동시에 호현의 몸이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펑!
“헉!”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게 된 제갈인은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깜짝 놀라는 제갈인을 힐끗 본 호현이 다시 서쪽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제갈 소협! 스승님의 행적은 찾았습니까!”
호현의 고성에도 제갈인은 여전히 파랗게 질린 얼굴로 지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호현이 다시 일갈을 내질렀다.
“제갈 소협!”
호현의 고함에 그제야 제갈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 이게…… 지금 우리가 하늘을 나는 것입니까?”
자신이 원하는 답이 아닌 엉뚱한 답을 내놓는 제갈인의 모습에 호현이 다시 소리쳤다.
“제갈 소협!”
호현의 고성에 그를 보던 제갈인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호현이 자신을 잡고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하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우선 다른 일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제갈현진을 죽인 자를 잡고 죽대선생을 구해내는 일에 말이다.
정신을 차린 제갈인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고는 서쪽을 가리켰다.
“서쪽으로 흔적이 이어져있습니다.”
서쪽이라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자신이 잘못 움직이지는 않은 것이다.
그의 말에 호현이 더욱 빠르게 서쪽 하늘을 날기 위해 기운을 끌어올리다 제갈인을 바라보았다.
“제갈 노사의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인이 이를 갈았다.
“으득!”
입술을 깨물며 호현을 쏘아보던 제갈인은 고개를 저었다. 제갈현진이 죽은 것은 호현의 탓이 아닌 것이다.
비록 그것이 호현이 부탁한 죽대선생을 지키다 벌어진 일이라 해도 말이다.
“숙부님께서는 의를 위해 돌아가신 것입니다.”
제갈인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읽은 호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서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일이 어떻게 된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제갈인이 방헌학관에서 벌어진 일들을 빠르게 설명했다.
간단하지만 핵심만을 짚는 제갈인의 설명으로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호현이 물었다.
“그럼 무당파 분들이 스승님을 납치한 자들을 쫓고 있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무당파 선인들이 쫓고 있다면 스승님께서는 안전할 것이다.’
무당파 선인들의 능력을 믿으며 속으로 자신을 안정시킨 호현은 더욱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날았을까. 제갈인이 급히 소리쳤다.
“호현 학사! 밑을 보십시오!”
제갈인의 고성에 호현이 밑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평지 한쪽에서 십여 명의 무인들이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력을 집중하자 무인들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무당파 도복이다.’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는 무인들 중에서 무당파 도복을 발견한 호현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르릉!
예의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호현이 급격히 떨어지자 땅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헉! 뭐야?”
“사람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놀라 하늘을 올려다볼 때, 제갈인과 함께 호현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화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