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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1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3화

팽정이 날카로운 눈으로 팽가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남궁유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

 

*

 

*

 

남궁무진은 남궁미소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원래라면 팽가에 온 손님이기에 팽가주 팽극과 먼저 인사를 나누어야 하지만 남궁무진이 남궁미소를 먼저 만나려 한 것이다.

 

“일이 잘되었구나.”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미소가 미소를 지었다.

 

“그 바보 같은 팽문이 이제야 자신의 처지를 안 것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팽문 그 어린아이가 스스로 물러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팽극 그 사람은 그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야.”

 

그 말이 맞는다는 듯 남궁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남궁미소를 보며 남궁무진이 잘되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죽기 전에는 말이다.”

 

움찔.

 

남궁무진의 말에 순간 남궁미소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자신의 아들 팽정이 팽가의 가주가 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팽문을 죽일 생각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 남궁미소를 보며 남궁무진이 웃었다.

 

“너는 마지막이 좀 약한 것이 흠이었지.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구나.”

 

“설마, 그래서 아버님께서 오신 것입니까?”

 

“허허, 정말 마지막을 위해서였다면 내가 왔겠느냐? 뇌영들이 왔겠지.”

 

뇌영(雷影), 벼락의 그림자. 빛으로 이루어진 벼락에게 그림자는 있을 수 없다.

 

그 말대로 벼락의 그림자는 있을 수 없지만 글자로는 표현할 수 있다.

 

글로는 있으나 현실에는 없는 존재들…… 그것이 바로 남궁세가의 뇌영들이었다. 그 수와 정체를 아는 것은 오직 전대 가주뿐이다.

 

현 가주도 모르는 비밀의 존재들 그것이 바로 남궁세가의 뇌영이었다.

 

“내가 온 것은 팽 가주가 소가주 문제를 너무 오래 끄는 듯해 팽정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이다. 물론…… 지금은 팽정의 소가주 취임식을 축하해 주러 온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후후후!”

 

기분 좋게 웃으며 차를 한 잔 마신 남궁무진이 문득 남궁미소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팽문은?”

 

팽문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남궁무진이 그의 행방을 묻자 남궁미소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냥 놔두셔도…….”

 

“물론 놔둘 것이다. 이미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아이를 건들 정도로 내 손이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저 팽문 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이다.”

 

“지금 소구산에 들어가 있습니다.”

 

“소가주 지위를 놓고 산에 들어갔다라……. 혹! 천도(千刀) 그 친구와 함께 들어갔느냐?”

 

전대 팽가주인 천도를 들먹이는 남궁무진을 보며 남궁미소가 고개를 저었다.

 

“팽립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단둘이 말이더냐?”

 

“한 명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더냐?”

 

“학사로 알고 있습니다.”

 

“학사? 허! 팽문이 학무에 조예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소가주 자리가 팽정에게 넘어가는 마당에 학사와 함께 산에 들어가?”

 

어이가 없어하는 남궁무진을 보며 남궁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 자리에 마음을 비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남궁미소의 말에 남궁무진이 느긋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팽문과 함께 들어간 학사는 어떠한 자이더냐?”

 

“호북에서 온 학사라고 들었습니다.”

 

“호북이라…….”

 

호북이라는 말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남궁무진이 작게 중얼거리다 문득 남궁미소를 바라보았다.

 

“혹…… 이름이…….”

 

무언가 자신이 말을 하는 것에 불길함을 느낀 남궁무진이 입을 다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호, 호현이더냐?”

 

“아버님께서 그것을 어찌?”

 

순간 남궁무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에 의아한 생각이 든 남궁미소가 물었다.

 

“아버님, 왜 그러십니까?”

 

그런 남궁미소를 보며 남궁무진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호현 학사가 어떤 사람인 줄은 알고 있느냐?”

 

“학사가…….”

 

“무당학사다.”

 

“무당학사?”

 

의아해하는 남궁미소의 모습에 남궁무진이 한숨을 쉬었다.

 

‘팽문 그 아이가 무당학사와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라……. 팽문 그 아이 무당학사에게 깨달음이라도 얻으려는 것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남궁무진이 남궁미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허, 팽문 그 아이가 아직 소가주 자리에 미련이 남아 있는 모양이로구나.”

 

“네? 그것이 무슨?”

 

남궁미소의 물음에 가만히 고개를 저은 남궁무진이 중얼거렸다.

 

“가만히 학문이나 탐했으면 좋았을 것을…… 팽가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한 번에 닥치겠구나.”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미소의 얼굴에 불안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

 

*

 

*

 

“하하하! 먼 길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팽가에 잔치가 벌어지는데 어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잔치라…….”

 

팽가에 찾아든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팽극은 한 손님의 말에 쓰게 웃었다.

 

팽문이라는 하늘에서 내린 인재가 주화입마에 걸려 소가주 지위에서 제외되고 새로운 소가주가 나타나는 것을 과연 잔치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팽문이라면 천하제일가의 숙원을 이룰 것인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한숨을 쉰 팽극이 다른 손님들과도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인사를 하고 있던 팽극의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 철제입니다.

 

은밀하게 들려오는 전음에 팽극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호가전 입구에서 철제가 서 있는 것을 본 팽극이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무슨 일인가?

