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5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8화
퍼퍼펑!
‘호신강기?’
탄음신공이 막힌 것을 깨달은 유표가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월영참!”
번쩍!
유표의 손에서 뿜어진 반월의 강기가 복면인을 반으로 쪼갤 듯 날아들었다.
그리고 순간 유표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복면인이 자신의 월영참을 그대로 갈라버린 것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경악을 한 눈으로 복면인을 보던 유표의 눈에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이 보였다.
‘칠(七)?’
복면인의 가슴에 새겨진 숫자를 보는 순간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창칠호?”
유표의 중얼거림에 순간 칠(七)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파앗!
순간 칠(七)의 신형이 사라지는 것에 유표가 황급히 몸을 솟구쳤다.
유표가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 어느새 나타난 칠(七)이 주먹으로 땅을 후려쳤다.
쾅!
칠(七)의 주먹에 땅이 산산이 부서지며 휘날렸다.
칠(七)의 주먹에서 뿜어진 사나운 붉은 기운을 본 유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적황공.”
유표의 중얼거림에 칠(七)의 눈빛에 의문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어렸다.
그 모습에 유표는 급히 오가장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유표가 도망치는 것에 팔(八)을 제외한 복면인들이 그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호현이 당황해할 때 팔(八)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다시 보세.”
말과 함께 팔(八)이 칠(七) 등이 사라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파앗!
순식간에 사라지는 팔(八)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호현은 그들을 쫓아 몸을 날리려다 멈췄다.
장원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급히 장원 안으로 들어간 호현은 곧 방윤의 처소로 향했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선 호현은 곧 굳은 얼굴로 눈만 데구루루 굴리고 있는 방윤을 볼 수 있었다.
“방 총관님, 괜찮으십니까?”
자신의 부름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굴리고 있는 방윤의 모습에 의아해하던 호현이 눈살을 찡그렸다.
‘뭔가 이상하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문곡성을 열었다. 문곡성으로 방윤의 몸 상태를 보려는 것이다.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방윤을 본 호현은 곧 그의 상태를 깨달았다.
방윤의 몸에 이상한 기운 한 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기운은 방윤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막고 있었다.
‘이 기운 때문에 방 총관이 못 움직이는 모양이구나.’
방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안 호현은 그를 보다가 양손을 기운이 머물고 있는 곳에 가져다 댔다.
‘인간도 역시 자연의 한 부분…… 자연지기와 인간의 기운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자연지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방윤의 몸에 깃든 기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러자 방윤의 몸에 깃들어 있던 기운이 천천히 흩어지며 호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커억!”
그제야 숨을 크게 들이쉬며 몸을 일으킨 방윤이 급히 호현의 손을 잡았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영문을 묻는 방윤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나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하면 방 총관이 걱정을 할 것이다.’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이요?”
도둑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방윤은 격노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떤 미친 것들이 감히 첨도어사의 집에 도둑질을 하러 왔다는 말입니까!”
“제가 쫓아냈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장원 사람들을 모두 깨워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청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방을 나서는 호현을 방윤이 급히 따라붙었다. 그런 방윤을 보던 호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원 사람들을 하나둘 찾아갔다.
오가장의 대청에서 화가 난 방윤의 고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더냐! 첨도어사의 집에 도둑이라니!”
방윤의 고함에 대청에 모인 오가장 식구들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오가장 사람들을 훑어보던 방윤은 한쪽에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 명의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자네들! 큰 장주께서 자신이 없는 동안 장을 잘 지키라고 그리 신신당부를 하고 가셨거늘! 호위무사라는 것들이 도둑이 날뛰는 것도 잡지 못하고 무엇을 한 것인가!”
방윤의 일갈에 호위무사 중 한 명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상대는 고수였습니다.”
“맞습니다. 눈치를 챌 사이도 없이 저희를 제압한 것을 보면 상대는 절정을 뛰어넘는 고수입니다. 그런 고수를 상대로 저희가…….”
호위무사들의 변명에 방윤이 소리쳤다.
“시끄럽다! 너희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장원을 지키라는 것이지 그렇게 변명이나 늘어놓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방윤의 고함에 호위무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어찌 되었든 호위무사로서 장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인 것이다.
호위무사들을 한참 혼내던 방윤은 그들을 노려보다가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장주들께서 공자님을 잘 보살피라 하셨는데 장원에 도둑이라니…… 앞으로 어떻게 장주들을 봬야 할지…….”
“괜찮습니다. 도둑이 들기는 했지만 장원에 다친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행이라니요.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첨도어사의 장원입니다. 그런 곳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은…… 하아!”
더는 말을 못하고 한숨을 쉰 방윤이 호현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본 장원의 호위무사들을 늘려야겠습니다.”
“호위무사들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한 번 든 도둑이 또 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제가 내일 청풍문에 가서 무사들을 고용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십시오.”
“네?”
“이 도둑은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아니, 세상에 그런 도둑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도둑이 있습니다.”
