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6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0화
“이런…….”
당혹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보던 호현이 문곡성을 열었다.
화아악!
그러자 주위의 기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곡성을 연 호현이 주위를 다시 훑어보았다.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사이 혹시라도 사람이 다쳤는지 그 기운으로 알아보려는 것이다.
한참 주위를 훑어보던 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 사람들은 없었나 보군.”
혹시라도 태봉처럼 산에 사냥을 하러 온 사람들을 다치게라도 했다면 호현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위를 살펴 본 호현이 이제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태극호신공을 통해 조화시켜서 그런지 온몸에서 들끓었던 기운들은 사라지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기운만이 몸에 남아 있었다.
몸 안의 기운들을 살피던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응? 기운들이 커진 것 같은데?’
몸 안에 흩어져 있던 기운들의 크기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몸의 기운들을 살피던 호현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다고 호현이 이곳이 어디인지 알리 만무했다.
북경에서 움직인 이후 그 동안 남쪽만을 바라보며 날아왔을 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왔던 것이다.
‘결론은 다시 하늘인가?’
하늘을 날아서 주위를 살핀다면 뭐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잠시 보던 호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휴우! 오늘은 뛸까.”
하늘을 날다 방금 전 그 고생을 해서인지 다시 날아오르기가 겁이 난 호현은 남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의 무게를 줄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호현은 남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산을 빠르게 내려가던 호현은 중심을 잡는 것에 애를 먹고 있었다.
평지라면 어떻게든 달려 나가겠는데 산중이다 보니 나무나 바위 등, 앞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많은 것이다.
탁!
나무를 박차며 몸을 날린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산을 내려갈 때만 날아갈까?’
하지만 곧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아까와 같은 고통을 겪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갔을까, 호현의 눈에 한 노승과 아이들이 산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금 호현이 산을 달리는 속도는 거의 산짐승의 그것과 같아 혹 아이들이나 노승이 놀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산 정상에서 호현이 날뛰는 것을 본 혜각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산을 하고 있었다.
정체도 모르는 고수가 날뛰는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정도로 짧은 인생을 산 혜각이 아닌 것이다.
‘산을 돌아가야겠지만 괜한 일에 휘말릴 필요는 없겠지.’
“스님, 왜 다시 산을 내려가는 거죠?”
한 아이의 물음에 혜각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산에 호랑이가 있더구나.”
“호랑이요?”
깜짝 놀라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며 혜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아주 큰 호랑이더구나.”
“스님, 그럼 빨리 내려가요.”
“후후후! 그래서 지금 내려가고 있지 않느냐. 그래도 조심히 내려가거라.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다치는 법이니.”
혜각의 말에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가던 혜각이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건?’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기척을 느낀 것이다.
기척을 속일 생각도 없는 듯 나무 부러지는 소리까지 요란하게 내며 다가오는 인기척에 혜각은 목에 걸고 있던 불진을 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혜각의 눈에 한 젊은 학사가 다가오는 것이 들어왔다.
산 정상에서 본 그 젊은 학사였다.
‘나를 쫓아 온 것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혜각은 불진을 양손에 끼운 채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불호를 외우며 고개를 숙이는 스님의 모습에 호현도 마주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스님에게 합장을 하며 예를 보인 호현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잘 되었구나 이 분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물어 보면 되겠어.’
“스님.”
호현의 부름에 스님, 혜각이 입을 열었다.
“시주께서는 어떤 가르침을 주시려고 나를 따라오는 것인가?”
‘응? 내가 스님을 따라왔다고?’
이상한 생각이 든 호현이 혜각을 향해 말했다.
“무언가 오해를 하신 듯한데, 저는 산을 내려가기 위해 가고 있을 뿐 스님의 뒤를 따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시주가 먼저 내려가시게. 이리들 오거라.”
아이들을 자신의 옆으로 당겨 길을 비켜주는 혜각을 호현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스님께서 저를 오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오해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 그저 소협은 가던 길 가고 나는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인데.”
갈 길 어서 가라는 듯 바라보는 혜각을 보던 호현이 잠시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저는 호북 방헌학관에서 수학하고 있는 호현이라 합니다.”
방헌학관이라는 말에 혜각의 눈이 찡그려졌다.
‘방헌학관이라면…… 전진도해가 나왔다는 곳이 아닌가?’
방헌학관에서 전진파의 비전 비급인 전진도해가 나와 호북 일대 무림인들의 다툼이 일어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혜각은 점점 호현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혜각의 머리에 예전에 들은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혹 소협이 무당학사시오?”
오랜만에 듣는 무당학사라는 이야기에 호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무당학사라…… 후후! 그 이름도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게 들리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혜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과분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제가 맞습니다.”
호현의 말에 혜각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지단(仁之端)이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지단(義之端)이다.”
