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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2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7화

“도교 경전이 사라졌군.”

 

그 말에 제갈현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죽대선생이 유학 외의 학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는 것이다.

 

그런 죽대선생의 서가에 도교 경전이 있다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도교 경전? 노사께서 도교 경전도 모으셨습니까?”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고…… 황궁 서고에 엉뚱하게도 도교 서적이 있기에 내가 보기 싫어서 가지고 나왔네.”

 

죽대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황궁서고에서 책을 함부로 가지고 나오셨다는 말입니까?”

 

“함부로는 아니지. 예전 선황 폐하께서 나에게 황궁서고에 있는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한 권 정도는 가져도 된다고 약속을 하셨거든. 그러니 함부로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니지.”

 

“그럼 보고는……?”

 

“선황 폐하께서 하신 약속인데 굳이 보고를 할 필요가 있겠나. 그리고 귀한 책도 아니고 말이네. 그나저나 책이 어디로 갔지? 공손 학사가 가지고 나갔나?”

 

죽대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제갈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학관 주위를 둘러보고 공손 학사를 찾아보거라.”

 

“알겠습니다.”

 

제갈인이 밖으로 나가자 죽대선생이 다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괜찮으십니까?”

 

제갈현진의 물음에 죽대선생이 웃으며 탁자에 놓인 고서적들을 훑어보았다.

 

“유교에 관한 귀한 책도 아닌데 사라졌다고 뭐 어쩌겠나. 그리고 공손 학사가 잠시 보려고 가지고 간 것이겠지. 그나저나 공손 학사가 오면 한마디 해야겠군. 유학을 공부한 이가 그런 잡서나 보고 있다니…… 쯔쯔쯔! 한심한 노릇이야.”

 

도교 경전 한 권 사라진 것이 무슨 대수냐는 듯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는 죽대선생을 보며 제갈현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리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별 책이 아닌 것인가? 그런데…… 호현 학사도 참 대단하군. 이런 분 밑에서 그 정도로 도교에 대한 깨달음을 얻다니 말이야.’

 

호현에 대한 새삼 놀라움을 느끼던 제갈현진이 물었다.

 

“그런데 사라진 책은 무엇입니까?”

 

“책? 아! 그게 아마…….”

 

기억을 더듬듯 잠시 생각을 하던 죽대선생이 기억이 났다는 듯 말했다.

 

“그게 아마 원나라 때 망한 전진교인가 하는 도관에서 만든 책인데…… 허풍만 가득한 것이 민간에 전해지면 혹세무민(惑世誣民) 하기 딱 좋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더군.”

 

“전진교?”

 

“그렇다네. 무슨 심검이 어떻다느니 마음으로 보면 세상에 보지 못할 것이 없다느니……. 아! 자네, 사람이 하늘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말 들어 본 적 있나?”

 

“사람이 하늘을 걸어요?”

 

“그렇다네. 무슨 태을천라보인가를 극성으로 펼치면 허공을 밟고 움직이며 오 장 이내에 그 신형만이 가득하다고 적혀 있더군.”

 

“태을천라보?”

 

태을천라보라는 말에 제갈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 것이다.

 

‘태을천라보…… 전진교…… 전진교…… 전진교의 태을천라…… 보!’

 

쿵!

 

순간 든 생각에 제갈현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전진교의 태을천라보!”

 

“응? 왜 그러나?”

 

죽대선생의 물음에 제갈현진의 머리 속에 예전 제갈세가의 무고에서 본 무림비록의 내용이 떠올랐다.

 

제갈세가에서 대대로 무림의 크고 작은 일을 적어 놓은 무림비록에는 전진교의 태을천라보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태을천라보.

 

태을천라보를 극성으로 익힌 사람은 하늘을 짜서 만든 그물을 펼친 듯 그 신형이 오 장 이내를 뒤덮을 수 있으니 그 누가 상대를 할 수 있겠는가.>

 

소림사의 연대구품과 비교할 수 있는 절정의 보법인 태을천라보의 이름이 죽대선생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에 놀라고 있던 제갈현진이 문득 그를 바라보았다.

 

‘심검?’

