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1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7화
철제의 중얼거림에 팽유철과 백호단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오호난무는 오호단문도법의 중 삼식 중 하나였다. 바로 가주 직계와 장로들만이 익힐 수 있는 중 삼식 말이다.
“설마? 소가주께서?”
팽유철의 중얼거림에 철제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장로들께서 팽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주위 오십 리 이내에 오호난무를 시전할 수 있는 사람은 소가주 말고 더 있겠느냐? 하하하!”
철제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멍하니 있던 팽유철과 백호단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소가주께서! 소가주께서 무공을 회복하셨다!”
“소가주가 어떤 분인데!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이리 기쁜 일이!”
팽문이 무공을 회복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철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소가주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주위를 둘러보던 철제가 팽유철에게 말했다.
“소가주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기쁨은 소가주를 찾고 난 후 술로 대신하기로 하고 어서 주위를 수색해라.”
“존명!”
철제의 외침에 팽유철이 백호단원들을 이끌고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철제가 백호단원 중 한 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백호단원이 등에 매고 있던 보자기에 손을 넣더니 작은 종이와 붓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철제가 잠시 생각하다가 그 안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자객 중 한 명의 시신을 회수 본가로 이송 중.
소가주를 아직 찾지 못했음.
전서구에 적은 내용을 보던 철제가 미소를 지으며 종이에 한 줄의 내용을 더 적어 내려갔다.
자객이 죽은 자리에서 오호난무의 흔적을 발견함.
자신이 적은 할 줄의 내용을 보며 철제가 속으로 웃었다. 팽극이 이 내용을 본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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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문과 호현은 작은 산골 마을의 촌장 집에 있었다. 너무 작은 마을이라 의원은 없었지만, 팽립의 상처에서 나오는 피가 너무 많아 지혈을 하기 위해 이곳에 멈춘 것이었다.
다행히 산에서 사냥이나 약초를 깨는 일을 하는 마을이라 그런지 촌장의 집에는 지혈을 위한 약재들이 꽤 있었다.
해서 이곳에서 팽립의 상처를 수습하고 팽가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으으윽!”
방에서 치료를 받는 팽립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호현은 밖에 나와 있었다.
멍하니 바람을 맞으며 호현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직도 사람이 반으로 쪼개져 죽은 것에 대한 심적 충격이 있는 것이다.
“천자께서 다스리는 대명천하 아래에서 살인이라니…… 과연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법을 지키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꿈꾸어 온 호현에게 자객의 출현과 살인은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호현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는 손에 피를 잔뜩 묻힌 팽문이 그를 보고 서 있었다. 팽문의 손에 묻어 있는 붉은 피에 순간 정신이 어지러운 호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팽문이 웃으며 촌장 집 한쪽에 있는 물 항아리로 다가가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런 팽문을 보며 호현이 물었다.
“팽립 소협은 괜찮으십니까?”
“출혈은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치료는 한계가 있으니 본가로 이송을 해야 합니다.”
“움직이면 출혈이 다시 터지는 것은?”
호현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희 둘이 먼저 팽가로 갔으면 합니다.”
“팽립 소협은 혼자 두었다가 자객이 다시 나타나면 어찌 합니까?”
“자객들의 목표는 저입니다. 그리고…… 제가 본가로 향한다면 자객들은 립을 노릴 경황이 없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팽문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것은 저희가 팽가로 빨리 돌아가면 갈수록 립이 위험할 일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서 가시지요.”
말과 함께 호현이 손을 내밀자 팽문이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우우웅!
작은 진동음과 함께 호현의 손을 타고 자연지기가 팽문의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몸에 충만하는 기운을 느끼며 팽문이 호현을 안고는 몸을 날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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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정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어려 있었다. 슬쩍슬쩍 팽가 안을 바라보는 팽정을 보며 남궁유가 물었다.
“동생, 왜 그래?”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말과 함께 팽정의 머리에 오늘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철제가 가문의 정예 무사들인 백호단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손님들로 분주한 팽가를 지키고 위엄을 보여야 할 백호단과 봉공이 자리를 비우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그것도 소가주에 오를 자신에게 아무런 이유도 설명을 하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한 시진 전에는 다섯 봉공 중 가주인 아버지에게 가장 신임을 받는 유원대까지 그의 제자들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봉공 중 둘이 나서야 할 만큼 큰 일이…….’
생각을 정리하던 팽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생각을 하다보니 그에 대한 답이 나온 것이다.
‘팽문…… 그에 관한 일이다.’
봉공 둘이 나서야 할 만한 일이라면 팽문 그와 관련이 된 일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팽정이 급히 팽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남궁유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팽정, 어디를 가는 것이냐.”
걸음을 옮기던 팽정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팽만의 모습에 눈살을 굳혔다.
“아버님을 만나야겠습니다.”
“가주께서는 너에게 맡긴 임무는 손님들을 맞이하라는 것이다.”
꿈틀!
“팽만 단주, 비키십시오.”
팽정의 단호한 말에 팽만이 눈이 굳어졌다.
“너는 아직 본가의 소가주가 아니다.”
팽만의 말에 팽정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렇다면 내가 소가주가 된 후를 대비하는 것이 어떻겠소.”
팽정의 하대에 팽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천당가처럼 팽가가 모두 한 일족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팽가는 모두 한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가주의 직계라고 해도 가문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에게 하대라니…….