‘맹자의 사단(四端)?’
혜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현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그 다음 구절이 나왔다.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지단(禮之端)이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지단(智之端)이라.”
호현의 말에 혜각이 옆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혜각의 말에 호현이 아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한 말은 맹자의 공손추 편에 나오는 내용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네 가지 바름에 대한 것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좋은 내용이니 내가 한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거라.”
아이들을 보며 호현이 말을 이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無惻隱之心 非人也)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無羞惡之心 非人也)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無辭讓之心 非人也)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是非之心 非人也)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짊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호현이 아이들에게 사단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며 혜각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정말 무당학사인가? 무림인이라면 맹자의 사단설을 잘 모를 것인데.’
공자와 맹자의 학설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식인들, 학사들의 이야기였다.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칠득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왜 사람이 아니야! 나도 부끄러워한다고!”
“에이! 너는 안 씻고 냄새나도 부끄러워하지 않잖아!”
“그건…… 어쨌든 나도 사람이야! 너야말로 먹을 것만 보면 사양하지도 않고 그냥 입에 다 넣잖아! 그럼 너는 사람이 아니고 돼지냐!”
아이들의 다툼에 호현이 웃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불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부끄러워하며, 사양하는 마음을 가지고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짐승이 되는 것이다. 너희들은 짐승이 되기 싫지?”
“네!”
“저희는 짐승이 되기 싫어요!”
“그래, 그러면 앞으로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웃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호현의 모습에 혜각은 자신이 그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저 정도 되는 고수가 나를 해하려 했다면, 이렇게 위장을 할 필요가 없겠지. 그런데…… 무당학사는 학사라 들었는데 무공이 왜 이리 뛰어나다는 말인가?’
호현을 보던 혜각이 입을 열었다.
“산 정상에서 자네를 보았네.”
‘무슨 소리…… 아!’
호현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포권을 해 보였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네. 그런데 왜 그러고 있었던 건가? 무슨 화나는 일이라도 있었나?”
혜각의 물음에 고개를 저은 호현은 화재를 돌리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곳은 어디입니까?”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온 것인가?”
“북경에서 호북으로 급히 가는 중이라 마을들을 들르지 못했습니다.”
호현의 말에 혜각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네가 무당학사라면 방헌학관이 사문일 것인데, 그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정신이 없겠지.”
“그런 일? 무슨 말씀이신지……?”
“응? 방헌학관의 일을 모르나?”
혜각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학관에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르는 듯한 호현의 모습을 보던 혜각이 입을 열었다.
“나도 풍문으로만 들은 것이라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자네 학관에서 절세비급이 출현한 듯하네.”
“절세비급……?”
절세비급이라는 것이 뭔가 생각을 하던 호현은 혜각을 바라보았다.
“무당파의 태극권 같은 것 말입니까?”
“비슷하다 할 수 있지.”
혜각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학관에 스승님이 모은 유림의 고서적들이 많기는 하지만 무공에 관한 서적은 단 한 권도 없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혜각이 말을 이었다.
“그 비급을 노리는 무인들과 문파들 때문에 호북 일대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더군.”
피바람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바람이라니.’
“방헌학관에 피해가 있는 것입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잘 모르겠다는 말에 호현은 죽대 선생에 대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스승님께서는 무사하실 것이다.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제갈 노사께서 스승님을 돌봐 주신다고 하였으니.’
제갈현진이라면 죽대 선생을 잘 보호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걱정을 지운 호현이 혜각을 향해 말했다.
“저희 학관에서 나왔다는 비급이 혹시 뭔지 아십니까?”
“듣기로는 멸문한 전진파의 무공이라고 하더군.”
“전진파의 무공? 그런 것이 그리 중요하다는 말입니까?”
“무림인들에게 무공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겠나. 게다가 전진파라면 원 나라 이전에는 천하제일을 다투던 문파 중 하나였으니, 그 무공의 위력이야 더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가, 주인까지 사라졌으니 금상첨화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방금 말했던 태극권은 무당파라는 주인이 있네. 그 말은 태극권 비급이 땅에 떨어져 있다 해도 그것을 익힐 간 큰 자가 없다는 말이지. 무당파 사람이 아닌 자가 태극권을 사용한다면 바로 추살이 되고 말 것이니까. 하지만 방헌에서 발견된 무공은 다르지. 이미 멸문한 전진파의 무공이기에 주인이 없네. 즉, 찾은 사람이 주인이 된다는 것이네.”
“그 말씀은……?”
“강해지고 싶은 무인들과 남이 강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무인들…… 즉, 대부분의 무인들이 그 무공을 노리고 있을 것이네.”
‘모든 무인들이 무공을 노리고 있다고? 그 말은 모든 무인들이 학관을 노리고 있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