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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2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2화

화아악!

 

그리고 문곡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곡성이 열리자 호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주위의 기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의 기운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살폈을까, 호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기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구나.’

 

“무언가 잘 안 되십니까?”

 

팽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지기가 흩어진 곳을 찾으면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군요.”

 

그 말에 팽문이 아차 싶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께서는 기운이 눈으로 보이시지요.”

 

“그렇습니다.”

 

“저희를 공격했던 자객의 기운을 기억하실 수 있습니까?”

 

팽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앞에서 피를 쏟으며 죽은 자의 기운이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됐습니다.”

 

반색을 한 팽문이 손을 내밀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팽 소협을 돕는 것은 좋지만…… 남자와 이렇게 계속 손을 잡으려니 조금 그렇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팽문의 손을 잡았다.

 

화아악!

 

호현의 손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을 받아들인 팽문이 그대로 몸을 솟구쳐서는 소구산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팽문의 품에 안겨 소구산으로 향하던 호현이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객들이 소구산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저라면 소구산에 있을 겁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 하였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고사성어를 들먹이는 팽문을 보던 호현이 말했다.

 

“소구산이 등잔이란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하북에서 자객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는 바로 소구산입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을 가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문 사람들이 저를 찾기 위해 소구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면 그들의 은신술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그들의 은신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한 가지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아! 기운 말이군요.”

 

“맞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아니 호현 학사의 말대로라면 풀과 나무 돌 등에도 기운이 흘러나옵니다. 그 말은, 세상에 그 무엇도 호현 학사의 눈을 피해 숨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팽문이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듯해 보여 호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소구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구산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하던 팽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금부터 주위의 기운을 훑어보시면서 무언가 인위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있으면 말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문곡성이 열리며 주위의 기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위를 살피는 호현을 보던 팽문이 물었다.

 

“기를 볼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글쎄요. 저도 그런 것까지는 생각을 하면서 본 적이 없어서.”

 

“그럼 잠시만.”

 

말과 함께 호현의 몸을 든 팽문이 근처에 있는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타탓!

 

발을 두 번 놀린 것만으로 나무 꼭대기에 올라선 팽문이 천근추를 시전했다.

 

우지끈!

 

갑자기 늘어난 팽문의 무게에 나무가 휘어졌다. 그리고 팽문이 천근추를 푸는 것과 동시에 나무가 퉁겨졌다.

 

탓!

 

나무의 반동을 이용해 하늘 높이 솟구친 팽문이 호현을 향해 말했다.

 

“소구산 쪽을 보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팽문이 하늘로 솟구친 이유를 안 호현이 지상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지상과 거리가 멀어 기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정신을 집중해 보려고 노력하자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팽문과 호현의 몸이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땅으로 떨어진 팽문이 다시 솟구치려는 순간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 혼자 하겠습니다.”

 

“네?”

 

“저 혼자 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말과 함께 팽문의 몸에서 내려선 호현이 하늘을 보다가 주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우웅!

 

주위의 기운을 끌어 들인 호현이 그대로 기운을 방출했다.

 

펑!

 

폭음과 함께 하늘 높이 솟구치는 호현을 보던 팽문은 이제야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하늘 높이 솟구친 호현이 어느새 그대로 정지한 채 허공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허공답보…….’

 

허공답보라면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도 오랜 시간 하늘에 있을 수 있으니 자신보다 나은 것이다.

 

허공을 주춤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호현이 어느 정도 자세가 안정이 되자 지상을 바라보았다.

 

지상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문곡성이 확대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주위를 보던 호현의 눈에 소구산 밑에 흩어져 있는 기운들이 보였다.

 

‘팽가 분들의 기운이다.’

 

소구산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기운들에서 팽문과 비슷한 기운을 느낀 호현이 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이 등잔이라면…… 어느 곳이 가장 어둡게 느껴질까.’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자신들이 내려온 방향을 훑어보았다. 소구산이 등잔이라면 자신들이 자객들을 피해 움직인 곳은 등잔의 가장 어두운 부분일 것이다.

 

자신들이 도주를 한 방향을 따라 호현이 걸음을 옮겼다.

 

주춤! 주춤!

 

그렇게 하늘을 걸으며 얼마를 갔을까. 호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지상을 메우고 있는 나무들 중 몇 그루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이다.

 

그에 호현이 슬쩍 그 주위의 다른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나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녹색의 청아한 느낌이었다면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무는 회색의 칙칙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상해 유심히 보던 호현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무섭구나.’

 

조금만 정신이 흩어져도 땅으로 추락할 것 같은 생각에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하나씩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땅으로 내려온 호현이 자신이 이상하다 생각을 한 나무쪽으로 걸어갔다.

 

호현이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이제야 도착한 팽문이 그를 불렀다.

