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4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46화
“잠깐!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학사님이요? 다리가 부러져서 혼자는 못 올라가십니다. 게다가 다른 팔도 아프시잖아요.”
태봉의 말에 호현이 잠시 다리와 팔을 바라보다 슬쩍 힘을 주어보았다.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부목으로 고정을 해 놓아서 그런지 심하지는 않았다.
‘나무 하나 가져다 댄 것뿐인데 이리도 통증이 줄다니, 정말 신통하구나.’
호현이 비록 학사들 사이에서는 천재로 통하기는 하지만, 그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그냥 보통 사람인 것이다.
한림원 대학사인 죽대선생의 제자로 자랐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방헌학관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두었다.
그러니 자라면서 학문을 하는 것 외의 일을 할 경우라고는 스승인 죽대선생이 마실 차를 직접 만들 때뿐이었다.
‘나중에 의서를 찾아보아야겠구나.’
그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막상 자신이 다쳐서 이렇게 남의 도움을 받고 보니 의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의술은 자신을 이롭게도 하지만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의 정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로 도교와 불교 등의 선학이라면……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은 바로 의술이겠구나.’
의술을 꼭 배워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호현은 자신을 보고 있는 태봉을 보고는 다리를 슬쩍 움직여 보았다.
다리를 움직이자 척추를 타고 찌르르한 고통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움직일 수 있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슬며시 자연지기를 끌어들였다.
우우웅!
주위의 기운이 호현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태봉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뭐지?’
산이라 바람이 불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지금 주위에 부는 바람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태봉이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 그의 작은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호현이…… 바닥에서 한 뼘 정도 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게…… 대체…….’
보고 있는 것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당황해하던 태봉의 눈에 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허공에 뜬 호현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자신이 만든 들것 위에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스르륵!
그 모습을 본 태봉은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털썩!
‘귀, 귀신?’
호현을 귀신이라 생각한 태봉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이 공중에 떠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데 어찌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한편 그런 태봉의 마음을 모르는 호현은 들것 위에 몸을 눕혔다.
나뭇가지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것이라 여기저기 튀어나온 곳들이 몸을 찔러댔다.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저은 호현은 태봉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태봉이 바닥에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태봉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귀, 귀신이십니까?”
“귀신요?”
귀신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이 피식 웃었다.
‘하긴…… 나라도 처음 보는 사람이 두둥실 떠서 움직이면 귀신이라고 생각을 했겠구나. 나 때문에 은인께서 놀라셨겠는걸.’
귀신을 봤다는 생각에 놀랐을 태봉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 호현은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을 상황은 아닌 듯하지만 자신이 얼굴을 굳히면 태봉이 더 무서워할 것 같은 것이다.
“은공의 눈에는 제가 귀신으로 보이십니까?”
“네…….”
고개를 끄덕이는 태봉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은공께 황금 불상이라도 하나 가져다 드려야겠군요.”
“황금 불상요?”
황금 불상이라는 말에 태봉이 의아해하자 호현이 말을 이었다.
“예전 당나라 시대에 한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흘러 날이 저물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급히 나뭇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한 노인이 울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본 나무꾼은 직감적으로 노인이 귀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귀신요?”
“그렇습니다. 나무꾼이 보니 노인이 울고는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보이지 않고, 몸을 떨고 있는데 발이 보이지 않더랍니다.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귀신이라는 것을 안 것이지요.”
귀신이라는 말에 태봉이 호현의 발쪽을 바라보았다.
‘발은 확실히 있는데…….’
자신의 발을 확인하고 있는 태봉의 모습에 속으로 웃은 호현이 다시 말했다.
“평소 담력이 크다고 자신하던 나무꾼도 실제로 귀신을 보게 되니 덜컥 겁이 나더랍니다.”
“그, 그렇겠죠. 저라면 밤에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바로 도망을 쳤을 것입니다.”
태봉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귀신을 만나게 되면 무서울 것 같았다.
게다가 산중의 어두운 밤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맞습니다. 저 역시 귀신을 보게 되면 혼비백산해서 바로 도망을 갔을 것입니다. 상대는 귀신이니까요. 하지만 그 나무꾼은 우리들과 달리 도망을 가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호현의 이야기에 빠져든 태봉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왜……?”
“처음에는 도망을 갈까 생각했지만 너무 애달프게 우는 노인 귀신의 모습을 보자니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가 떠오른 것입니다.”
“아! 그래서요?”
“그래서 나무꾼은 자기도 모르게 노인 귀신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걸었죠. 귀노(鬼老)께서는 왜 여기서 이렇게 울고 계십니까?”
“귀노께서는 왜 여기서 이렇게 울고 계십니까?”
나무꾼의 말에 서럽게 울던 귀노가 그를 바라보았다.
“추워. 추워. 추워.”
