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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3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7화

‘소가주께서 분명 자신의 신물을 선물로 주셨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정란이 호현을 쳐다보았다.

 

“소가주께서 주신 물건이 없으세요?”

 

“있기는 한데…….”

 

잠시 정란을 보던 호현이 품에서 팽문이 전해 준 적호패를 꺼내들었다.

 

“어머! 적호패네!”

 

호현의 품에서 나온 적호패에 정란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적호패는 팽가에서 은인에게 주는 신물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다.

 

“적호패!”

 

적호패라는 말에 깜짝 놀란 팽주가 급히 부복했다.

 

“하북팽가 방계 팽주가 적호패주를 뵙습니다.”

 

팽주의 예에 호현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슬며시 정란을 바라보았다.

 

괜히 적호패를 꺼내게 해 이런 상황이 되니 그녀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정란은 호현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팽주를 꼴좋다는 듯 보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제6-10장 재회(再會)

 

주작대로의 한쪽에는 큰 문을 가진 장원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오가장>

 

오가장의 현판을 본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현판에 걸린 글씨가 바로 대사형의 글씨인 것이다.

 

호현이 현판을 보고 있을 때 그를 이곳까지 안내를 해 온 팽주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곳이 대인께서 찾으시는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의 장원입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현의 말에 팽주가 잠시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러다 슬며시 정란을 향해 다가갔다.

 

“제가 한 실수는 정란 소저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흥!”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리는 정란의 모습에 팽주의 얼굴에 곤욕스러움이 어렸다.

 

비록 정란이 팽가의 직계나 방계 같은 팽씨는 아니지만, 팽가의 자금줄이라고 할 수 있는 하북상단의 총책임자의 개인 시비이다.

 

혹 정란이 팽화 대총관에게 이상한 소리라도 한다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이 더 큰 것이다.

 

팽주가 한숨을 쉬며 사라지는 것을 보던 호현이 위조를 향해 말했다.

 

“정보 이용료는 얼마를 드려야 합니까?”

 

호현의 말에 위조가 웃으며 양손을 저었다.

 

“이번 의뢰는 제가 호 대협에게 드리는 선물로 하겠습니다.”

 

“네? 그것은 왜……?”

 

“호 대협과 친분을 맺고 싶다는 의미의 작은 선물입니다.”

 

“아니 그래도…….”

 

“다음에 의뢰를 주시면 그 때는 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호현에게 급히 고개를 숙여 보인 위조는 황급히 몸을 돌리더니 사라졌다.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달려 가버리는 위조를 보던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호 대인, 들어가실 건가요?”

 

정란의 물음에 호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들어가기는 할 것인데…… 모르겠군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호현의 말에 정란이 그 곁으로 다가와 공손히 시립했다.

 

‘어쩐다……. 스승님께서 내가 대사형을 만난 것을 알면 크게 화를 내실 것인데. 하지만 북경까지 와서 대사형을 보지 않고 가는 것도…… 게다가 대사형 집 앞까지 와서…….’

 

무의식적으로 대사형을 만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던 호현이 손을 들었다.

 

‘다른 사형들도 같이 사시려나? 아! 다른 사형들과 녹봉을 모았다면 집을 살 수도 있을 거야.’

 

대사형이 탐관오리는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하며 중얼거린 호현은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처럼 느껴진 호현은 심호흡을 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안에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십니까?”

 

노인의 말에 호현이 호흡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이 댁이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의 댁이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누구신지……?”

 

대사형의 집이 맞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집에 사는 사람이 오평서가 맞는다는 말에 호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는…… 오평서 대인의 막내 사제인 호현이라 합니다.”

 

호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노인이 반색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 죽대선생과 함께 호북에 있다는 그 꼬마 학사?”

 

‘꼬마 학사?’

 

노인의 말에 의아한 생각을 하던 호현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 학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꼬마 학사가 저를 가리키는 말인 듯합니다.”

 

“이런! 이런! 귀한 손님이 오시었군요! 어서! 어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노인이 문을 활짝 열고 손짓하자 호현은 정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장원의 중심에 있는 큰 대청에 호현이 앉아 있었다. 으리으리한 장식과 남만에서 가져 왔다는 대리석들로 치장이 되어 있는 대청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 무슨 사치란 말인가? 나랏일을 하는 자는 누울 수 있는 한 평의 땅과 세끼 식사만 해결을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한 복이 없다 하셨거늘, 어찌 이런…….’

 

사방에 으리으리하게 장식이 되어 있는 조각과 그림들을 보며 얼굴이 굳어 있는 호현에게 그를 안내해 준 노인이 웃으며 다가왔다.

 

“대인들께서는 한 시진 정도면 출궁을 하실 것입니다. 그 동안 편히 쉬십시오.”

 

말과 함께 노인이 뒤를 돌아보자 그와 같이 온 시비들이 호현이 앉아 있는 의자 옆에 갖가지 다과와 차를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정란 소저도 옆에 앉아서 좀 드십시오.”

 

호현이 뒤에 서 있는 정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왜 안 드십니까?”

 

호현의 말에 정란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호현과 단 둘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집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시비의 본분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계속 사양을 하는 정란을 보던 호현이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대인들이라고 하셨는데…… 사형들이 모두 이곳에서 사시는 것입니까?”

 

“아! 모르셨군요. 맞습니다. 다섯 분이 모두 이곳에 사시고 계십니다.”

