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4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47화
“이리 올라와 보시겠습니까?”
“그 위에요?”
태봉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태봉이 신기한 눈으로 들것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만든 들것이 허공에 떠 있으니……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천계의 물건인 듯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것을 보는 태봉에게 다시 올라오라 청하자 그가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그 위에 올라왔다.
출렁!
태봉의 무게에 들것이 잠시 지면에 닿았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에 태봉이 호현의 몸을 붙잡았다. 자신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 태봉을 보며 호현은 자연지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 정도는 무게를 없애는 훈련을 통해 적은 자연지기로도 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들것에 태봉의 무게까지 더해지자 자연지기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우우웅! 우우웅!
연신 진동을 하며 둘을 태운 들것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잠시 후, 흔들리던 들것이 천천히 허공에 고정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 기운이면 지탱이 되는구나.’
들것을 고정시키고 있는 기운을 마음에 새기듯 집중해서 느끼던 호현은 태봉을 바라보았다.
태봉은 여전히 엉거주춤 불안한 자세로 자신을 잡은 채 있었다.
그런 태봉을 보며 웃은 호현이 말했다.
“은공을 떨어뜨릴 정도로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아…… 그게 아니라 허공에 떠 있으니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웃으며 말을 한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합니까?”
호현의 말에 태봉이 동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제가 사는 마을이 있어요.”
호현이 동쪽을 보고 있을 때 태봉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바로 이쪽으로 가기는 어려우니 서쪽으로 내려갔다가 동쪽으로 다시 가야 해요.”
“그건 왜입니까?”
“이것을 끌고 가야 하는데 숲이 빽빽해서 끌고 나가기 어렵잖아요.”
태봉의 말에 호현이 들것을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쪽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나무들 때문에…….”
“나무들 위로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네?”
의아해하는 태봉을 보던 호현이 웃으며 기운을 강하게 끌어올렸다.
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태봉과 호현을 태운 들것이 위로 솟구쳤다.
화아악!
강한 바람을 뿜어내며 솟구친 널빤지는 빠르게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악!”
그에 놀란 태봉이 급히 호현을 껴안았다. 그런 태봉을 웃으며 본 호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들것이 더욱 빠르게 동쪽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타타탓!
북경에서 떨어진 어느 야산에 일단의 무인들이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호현을 찾기 위해 팽가를 나선 무인들이었다.
그 선두에 서서 몸을 날리던 팽문은 곧 흑의를 입은 무인 몇이 서 있는 곳에 내려섰다.
팽문이 오기 전 미리 연락을 받고 호현에 대해 조사를 하던, 북경 일대에 흩어져 있는 밀영들이었다.
팽가의 무인들이지만 그 누구도 그 신분을 알아서는 안 되기에 밀영들의 얼굴은 모두 검은 천으로 꽁꽁 싸매어져 있었다.
눈까지 모두 가려져 있어 어떻게 밖을 보나 싶었지만 그들은 별로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움직임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밀영들을 보며 팽문이 급히 물었다.
“보고하십시오.”
팽문의 말에 밀영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 밀영 사조 조장 팽옹입니다.
앞으로 팽가의 가주가 될 팽문이기에 팽옹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팽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팽옹이 말했다.
- 호현 학사는 삼 일 전 북경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후 하북상단에 짐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첨도어사 오평서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 첨도어사?
- 시비의 말에 의하면 첨도어사가 호현 학사의 사형이라고 합니다.
팽옹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팽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현 학사와 첨도어사 오평서가 사형제지간이라…… 좀 믿기 어렵군.’
날아가는 새도 비켜 지나가고, 지나간 자리에는 풀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악명 높은 오평서의 이름은 그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던 팽문의 귀에 보고를 하는 팽옹의 전음이 이어졌다.
- 그날, 첨도어사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있을 때…….
팽옹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팽문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환골탈태라고?’
- 환골탈태라 하였습니까?
- 그 자리에 있던 호위무사들 중 한 명의 입에서 오가장 다섯째 장주가 환골탈태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신빙성은?
- 오가장에 있는 호위무사들은 절정 고수들입니다.
그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정 고수가 보고 환골탈태라고 했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다.
- 오가장 다섯째 장주가 고수였습니까?
- 무공을 전혀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 그런 사람이 어…….
전음을 보내던 팽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 학사가 무언가를 한 모양이군.’
- 그럼 그 후에는 어찌 됐습니까?
- 다섯째 장주가 환골탈태를 하는 것을 보고 있던 호현 학사는 갑자기 오가장을 나섰고, 그 후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적호패가 발견되었습니다.
- 그럼 호현 학사는…….
팽문의 물음에 팽옹이 고개를 저었다.
- 호현 학사의 모습은 찾지 못했으나 싸움이 벌어진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쪽으로.
팽옹이 앞장서서 전투의 흔적이 발견된 장소로 팽문을 안내했다.
그리고 곧 팽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위에 펼쳐진 전투의 흔적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것이다.
여기저기 터지고 박살이 난 땅과 흔적들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팽문이 주위를 훑어보고 있을 때 밀영 중 한 명이 등에 매고 있던 보자기를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검붉은 피가 말라붙어 있는 옷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호현 학사가 입던 학사복은 아닌데……?’