 

“헉헉헉! 호현 학사!”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는 팽문의 모습에 호현이 아차 싶었다.

 

‘아! 내가 없으면 팽 소협이 경공을 사용하지 못하시지.’

 

하늘을 걸어서 움직인 그를 쫓아 달려왔을 팽문을 생각하자 미안한 마음에 호현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팽 소협을 잊었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허리를 펴며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팽문이 쓰게 웃었다.

 

“소중한 것은 잃고 나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하던데…… 후우,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니 제가 얼마나 무공에 의지를 했는지 알겠습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웃었다. 무공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소중한 것은 잃고 나야 그 소중함을 안다는 말에 동감이 가는 것이다.

 

그 역시 사형들과 헤어지고 나서야 같이 있을 때 몰랐던 사형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호현이 문득 동쪽을 바라보았다. 북경에 있을 사형들이 떠오른 것이다.

 

호현이 그렇게 동쪽을 보고 있을 때 팽문이 그를 바라보았다.

 

“좀 찾으셨습니까?”

 

팽문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현이 힐끗 자신이 본 이상한 나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평범하게 생긴 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호현의 시선을 따라 나무를 보던 팽문이 슬며시 도를 뽑아들었다.

 

스르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히는 적호를 잡으며 팽문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호현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그의 손을 잡았다.

 

우우웅!

 

그리고 팽문의 몸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남궁미소의 처소에서는 남궁세가 사람들과 팽정 등이 앉아 있었다.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는 남궁무진의 모습에 남궁미소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을까요?”

 

남궁미소의 물음에 팽정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남궁무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둘의 시선에 남궁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팽문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있지도 않은 물증을 어디서 가져오겠느냐.”

 

“그 말은 팽문 그 아이의 암살 문제와 저희는 정말 상관이 없다는 것이에요?”

 

남궁미소의 물음에 남궁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너는 걱정하지 말고 이틀 후 팽문 그 아이의 목이 떨어지는 것만 보면 되는 것이다.”

 

팽문의 목이 떨어진다는 말에 남궁미소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런 남궁미소를 보며 남궁무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이 약한 것이 늘 흠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남궁무진이 힐끗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아는 노력을 더 해야겠더구나.”

 

“송구합니다.”

 

“팽가의 도들은 네가 다뤄야 할 자들이다. 그런 도들이 너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그 도들이 네 적이 아닌 너를 향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아느냐?”

 

남궁무진의 말에 팽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외할버지가 하는 말이 다 옳고 맞는다는 것은 알지만 속으로는 화가 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외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준 팽가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말이다.

 

‘내가 가주가 되는 날…… 모두 바꿀 것이다.’

 

속으로 다짐을 하는 팽정을 보던 남궁무진이 남궁유를 향해 말했다.

 

“네가 정이에게 소가주가 가져야 할 덕목들과 아래 사람들을 다루는 방법을 좀 알려주거라.”

 

“알겠습니다.”

 

답을 하는 남궁유를 남궁무진이 바라보았다.

 

“무엇하는 것이냐?”

 

“무슨 말씀이신지……?”

 

“이틀 후가 정아의 소가주 취임식이다. 이틀 동안 모두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이냐?”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유가 무슨 말인지 알고는 팽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남궁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남궁미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정에게 신경을 좀 써야겠구나.”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미소가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아도 열심히 하고 있는걸요. 무공도 오호단문도법의 오성을 넘었고…….”

 

오호단문도법이 오성의 경지라는 말에 남궁무진의 얼굴에 살짝 감탄이 어렸다.

 

패와 강, 그리고 변의 묘리까지 담고 있는 오호단문도법은 익히기가 무척 난해한 무공이었다.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절세의 도법이 바로 오호단문도법이었던 것이다.

 

그런 도법을 팽정이 오성의 경지라니…….

 

“팽정이 생각보다 뛰어나구나.”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미소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럼요. 지금 어디 내놓아도 고수 소리를 듣고도 남을 아이에요.”

 

“그래. 팽정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십룡 아이들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겠구나.”

 

무림 후기지수 중 가장 뛰어난 십룡과 팽정을 비교하는 말에 남궁미소의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야 우리 정아가 인정을 받는구나.’

 

사실 팽정의 자질도 뛰어난 편이었다. 팽가주인 팽극과 남궁세가의 피를 이었으니 그 자질이 떨어지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자질을 뛰어넘는 천룡이 팽가에 버티고 있으니 천하의 이목은 모두 그가 아닌 팽문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이목이 서서히 팽정에게 향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남궁미소를 보던 남궁무진이 입을 열었다.

 

“팽문과 떠난 학사가 바로 무당학사이다.”

 

무당학사라는 말에 남궁미소가 아미를 찡그렸다. 남궁무진에게 무당학사에 대해 들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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