말을 멈춘 호현은 잠시 방윤과 사람들을 보다가 말했다.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둑 때문이라면 제가 호위무사들을 더 데리고 올 수 있습니다.”
“가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가봐야 할 곳이라니요? 지금 공자께서는 회시를 앞두고 계십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대체 어디를 가시겠다는 것입니까?”
“제가 회시를 보는 것은 제 일신의 일이지만, 제가 가야 하는 일은 대의를 위한 것입니다.”
“대의?”
방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내가 이곳에 없다면 그 복면을 쓴 자들도 오지 않겠지. 게다가…… 일월교가 나타난 것을 무당에 알려야 한다.’
사교인 일월교가 나타난 이상 수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당파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럼 언제 출발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가려는 곳은 거리가 머니 지금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시는 것입니까? 행선지라도 말씀을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모르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제 일을 마치면 회시를 보기 전에 돌아올 것이니, 누가 저를 찾는다면 그렇게 말을 하십시오.”
“위험한 일을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방윤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을 것입니다.”
방윤과 장원 사람들을 한 번씩 둘러본 호현은 대청을 나섰다. 그 뒤를 따라 나온 방윤이 급히 말했다.
“말을 준비하라 하였으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방윤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말을 타고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방윤의 물음에 호현이 슬쩍 자연지기를 끌어들였다.
화아악!
순간 가벼운 바람이 불더니 호현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아!”
감탄성을 지르는 방윤을 보며 호현이 다시 내려섰다.
“그럼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장 관리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방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호현은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순식간에 하늘 높이 떠오른 호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곧 남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황금빛 지붕과 화려한 장식들이 있는 전각들 중 한 곳에 칠(七)과 팔(八)이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한참을 서 있던 그 둘의 앞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二)〉
숫자 이(二)를 가슴에 새겨놓은 복면인이 둘을 바라보다 팔(八)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감히 칠(七)을 호출하다니…… 미친 것이냐?”
이(二)의 말에 팔(八)이 고개를 저었다.
“주작대로의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이(二)께서 보셨다면 칠(七)을 호출한 것을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칠(七)은 천(天)을 지키는 자이다.”
“오(五)와 육(六)이 있지 않습니까.”
“천(天)의 호위는 삼재, 육합, 팔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하지만 어제 상황은 너무 급…….”
말을 하던 팔(八)은 칠(七)이 손을 드는 것에 입을 다물었다. 팔(八)의 입을 다물게 한 칠(七)이 이(二)를 향해 말했다.
“나는 일(一)에게만 보고를 한다.”
칠(七)의 말에 이(二)의 눈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二)가 말했다.
“일(一)은 천(天)과 함께 있다.”
“일(一)에게 보고할 것이 있다.”
“나에게 하면 된다.”
이(二)의 말에 칠(七)의 눈에서 순간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화아악!
그 모습에 이(二)의 눈빛에 공포의 빛이 어렸다.
“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인가?”
“나는 일(一)에게만 보고한다.”
이(二)를 노려보던 칠(七)이 말을 이었다.
“오완.”
쿵!
칠(七)의 말에 복면에 싸인 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그것을 어떻게……?”
이(二)의 반응을 보는 팔(八)의 눈빛에 재밌다는 빛이 떠올랐다.
‘호!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놈인가 했더니 이(二)가 태후마마의 총애를 받는 오완이었군.’
탓!
칠(七)이 당장 이(二)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一)〉
일(一)의 등장에 복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복면인들을 보며 일(一)이 입을 열었다.
“같은 주인을 모시는 자들끼리 뭐하는 것이냐?”
나직하지만 힘 있는 일(一)의 음성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일(一)이 다시 말했다.
“답은?”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일(一)이 이(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二)는 동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나 본데…… 오(五)에서 칠(七)까지는 나만의 명을 받고 나에게만 보고할 의무가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일(一)의 말에 이(二)가 슬며시 칠(七)과 팔(八)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팔(八)은 칠(七)을 호출해 주작대로로 데려갔습니다.”
이(二)가 자신을 물고 넘어지자 팔(八)이 급히 말했다.
“호출은 제가 했지만 그 호출에 응하는 결정은 칠(七)께서 하신 것입니다.”
팔(八)의 말에 일(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내가 하는 명은 칠(七)이 해야 할 일이지만, 팔(八)이 한 호출은 칠(七)의 선택에 달려 있다. 칠(七)이 팔(八)의 호출에 응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끄응!”
침음성을 흘리는 이(二)를 보던 일(一)이 칠(七)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창 사람들에 대한 신분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너는 지금 이(二)의 신분을 팔(八) 앞에서 밝혔다.”
“송구합니다.”
“오늘부터 칠(七)은 십 일 동안 눕지도 말고 앉지도 말라.”
“알겠습니다.”
“그럼 보고해.”
일(一)의 말에 팔(八)이 밤에 주작대로에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일(一)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