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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5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1화

“네, 그렇습니다.”

 

“어린 동생들 데리고 열심히 사는 착한 아이예요.”

 

“동생들? 부모님은 없습니까?”

 

“삼 년 전에 호환을 동시에 당했지요. 쯔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려요.”

 

“그럼 열두 살 때부터 혼자 사신 것입니까?”

 

“그런 셈이지요. 그래도 우리 마을이 인심이 박한 편이 아니라서 그 집 식량은 늘 챙겨 주었지요. 그러다 태봉이가 어른들 따라 산에 다니면서 약초도 캐고 사냥도 하면서 자립을 했지요. 하지만 태봉이가 나이가 어리니 아직도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낙의 말에 호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은공의 살림이 무척 어려우신 모양이구나. 이런 살림에 내 몸을 의탁하려고 했다니…… 물에 빠진 놈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 격이로구나.’

 

태봉에게 큰 짐을 지워 줄 뻔했다는 것에 자신이 한심해진 호현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호현이 아낙을 바라보았다.

 

“은공의 가족은 어떻게 되십니까?”

 

“태봉이가 가장 크고 밑에 남동생 둘에 여동생 한 명이 있지요.”

 

“그렇군요.”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아낙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호현의 말에 아낙은 다시 일을 하러 갔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방윤을 바라보았다.

 

“하북상단에 제가 놓고 온 짐들이 있습니다.”

 

“연락을 해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방윤을 보던 호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일은 알아서 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방 총관님의 도움을 받게 되는구나.’

 

호현은 괜스레 의기소침해졌다. 그전에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졌는데 발이 부러지고 나서 태봉에게 도움을 받은 후 남의 도움만을 받고 있으니……. 자신이 마치 글을 읽고 외우기만 하는 무능력한 백면서생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아! 나는 그저 책상물림의 학사일 뿐이었나 보구나. 스승님과 제갈 노사께서 나를 내보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는가?’

 

그런 생각을 하자 호현의 머리에 몇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하려던 일정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제7-6장 태봉의 시험

 

호현은 어느새 깔끔해진 방 안에서 앉아 있었다. 방윤이 북경에서 가져와야 할 것이 있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를 맡기고는 급히 떠났기 때문에 이렇게 호현 혼자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런 방 안에서 호현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결심을 한 것이 있으니 회시는 치러야 할 것이다.’

 

호현은 일단 회시는 치르기로 결심을 했다. 자신이 익힌 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천하에서 모이는 수재들을 만나보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그들을 통해 중원 각지의 삶과 이야기들을 듣는 것도 큰 배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원래 호현은 북경에서의 일이 끝나면 하남성으로 내려가 소림사에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태봉을 만나고 난 후 그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좀 더 자신이 살펴야 할 백성들 가까이에서 그 삶을 느껴볼 생각인 것이다.

 

‘소림사 말고 다른 곳을 가보아야겠다. 가야 할 곳은…… 학사들에게 각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기겠지. 하지만 문제는 다리로구나.’

 

부기가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통증이 있으니 움직이기 힘들다. 이런 다리로 학관을 찾아다니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북경에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잠시 다리를 바라보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다리의 부기가 금방 풀어진 것이 약물 덕이 아니라 자연지기 때문이 아닐까?’

 

부기가 빠진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먼저는 태봉과 이곳 어르신이 발라 준 약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는 간밤에 북경에 가기 위해 자연지기를 사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호현은 슬며시 자연지기를 끌어들였다.

 

화아악!

 

몸 안에 들어오는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호현은 그것을 다리로 향하게 했다.

 

우우웅!

 

자연지기의 영향으로 발에서 작은 떨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통증을 주기보다는 호현에게 시원함을 주었다.

 

무언가 막힌 것이 뚫리는 듯한 기분과 시원한 감각에 기분이 좋아진 호현은 눈을 감았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감각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있던 호현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익숙한 기운들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잠시 기운들이 달려오는 곳을 바라보던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이건 팽가 분들의 기운인데?”

 

그렇게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보고 있을 때 밖에서 큰 고함이 들려왔다.

 

“호현 학사!”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팽문 소협이구나.’

 

덜컥!

 

그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문이 급히 열리며 태봉을 한쪽 겨드랑이에 끼운 팽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팽문은 호현을 보고는 급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호현의 다친 팔과 다리를 보고는 얼굴에 놀람과 걱정이 어렸다.

 

“호현 학사,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팽문의 놀람에 찬 음성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

 

“절벽?”

 

의아해하는 팽문의 음성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니, 그게 아니라, 호현 학사는 하늘을 나실 수 있는데 어떻게 절벽에서 떨어진 것입니까?”

 

그 말에 호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야 하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문득 아직도 팽문의 겨드랑이에 끼어져 있는 태봉을 바라보았다.

 

태봉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런, 은공!”

 

호현의 말에 팽문이 태봉을 바라보았다. 호현이 이런 시골 사냥꾼에게 은공이라고 하니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호현이 태봉을 은공이라 부른 이상 팽문도 그에 맞게 그를 대해야 했다.