팽문이 팽옹을 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 이 근처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리고 호현 학사를 시중들던 시비에게 그가 입던 옷이라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쿵!
팽옹의 말에 깜짝 놀란 팽문이 급히 옷자락을 살폈다. 옷자락들을 살피던 팽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옷자락에 묻은 피와 찢어진 자국을 보니 호현이 크게 다친 것 같은 것이다.
몸을 일으킨 팽문이 밀영들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에 대한 흔적을 찾아라!”
팽문의 말에 팽옹이 전음을 보냈다.
- 존명!
그와 함께 팽옹이 밀영들을 이끌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팽문과 같이 온 백호단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7-4장 다시 북경으로
휘이익!
거센 광풍을 뚫고 호현과 태봉을 태운 들것은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 위에서 태봉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말을 처음 탄 사람도 그 빠름에 두려워하는데 지금은 하늘을 날고 있으니……. 무섭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태봉에게 무리인 것이다.
‘으으윽!’
입 밖으로 신음도 뱉지 못하고 떠는 태봉을 힐끗 본 호현이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산을 빨리 내려가는 것이 태봉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태봉 또한 호현의 생각에 동감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화아악!
갑자기 빨라진 속도에 태봉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뜨고 있다가는 심장이 철렁하고 떨어질 것 같은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날아가던 들것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태봉산의 빽빽한 숲 위를 날아가던 호현은 산의 경계 쪽에 작은 마을이 있는 것을 보고는 천천히 땅으로 내려갔다.
들것을 타고 태봉과 그가 날아오는 것을 사람들이 본다면 깜짝 놀라 소동이 생길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은공의 반응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천신으로 받들려고 할지도 모르겠군.’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보일 반응을 생각하자 속으로 웃음이 나온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호현 등을 태운 들것이 천천히 땅에 닿았다.
우우웅!
낮은 진동음을 내는 들것을 조정해 땅에 내려선 호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몸도 움직이기 불편한데 자연지기를 조정한데다, 자신뿐만 아니라 들것에 태봉까지 태우고 하늘을 날았더니 심력이 크게 소모된 것이다.
잠시 눈을 감은 채 마음을 진정시키던 호현이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눈에 바들바들 떨며 눈을 감고 있는 태봉이 보였다.
“은공, 땅에 내렸습니다. 이제 눈을 뜨십시오.”
호현의 말에 태봉이 실눈을 떴다. 그제야 들것이 땅에 내려와 있는 것을 보고는 태봉이 급히 내려왔다.
그러고는 허리를 굽힌 채 토하기 시작했다.
“우엑! 우엑!”
빠르게 하늘을 날다 단단한 땅에 내려오니 심한 멀미가 생기는 것이다.
연신 토를 하는 태봉을 호현은 미안한 듯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태봉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태봉의 입에서는 구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잠시 기다리자 그가 곧 허리를 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휴우…….”
긴 호흡을 뱉으며 숨을 고르는 태봉을 보던 호현은 마을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쪽에 마을이 하나 있던데, 은공께서 사시는 곳입니까?”
호현의 말에 태봉이 주위를 보고는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이곳은 태봉산의 초입인 것이다.
방금 전까지 태봉산 깊숙이 있었는데 벌써 태봉산 초입이라니…….
놀라는 태봉을 보고 있던 호현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잠시 숲 쪽을 바라보자 활과 도끼를 등에 맨 사냥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봉아.”
태봉이를 본 사냥꾼들이 다가오다 호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더냐?”
사냥꾼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노인의 말에 태봉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산…….”
말을 하려던 태봉이 힐끗 호현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설명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학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것이 많으니 말이다.
그렇게 태봉이 말을 못하고 있을 때 호현이 그 대신 입을 열었다.
“절벽에서 떨어져 다친 저를 은공께서 구해 주었습니다.”
“절벽?”
절벽이라는 말에 호현을 보던 노인은 그의 발과 팔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이 심해 보이니 일단 우리 마을로 가세. 의원은 아니지만 간단한 외상 정도는 봐줄 수 있으니.”
말과 함께 노인이 옆에 있던 두 중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이 들거라.”
노인의 말에 두 중년인이 호현이 누워 있는 들것을 앞뒤로 잡고 들어올렸다.
*
*
*
태봉이 사는 마을은 열 가구쯤 되는 집들이 모여 사는 작은 곳이었다. 그들은 대대로 태봉산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마을의 중심에는 다른 집보다 조금 더 큰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이 집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때로는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하고 때로는 회의도 하며, 그들이 모아 온 약초들과 짐승들의 가죽을 보관하는 창고 역할도 하는 곳이었다.
갖가지 약초들과 짐승들의 가죽이 마르고 있는 집의 한쪽 구석에 호현이 누워 있었다.
“끄응!”
신음을 토한 호현은 자신의 발을 닦아내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한쪽에서 마르고 있던 약초들로 만든 약수로 호현의 발을 닦아내고 있었다.
산을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부러지고 찢어진 상처에 대한 치료는 어지간한 의원들보다 그들이 더 나은 것이다.
신음을 흘리는 호현을 보며 노인이 말했다.
“화끈거리나?”
“네…….”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니 조금만 참게.”
참으라는 말에 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다리 쪽에서 화끈거리는 기분과 함께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