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2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8화
“자네는 유제가 벌떡 일어날 소리 하지 말게.”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침중한 얼굴로 유원대의 시신을 보던 철제가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형님…… 진정…… 다섯째가 형님을 해한 것입니까?”
유원대를 보며 중얼거리던 철제가 중얼거렸다.
“다섯째가 진정 셋째 형님을 해한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을 알기 위해 다섯째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내 짐작이 틀리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말이네.”
“형님의 생각이 말입니까?”
“그래……. 나는 내 짐작이 제발 틀리기를 바란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우리는 셋째뿐만 아니라…… 다섯째까지 잃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끄응!”
목위청의 말에 철제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런 철제를 보며 목위청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제발 내 짐작이 틀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
*
*
어두운 저녁, 호현은 하늘을 걷고 있었다. 소구산에서 빠져나간 기운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다.
소구산을 탈출한 자객은 자신의 흔적을 최대한 숨기면서 도망을 쳤지만 경공을 극성으로 시전해 내달렸기에 아직 그 기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호현이 하늘을 걸으며 그 흔적을 뒤쫓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기운의 흔적이 한 마을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 그 기운들에 자객의 기운이 묻혀 버린 것이다.
마을을 유심히 보던 호현이 허공을 계단을 밟듯 밟으며 더욱 올라갔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유심히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객의 기운이 마을 밖으로 나간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을 안에 있기는 한 모양이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호현을 쫓아 내달리는 무인들 틈에서 팽문은 미축의 등에 업혀가고 있었다.
호현이 하늘에서 자객을 찾고 있으니 기운을 쓸 수 없는 그로서는 경공을 시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치욕감에 팽문의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자객들을 끌고 본가로 갔던 유원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유원대는 팽가의 오대봉공이기 이전에 그에게는 사부가 되는 인물이니 그로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제길! 제길! 나 팽문이 못나기 이를 데가 없구나! 사부께서 죽었는데 나 팽문은 남의 등 신세를 지는 처량한 꼴이라니!’
팽문은 부끄러워 얼굴도 들 수 없는 지경이었다. 미축의 등을 바라보며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하구나. 정말 내가 너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구나.”
팽문의 말에 미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소가주께서는…….”
“사형이라고 부르거라. 너와 나는 같은 사부님을 두지 않았느냐. 반드시…… 사부님의 원한은 내가 갚을 것이다.”
“그 자리에 저와 사제들 또한 있을 것입니다.”
미축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백호단원들은 힐끗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높은 하늘에서 사람이 걷고 있으니 어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전설로만 내려오는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고수가 있으니 말이다.
‘허공답보라니…….’
‘설마하니 사람의 탈을 쓴 신선이란 말인가?’
팽문과 손을 잡고 다니기에 불편한 눈으로 호현을 봤었는데 이제 보니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절세 고수인 것이다.
‘일개 학사인 줄 알았더니 저런 고수였다니…… 대체 누구지?’
‘역시 소가주와 같이 다니기에 보통 인물은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저런 고수라니…… 대체 누구야?’
‘팽가의 미래가 정말 밝구나. 가주에게는 오대봉공이라는 친우들이 계시고 소가주에게는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고수가 친구이니, 그 누가 팽가를 우습게보겠는가.’
전설의 무공인 허공답보에 백호단원들이 지금 상황도 잊고 멍하니 그것을 보며 달리고 있을 때 호현이 천천히 내려왔다.
탓!
가벼운 소리를 내며 땅에 내려선 호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는 익숙해질 만한데도 높은 곳에 오르기만 하면 팔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벌렁벌렁한 것이다.
“호현 학사.”
미축의 등에서 급히 내린 팽문이 호현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팽문의 말에 호현이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빛을 가리켰다.
“저 마을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 자객의 기운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향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을을 바라보는 팽문을 보며 미축이 말했다.
“탁진현입니다.”
“탁진현에 어떤 문파가 있지?”
“백마표국이 가장 성세가 크고 문파로는 백벽문이 있습니다.”
“우리 입김이 통하는 곳인가?”
“하북 일대에 저희 팽가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미축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현의 손을 잡았다. 그에 호현이 자연지기를 주입했다.
우우웅!
호현이 주입하는 기운을 받아들이며 팽문의 얼굴에 심난함이 어렸다.
‘대체 이 기운을 어떻게 붙들어 둘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강하게 발을 내디뎠다.
팟!
빠르게 탁진현으로 달려가는 팽문의 뒤를 미축과 백호단원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탁진현에 단숨에 도착한 팽문은 백호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백마표국과 백벽문에 연락을 해 도움을 요청해라. 지금부터 탁진현 밖으로는 아무도 나가고 들어올 수 없다.”
“존명!”
백호단원 몇이 백마표국과 백벽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호현이 주위를 유심히 훑어보았다.
‘백 가닥으로 묶인 줄이라 해도 끝부터 풀어나가다 보면 그 끝이 보이게 되어 있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문곡성을 개안한 채 주위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주위에 흘러다니는 기운들을 유심히 훑어보던 호현의 눈에 자객의 기운이 보였다.
‘저기다.’
자객의 기운을 찾은 호현이 빠르게 기운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찾으셨습니까?”
