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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2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4화

‘이게 독액이군.’

 

검은 액체를 보던 팽문이 유원대에게 말했다.

 

“이자에게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팽문의 말에 유원대가 싸늘하게 웃으며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 무적도객의 손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놈은 알게 될 것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원대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팽문이 다시 몸을 솟구쳤다. 다른 흑의인들을 잡으려는 것이다.

 

*

 

*

 

*

 

호가전의 내실에는 중장년의 무인들 이십 명과 초로의 노인들 몇이 앉아 있었다.

 

바로 오당 오단 삼전 이원으로 통하는 팽가의 핵심 단체들의 수장들과 무인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갑자기 가주의 명으로 모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굳어진 얼굴의 팽극이 입을 열지 않는 것에 사람들이 조용히 그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팽극이 입을 열었다.

 

“목제, 남궁세가와 본가가 싸운다면 어떻게 되겠나?”

 

팽극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충격이 어렸다. 팽극과 남궁무진 사이에 있었던 일은 들어 알고 있지만 진짜 싸울 결심을 가주가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목제라 불린 팽가 오대봉공 중 맏이인 오절도객 목위청이 잠시 팽극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목위청은 오대봉공으로 팽가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팽극의 군사 역할도 하는 지낭인 것이다.

 

“형님이 물으시니 답하겠습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전력을 두고 생각한다면 본가와 남궁세가가 싸움을 한다면 저희에게는 사 할의 승산이 있습니다.”

 

“사 할이라……. 그 정도라면 못할 것도 없겠군.”

 

팽극의 말에 그를 보던 목위청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사 할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전력만을 두고 분석을 한 경우입니다.”

 

“그 말은?”

 

“남궁세가에는 숨겨진 힘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네.”

 

“물론입니다. 저희 팽가에도 숨겨진 저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숨겨진 힘은 남궁세가가 더욱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궁세가는 가주가 물러나고 난 후 사용할 수 있는 무력 단체들이 있습니다.”

 

“남궁삼영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말인가?”

 

무림에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남궁삼영.

 

남궁삼영은 남궁세가의 마지막 한 수라고 전해지는 자들이었다. 가주의 명도 받지 않고 오직 전대 가주의 명만을 받는 자들로, 그 수와 규모, 정체에 관해서 무림에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이백 년 전 마교지난이라 불리는 혈겁이 무림을 휩쓸었을 때, 남궁세가를 공격했던 천마혈겁대가 몰살을 당했었다.

 

그때 천마혈겁대를 몰살시킨 것이 남궁삼영이라는 소문이 있을 뿐이었다.

 

“저희가 알고 있는 남궁삼영은 이백 년 전 마교지난 때 천마혈겁대와 함께 전멸을 당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남궁삼영은 당시의 남궁삼영이 아닌 새로운 남궁삼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힘은 전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가의 천왕단과 호가원과 비교하면 어떤가?”

 

천왕단과 호가원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천왕단은 팽가주인 팽극만이 아는 비밀 무력 단체로 팽가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전무한 비밀 세력인 것이다.

 

또한 호가원은 또 어떤가. 팽가의 고수들이 은퇴하면 여생을 쉬는 장소로, 그곳에 속한 고수들은 팽가의 위기가 아니면 절대 밖으로 나서거나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 그 두 곳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말이 목위청의 입에서 나왔다.

 

“본가의 천왕단과 호가원의 무력은 이미 제 계산에 포함되어 있던 것입니다.”

 

“그 말은…… 남궁삼영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승산이 사 할이라는 말인가?”

 

“…….”

 

목위청이 입을 다물고만 있자 팽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천왕단과 호가원의 무력을 목제가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물론 제가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천왕단은 가주 직속의 무력 부대입니다. 그 정체는 아무도 모르지요. 하지만 남궁세가에도 천왕단과 비슷한 단체가 있습니다.”

 

“뇌전검협대를 말하는 건가?”

 

“뇌전검협대는 정확하게는 뇌전대와 검협대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검협대입니다. 진정한 뇌전검협대라고 할 수 있는 뇌전대는 결코 천왕단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목위청이 주위를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었다.

 

“또한 호가원은…… 남궁세가에도 창궁각은 있습니다.”

 

창궁각은 남궁세가의 호가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창궁각 역시 남궁세가의 원로들이 여생을 보내는 곳인 것이다.

 

“끄응! 그 말은…… 팽가와 남궁세가가 싸워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가?”

 

침음성을 토하는 팽극을 보던 목위청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싸워야지요. 암요! 싸우고말고요.”

 

목위청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이때까지 한 말은 남궁세가와 싸우면 반드시 진다는 의미였는데 이제 와서는 싸워야 한다니…….

 

“그 이유는?”

 

“제가 비록 팽가가 아닌 목가이지만 형님을 만나 이곳에 머물면서 단 한 번도 제가 팽가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목제의 마음은 내가 잘 아네.”

 

“팽가는…… 호랑이의 가문입니다. 사냥꾼이 두렵다해 몸을 숨기는 호랑이는 없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목위청이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본가의 소가주께서 남궁세가의 자객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팽가가 참는다면 천하가 웃을 것이고, 우리 팽가는 더 이상 팽씨 성을 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목숨은 하나이나…… 남아의 긍지 역시 둘이 되지 않습니다.”

 

말과 함께 목위청이 등에 메고 있던 도를 뽑아들었다.

 

스르륵!

 

도 등이 유난히 두꺼운 묵직한 목위청의 도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혀졌다.

