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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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4화
다가오는 성녀를 보며 철갑법왕이 입가를 닦았다.
스윽!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철갑법왕이 굳은 얼굴로 성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 적 사이에 파고들다니,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 목적은 이뤘습니다.
- 성녀께서 다치셨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 다치지 않았으니 됐습니다. 지금은 이곳을 탈출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지요.
성녀의 말에 눈가를 굳혔던 철갑법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스윽!
철갑법왕이 눈을 돌리자 학관의 담 위에 늘어서 있는 스무 명 정도의 무인들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 문제다.’
무당파와 제갈세가는 죽대 선생의 안전을 위협하면 물러서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은 죽대 선생이 남의 손에 들어가게 할 바에는 차라리 죽일 자들이었다.
철갑법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명균이 힐끗 주위를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무당파의 명균이 이곳에 모인 여러 고인(高人)들에게 한 가지 드릴 말이 있소.”
명균의 말에 담장 위에 서 있던 무인들 중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대도를 든 중년인이 웃었다.
“후후후! 무당파의 명균 도장이 나에게 고인(高人)이라고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군.”
중년인의 말에 명균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절마왕이라면 충분히 고인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겠지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명균의 모습에 오절마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쩝! 내가 누구인 것을 알았으니 오늘 일이 정말 잘 풀려야겠군. 안 그러면 평생 무당파의 추격을 받겠어.”
일이 잘못되어 무당파의 추격을 받는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한 말을 하는 오절마왕을 보며 명균이 포권을 해 보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 역시 잘 부탁하겠네. 그래,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인가?”
오절마왕의 하대에 명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오절마왕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은 죽대 선생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명균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께서도 보셨겠지만 죽대 선생께서는 스스로 여기에 나오셨습니다. 그것은 죽대 선생께서 감출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출 것이 없다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
담장 한쪽에 서 있는 머리가 유난히 크고 생김새가 닮은 두 명의 중년인을 보며 명균이 포권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혹 두 분께서는 강서성의 거두쌍웅이 아니십니까?”
무당파 차기 장문인인 명균이 자신들을 알아본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거두쌍웅 중, 첫째인 패왕권 손궁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강서성 거두쌍웅이 맞습니다.”
“평소에 한 번 뵙기를 원하던 영웅을 만나게 돼 개안을 하였습니다.”
“저희야 말로 무당의 명균 도장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데…… 죽대 선생께서 감출 것이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손궁의 물음에 명균이 주위를 훑어보다 죽대 선생을 데리고 있는 성녀 쪽을 바라보았다.
“죽대 선생께서는 전진도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그만 풀어주시는 것이 어떻겠소?”
명균의 말에 성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많은 희생을 치룬 상태인데 죽대 선생을 놓아주라니,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죽대 선생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성녀의 행동에 명균이 입을 열려는 순간, 주위에 많은 기척들이 느껴졌다.
사방으로 흩어졌던 무인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짜증나는 것들.’
무인들의 기척에 짜증이 난 명균이 학관 밖을 노려보다가 성녀 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죽대 선생께서는 전진도해의 내용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거의 없소.”
“아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손궁의 물음에 명균이 잘 물었다는 듯 급히 말했다.
“죽대 선생께서는 전진도해를 가지고 계셨지만 그 동안 단 한 번 훑어본 것이 전부라 하셨소이다. 그러니 그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명균의 말에 오절마왕은 웃기다는 듯 입술을 실룩거렸다.
“크큭! 명균 도장……. 지금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장삼봉이…….”
화아악!
오절마왕의 말에 순간 명균과 명백을 비롯한 무당파 고수들의 얼굴에 살기가 어렸다.
그들의 집중된 살기에 오절마왕이 경직되었다.
“오절마왕…… 대 무당파의 개파조사에게 예를 보이게.”
싸늘한 명균의 음성에 오절마왕이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조, 좋다.”
오절마왕의 굳은 음성을 들은 후 명균이 손을 들자 무당파 사람들의 살기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집중된 살기가 사라지자 작게 한숨을 내쉰 오절마왕은 명균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정파 놈들.’
명균을 노려보던 오절마왕이 입을 열었다.
“장삼봉 진인이 무당파를 개파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진파는 중원 도교 무학의 정상이었소. 아니, 소림사와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는 천하제일 거파였지. 그런 전진파의 비학이 담긴 전진도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한 번 훑어보고 말았다? 그 말을 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소.”
“죽대 선생은 무인이 아닌 학사입니다.”
“무인이 아니더라도 보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지.”
오절마왕의 말에 성녀의 손에 잡혀 있던 죽대 선생이 고함을 질렀다.
“그까짓 잡서가 무슨 보물이라는 것이냐!”
“잡서?”
죽대 선생의 말에 오절마왕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이 무례한 놈! 공맹의 말을 적은 것도 아니고 허풍이 가득한 그런 책 따위가 무슨 보물이라는 말이냐.”
격분을 해 고함을 지르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오절마왕이 슬며시 물었다.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기에 허풍이라 하시는 것이오?”
“허풍이고말고. 한 걸음에 삼 장을 뒤덮는 환영을 만들 수 있다 하고, 무슨 내공인가를 익히면 단전에 내단이 생기게 해 그것이 오행을 머금게 되면 일 수에 태산을 부술 수 있다는 내용들이 적혀 있는데, 그럼 이게 제대로 된 내용이란 말이더냐!”
