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4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48화
그렇게 한참을 약수를 바르던 노인은 나무를 가져다 발에 대고는 천을 감았다.
“하루에 한 번씩 약수를 바르고 부목을 대어두면 부러진 뼈가 낫기 시작할 것이네.”
“감사합니다.”
“빨리 낫기나 하게.”
호현의 발에 묶인 붕대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노인이 이번에는 그의 팔을 바라보았다.
태봉이 발라 놓은 약초를 걷어낸 노인이 그 상처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살에 맞은 상처인 듯한데…….’
호현의 팔에 난 상처를 보던 노인이 무언가 눈치를 챈 듯 태봉을 바라보았다.
태봉이 날린 화살에 애꿎은 사람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화살을 쏠 때에는 조심하라고 그리 주의를 주었거늘…….’
노인의 시선에 태봉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 태봉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보던 노인이 호현을 향해 말했다.
“태봉이가 조치를 잘해 덧나지는 않을 듯하니, 약초나 잘 붙이고 있으면 금방 아물겠군.”
노인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태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은공께 감사할 뿐입니다.”
“은공은 무슨…… 그런데 다른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움직이면 어깨 쪽이 무척 아픕니다.”
호현의 설명에 노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팔을 이리저리 살폈다.
“뼈가 빠졌군.”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하는 노인의 말에 호현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뼈가 부러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뼈가 빠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뼈가 빠진다는 말이……?”
“탈골이라는 말, 들어본 적 없나?”
그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호현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학관에 오는 사람들도 학사들이나 관리들이 대부분이었고, 밖에서는 서점만이 호현이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다치는 것이 일반인들보다 더 적으니 호현은 탈골을 당한 사람이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 호현을 어디 별 세상에서 살다 왔나 하는 눈으로 보던 노인이 부목을 대고 남은 나무를 들었다.
“이거나 물게.”
노인이 건네주는 나무를 본 호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것을 보는 순간 태봉이 자신의 팔에 박힌 화살을 제거할 때가 떠오른 것이다.
‘그만큼 또 아프다는 건가?’
얼굴이 창백해지는 호현을 보며 고개를 저은 노인이 그의 입에 나무를 물렸다.
“웁!”
그에 호현이 나무를 뱉으려는 순간 노인이 그 입을 틀어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프네. 죽을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니 좀 참게.”
그 말에 호현은 나무를 힘껏 물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아프다고 하니 참으려는 것이다.
그런 호현을 보던 노인이 그의 어깨를 강하게 틀어쥐고는 단숨에 힘을 주었다.
우두둑!
“끄윽!”
신음을 흘리는 호현을 힐끗 본 노인이 그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잘 맞춰졌군. 잘 참았네.”
“끄응!”
“그럼 쉬고 있게.”
고통스럽게 얼굴을 굳히고 있는 호현을 보던 노인이 태봉을 손짓해 불렀다.
“너는 나를 좀 보아야겠구나.”
노인이 밖으로 나가자 태봉이 한숨을 쉬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태봉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온 노인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살을 잘못 날렸더냐?”
노인의 말에 태봉이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에 노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쯔쯔! 네 손에서 떠난 화살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 그리 조심하라고 말을 했거늘…….”
그렇지 않아도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라 노인을 어려워하던 태봉이었다. 심기가 불편한 음성에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넘어지는 바람에…….”
“이놈이!”
변명을 하는 태봉에게 눈을 부라린 노인이 말했다.
“사람 대가리에 화살을 박고 나서도 그따위 소리를 할 것이더냐! 우리가 날린 화살은 짐승만을 맞혀야지, 사람을 맞히게 되면 그때는 사냥꾼이 아니라 사람 잡는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노인의 말에 태봉은 고개를 숙였다. 칼과 활 등 위험한 병기를 다루는 사냥꾼들이기에 조그마한 실수가 큰일로 변하는 것을 그도 잘 아는 것이다.
“오늘부터 앞으로 열흘간 화살 백 대를 날리거라.”
화살 백 대를 날리라는 말에 태봉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렇게나 날리는 것이 아닌 조준해서 날리는 화살은 힘이 많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저 안에 있는 사람, 은공이라든지 하는 말들이 범상치가 않은 것을 보니 우리 같은 촌부는 아닌 모양이구나.”
‘그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분이시니…….’
하지만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할 수 없는 태봉이다. 그렇지 않아도 활을 잘못 쏜 일로 미움을 샀는데 헛소리를 한다고 더 혼이 날 수도 있고 말이다.
“학사라고 들었습니다.”
“학사?”
학사라는 말에 노인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학사라면 학문을 하고 입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들과 같이 사냥이나 하는 촌부들과는 신분이 다른 것이다.
그런 학사가 자신이 사는 마을 사람의 화살에 맞았으니……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네가 쏜 화살이라는 것을 아느냐?”
“아직 모릅니다.”
“그럼 말을 하지 말거라.”
태봉도 굳이 자신이 쏜 화살이라는 말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더라도 너 때문에 다친 분이니 네가 잘 보살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태봉을 보던 노인이 메고 있던 보퉁이에 손을 넣어 토끼 한 마리를 꺼내 내밀었다.
“오늘 모습을 보니 사냥도 못한 것 같은데 갖다 먹어라.”
노인이 건네는 토끼를 보며 태봉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때, 물론 지금도 어리기는 하지만, 하여튼 태봉이와 그의 동생들은 부모님을 호환(虎患)으로 잃고 난 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갔다.
