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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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5화
“미축, 너는 소가주를 잘 보필하거라.”
유원대의 대제자인 십자철도 미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가주는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믿음직스러운 답을 하는 미축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유원대가 팽문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팽가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 유원대를 보던 팽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위를 훑어 주시겠습니까?”
팽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움츠렸다가 강하게 몸을 퉁겼다.
펑!
*
*
*
유원대와 백호단원들은 흑의인들을 데리고 경공을 시전하고 있었다.
소구산에서 팽가가 있는 곳까지 백 리이니 경공을 시전해 달려도 세 시진은 걸릴 거리였기에 그들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그들의 앞에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람을 본 유원대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일은 어떻게 하고, 여기는 어쩐 일이냐?”
잘 아는 사이인 듯 유원대의 격의 없는 말에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팽가에 일이 있는데 제 일이 문제겠습니까. 방금 도착했습니다.”
“그래? 그럼 팽가에 있지 이곳에는 왜?”
“가주께서 소구산의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보라며 저를 보냈습니다.”
“형님도 참, 내가 갔는데도 걱정이 되어 너까지 보낸 모양이군.”
중년인의 말에 유원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 서 있는 백호단원들이 업고 있는 흑의인들을 가리켰다.
“소가주를 습격한 자객들 중 일부를 잡았다.”
유원대의 말에 중년인이 눈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어떤 빌어먹을 놈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알아내셨습니까?”
“아직은……. 하지만 본가로 데리고 가 심문을 한다면 알 수 있겠지. 내 손에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물론입니다. 그 어떤 놈이 감히 형님의 손 밑에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미안합니다.”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는 중년인의 말에 유원대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간 유원대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
푸욱!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유원대가 경악에 찬 눈으로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유원대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가슴, 정확하게 심장이 있는 곳에 중년인의 손이 틀어 박혀 있었다.
“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유원대를 보며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합니다.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갑자기 유원대의 등을 뚫고 빠져나오는 팔의 모습을 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백호단원들이 몸을 날렸다.
“봉공!”
“쳐라!”
백호단원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던 중년인이 유원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형님이 있어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유원대의 눈에서 빛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명의 불길이 꺼져가는 가운데에서도 유원대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년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순간 등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사람이 바로 중년인이니 말이다.
멍하니 중년인을 보던 유원대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조금씩 줄어드는 유원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중년인이 중얼거렸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 그것이 이유입니다.”
말과 함께 중년인이 유원대의 몸을 밀었다.
털썩!
유원대의 몸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중년인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백호단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팟!
땅을 강하게 박차는 소리와 함께 그의 우수에 들려 있던 도집에서 도가 뽑혀 나왔다.
번쩍!
도등이 좁고 날이 얇은, 중원 무인들이 흔히 사용하지 않는 왜도(倭刀)가 번개처럼 백호단원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크악!”
“으악!”
극쾌의 움직임을 보이며 중년인의 도가 움직일 때마다 백호단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나갔다.
쓰러져 있던 유원대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부들부들.
‘조금만…….’
생명의 기운을 붙잡으며 유원대가 다섯째 손가락을 입으로 물어뜯었다.
우두둑!
그리고 유원대에게서 생명의 기운이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큰…… 형님, 미안합니다.’
제6-4장 전진도해의 정체
쾅!
호가전의 내실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 지금 네가 한 말이 사실이냐!”
팽극의 고성에 그에게 무언가 보고를 한 남자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지금 밖에 있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입술을 깨문 팽극이 내실 문을 뛰쳐나왔다.
벌컥!
밖으로 나온 팽극의 눈에 거적에 덮여 있는 시신들이 보였다. 그것을 굳은 눈으로 보던 팽극이 급히 거적을 들추었다.
거적을 들추는 순간 모습을 드러낸 유원대의 시신에 팽극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팽극이 손을 휘저었다.
파파팟!
순간 시신을 감싸고 있던 거적들이 모두 뒤집어지며 날아갔다. 거적 밑에 있던 백호단 무인들과 흑의인들의 시신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팽극이 소리쳤다.
“팽궁을 불러라!”
팽극의 외침에 팽가의 무인들과 같이 있던 팽만이 급히 앞으로 나섰다.
“팽궁은 지금 팽립의 상세를 살피기 위해 팽가에 없습니다.”
“당장! 불러들여!”
“존명!”
팽만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외당 무인들을 데리고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팽만이 사라지자 팽극이 입술을 깨물고는 주위에 있는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 백호단 형제들이 차가운 땅에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이냐!”
팽극의 고성에 무인들이 황급히 시신들을 수습했다.
“호가전 안으로 운구하라.”
팽극의 말에 무인들이 시신들을 호가전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무인이 유원대의 시신을 옮기기 위해 다가왔다.
“유…… 꿀꺽!”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말문을 닫았던 팽극이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유제의 시신은 내가 옮길 것이다.”
“존명.”
무인이 포권을 하며 물러나자 팽극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못난…… 형이 너를 죽이고 말았구나.”
팽극이 멍하니 유원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 소식을 들었는지 오절도객 목위청이 나타났다.
