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3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0화
그러자 팽정이 급히 옷을 정리하고는 팽극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 팽정을 본 팽극이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팽극이 움직이는 것에 사람들이 말없이 그를 주목했다.
스윽!
사람들을 훑어보던 팽극이 포권을 해 보였다.
“팽가의 행사에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참석해 주시어 이 팽모,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팽극의 인사에 사람들도 서둘러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팽가의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사람들의 외침을 들으며 팽극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팽가의 행사는 본 하북팽가의 미래를 이끌 소가주 취임식 때문입니다.”
팽극의 말에 팽정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물러나거라.”
“네?”
“물러나라 하였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스윽!
팽극의 시선에 팽정이 침을 삼키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 팽정을 보던 팽극이 사람들을 향해 다시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 문득 팽극이 하늘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하늘 쪽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다 팽극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하늘에서 한 사람이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 것이다.
경악어린 팽극의 얼굴에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도 경악이 어렸다.
“허, 허공답보?”
“허공답보다!”
“세상에, 허공답보라니!”
사람들의 경악에 찬 고성이 울리는 가운데 남궁무진도 놀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역시 하늘에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을 본 것이다.
‘허공답보라니……. 대체 무림에 어떤 자가 저런 무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안력을 집중해 하늘을 올려다보던 남궁무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점점 가까워 오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본 것이다.
‘무당학사?’
하늘을 걷고 있는 사람은 바로 무당학사 호현이었다.
하늘을 엉거주춤 걸으며 호현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동안 몇 번 허공을 걸어서인지 호현은 몇 가지 요령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걸음을 옮길 때 발을 통해 기운을 강하게 분출하는 것이다.
부딪힐 것도 없고 발을 묶는 것도 없으니 그렇게 기운을 한 번 분출할 때마다 호현의 몸은 앞으로 주욱 나아갔다.
조금 불편한 것이라면 기운이 기력이 다해 멈출 때 다시 허공을 밟기 위해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늘을 걸으며 움직이던 호현은 곧 멀리 팽가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으려만.’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천천히 기운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높이를 줄이며 팽가로 향하던 호현의 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연무장이 보였다.
연무장 한쪽에 있는 비무대에 서 있는 팽극을 본 호현이 그 옆으로 내려섰다.
탁!
가벼운 소리를 내며 내려선 호현은 한숨을 쉬며 이마를 닦아냈다.
하늘을 걸을 때마다 떨어질까 하는 걱정과 높은 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공포심에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휴우.”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든 호현은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팽극과 사람들의 시선을 볼 수 있었다.
‘하긴 하늘을 걷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자신이 하늘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짓던 놀라는 표정을 떠올리며 중얼거린 호현이 팽극에게 말했다.
“지금 팽문 소협께서 오고 계십니다.”
호현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팽극은 팽문이라는 말에 급히 말했다.
“물증은 찾았는가?”
팽극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객과 그와 만나는 사람을 잡았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극이 힐끗 남궁무진의 기색을 살폈다. 하지만 남궁무진의 표정은 별 다른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그런 표정이 유지될지 보겠소.’
속으로 중얼거린 팽극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북팽가의 소가주는 팽문입니다.”
쿵!
팽극의 말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호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공답보를 시전 하는 고수는 어차피 그들에게 하늘 위의 세상이니 그들의 생활에 영향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하북의 하늘인 팽가의 소가주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들의 생활은 변하게 되니 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팽극이 앞뒤 설명 다 자르고 바로 팽문을 소가주 자리에 다시 앉힐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팽정과 남궁무진도 마찬가지였다.
“아버…….”
- 물러나거라.
팽극을 향해 소리를 치려던 팽정은 남궁무진의 전음에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 눈에 보이는 남궁무진의 눈빛에서 너무나 무서운 빛을 본 것이다.
팽극에게 다가서던 남궁무진이 호현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
“팽 가주, 내 잠시 할 말이 있는데…….”
남궁무진이 나서자 사람들이 그와 팽극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말씀하십시오.”
“지금 내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팽문을 팽가의 소가주로 임명한다 하였나?”
“맞습니다.”
“허! 팽 가주가 잘못 알고 있지 않다면…… 팽문은 이 자리에 없네. 게다가 나와 한 약속을 잊은 것인가?”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팽문을 소가주로 임명하는 것인가?”
“듣지 못하셨습니까? 팽문을 암살하려던 자객을 잡았다고 합니다.”
팽극의 말에 남궁무진이 피식 웃었다.
“나와 한 약속은 자객을 잡는 것이 아니라 본가가 자객과 관련이 있다는 물증 아니었던가?”
남궁무진의 물음에 사람들이 팽극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남궁세가와 팽가와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객들이 오면 알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자객을 데리고 온 다음 소가주 임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팽문은 팽가 소가주 자리에서 해임이 된 자인데, 그런 자가 어찌 다시 팽가의 소가주가 된다는 말인가?”
남궁무진의 말에 사람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말도 맞지. 다시 소가주에 앉힐 거라면 왜 해임을 시켰다는 말인가?”