 

화려한 실내 장식에 얼굴이 굳어져 있던 호현은 다섯 사형들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산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풀렸다.

 

그런 호현을 보고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꼬마 학사를 이렇게 모시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다시 나오는 꼬마 학사라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꼬마 학사라는 말은…….”

 

“아!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다섯 장주들께서 막내 사제분을 늘 꼬마 학사라고 부르시며 이야기를 나누셔서 호현이라는 이름보다는 꼬마 학사라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습니다.”

 

노인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말을 하다 깜빡 잊었다는 듯 급히 포권을 했다.

 

“제 소개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가장의 총관을 맡고 있는 방윤이라 합니다.”

 

“저는…… 아시는 대로 호현입니다.”

 

“하하, 이거 장주들께서 오시면 정말 좋아하시겠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사형들께서는 혼인은 하셨습니까?”

 

호현의 말에 방윤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아직 이십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사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호현이다. 지금 사형들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아니 왜 아직……?”

 

“장주들 모두 출세가도를 달리시는 분들이라 좋은 곳에서 혼담이 많이들 들어오는데 모두 거절을 하고 계십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였는데 일가를 이루지 못하고 어찌 치국을 한다는 말입니까?”

 

호현의 말에 방윤이 슬며시 속삭였다.

 

“이 노복(老僕)의 짐작으로는 아무래도 스승이신 죽대선생이 없으시니 장가를 가지 않는 듯합니다.”

 

“스승님 때문에요?”

 

“그렇습니다.”

 

방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사형들이 스승님을 생각하기는 하시는구나. 스승님 때문에 혼인도 미루시고. 스승님께서 사형들을 용서하지 않으시면 늙어 죽을 때까지 혼인을 안 하시려는 건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차를 입에 가져다대자 방윤이 물었다.

 

“그런데 혼자 오신 것입니까?”

 

방윤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호현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께서는 방헌에 계십니다.”

 

호현의 말에 방윤이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죽대선생께서 아직 노여움을 풀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호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방윤이 물었다.

 

“그런데 호현 학사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 저희 장원에 남는 방이 많으니 괜찮으시면 이리로 오시지요.”

 

“아닙니다. 오늘은 그저 사형들 얼굴이나 보러 온 것입니다.”

 

“그래도 그냥 가시면 장주들께서 서운해 하실 것인데…….”

 

“제가 이곳에 온 것을 스승님께서 아시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머물기까지 하면 스승님께서 저를 어떻게 하실지…… 저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방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장주들을 통해 죽대선생의 성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형들의 녹봉으로 이런 장원을 어떻게……?”

 

호현의 말에 방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는 굳어진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혹 무언가 들은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혹시 들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그것은 모두 거짓부렁이고 모함이니 절대 믿으시면 안 됩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잘 나가고 출세를 하면 시기를 하고 모함을 하는 법입니다. 장주들 역시 그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궁에 아무런 기반이 없는데도 다들 고관의 지위에 오른 것입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생각에 잠겼다.

 

‘사형들에게 적이 많은 것인가? 그러고 보니 정읍 총관도 대사형의 이름이 나오니 표정이 변했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들을 만나면 알게 되겠지.’

 

사형들에 대해 미리 판단을 하게 되면 그의 생각의 잣대로 그들을 예단하게 될 것이다.

 

호현은 사형들을 믿었기에,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 대한 생각을 정하기로 했다.

 

*

 

*

 

*

 

그 날 밤.

 

오가장의 입구에 다섯 명의 중년인이 호위 무사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잔뜩 지친 얼굴로 안에 들어서던 중년인 중 눈썹이 짙고 눈이 부리부리한 호목(虎目)을 가진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오늘 호부(戶部) 감찰건에 대한 보고서가 빠졌더구나.”

 

보고서라는 말에 맨 뒤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대사형, 집에서는 좀 쉬십시다. 쉬라고 있는 집에서까지 왜 일 이야기를 하십니까.”

 

다섯째 사제인 도유의 말에 호목의 남자, 대사형 오평서가 얼굴을 굳혔다.

 

“나랏일에 쉬는 것이 어디 있느냐! 너의 이런 나태한 모습을 스승님께서 보셨다면 죽대가 남아나질 않게 두들기셨을 것이다.”

 

스승님이라는 말에 도유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호부는 돈이 많이 움직이는 곳이라서 감찰이 쉽지 않습니다. 산서성에서 올라 올 보고서만 들어오면 다른 보고서들과 함께 보내겠습니다.”

 

“열심히 하거라. 다른 사제들은 모두 감찰 보고서를 다 올렸지 않느냐.”

 

“그거야 둘째 사형은 공부(工部)를 맡았고 셋째 사형은 경친왕부, 넷째 사형은 금의위를 맡았기 때문 아닙니까. 제가 맡은 호부와는 규모적으로 차이가 나는데, 같은 시간을 주신 것은 대사형의 판단 실수입니다.”

 

투덜거리는 도유를 보며 셋째이자 도유의 친형인 도궁이 고개를 저었다.

 

대사형에게 대들고 난 후 후회를 하는 것은 늘 자신이면서 도유는 오늘도 이렇게 대드는 것이다.

 

“대사형, 제가 내일 다섯째를 도와 호부 감찰 보고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아니, 너는 내일 넷째와 남쪽으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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