“형님!”
다급히 달려오던 목위청이 순간 멈추었다. 그 눈에 유원대의 시신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유…… 제.”
유원대의 시신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던 목위청이 황급히 다가왔다.
부우욱!
다짜고짜 유원대의 옷을 찢어발기는 목위청의 모습에 팽극이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무슨 짓이야!”
팽극의 고함에도 목위청은 유원대의 옷을 찢어발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 말이……!”
“너무 깨끗합니다!”
“뭐?”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는 팽극을 보며 유원대의 옷을 모두 찢어 낸 목위청이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몸이 너무 깨끗합니다. 제가 아는 유제라면 상대가 누가 됐든 마지막까지 포기할 겁쟁이가 아닙니다.”
“그 말은?”
팽극의 물음에 목위청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형님은 유 동생을 일수에 죽일 수 있습니까?”
목위청의 말에 팽극이 유원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비록 팽가의 주인이라 하지만…… 유제와 같은 고수를 죽이려면 최소 삼십 초 이상은 필요하다.’
속으로 중얼거리던 팽극이 급히 유원대의 시신을 살폈다. 유원대의 몸에는 가슴, 즉 심장이 있는 곳을 관통한 상흔 말고는 다른 상흔이 없었다.
“천하십대 고수라고 해도 이렇게 단숨에 유제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유제가 반항이라도 한 흔적은 남아야 하니 말입니다.”
“그 말은?”
유원대의 상흔을 보던 목위청이 입술을 깨물었다.
“유제와 가까운 자가…… 방심한 유제의 가슴을 단숨에…….”
마지막 말을 흐리는 목위청을 보며 팽극이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가까운 자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군.”
“맞습니다. 또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유제 정도라면 살기를 느끼는 순간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말은 가까운 사람이면서 그 무위가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위청이 살며시 유원대의 손을 들어보였다. 유원대의 손가락 중 하나가 잘려져 있는 것을 본 팽극이 눈을 찡그렸다.
“그것은?”
“저는 이것이 방어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다 손가락이 나간 것이라고요. 하지만 이 정도 고수의 공격을 방어하려고 했다면 손가락이 아니라 손 전체가 다 나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잇자국입니다.”
그러고는 목위청이 유원대의 입을 손가락으로 벌렸다.
으드득!
추운 겨울이라 이미 꽁꽁 언 유원대의 입을 벌리자 그 안에서 새끼손가락이 나타났다.
“이건? 유제가 스스로 손가락을 물어뜯었다는 말인가? 대체 왜?”
잠시 손가락을 보던 목위청이 입술을 깨물었다.
“흔히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말은……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손가락은 형제를 의미합니다.”
“형제? 유제에게는 형제가 없지 않나.”
팽극의 말에 목위청이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피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유제에게는 형제가 있습니다. 바로 저희 말입니다.”
쿵!
“서, 설마 우리 의형제 중 한 명이란 말인가?”
경악에 찬 팽극을 보며 목위청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섯째를…… 찾아야겠습니다.”
“다섯째라는 말인가?”
“새끼손가락이 의미하는 것은…… 다섯째입니다.”
말과 함께 목위청이 번개처럼 어딘가로 몸을 날렸다. 바로 그들 여섯 의형제의 다섯째인 풍혼수라 혁광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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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북 방헌현의 방헌 학관의 주인 죽대선생은 요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얼마 전 낙향을 한 학사 한 명에게서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유학자인 공영달의 효경의례를 비롯해 구하기 어려운 고서적들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학관에 돈이 없을 때에도 없는 돈을 긁어모아 고서적을 구입할 정도로 책 욕심이 많은 죽대선생이다. 그런 그에게 고서적, 그것도 구하기 어려운 고서적은 무엇보다도 좋은 선물이 되었다.
죽대선생은 제갈현진과 자신에게 선물을 한 학사인 공손무기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황도에서 작은 벼슬을 하다 낙향을 했다는 중년 학사인 공손무기가 차를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차향이 무척 좋습니다.”
공손무기의 말에 죽대선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방헌에서 나는 대나무 잎을 말려서 만든 차네. 나중에 좀 챙겨 줄 터이니 갈 때 가지고 가게나.”
“하하,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이 싫으신 모양입니다. 어서 가라고 재촉을 하시는군요.”
공손무기가 웃으며 하는 소리에 죽대선생이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그동안 적적했는데 자네가 있으니 내 요새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네.”
죽대선생의 말에 옆에 있던 제갈현진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후후후! 저와 있을 때는 심심했던 모양이십니다.”
“하하하! 이거 내가 말실수를 한 번 했다가 제갈 학사에게 꾸중을 듣는군. 내 사과할 테니 마음 푸시게.”
“그저 농일 뿐입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공손무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죽대선생의 서재이자 집무실이었는데, 주위에는 그가 모은 서책들이 꼽혀 있는 서가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에는 서적이 몇 권이나 되는 것입니까?”
책에 대해 묻는 공손무기를 보며 죽대선생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어렸다.
고서적을 좋아하는 만큼 그에 대해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게다가 그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학사라면 더할 말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