 

“방금 심검이라는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심검? 아! 마음의 검 말이군.”

 

“그렇습니다. 혹 그 도경에 그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까?”

 

“있었지. 이름이…… 구양신검과 구음신공이던가?”

 

<구양신검

 

전진교의 검법 중 장문지검이라 불리는 구양신검은 극양의 양강지검이다.

 

일명 태양지검이라 불릴 정도로 극양의 기운을 가진 검법이다. 극성에 이르게 되면 아홉 개의 심검을 만들어 천하에 베지 못할 것이 없다고 전해진다.>

 

<구음신공

 

전진교의 장문지검인 구양신검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양강지기를 쌓는 무공이다.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익히는 것이 바로 구음신공이다.

 

구음신공은 체내에 극음의 내공을 쌓게 하는 것으로 구양신공의 양강지기와 조화를 일으켜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낸다.

 

또한 구음신공과 구양신검의 두 기운은 서로와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막대한 내공을 쌓을 수 있다.>

 

이미 사라진 전 천하제일 도문 전진교의 비전 절예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나오는 것에 놀라고 있던 제갈현진이 급히 물었다.

 

“그 도경의 이름이 혹…… 전진도해입니까?”

 

“응?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갈현진이 황급히 내실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밖으로 달려 나가는 제갈현진의 모습에 놀란 죽대선생이 소리쳤다.

 

“자네 어디 가나! 나하고 고서 연구해야지!”

 

죽대선생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밖을 뛰어간 제갈현진이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갔다.

 

“연아! 연아!”

 

부엌에서 죽대선생의 밥을 준비하고 있던 제갈연이 제갈현진의 급한 부름에 모습을 드러냈다.

 

“숙부님?”

 

평소 점잖은 제갈현진이 급히 달려오는 것에 의아한 제갈연이 그에게 다가갔다.

 

“숙부님, 왜 그러세요?”

 

제갈연의 말에 제갈현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급히 바닥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비문?’

 

제갈세가만의 문자인 비문에 제갈연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대체 왜……?’

 

제갈현진을 보던 제갈연이 그가 적는 비문으로 고개를 숙였다.

 

<전진파의 전진도해 출현.

 

지금 즉시 본가에 이 사실을 알리고 그 책을 가져간 공손무기를 추적할 것.>

 

‘전진도해?’

 

전진도해가 무언지 모르는 제갈연이 의아해 할 때 제갈현진이 마지막 비문을 적어 내려갔다.

 

<황연(皇燕)>

 

쿵!

 

황연, 제갈세가의 일을 나누는 황, 제, 왕, 군, 신 다섯 단계 중 황연은 가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급 지령이다.

 

황연이 발동이 되면 제갈세가의 모든 자원들이 그 임무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황연을 가주가 아닌 제갈현진이 적는 것이다.

 

‘가주가 아닌 자가 황연으로 지령을 내린다면 그 사항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숙부께서 치죄를 당하실 것인데, 대체 전진도해가 무엇이기에…….’

 

의문을 떠올리는 것도 잠시, 제갈연의 몸이 그대로 방헌학관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방헌학관의 수학실인 국실에는 화산파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명상을 하고 있던 화산신검 풍범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에 주위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화산파 고수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어?”

 

“헉!”

 

“세상에! 이런!”

 

눈을 감은 풍범이 계속 이상한 감탄사를 뱉으며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지?’

 

‘그러게. 사숙께서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군.’

 

매화검수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풍범이 눈을 떴다.

 

화아악!

 

풍범의 눈에서 쏟아지는 안광에 매화검수들이 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벌떡!

 

“종수! 종목!”

 

“하명하십시오.”

 

“하명하십시오.”

 

풍범의 외침에 매화검수 둘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너희 둘은 지금 즉시 방헌현 일대를 샅샅이 뒤져 공손무기를 잡아들여라. 아니! 그자를 잡아 아무도 모르게 화산파로 압송하라!”

 

“존명!”

 

“공손무기를 잡는 데 있어 본문의 모든 자원을 사용해도 된다.”

 

모든 자원이라는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학사 한 명 잡는데 매화검수 둘이 움직이는 것도 과하거늘 화산의 자원까지 사용해도 된다니?