‘팽가의 미래는……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팽정이 가주가 될 미래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던 팽만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저 멀리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그에 팽만이 급히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외당의 무사들이 급히 앞으로 나서며 도를 뽑아들었다.
채채채챙!
팽가의 도객들이 도를 일제히 뽑는 것을 보며 팽만이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적일 수도 있다. 뒤로 물러서라.”
팽만의 말에 팽정이 눈을 굳혔다.
“나는 팽가의 지존이 될 사람이오. 그런 내가 적을 두고 물러서라는 말이오?”
“아직은 지존이 아니다. 지금은…… 팽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
말을 하던 팽만의 입술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 모습에 팽정이 그가 보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정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 저 멀리서 경공을 시전해 달려오는 사람의 얼굴을 본 것이다.
‘패, 팽문이 경공을?’
그리고 팽정의 옆에 선 남궁유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팽문이 경공이라…… 쯔읍! 천룡이 무공을 회복했군.’
남궁세가 입장에서 팽문의 무공 회복은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진 것보다 안 좋은 상황이었다.
팽문이 무공을 회복했다는 것은 팽가 소가주 자리가 여전히 그의 것이라는 의미이니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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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팽가의 천호주와 지호주가 보이자 호현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세, 세상에! 백 리가 넘는 길을 한 시진 만에?’
그 누가 믿어 주겠는가? 천리마를 타고 달린 것도 아니고 두 다리로 달린 것만으로 백 리 길을 한 시진 만에 주파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놀란 것은 호현만이 아니었다. 사실 팽문도 자신이 백 리 길을 한 시진 만에 돌파한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자연지기, 정말 대단하구나.’
샘에서 물이 솟듯 멈추지 않는 자연지기의 기운 덕에 전력으로 경공을 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의 눈에 입구에 도열해 있는 팽가의 문인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경악 어린 표정으로 서 있는 팽정과 남궁유의 모습까지 말이다.
‘남궁유?’
남궁유를 본 순간 팽문의 얼굴에 분노가 어렸다.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자들 중 가장 일 순위가 바로 남궁세가인데 남궁유가 팽가에 있는 것을 보니 자신에게 온 암살자의 정체가 짐작이 된 것이다.
“남궁유!”
버럭 고함을 지르며 몸을 솟구친 팽문이 번개처럼 도를 뽑아들었다.
“남궁유!”
고함과 함께 도를 뽑아드는 팽문의 모습에 남궁유가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좋구나!’
팽문이 무공을 어떻게 회복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먼저 자신을 공격했다. 그것이라면…… 자신이 팽문을 죽인다고 해도 명분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십룡 중 최강자를 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외침과 함께 남궁유가 검을 뽑아들었다.
챙!
“오라!”
남궁유의 외침과 동시에 팽문의 몸이 하늘에서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와 함께 남궁유가 검을 위로 치켜든 채 허공으로 솟구쳤다.
파지지직!
뇌전검룡이라는 별호와 어울리게 남궁유의 검에서는 푸른색의 뇌력지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팽문의 도에서는 피보다 더 짙은 붉은 검강이 솟구치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져야 할 뇌전이 땅에서 솟구치는 듯한 남궁유의 모습을 보며 팽문이 이를 악물었다.
‘감히 하북 땅에서 남궁 따위가 일을 벌이다니!’
학문을 익히고 정신을 수양한 팽문이라고 해도 그 피는 어디까지나 철혈의 팽가를 잇고 있는 것이다.
팽문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팽문의 도에서는 도명을 넘어 천둥치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우르릉!
그리고 팽문의 도와 남궁유의 검이 부딪혔다.
쨍!
팽문의 도와 부딪힌 남궁유의 신형이 솟구치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지면으로 추락했다.
팽문의 도에서 느껴지는 천근의 거력에 속으로 신음을 토했다.
‘크윽! 이런 무식한!’
그런 남궁유를 쫓아 팽문이 떨어져 내렸다.
“이 자식이!”
그런 팽문을 향해 욕설을 뱉은 남궁유가 검을 빠르게 열십자를 그었다.
파팟!
남궁유가 그린 검적에 따라 뇌전이 일렁이는 열십자의 검강이 형성이 되더니 팽문을 향해 날아갔다.
“비강(飛|)이다!”
“뇌전검룡의 무공이 비강에 이르다니!”
절정을 넘어야 시전할 수 있는 비강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 놀람이 어렸다.
하지만 곧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어렸다. 팽문의 도에서 솟구친 강기의 불꽃을 본 것이다.
“강기성화!”
“강기성화다!”
강기성화를 본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어렸고, 팽가 무인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어렸다.
“소가주께서 강기성화를!”
“하하하! 소가주께서 강기성화의 고수다!”
팽가 무사들의 외침에 남궁유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후기지수들 중 비강을 터득한 사람은 자신이 유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팽문이 비강보다 더 위의 경지인 강기성화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남궁유의 눈에 팽문이 자신이 날린 비강을 부셔버리는 것이 보였다.
퍼펑!
‘제, 제기랄!’
남궁유가 속으로 욕설을 뱉는 것과 동시에 팽문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남궁유!”
팽문의 고함과 함께 남궁유가 급히 비룡보를 시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파파팟!
갈지자를 그리며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남궁유를 향해 팽문이 빠르게 다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