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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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3화
그 모습에 명균이 눈살을 찡그렸다.
‘집단전에 능한 곳이다. 대체 어느 문파지?’
마치 군대처럼 진을 짜서 움직이는 회의인들의 모습에 명균의 속이 타들어갔다.
채채채챙!
회의인들을 향해 시선을 주던 명균의 눈에 놀라운 것이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회의인들이 자신들을 공격하자 무인들 중 일부가 그들을 공격했다. 그런데…… 그들의 병기가 회의인들의 몸에 박히지 않고 튕겨 나가는 것이었다.
“칼이 박히지 않아?”
그리고 명균의 눈에 그들의 찢어진 옷 사이로 반짝이는 철갑이 보였다.
“철갑? 철갑을 두르고 있단 말인가?”
무인들은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무거운 갑옷 같은 것은 입지 않는다. 그런데 철갑이라니…….
‘설마 진짜 군대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것도 무공을 익힌?’
회의인들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을 보던 명균이 급히 손을 들었다.
“퇴(退)!”
명균의 명령에 무당파 고수들이 전방을 향해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꽈꽈꽝!
강기가 전방을 휩쓸자 공격하던 무인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타 명균과 사람들은 급히 학관 안으로 움직였다. 소수로 다수를 상대할 때에는 좁은 곳이 유리한 법이다.
‘게다가 저 정체불명의 놈들은 다른 자들까지 공격을 하고 있으니…… 잘 하면 저들이 우리의 아군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가까이 접근을 하면 그 자들은 위험한 적이 되겠지만 말이다.
성녀를 호위하며 학관으로 나아가는 철갑법왕의 주먹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투갑이 끼어져 있었다. 투갑의 머리에는 뾰족한 송곳 같은 것이 박혀 있었는데, 이미 그 주위에는 붉은 피와 살점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철갑법왕의 주먹이 자신을 막아서는 한 무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꽈직!
무인의 머리가 두부처럼 으깨지며 부서지는 것을 보다가 철갑법왕이 힐끗 죽림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움직이지 않는군. 움직이기 전에…… 죽대를 잡아야한다.’
속으로 중얼거린 철갑법왕이 철갑호교단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 내가 앞장선다! 성녀를 호위해라.
전음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철갑법왕이 그대로 솟구쳤다. 그리고는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문곡성!’
화아악!
순간 눈동자가 급격하게 커진 철갑법왕의 눈에 전방의 기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쪽짜리이기는 하지만 철갑법왕은 문곡성을 열 수 있는 것이다.
문곡성을 통해 기의 흐름을 확인한 철갑법왕이 주먹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화르륵!
순간 철갑법왕의 양 주먹에 강기의 불꽃이 솟구쳤다.
“강기성화다!”
“강기성화 고수다!”
철갑법왕의 주먹에서 솟구친 기운에 놀란 무인들이 서둘러 몸을 피할 때, 그가 강하게 주먹을 내밀었다.
‘구룡강림(九龍降臨)!’
화르륵! 화르륵!
순간 철갑법왕의 주먹에서 불타는 강기가 용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전방을 휩쓸어 갔다.
퍼퍼퍼퍼펑!
강기의 용이 휩쓸어 간 자리에 있던 무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그 경악스러운 무위에 멍하니 철갑법왕을 보던 무인들은 순간 사태를 파악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전진도해에 대한 욕심으로 마비되었던 이성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강기성화의 고수, 아니 어쩌면 그것을 능가할지도 모르는 자인 것이다. 게다가 그가 아니더라도 학관 안에는 무당과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무인들이 흩어지고 학관까지 길이 뚫리자 철갑호교단은 그대로 담을 넘어갔다.
철갑호교단이 담을 넘는 것과 동시에 죽림의 이곳저곳에서 이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고수들이 몸을 날렸다.
조무래기 무인들이 싸울 의욕을 잃고 뒤로 물러선 이상 이제는 힘이 있는 자들이 나설 차례인 것이다.
타타탓!
죽림에서 빠져나온 고수들이 빠르게 학관의 담에 내려섰다.
학관의 담을 넘은 철갑법왕은 지체 없이 죽대 선생을 호위하고 있는 무당파 고수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막아라!”
명균의 고함에 진이 움직이며 철갑법왕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리고 무당파 고수들은 다음 움직임을 위해 진을 옮기려 했다.
그들 생각에 철갑법왕과 같은 고수라면 이번 공격을 능히 피해 내거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해서 그 다음 움직임을 미리 제압하기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당파 고수들의 실수였다.
그들 생각과 달리 철갑법왕이 몸을 움츠린 채 그들 사이로 뛰어든 것이다.
채채채챙!
철갑법왕이 자신들의 검을 퉁겨내는 것에 무당파 고수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금강불괴?”
“이게 대체……?”
무당파 고수들이 당황하는 그 짧은 사이에 철갑법왕은 그대로 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모습에 대경한 명백과 명균이 급히 철갑법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대 선생을 보호해라!”
“막아!”
두 사람의 외침에 무당파 고수들도 급히 진을 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 사이로 철갑호교단이 파고들었다.
채채채챙!
철갑호교단의 몸에 닿은 검이 튕겨나가는 것을 보고 한 도사가 외쳤다.
“옷 안에 갑옷이 있다! 드러난 곳을 공격해!”
무당파 고수들이 철갑호교단과 싸우고 있을 때, 명백과 명균은 죽대 선생을 향해 달려드는 철갑법왕을 상대하고 있었다.
“놈! 상대를 잘못 골랐다!”
화르륵!
명균의 외침과 함께 그의 검에서 강력한 강기의 불꽃이 솟구치며 철갑법왕의 가슴을 향해 휘둘러졌다.