 

“무엇들 하는 것이냐! 가라!”

 

풍범의 노성에 종수와 종목이 국실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던 풍범이 종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서구를 준비하거라.”

 

“알겠습니다.”

 

종진이 한쪽에 보자기에 쌓여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자 그 안에서 전서구가 모습을 보였다.

 

구구구! 구구!

 

그러고는 종진이 작은 붓과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와 붓을 받은 풍범이 종이는 버리고 품에서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 종이를 본 종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전서구에 사용되는 종이 중 붉은색은 장문인께 지급으로 전달을 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전진교의 전진도해 발견.

 

호북 방헌학관에서 도난당함.

 

전진도해를 가져간 인물은 공손무기라는 학사임.

 

종경이 그에 대해 알고 있으니 확인 요망.>

 

글을 모두 적어 내려간 풍범이 전서구의 발에 달린 통에 종이를 집어넣고는 밖으로 나갔다.

 

방헌학관 지붕 위로 올라선 풍범이 그대로 전서구를 날렸다.

 

펄럭! 펄럭!

 

날개를 힘차게 저은 전서구가 방헌학관을 한 바퀴 돌고는 곧 북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호북 방헌학관에서 새로운 바람이…… 그것도 붉디붉은 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제6-5장 자객을 쫓다

 

팽가의 호가전의 내실에는 목위청과 철제, 그리고 팽극이 있었다.

 

철제는 팽문과 함께 자객을 쫓고 있었지만 의형제인 유원대의 죽음을 알리고 그를 돌아오게 한 것이다.

 

잔뜩 굳은 얼굴로 그들 셋은 내실에 누워 있는 유원대를 보고 있었다.

 

유원대는 화려한 황금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무복을 입은 채 가슴에는 그의 애병을 안고 있었다.

 

그런 유원대를 지그시 보던 팽극이 철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축은 왜 안 돌아온 것인가?”

 

“사부가 마지막으로 한 명을 수행하겠다 했습니다.”

 

“마지막 명? 그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스승의 옆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더냐.”

 

팽극의 말에 철제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소가주를 지키라는 것입니다.”

 

팽극이 유원대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자네 끝까지…… 나를 미안하게 하는군.”

 

유원대의 시신을 보며 입술을 깨물던 팽극이 목위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섯째…… 는 아직 못 찾은 것인가?”

 

목위청이 고개를 젓는 것에 팽극의 몸에서 무서운 기세가 솟구쳤다.

 

우우웅!

 

분노에 찬 팽극의 몸에서 솟구친 기세가 주위를 휘어 감는 것에 철제가 손을 들었다.

 

화아악!

 

기운을 뿜어내 팽극의 기세를 흩어내며 철제가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유 형님이 있습니다.”

 

철제의 말에 팽극이 기세를 갈무리하자 목위청이 입을 열었다.

 

“지금 다섯째를 찾기 위해 하북의 모든 자원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직 하북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니 곧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라!”

 

말과 함께 팽극이 몸을 일으키고는 내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철제가 유원대의 시신에 다가갔다.

 

스윽!

 

유원대의 얼굴을 쓰다듬은 철제가 한숨을 쉬었다.

 

“형님하고 처음 만났던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삼십 년이 넘었구려.”

 

철제의 말에 어느새 다가와 유원대의 얼굴을 보고 있던 목위청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여섯 형제가 같이 다닌 지도 벌써 삼십 년이구나.”

 

“그렇군요. 후우, 그러고 보니 저희가 처음 만난 것도 바로 여기였군요.”

 

“그렇지. 천도 어른께서 여신 천하제일도 대회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네.”

 

“그때 제가 형님을 이겼던 것 기억나십니까?”

 

“어허! 그때는 내가 실수를 해서였지. 그날 이후에 재 대결에서는 내가 이겼잖나.”

 

“그래도 제가 이긴 것은 이긴 것 아니겠습니까.”

 

철제의 우기는 소리에 목위청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목위청이 유원대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나는 유제는 이겼지.”

 

“그럼 제가 유 형님을 이긴 형님을 이긴 것이니 저는 유 형님도 이긴 격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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