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1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2화
허명진인의 손을 통해 뿜어진 기운이 회전을 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그때는 기운이 아닌 자신의 몸이 회전을 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황당하게 했던 것을 떠올린 호현이 조심스럽게 양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기운이 회전하는 것을 상상했다.
우우웅!
호현의 심상이 닿았는지 호현의 손에 머물고 있는 기운들이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호현이 천천히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무 기운을 강하게 내보내면 뒤로 튕겨 나가니까… 조금만.’
그리고 천천히 기운들을 놓았다.
그러자 호현의 손에서 회오리치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휘이익!
‘되는구나.’
허명진인이 가르쳐 주려고 한 것을 조금은 이해한 듯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호현이 팽문을 바라보았다.
팽문은 호현의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이 전부입니까?”
“더 강하게도 할 수 있지만 그럼 제가 다쳐서요.”
“다친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제 몸이 기운을 감당하지를 못하더군요. 때로는 뒤로 튕겨 나가고 때로는 제 양팔이 부러집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그 몸을 훑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 수련을 하지 않은 학사이니 기운을 감당할 체력이 되지 않겠지.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일컫는 모양이로구나.’
사용하지도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호현을 보고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을 하던 팽문이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힘은 없는 법… 호현 학사에게 힘이 간 것은 그에 맞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팽문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더 보셔야 합니까?”
“아닙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기운을 잠재웠다.
부스럭!
숲 쪽에서 인기척과 함께 팽립이 토끼 두 마리를 가지고 모습을 드러냈다.
“멧돼지라도 한 마리 잡았으면 좋겠는데 이놈의 산에는 토끼 밖에는 보이지를 않는군요.”
며칠 동안 토끼만 먹이는 것에 미안해하는 팽립을 보며 팽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 제가 큰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호현의 말에 팽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팽문은 팽립을 통해 호현의 몸을 살펴도 되냐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다.
무공을 익힌 사람에게 몸을 살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은 큰 무례를 하는 것과 같았다.
몸을 살핀다는 것은 내공의 움직임을 살핀다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팽문의 심정은 절박했다. 자연지기를 운용하는 호현의 몸 상태를 안다면 그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잠시 주저하던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우리 립이 호현 학사의 몸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 몸을?”
“마음 같아서는 제가 살피고 싶으나 내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호현 학사의 몸 안을 살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립이 호현 학사의 몸을 살피게 하고 싶습니다.”
보통 무인들이라면 이런 부탁을 단숨에 거절하고 다시는 그와는 상종도 하지 않을 내용이지만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호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호현이 허락하는 것에 팽문의 얼굴에 반색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호현 학사는 무공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살핀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잘 모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내 이속을 챙기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무인의 내기를 살핀다는 것은 그 무인의 내공의 흐름을 살핀다는 것과 같습니다. 내공의 흐름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자신이 익힌 내공심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준다는 것과 같으니…… 무인들에게는 금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도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만약 호현 학사께서 그런 것을 모르고 허락을 하셨다면 지금이라도 거절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과 함께 팽문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거절을 하신다 해도 이 팽 모, 호현 학사에게 한 치의 서운함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 정중한 팽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상황을 보니 몸을 살피는 것이 무인들에게는 큰 무례가 되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난 무인이 아니니 괜찮은데.’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팽문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제 몸을 살피는 것이 팽문 소협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한편 팽립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호현 학사의 몸을 살피라는 것이지?’
팽립이 알기에 호현은 무당파에서 기본적인 심법밖에는 배우지 않은 상태였다.
무당의 기본 심법이기는 하지만, 외인에게 가르쳐 준 것을 보면 무당 정통의 심법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 정도 심법을 익힌 호현의 몸을 왜 살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팽립, 호현 학사의 몸을 살피거라. 특히 단전 쪽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팽문의 지시에 팽립이 호현에게 다가갔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팽문의 지시이니 일단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앉아 주십시오.”
호현을 앉히고 그 뒤에 정좌를 한 팽립이 말했다.
“제가 내공을 주입하는 동안 입을 벌리시면 안 됩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시작하십시오.”
팽립이 팽문을 슬쩍 보고는 호현의 등에 양손을 가져다댔다.
우우웅!
*
*
*
팽정은 아침 일찍 팽가의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틀 후로 다가온 팽가 소가주 취임을 축하해주기 위해 팽가 인근의 많은 명숙들이 손님들로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차기 소가주로 내정이 된 팽정이 맞이하고 있었다.
“하하하! 팽 소협, 신수가 아주 좋으시네.”
“그러게 말입니다. 팽가의 앞날은 팽정 소협의 손에 달린 것이니 앞으로 잘하시게나.”
“내 보기에 팽 소협의 손에 팽가가 중원제일가가 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니!”
사람들의 축하 인사에 팽정이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들 들어오시지요. 가주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하하! 알겠네. 그럼 수고하시게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팽정의 얼굴에 드리워 있던 미소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얼마 전까지 팽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던 자들이 이제는 자신에게 친근한 척을 하니 죽이고 싶은 살의까지 드는 것이다.