또한 명백의 검에서도 어느새 강기의 불꽃이 솟구치며 철갑법왕의 다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양쪽에서 동시에 휘둘러지는 강기성화 고수 둘의 공격에 철갑법왕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나는 피하고 하나는 몸으로 때운다.’
그와 함께 철갑법왕이 다리를 들어 명백의 검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런 철갑법왕의 모습에 명백은 입술을 깨물었다.
‘철갑 따위가 내 검을 막을 수는 없다.’
그와 함께 명균의 검이 그대로 철갑법왕의 가슴을 찔렀다.
꽝! 주루룩!
철갑법왕의 가슴에서 폭음이 울리더니 그의 몸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그 모습을 명균이 황당한 듯 바라보았다.
‘막혀?’
아무리 강철을 대고 있다고 해도 명균의 검은 강기성화가 깃든 검이다.
그 검이 철갑법왕의 가슴을 뚫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철갑법왕도 멀쩡하지는 않은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강기성화 공격을 버티는 방어라면 이놈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나와 명백 둘 뿐이다. 길게 끌면 우리 쪽 희생이 커!’
마음을 독하게 먹은 명균은 재차 철갑법왕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탓!
그와 함께 철갑법왕 역시 명균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문곡성!’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철갑법왕의 눈에 명균의 내공 흐름이 들어왔다.
그 말은 명균이 하려는 공격이 그의 눈에 보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명균의 몸에서 내공의 보호를 받지 않는 곳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명균과 철갑법왕이 다시 부딪혔다.
꽝!
죽대 선생의 옆에 붙어 선 제갈현진은 큰 소리로 제갈세가의 무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건이! 뢰! 칠! 퇴! 유! 감! 감!”
일반인들은 들어도 알 수 없는 진법의 움직임을 큰 소리로 외치며 제갈현진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제갈세가에서 보낸 무인들은 총 스물이었다. 그런데 그 중 일곱이 벌써 희생된 것이다.
‘감히! 제갈세가의 무인을! 감히! 감히!’
제갈세가의 무인 한 명이 죽을 때마다 자신의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제갈현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절대! 절대 용서치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그나마 지금 제갈세가 무인들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제갈현진의 빠른 명령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곤! 충! 섬! 퇴! 퇴!”
빠르게 명령을 내리던 제갈현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어? 뭐지?’
순간 자신의 시야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이상한 무언가에 제갈현진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쪽에는 무당파 고수들과 회의인들이 싸우고 있을 뿐,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다시 시선을 돌린 제갈현진은 제갈세가 무인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전장을 살피던 제갈현진의 눈에 또 다시 이상한 것이 보였다.
희뿌연 무언가가 시야에 잠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이상한 감각 말이다. 마치 귀신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런 이상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제 제갈현진은 확신을 가졌다. 이상한 것을 두 번이나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천문! 겸! 참!”
제갈현진의 외침에 한 제갈세가의 무인이 현진이 이상한 곳을 본 자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였지만 무인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사악!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무인의 검이 곧 제갈현진이 지목한 자리를 베어나갔다.
성녀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베어져오는 검에 경악했다.
‘염정성이 걸렸다고?’
북두신공의 반쪽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그녀가 시전한 것은 염정성이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생기를 방출한다. 그것은 나무나 돌이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눈으로 보지만 그 이전에 생기를 느끼고 그 존재를 확인한다. 하지만 염정성을 개방하면 그 생기를 없애버린다.
생기를 없애버리면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그녀를 알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이런!’
다급성을 지른 성녀는 그대로 손을 들어올렸다.
화아악!
순간 성녀의 손이 투명하게 변하더니 제갈세가 무인의 검을 막아냈다.
챙그랑!
제갈세가의 무인은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쪼개지는 검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무인의 얼굴을 노려보던 성녀가 힐끗 고개를 돌렸다.
‘죽대 선생까지 일 장.’
무인을 공격할 것인가, 죽대 선생을 노릴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던 성녀의 몸이 움직였다.
그녀의 목표는 죽대 선생이었다.
파앗!
죽대 선생을 향해 성녀가 몸을 날렸다. 죽대 선생의 주위에는 오직…… 제갈현진, 그 만이 남아있었다.
제갈현진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소녀가 제갈세가 무인의 검을 부수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그 목표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깨달은 제갈현진은 그대로 죽대 선생의 몸을 가로막았다.
“안……!”
푸욱!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함을 지르던 제갈현진은 단 한 음성마저 다 토하지 못했다.
어느새 자신의 심장을 소녀의 손이 꿰뚫고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제갈현진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지나갔다.
자신의 몸이 쓰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그리고 자신을 놀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죽대 선생의 모습도 보였다.
‘어…… 이게…… 죽음인가? 안 되는데…… 호현 학사와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호현 학사와 백성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제갈현진의 눈이 천천히 감기기 시작했다.
‘안…… 되는데…….’
털썩!
죽대 선생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소녀가 잔인하게도 제갈현진의 가슴에 손을 박은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는 단숨에 제갈현진의 가슴에 박힌 손을 뽑아내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
탁!
자신의 목을 틀어 쥔 소녀를 죽대 선생이 노려보았다.
“이 어린 것이 감히!”
죽대 선생의 외침을 귓등으로 들으며 소녀가 주위를 향해 일갈을 질렀다.
“멈춰라! 죽대 선생은 내 손에 있다!”
소녀의 일갈에 무당파 고수들이 그쪽을 보고는 명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철갑법왕을 강하게 밀어낸 명균이 손을 들자 무당파 고수들과 제갈세가 고수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그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제야 소녀, 성녀가 죽대 선생을 잡고는 천천히 철갑법왕과 철갑호교단의 옆에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