춥다는 귀노의 말에 나무꾼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귀신도 추위를 느끼는 것인가?’
“왜 추우신 것입니까?”
나무꾼의 말에 귀노가 울면서 손을 들어 머리 위를 가리켰다.
그 손을 따라 고개를 든 나무꾼은 큰 나무의 가지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유심히 보던 나무꾼이 귀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귀노가 있는 곳은 땅이 조금 솟구쳐 있었는데 처음에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봉분처럼 보였다.
‘아! 저곳이 귀노께서 묻힌 곳인가 보구나.’
세월이 흘러 봉분이 많이 무너져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무덤이었다.
무덤을 보던 나무꾼은 다시 나무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 때문에 햇빛을 받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무덤 전체를 감싸듯 서 있는 나무 때문에 햇빛이 닿지를 않는 것이다.
그제야 노인이 춥다고 하는 이유를 안 나무꾼은 도끼를 집어 들었다.
“나무꾼이 무덤을 가리고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고 나자 그제야 귀노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아! 나무 때문에 추웠던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무꾼은 베어 넘긴 나무를 자를 때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한 것이요?”
“그렇습니다. 나무꾼이 베어 넘긴 나무 속에 팔뚝만 한 황금 불상이 들어 있던 것입니다.”
“헉! 나무 속에 황금 불상이요?”
황금 불상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중얼거리는 태봉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던 나무꾼은 황금 불상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겠죠. 팔뚝만 한 황금 불상인데.”
“하지만 나무꾼은 황금 불상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귀노의 무덤에 그것을 묻어 주려고 했지요.”
“아니, 그 귀한 것을 어찌?”
“나무꾼은 그 황금 불상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이지요.”
“아…… 착한 사람이었군요.”
“착하다기보다는 귀노의 모습이 워낙 불쌍해 보여 황금 불상을 같이 묻어 줘 극락왕생을 빌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귀노의 무덤에 황금 불상을 묻어 준 나무꾼은 그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호현의 말에 태봉은 여전히 황금 불상이 아까운지 입맛을 다셨다.
‘쩝! 그 정도 황금 불상이면 땅을 사서 농사를 지어서 평생 밥 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동생들도 잘 키울 수 있을 텐데.’
태봉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의 이야기는 아직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나무꾼이 다시 나무를 하러 갔을 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아! 귀신 노인이 다시 나타난 것이군요?”
“아닙니다. 귀노는 그날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나무꾼이 나무를 베어 넘겼는데 그 안에서 다시 황금 불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황금 불상이 또요?”
“그렇습니다. 그에 이상한 생각이 든 나무꾼은 그 황금 불상을 귀노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자신이 어제 묻은 황금 불상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땅을 파 보니 그 안에 어제 자신이 묻은 황금 불상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요?”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무꾼은 다시 황금 불상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매일같이 황금 불상이 나무를 자를 때마다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무꾼은 황금 불상을 무덤이 있는 곳에 묻었고요.”
“그럼 그때마다 무덤에 있던 불상은 사라진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무꾼이 잠을 자는데 귀노가 나타난 것입니다.”
잠을 자던 나무꾼은 갑자기 꿈에 나타난 귀노를 보고는 놀랐다.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귀신은 귀신이니……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꿈속에 나타난 귀노의 품에는 예의 그 황금 불상이 들려 있었다.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인 귀노는 품에 든 황금 불상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나무꾼이 황금 불상을 받아들자 귀노가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귀노가 사라지고 잠에서 깬 나무꾼의 품에는 황금 불상이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아! 그럼 귀신 노인이 황금 불상을 가져다준 것입니까?”
“그렇게 봐야겠지요.”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태봉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방금 전 제가 황금 불상이라도 하나 가져와야겠다고 말을 한 것입니다.”
“네?”
“제가 귀신이라면 저를 구해준 은공께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호현의 말에 태봉은 다시 그가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얼굴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런 태봉의 모습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귀신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방금 허공에 떠서…….”
태봉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예전에 그런 모습을 봤다면…… 귀신은 아니더라도 신선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니 말이다.
실제로 명백 도장이 무아에 들었을 때 운무에 감싸인 그를 보고 선인이라고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잠시 태봉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는 신선 어르신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네?”
갑자기 나온 신선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는 태봉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신선 어르신께서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이렇게…….”
우우웅!
호현이 앉아 있는 들것이 작게 진동을 하더니 떠오르기 시작했다.
“헉!”
들것이 떠오르자 태봉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제가 귀신이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선인이십니까?”
“선인이라……. 후후, 저는 선인이라 불릴 정도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한 명의 학사일 뿐입니다. 그러니 저에 대해서 너무 놀라실 필요도 없고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잠시 말을 멈춘 호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은공에게 도움을 받은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호현의 말에 태봉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런 태봉을 보며 호현이 들것을 한 번 보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