팽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에 팽문이 그 뒤를 따르며 백호단원들과 미축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그들이 사방으로 넓게 흩어지며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혹여 자객이 눈치를 채고 도망을 칠 경우 퇴로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탁진현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무인들의 모습에 당황한 듯 급히 좌우로 길을 트기 시작했다.
“팽가 무인들 같은데?”
“어? 저 문양은 팽가의 오단 중 백호단의 표시잖아.”
“뭐? 그럼 저들이 팽가의 자랑인 백호단이란 말이야?”
“백호단이 왜 이곳에 온 거지?”
“그러게……. 팽가의 소가주 취임식 일로 한창 바쁠 텐데, 백호단을 밖에 돌리고 무슨 일이지?”
사람들이 백호단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을 때 팽문의 뒤를 따르던 미축과 그 사형제들의 얼굴에는 살기가 어리고 있었다.
자객들을 이끌고 갔던 사부가 죽임을 당했다. 그 말은 자객과 관련이 된 자들이 유원대를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서 자객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철천지원수인 것이다.
*
*
*
<다향루>
평범한 이름과 외견을 가진 작은 찻집의 지하에 뇌영 칠호가 숨어 있었다.
흑의와 복면을 벗은 뇌영 칠호는 어느새 평범한 회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 뇌영 칠호를 한 중년인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긴장이 된 뇌영 칠호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송구합니다.”
뇌영 칠호의 사죄에 중년인이 눈을 찡그렸다.
“뇌영 육호는 죽고, 뇌영을 지원하는 뇌영대 십팔 인을 모두 잃은 것에 비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고작 송구하다.”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뇌영 칠호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 역시 할 말은 있는 것이다.
“저희가 받은 대상의 정보는 무공을 잃은 팽문과 그 호위 무사인 팽립과 학사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지만 상대는 무공을 회복한 팽문과 강기를 미친 듯이 난사하는 괴물 학사였습니다.”
“무당학사가 무공을 익히고 있더냐?”
“그렇습니다.”
그 말에 중년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정보가 잘못되었다면 뇌영 칠호에게 잘못을 추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흔적은 잘 지웠겠지.”
“물론입니다. 저희를 아시지 않습니까. 흔적을 남길 것이었다면 이곳이 아닌 자결을 했을 것입니다.”
뇌영 칠호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뇌영들은 잠입하는 것보다 도망을 치는 것에 더 능한 자들이다.
이들은 결코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자들이니 말이다.
“내일이면 팽가의 주인이 바뀔 것이다. 그리하면 팽가의 눈들이 줄어들 것이니 그 후 하북을 벗어나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동안은 이곳에서 편히 쉬거라. 나는 주군에게 돌아가 상황을 보고하겠다.”
말과 함께 중년인이 몸을 일으킬 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콩콩! 콩! 콩콩콩!
무언가 의미가 담겨진 소리에 순간 중년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멍청한!”
순간 중년인의 주먹이 뇌영 칠호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끄윽!”
목이 꺾일 정도로 돌아갔던 뇌영 칠호의 얼굴이 바로 돌아왔다.
“송구합니다.”
“으득!”
뇌영 칠호를 보던 중년인이 한쪽에 있는 벽을 건드렸다.
스르륵!
순간 벽에서 작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와!”
중년인이 그 안으로 몸을 들이밀자 뇌영 칠호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자객의 기운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호현이 순간 눈을 찡그렸다.
앞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경공을 시전해 달려오는데 그들의 기운에 섞여 자객의 기운이 묻히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얼굴을 굳히는 호현의 모습에 팽문이 급히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들 기운에 자객의 기운이 묻힙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소리쳤다.
“앞에서 오는 분들은 길을 트시오!”
팽문의 일갈에 앞에서 오던 사람들이 급히 사방으로 흩어지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두 무인이 팽문을 보고는 급히 포권을 해 보였다.
“백마표국의 국주인 백마표협 구양이라 합니다.”
“백벽문의 암벽검 초위입니다.”
두 사람의 예에 팽문이 급히 포권을 해 보이고는 급히 말했다.
“지금 자객을 추적중입니다.”
“백호단 분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초위의 말에 구양이 눈을 찌푸렸다. 마치 초위가 팽문을 돕는다는 듯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팽문도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미 백호단원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들었을 터인데…….’
이들 때문에 상황이 지체된다고 여긴 팽문이 급히 말했다.
“탁진현 외부로 나가는 자들이 없도록 막아주십시오.”
팽문의 말에 초위가 입을 열기 전 구양이 급히 말했다.
“이미 수하를 파견해 탁진현 외부를 봉쇄했습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밖으로 들고 나지 못할 것입니다.”
구양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팽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주위를 유심히 보던 호현이 자객의 기운을 다시 찾았는지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팽문이 급히 그 뒤를 쫓았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호현과 팽문은 작은 찻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응?”
찻집을 보던 호현은 순간 자신의 발밑으로 묘한 기운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뭐지?’
그에 이상한 기분이 든 호현이 발밑을 바라보았다. 분명 단단한 땅을 밟고 있는데 그 밑으로 두 개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기운은…….
‘자객의 기운이다.’
그것을 느낀 호현이 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밑입니다!”
호현의 외침에 팽문이 급히 그 손을 붙들었다. 이제는 하도 손을 잡고 기운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팽문이 손을 잡는 것과 동시에 호현의 기운이 그 몸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