 

- 남궁무진이 왔습니다.

 

철제의 전음에 팽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 사람들이 온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그도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 지금 안 사람과 있다고 들었는데?

 

- 맞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이 온 사람들 중 한 명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 밖으로 나갔다? 이유는?

 

-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불길합니다.

 

철제의 말에 팽극이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는 잠시 가내의 일을 정리해야 할 듯합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팽극이 철제에게 다가갔다.

 

- 불길한 이유가 무엇인가?

 

- 팽문이 밖에 있습니다.

 

철제의 전음에 팽극이 눈을 찡그렸다.

 

- 설마 남궁세가에서 팽문을 암살하려 한다는 말인가? 팽정이 소가주 취임식이 잡힌 마당에 그런 악수를 둘 이유가 없지 않나?

 

-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불길합니다. 형수님의 안색에도 긴장을 한 기색이 보이고 말입니다.

 

그 말에 팽극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음을 보냈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네가 백호단 아이들을 데리고 지금 문이가 있는 곳으로 가게. 어차피 이틀 후로 다가온 소가주 취임식에는 문이 그 아이도 참석을 해야 할 것이니.

 

- 알겠습니다.

 

제5-10장 자객이 나타나다

 

팽문은 팽립에게 호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단전이 느껴지지 않는다?”

 

팽문의 물음에 팽립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옆에 앉아 있는 호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전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엇이더냐?”

 

“혈맥이 무척 깨끗합니다.”

 

“무슨 의미더냐?”

 

“혈맥을 통해 흐르는 제 기운이 거침없이 흘렀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마치…… 몸 안에 탁기라는 것이 한 점도 없는 듯했습니다.”

 

팽립의 설명에 팽문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어찌 인간의 몸에 탁기가 없다는 말이더냐?”

 

“그것이 이상합니다.”

 

“채식을 하는 불가의 승려들도 몸에 탁기가 쌓이게 마련인데…….”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호현이 물었다.

 

“몸에 탁기가 없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호현의 물음에 팽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

 

“그럼 좋은 것이군요.”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지.’

 

팽립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생각에 잠겨 있던 팽문이 호현을 향해 물었다.

 

“단전이 어떻게 된 것입니까?”

 

‘단전이라면…….’

 

팽문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아마 팽립 소협께서 제 몸의 단전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 몸에 있는 단전은 벽이 없습니다.”

 

“벽이 없다?”

 

호현이 북두신공에 적힌 탐랑성의 내용을 떠올렸다.

 

<단전에 위치해 있는 대혈은 북두칠성 중 일좌인 탐랑성을 의미한다.

 

탐랑성이 열리게 되면 단전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모을 수 있는 내공의 양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공을 가두는 벽이 사라졌는데 어찌 규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허나 모든 것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같이 오는 법이다.

 

그것은 바로 내공을 모아주던 단전의 벽이 사라져 내공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되새기며 호현이 말했다.

 

“자세히 말해 줄 수는 없으나 제 몸은 단전의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단전이라는 것은 내공을 담아 두는 그릇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그릇에 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그릇이 아니라 접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단전에 있는 내공은 어떻게 운기하시는 것입니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무공에 대해 잘 모르는 호현으로서는 그 개념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것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저는 무공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제 상태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대신 한 가지 말을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는 팽문을 보며 호현이 말을 이었다.

 

“제 온몸에 내공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 의지에 따라 온몸에 퍼져 있는 내공들을 끌어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내공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립의 얼굴에는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하는 멍한 표정이 떠올랐다.

 

‘내공을 온몸에 퍼뜨려서 사용한다니 이게 무슨 개 소리야?’

 

팽문은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단전에 벽이 없다? 벽이 없다는 말은 경계가 없다는 말이니…… 그럼 호현 학사는 온몸이 단전이나 다름없다는 소리로군. 그래서 립이가 호현 학사의 단전을 느끼지 못한 것이로구나.’

 

호현의 몸이 모두 단전과 같다면, 팽립의 내공은 호현의 몸 안 즉 단전 안에서 돌아다닌 격이다. 그러니 단전 안에서 또 무슨 단전을 찾을 수 있겠는가?

 

잠시 생각을 하던 팽문이 물었다.

 

“단전에 벽이 없다면 내공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것을 의지만으로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그건…….”

 

말을 하려던 호현은 문득 팽문이 묻는 것이 북두신공에 적힌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팽문 소협이 천재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 어?’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주위에 불길한 기운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 기운들은 뭐지?’

 

무언가 섬뜩한 기운들의 느낌에 주위를 보고 있을 때 호현의 문곡성이 열렸다.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는 것과 함께 호현의 눈에 칙칙한 붉은 기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수는 총 스물…….

 

그 기운의 모습에 눈을 찡그린 호현이 팽문과 팽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둘은 주위에 나타난 기운들을 느끼지 못한 듯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슬며시 팽문을 향해 말했다.

 

“저기…… 주위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팽립을 바라보았다. 너도 알고 있느냐는 눈빛으로 말이다.

 

팽문의 시선에 팽립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없습니다. 호현 학사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 아닙니까?”

 

팽립의 말에 호현이 몸을 일으키고는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하나씩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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