“하지만 자네도 이야기는 들었잖아. 팽문이 무공을 회복했다는 말 말이야.”
“하긴 그것도 일리가 있군.”
“그렇지. 누가 뭐래도 무가의 주인은 무공으로 정해지는 것 아니겠나? 강기성화의 고수가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소가주 자리를 맡기는 것도 이상하잖나.”
자신의 생각과 달리 사람들이 팽문의 소가주 취임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에 남궁무진이 눈가를 찡그렸다.
‘내가 하북에 와서 수모를 많이 겪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남궁무진이 팽극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어떠하든 팽가의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팽가의 가주인 팽극의 말인 것이다.
답을 묻는 남궁무진의 시선을 받으며 팽극이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는 순간 팽가 안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남궁 형께서 팽가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 같소이다!”
갑자기 들려온 고성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장대한 체구를 가진 한 노인이 그 몸만큼이나 거대한 도 한 자루를 땅에 박아 넣은 채 불량한 자세로 남궁무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푸른 색 무복을 입은 한 중년인이 등에 얇은 도 한 자루를 멘 채 서 있었다.
그 노인을 보며 남궁무진이 침음성을 흘렸다.
“천도 팽승.”
남궁무진을 보던 팽승이 스윽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시선에 닿은 사람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람들을 보던 팽승이 몸을 움직였다.
파앗!
몸을 움직였다 싶은 순간 어느새 비무대 위에 올라 선 팽승이 남궁무진을 노려보았다.
“본가의 소가주 일에 남궁 형이 너무 관심을 기울이시니…… 이곳이 안휘성인지 하북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팽승의 말에 남궁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본가와 팽가가 남이겠소이까. 피로 이어진 사돈인데 어찌 남의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소. 내 집안일처럼 걱정이 되어 나선 것인데, 팽 형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내 사과 하겠소이다.”
포권을 하는 남궁무진을 지긋이 보던 팽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팽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잠시 가문을 비운 사이 재밌는 일이 생긴 모양이구나.”
팽승의 말에 팽극이 그와 함께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오제.”
팽극의 부름에 오제라 불린 중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로 유원대를 죽였다고 지목이 된 그들 여섯 의형제 중 다섯째인 풍혼수라 혁광이었다.
“어찌 된 일이더냐? 왜 네가 아버님과 같이 있는 것이야?”
“셋째 형님께서 어르신을 팽가로 모셔 오라 하셨습니다.”
“유제가 말인가?”
“그렇습니다.”
“나도 모르는 아버님의 행방을 유제가 어찌 알고?”
팽극의 말에 팽승이 그를 바라보았다.
“집에 일이 생기면 연락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원대 그 아이에게는 행선지를 말하고 갔느니라.”
“그럼 어디에서 오시는 것입니까?
왜 그런 것을 묻는지 의아한 듯 그를 보던 혁광이 입을 열었다.
“동해 쪽에서 오는 길입니다.”
동해라는 말에 팽극이 혁광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호가전으로 가서 유제에게 인사하거라.”
“형님이 그곳에 계십니까?”
“유제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모두 그곳에 있느니라. 그리고 유제에게 인사하고 다들 데리고 이곳으로 오거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아버님과 있었다는 말을 반드시 하거라.”
“그것은 왜……?”
“그리 말하면 된다.”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던 혁광이 일단 고개를 숙이고는 호가전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혁광이 사라지고 난 후 팽승은 팽극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팽문이 암살 위기를 겪었다는 이야기에서 팽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팽문을 암살하려 한 일에 남궁세가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와 자객들을 운송하던 유원대가 죽었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팽승이 슬쩍 남궁무진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거 참……. 무서운 이야기로군. 안 그렇소, 남궁 형.”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그런 모함을 팽문이 왜 생각을 했는지……. 하아! 참 무서운 일입니다.”
고개를 젓는 남궁무진을 보던 팽승이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모두 가라.”
갑자기 가라는 말을 하는 팽승의 모습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라고?”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가라고 하는 것 같은데?”
팽승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 볼 때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모두 가라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냐!”
팽승의 일갈에 사람들이 급히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팽극이 비무대 밑에 있는 팽가 무인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다음에 더 좋은 일로 연회를 열겠다 전하거라.
팽극의 전음에 고개를 숙인 팽가 무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연무대를 나서는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려는 것이다.
한편 호현은 갑자기 나타난 팽승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 저런 기운이 있을 수 있지?’
팽승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활화산을 보는 듯했다. 붉디 붉고 난폭하게 느껴지는, 마치…… 사람이 아닌 명계의 아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호현이 신기한 듯 팽승을 보고 있을 때 팽극이 그를 향해 말했다.
“팽문과 다른 아이들은 언제 오는 것인가?”
“아, 저만 먼저 이야기를 전하러 온 것이니 다른 분들은 금방 올 것입니다.”
“그렇군.”
팽극이 남궁무진을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다들 앉으시지요. 어차피…… 결론은 문이가 그 빌어먹을 자객을 데리고 오면 결판이 날 것이니.”
팽극의 말에 남궁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