 

팽문은 급히 태봉을 내려놓고는 품에서 비단으로 만든 손수건을 꺼내 그의 입을 닦아주고는 등에 장심을 가져다 댔다.

 

우우웅!

 

팽문의 기운에 태봉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끄응!”

 

신음을 흘리는 태봉의 모습에 호현이 팽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팽문이 잘됐다는 듯 서둘러 설명을 했다. 팽가를 나오고 호현의 흔적을 찾던 일, 그리고 태봉산으로 이어진 흔적을 쫓아온 일을 말이다.

 

“태봉산에서 흔적을 쫓고 있는데 이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는데 호현 학사님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이리 급하게 이곳으로 달려온 것입니다.”

 

팽문의 설명에 호현이 안쓰러운 눈으로 태봉을 바라보았다.

 

‘나를 걱정한 팽 소협이니 전력을 다해 달렸을 것이다. 그런 팽 소협에게 끌려온 은공이니 혼절한 것도 무리가 아니구나.’

 

팽문과 같은 고수가 전력으로 경공을 시전한다면 그것은 달리는 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움직임일 것이니……. 그에 매달린 채 움직였을 태봉의 속이 멀쩡할 수 없는 것이다.

 

잠시 태봉이 안정이 되기를 기다리며 호현이 팽문을 바라보았다.

 

“저 때문에 걱정을 끼쳐 드려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십니까? 대체 어떤 간이 부어 튀어나온 잡것들이 감히 호현 학사를 공격한 것입니까!”

 

분노에 찬 팽문의 말에 호현이 잘 물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 역시 그것이 의문입니다.”

 

호현이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팽문이 심각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퉁길 때마다 땅이 터져 나갔다라…….”

 

잠시 생각을 하던 팽문이 밖에 나갔다가 잠시 후 작은 돌멩이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

 

“호현 학사를 공격한 자의 수법과 비슷한지 한 번 보십시오.”

 

그러고는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잘 보라는 듯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볍게 손가락을 퉁겼다.

 

따악! 파악!

 

팽문이 손가락을 퉁기는 것과 동시에 돌이 부서져 나갔다. 그것을 본 호현이 놀라 말했다.

 

“아! 그 흑의인이 사용한 것과 똑같습니다. 팽 소협도 하실 수 있군요.”

 

호현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어설프게 흉내를 낸 것일 뿐입니다. 호현 학사가 공격을 당했던 곳의 흔적을 보면…… 그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음공의 고수일 것입니다.”

 

“음공?”

 

처음 들어보는 음공이라는 단어에 호현이 의아해하자 팽문이 설명을 해주었다.

 

“소리에 기운을 실어 공격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공격이기에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까다로운 무공입니다.”

 

“그럼 대단한 고수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팽문과 같은 인물이 대단하다고 인정을 한 사람이 자신을 노린다는 것에 호현은 미간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굳어진 호현의 얼굴을 보며 팽문이 말했다.

 

“어디 짐작 가는 사람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때까지 학관에서만 살던 호현 학사이시니, 그런 고수와 원한을 가질 일이…….’

 

속으로 중얼거리던 팽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남궁세가인가?’

 

남궁세가를 떠올리자 자신의 생각에 점점 확신이 들었다. 호현과 같은 학사가 무림에 은원을 질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게다가 호현은 이곳 하북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기간의 대부분은 팽가에 있었고 말이다.

 

그러니 호현이 무림인과 은원을 가질 만한 일은 팽가에서 뿐일 것이다.

 

‘아무래도 남궁세가와는 어떻게든 결판을 봐야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호현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 가문으로 가시지요.”

 

“팽가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호현 학사를 공격했던 자들이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아니, 다시 올 것입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하다 슬쩍 태봉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자신과 팽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봉은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져 있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호현은 생각을 정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은 은인에게 짐이 되는 격이겠구나. 내가 다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은인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이곳을 떠나야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잠시 생각을 하다 태봉을 향해 말했다.

 

“혹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으십니까?”

 

“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봉을 향해 호현이 다시 말했다.

 

“지금 하시는 사냥꾼 일 말고 하고 싶었던 것이 있으십니까? 입관은 무리겠지만 글을 배워 상단에서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제야 호현이 자신에게 무언가 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안 태봉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무인이 되고 싶습니다.”

 

무인이라는 말에 호현이 눈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태봉을 보던 호현이 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호현 학사가 은공으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저에게도 은공입니다. 이 아이는 앞으로 팽가의 무인이 될 것입니다.”

 

팽문의 시원한 허락에 호현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어려운 부탁인데 이렇게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 태봉은 정신이 멍했다.

 

‘내가…… 팽가의 무인이 된다고?’

 

하북에서 하늘과 같은 위세를 가지고 있는 하북팽가의 무인이 되는 것이다.

 

태봉이 멍하니 있을 때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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