죽대 선생의 말에 손궁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천라신보와 오행신장. 꿀꺽! 그 두 무공도 담겨져 있는 것인가.”
쿵!
손궁의 말에 학관 담에 올라서 있던 무인들의 얼굴에 탐욕이 드러났다.
천라신보와 오행신장은 둘 다 무림에 전설로 내려오는 무공인 것이다.
무인들의 얼굴에 깃든 탐욕을 본 명균의 얼굴이 굳어졌다. 죽대 선생의 괜한 말에 일이 더욱 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제길! 죽대 선생 이 사람이 진짜!’
타타탓!
순간 담에 올라서 있던 무인들이 회의인들을 사방으로 포위했다.
“우리끼리 다툴 필요가 뭐 있겠소. 나눌 수 없는 물건도 아니고, 물건을 적게 한 다음 나누는 것이 어떻소?”
“그렇소. 괜히 피를 흘릴 필요는 없지 않겠소?”
오절마왕 등의 제안에 죽대 선생이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 너희들은 대명제국의 지엄한 국법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 나는 전 한림원 대학사 죽대 박현이다!”
“그러니 우리 같은 인물들이 당신을 맞이하러 나온 것이 아니겠소.”
“네놈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죽대 선생의 고성에 오절마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니 죽대 선생께서는 걱정할 필요 없소이다. 장담하건대 세 살 생일에 먹은 아침, 점심, 저녁까지 기억을 하게 만들 것이니.”
싸늘한 오절마왕의 말에 죽대 선생이 코웃음을 쳤다.
“어디 마음대로 해 보거라.”
그런 죽대 선생의 행동에 명균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에게 전진도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설득해도 모자를 판에 저렇게 말을 하면, 죽대 선생이 뭔가 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막나가는 죽대 선생의 행동에 속이 타는 명균은 입술을 한 번 적시고는 명백에게 전음을 전했다.
- 상황이 어려워지는구나.
- 제가 기습을 하겠습니다. 그 틈에 죽대 선생을 구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명백의 전음에 명균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철갑법왕의 무위를 생각한다면 그 손에서 죽대 선생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죽대 선생께서 저들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면 지독한 고통을 겪게 되실 것이다. 게다가 죽대 선생께서는 전진도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내놓을 것도 없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고문을 겪게 되실 것이다.’
죽을 때까지 고문을 당하는 것과 깨끗하게 죽는 것 그리고 확률은 적지만 구출을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생각하던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 신호하면…… 간다.
- 알겠습니다.
한편 철갑법왕은 오절마왕 등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무당파의 동태만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했군.’
검을 잡은 명백과 명균의 손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전음으로 철갑호교단에게 준비를 시킨 철갑법왕은 심호흡을 하고는 성녀에게 죽대 선생을 내밀었다.
- 잘 잡고 계십시오.
- 어쩌려고?
성녀에게 눈짓을 한 철갑법왕은 무당파 사람들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명백의 무릎이 살짝 구부러지는 것이 보였다.
- 지금!
순간 철갑법왕이 성녀를 들어서는 그대로 서쪽 하늘을 향해 집어던졌다.
쐐애액!
빠르게 하늘을 날아가는 성녀와 죽대 선생의 모습에 사람들의 입에서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헉! 쫓아라!”
“죽대 선생을 구해라!”
“쫓아!”
“감히 어디서 잔재주를!”
오절마왕 등과 무당파 사람들이 성녀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철갑법왕과 철갑호교단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나갈 수 없다!”
“뚫어!”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들 간의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철갑법왕의 혼신을 다한 기력에 몸을 맡긴 성녀는 죽대 선생을 꽉 잡았다.
꽝! 꽝! 꽝!
뒤에서 들리는 폭음소리로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내 임무는 죽대 이 자를 교로 데려가는 것이다.’
입술을 깨문 성녀는 점점 가까워오는 지면을 가볍게 박차고는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죽대가 저기 있다. 쫓아!”
성녀가 나아가는 것과 함께 학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던 무인들이 그녀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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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익!
호현은 방헌에서 사백 리 떨어진 보강 하늘을 날고 있었다. 북경에서 출발해 장장 칠 일 밤낮을 쉬지도 않고 하늘을 날아 드디어 호북 보강에까지 도착한 것이다.
휘이익!
빠르게 지나가는 지면을 보며 호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상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애써 불안함을 떨쳐낸 호현은 입술을 깨물고는 더욱 속력을 내 날아가기 시작했다.
‘스승님…… 제갈 노사…… 제가 갑니다. 제발 별일 없으시기를…….’
제8-1장 죽대 선생을 찾아라
호북 방헌학관.
죽림에 감싸인 고아한 풍취를 자랑하는 곳. 학사들이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배우는 방헌학관은 지금 붉은 선혈과 시신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 방헌학관의 마당에서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학관을 포위하고 공격하던 무림인들은 떠나고 이곳 방헌학관에는 제갈세가 무인들과 오씨 부부만이 남아 있었다.
죽대선생이 납치되고 난 후 모든 무인들이 그 뒤를 쫓아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죽대선생 단 하나일 뿐이지 살육이나 방헌학관이 아닌 것이다.
그런 무인들의 뒤를 쫓아 무당파 역시 방헌학관을 떠났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최우선 과제는 죽대선생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두 떠나고 텅 비어 있는 방헌학관에 제갈세가 무인들이 굳은 듯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