 

갑자기 도를 뽑는 목위청의 행동에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목위청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무인들끼리 이런 머리 굴리는 회의를 하고 있어 보았자 무슨 답이 있겠습니까. 그것도 머리도 좋지 않은 저희 팽가에서 말입니다. 팽가 사람이라면 역시 말보다는 이것 아니겠습니까?”

 

목위청의 말에 팽극이 미소를 지었다. 팽가 사람들이 가득한 이 자리에서 머리가 좋지 않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목위청의 모습에 호기로움을 느낀 것이다.

 

‘하긴 본가와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군.’

 

팽극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애도이자 팽가의 상징인 천왕도를 꺼내들었다.

 

스르륵!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들의 도를 꺼내들었다.

 

스르륵! 스르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혀 드는 수십의 도들이 섬뜩한 도광을 반짝였다.

 

그런 무인들을 보던 팽극이 그대로 도를 휘둘렀다.

 

꽝! 쩌저적!

 

팽극의 도가 돌보다 단단하다는 자청목으로 만들어진 탁자에 박혀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모든 도객들의 도가 탁자로 휘둘러졌다.

 

꽝꽝꽝!

 

묵직한 도가 탁자에 꽂히는 것을 보며 팽극이 입을 열었다.

 

“이틀 후…… 도를 뽑을 것이다.”

 

“존명!”

 

“존명!”

 

일제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무인들을 보며 팽극이 탁자를 바라보았다.

 

비싼 자청목 탁자는 수십 개의 도에 의해 다시는 사용하지 못할 만큼 박살이 나 있었다.

 

‘이틀 후…… 판가름이 나겠지.’

 

*

 

*

 

*

 

팽문은 소구산 밑에 있었다. 팽문의 주위에는 유원대와 철제 그리고 백호단원들이 모여 있었고, 그 앞에는 사로잡힌 흑의인들 넷이 제압을 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흑의인들을 노려보던 팽문이 유원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들뿐입니까?”

 

팽문의 물음에 유원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철제가 한 명씩을 잡고, 백호단원들이 둘을 더 잡았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제압당하기 전에 모두 자결을 해 버렸네.”

 

유원대의 말에 팽문이 흑의인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독단을 입에 물고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 자들을 그나마 넷이라도 잡은 것이 다행인 것이다.

 

그러다 문득 팽문이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이들 중 공격을 하던 자들이 있었습니까?”

 

팽문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한 백호단원이 포권을 하며 답했다.

 

“소가주의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저희가 상대한 자들은 모두 도망을 치기에 급급했는지 아무도 공격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공격에 대항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저 회피하거나 도망을 치려고만 했을 뿐 공격은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공격에 관한 무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했습니다.”

 

백호단원의 말에 팽문이 턱을 쓰다듬으며 흑의인들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군요. 절정의 경공을 시전하는 자들이 반항을 하지 않다니…….”

 

“하긴…… 이 정도 경공을 시전한 자들이라면 무공이 절정을 넘을 것인데, 그 정도 고수들이 왜 반항을 하지 않았을까?”

 

팽문의 중얼거림에 유원대도 그것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경공만을 익힌 것이 아닐까?”

 

“경공만?”

 

“그렇지. 다른 무공은 익히지 않고 오직 경공만을 말이야.”

 

유원대의 말에 팽문과 주위에 있던 무인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대체 어떤 미친 자들이 경공만을 익히고 다른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것도 절정의 경공을 펼치는 자들이 말이다.

 

“혈왕곡에서 이런 무인들을 기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철제의 말에 유원대와 팽문이 그를 바라보았다.

 

“혈왕곡이라면…… 중원 삼대 살수 집단?”

 

고개를 끄덕인 철제가 쓰러져 있는 흑의인들의 어깨 쪽 옷을 찢었다.

 

부우욱!

 

어깨 쪽을 유심히 보던 철제가 고개를 저었다.

 

“혈왕곡 놈들이라면 어깨에 약을 주입한 흔적이 있을 텐데…… 없군요.”

 

“약?”

 

“혈왕곡의 자객들은 침으로 어깨에 약물을 주입하는데, 그 약이 독해 어깨에 검은 탄 자국 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흐흠…… 그럼 혈왕곡에서 기른다는 무인들은 경공만을 가르치는 건가?”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혈왕곡은 자객행을 보낼 때 대상을 죽이는 살수 한 명에 그를 지원하는 무인들을 다섯을 같이 보냅니다.”

 

잠시 기억을 떠올리듯 눈을 감았던 철제가 말을 이었다.

 

“살수를 지원하는 무인들은 경공과 추적, 그리고 은신술만을 전문으로 익힌다고 하는군요.”

 

“흠, 그럼…… 살수는 이들 중에 없다는 말이군.”

 

유원대의 말에 철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럼 살수는 놓쳤다는 말인가.”

 

유원대의 말에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놓치다니. 아니지…… 개를 때리면 주인에게 달려가는 법이니 오히려 잘된 것일 수도 있다.’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유원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들을 팽가로 호송하십시오. 저는 살수를 쫓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겠네.”

 

유원대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을 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팽문의 말에 유원대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럼 철 동생이 소가주와 같이 움직이게.”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백호단 단장 팽유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 단주는 백호단 인원 중 이들을 수송할 인원 여섯을 남기고 소가주를 따라 가게.”

 

유원대의 말에 팽문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철 숙부와 저면 충분합니다.”

 

“상대는 살수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니 네가 데리고 가거라.”

 

유원대의 말에서 느껴지는 걱정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팽문의 답에 유원대가 팽유철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에 팽유철이 백호단에서 여섯 명을 지목하자 그들이 앞으로 나오더니 흑의인들을 한 명씩 업기 시작했다.

 

그런 흑의인들을 보던 유원대가 자신과 함께 온 세 제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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