‘버러지 같은 것들…….’
속으로 중얼거린 팽정이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찼다.
“쳇!”
그러다 문득 팽정의 눈에 멀리서 다가오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본 팽정이 급히 옷가짐을 정리하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외할아버지!”
팽정의 외침에 사람들 중 청수한 외모를 한 노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바로 남궁세가에서 출발한 남궁세가 사람들이었다. 팽정이 외할아버지라 부른 노인 창천검제 남궁무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하북팽가의 가주가 될 아이가 이리 경망스러워서야……. 그래, 잘 지냈느냐.”
“지금보다 더 잘 지낼 수 없을 듯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휘에서 하북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팽정의 말에 남궁무진의 옆에 있던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님은 보이고 나는 보이지도 않더냐.”
뇌전검룡이라 불리며 중원 십대 후기지수 중 하나인 남궁유의 말에 팽정이 고개를 저었다.
“소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진짜 어인 일이십니까?”
팽정의 말에 남궁무진이 걸음을 옮겼다.
“내 죽을 때가 다 되어 가는지 네 어미의 얼굴이 눈에 아른 거려서 잠이 오지 않더구나. 해서 미소 얼굴도 보고 팽 가주와 긴한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웃으며 걸음을 옮기던 남궁무진이 팽가의 입구인 천호주와 지호주를 바라보았다.
“허허, 긴한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겠구나.”
남궁무진의 말에 팽정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제야 은퇴를 한 남궁무진이 남궁세가를 떠나 하북성까지 온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가주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오신 것이구나.’
“감사합니다.”
“너는 우리 남궁세가의 피가 이어졌다. 너는 남이 아니고 나 역시 너에게 남이 아니다. 우리는 한 가족인 것이다. 감사하다는 말은 네가 팽가를 잘 이끄는 것으로 대신하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팽정이 미소를 짓고는 근처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팽만을 불렀다.
“팽만 단주님, 이리 오십시오.”
팽정의 부름에 외당 단주인 팽만이 눈을 찡그렸다. 아직 소가주 지위에 오른 것도 아닌 팽정이 자신을 오라 가라 하니 기분이 나쁜 것이다.
아니 소가주라고 해도 자신에게 이럴 수는 없었다.
‘팽문도 나에게는 이러지 않았거늘…….’
속으로 중얼거린 팽만이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팽정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남궁세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고는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더냐.”
“저는 중한 손님이 있어 잠시 안에 들어갔다 나와야겠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손님 접대는 외당 단주께서 맡아 주십시오.”
“가주께서 손님맞이는 너에게 맡겼는데 지금 어디를 간다는 말이냐.”
“외할아버지와 남궁유 형님을 어머니에게 안내해 드리려고 합니다.”
팽정의 말에 팽만이 눈살을 굳혔다.
“가주님의 명을 거역할 생각인가.”
“제가 무슨…….”
“그렇다면 팽정 너는 이곳에서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남궁세가에서…….”
“이곳은 팽가다.”
단호하게 말을 뱉은 팽만이 남궁무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팽정은 손님들을 맞이하라는 가주님의 지엄한 명을 수행 중입니다. 남궁 대협은 제가 안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팽만의 말에 팽정의 얼굴이 붉어졌다. 팽정으로서는 오랜만에 보는 외할아버지 앞에서 체면이 구겨졌으니 말이다.
“팽만 단…….”
“그만.”
팽정의 일갈을 손을 들어 막은 남궁무진이 웃으며 팽만에게 말했다.
“우리 정아가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실수를 한 듯하네. 자네의 말이 옳고 또 옳네.”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팽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궁무진이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주의 명은 그 어느 것보다 지엄한 것이니 정하는 팽 단주 말대로 손님을 접대하거라.”
“하지만 외할아버님.”
“너는 팽가의 가주가 아니다. 아직은…….”
남궁무진이 말과 함께 팽만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가세.”
팽만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가던 남궁무진이 남궁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아는 정아와 이야기나 나누거라.”
“알겠습니다.”
남궁무진이 팽만과 함께 사라지자 남궁유가 웃으며 팽정을 바라보았다.
“후! 앞으로 나는 남궁세가를 이끌고 너는 하북팽가를 이끌게 되었으니 서로 양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궁유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팽가에 온 손님들과 팽가의 무사들이 그 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손님들로는 남궁세가의 소가주와 팽가의 소가주가 될 사람이 같이 있으니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고, 팽가의 무사들은 팽정을 감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남궁유가 팽정에게 전음을 보냈다.
- 가주가 되기 전에는 행동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남궁유의 전음에 팽정이 고개를 숙였다.
- 명심하겠습니다.
- 혹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네가 가주가 된 다음에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 말에 팽정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흘러나왔다. 그 말대로 가주가 된다면…… 가주의 명이라면 죽음까지 불사하는 팽가의 도들이 자신의 명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주가 되는 날…… 팽문이 아닌 나 팽정의 이름을 너희들은 부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