그런데 아직도 마을 어른의 도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송구합니다.”
“되었다.”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자 태봉도 토끼를 들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늦은 저녁, 태봉은 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고 호현은 집 안에 누워 있었다.
집 안에 누워 있던 호현의 속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복잡했다.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자신과 싸운 흑의인들이었다.
‘그들은 누구고, 왜 나를 공격한 거지?’
호현의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의 정체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해치려고 할 만한 사람들이 없었다.
평생 학관과 학사들하고만 연을 맺고 살았고, 학관을 나온 이후에 만난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인 것이다.
‘혹…… 팽가의 일로 나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생긴 것인가?’
생각을 해보니 그것밖에는 이유가 없어 보였다.
‘흠…… 이것이 무림의 은원이라는 것인가?’
제갈현진이 자신에게 무림과 엮이게 되면 학사인 자신도 무림의 은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던 말을 떠올랐다.
“하지만…… 내 몸이 상하는 것이 두렵다 하여 옳은 일에 나서지 못한다면 그 어찌 학사라 할 수 있겠는가.”
학사가 가야 할 길은 황상을 받들고 백성을 위한 삶이다. 옳지 못한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황상에게라도 충언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학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되새기기는 했지만 사실 호현도 걱정이 조금 되기는 했다.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혹 그를 노리는 사람들이 방헌학관에 해라도 입힐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호북 방헌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굴뚝같지만…… 지금 돌아가면 스승인 죽대선생이 불호령을 내릴 것이다.
‘방헌과 무당파가 그리 멀지 않으니…… 염치없지만 명균 도장께 학관을 좀 살펴 달라 부탁을 해야겠구나.’
호현은 남에게 부탁을 하는 것에 대해 별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남에게서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죽대선생의 지론 중 하나인 것이다.
물론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죽대선생이고 남을 돕는 일은 대부분 호현이나 그 제자들의 몫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 가지 생각을 정리한 호현이 이번에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
‘사형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모르겠구나. 내가 갑자기 없어져서 걱정들을 하실 텐데.’
게다가 환골탈태라는 이상한 일을 겪은 도유 사형이 어떻게 됐는지도 걱정이 되고 말이다.
사형들에 대한 걱정에 잠시 고민을 하던 호현이 슬며시 자연지기를 끌어들였다.
우우웅!
그러자 호현의 몸이 부드럽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현의 입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응!”
몸이 떠오르는 것과 함께 발에 부담이 간 것이다. 천천히 다시 땅에 내려선 호현이 잠시 생각하다 손을 내밀었다.
덜컥!
호현의 손짓에 문이 절로 열렸다. 예전 같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팽문을 만나고 난 후 자연지기를 수발하는 데 어느 정도 능숙해진 호현이었다.
문이 열리자 호현의 눈에 태봉이 그를 위해 만든 들것이 보였다. 호현이 그쪽으로 손을 내밀자 들것이 스르르 떠오르더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 들어온 들것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간 호현은 그것을 움직이려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없구나. 하긴…… 사냥꾼들이 창고로 사용하는 곳에 그런 것이 있을 일이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글을 적을 만한 것을 찾다가 자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이거라도 써야겠군.”
부욱!
옷자락을 찢어낸 호현은 글을 적을 것을 찾다가 자신의 발에 바르고 남은 약물을 발견했다.
녹색의 칙칙한 액체라면 글을 써도 되겠다고 생각한 호현은 손가락에 물을 묻히고는 찢은 옷자락에 글을 적었다.
은공께.
혹 오셨다가 제가 없으면 걱정을 하실까 싶어 글을 남깁니다.
잠시 나갔다
글을 적던 호현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생각을 해보니 지금 북경에 갈 수 있다면 굳이 이곳에 돌아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인데 북경에 가면 의원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곧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도 하지 못했는데 내 갈 길이 있다고 바로 이곳을 떠나는 것도 예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모습으로 가면 사형들이 걱정을 할 것이니 내가 무사하다는 것만 서신으로 전하고 돌아와야겠구나.”
작게 중얼거린 호현은 다시 옷자락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가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늦게 돌아오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간단한 내용의 글을 적은 호현은 옷자락을 자신이 누워 있던 곳에 내려놓고는 들것을 움직여 집 밖으로 움직였다.
우우웅!
그리고 낮은 진동음을 내던 들것이 순식간에 하늘 저 높은 곳으로 솟구쳤다.
*
*
*
북경의 주작대로 중심에 위치한 한 장원.
그 장원의 지하에 비밀스럽게 위치해 있는 밀실에서 유표가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유표의 주위로 기운이 휘돌았다 사라지는 것이 연신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 유표를 밀실의 한구석에서 복면인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바로 호현의 공격에서 유표를 구해 온 일신사자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표를 보던 일신사자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스윽!
일신사자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함께 그 앞에 한 흑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령처럼 소리 없이 나타나는 흑의인을 보며 일신사자가 전음을 보냈다.
- 구하였느냐?
일신사자의 물음에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작은 함을 꺼내들었다.
- 소림사의 소환단입니다.
소림사의 영약인 소환단이라는 말에 일신사자가 손을 내밀어 함을 받아들었다.
함을 열자 그 안에서 청아한 향을 내는 작은 환 두 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코 안에 들어오는 향에 일신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환단이 아닌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소환단만 해도 훌륭하다. 게다가 일월환으로 만들 것인데 일환에 사용될 약재가 월환에 사용될 약재보다 약효가 너무 뛰어나도 화가 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