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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1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1화

사마소의 말에 남궁현강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 방헌에 있는 학사 한 명 초빙해 가려고 온 것입니다.”

 

“학사? 학사는 안휘에도 있는데 뭐하러 예까지 오나?”

 

“조금 특별한 학사라 그렇습니다.”

 

“남궁세가의 뇌전검협대 대주가 직접 초빙하러 올 정도라니 대단한 인물인가 보군. 나도 한번 보고 싶군.”

 

“보고 싶어도 지금 이곳에 없으니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인가?”

 

“저희가 초빙하려는 학사가 그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합니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승에게 공을 들이겠다라……. 일리가 있군.”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와는 연이 없는 듯합니다. 가문에서 돌아오라는 연통이 왔으니 저희는 발을 빼야겠습니다.”

 

“안휘에 무슨 일이 있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머무시지요. 오랜만에 뵈었는데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지 않겠습니…….”

 

말을 하던 남궁현강이 문득 눈을 찡그렸다.

 

‘이런…… 가주께서 서신을 보면 즉시 출발을 하라 하셨는데…….’

 

남궁가주의 명을 떠올린 남궁현강이 한숨을 쉬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가주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휴우, 가주의 명으로 안휘로 돌아가야 하니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습니다.”

 

“날도 깊었는데 내일 가면 되지 않겠나?”

 

“오늘 출발하라는 명이 있으니…….”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우리 상단에나 한번 들르시게. 외국에서 들여온 명주들이 꽤 있으니 그것 맛이나 보시게.”

 

“알겠습니다.”

 

“그럼 안휘에 조심히 가시게나. 나는 그만 가겠네.”

 

말과 함께 사마소가 몸을 일으키자 남궁현강이 그 뒤를 배웅했다.

 

남궁현강과 헤어진 사마소는 방헌에서 떨어진 한 야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올라가던 사마소가 무릎을 꿇었다.

 

“월신 사자님을 뵙습니다.”

 

사마소의 말과 함께 땅에서 유령처럼 한 인영이 솟구쳤다. 백의 장포로 온몸을 두른 월신 사자를 향해 사마소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남궁현강을 만나고 왔습니다. 남궁현강과 부하들은 오늘 밤 방헌을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잘되었군.”

 

“학관은 어찌 되었습니까?”

 

“아직 오지 않았다.”

 

그 말에 사마소가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굳은 듯 대기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월신 사자가 산 아래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왔군. 가서 데리고 오너라.”

 

“존명!”

 

말과 함께 사마소가 번개처럼 몸을 솟구치더니 산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마소가 학사복을 입은 한 중년인을 업고는 내려왔다.

 

사마소의 등에서 내린 중년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헉헉! 월신 사자님을 뵙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는지 힘들어하는 중년인을 안쓰럽게 보던 사마소가 슬쩍 그 등에 손을 가져다댔다.

 

우우웅!

 

사마소의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에 중년인이 조금씩 안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마소가 손을 떼자 중년인이 한숨을 쉬었다.

 

“휴! 사마 교우, 고맙소.”

 

“같은 형제끼리 그런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서 보고부터 하십시오.”

 

사마소의 말에 중년인이 이마에 난 땀을 닦아내고는 월신 사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방헌 학관에 다녀왔습니다.”

 

“화산파 놈들이 의심하지 않던가?”

 

“종경이라는 도사가 의심을 하는 듯했지만 제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을 알고는 곧 의심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낙향한 학사가 대석학인 죽대선생에게 인사를 드리고 가르침을 달라 청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니 저를 의심할 것이 없겠지요.”

 

“그래서 무공을 익히지도 않은 자네에게 도움을 부탁한 것이네.”

 

월신 사자의 말에 중년인이 미소를 지었다.

 

“교의 대업에 이 한 몸이 쓸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네. 자네 같은 교우들이 있으니 곧 우리 일월교도 양지에서 떳떳하게 집회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네.”

 

월신 사자의 중얼거림에 사마소와 중년인이 공손히 하늘을 가리켰다.

 

“일월성신의 뜻이 하늘과 땅을 비추리다.”

 

“일월성신의 뜻이 하늘과 땅을 비추리다.”

 

그들을 보던 월신 사자가 물었다.

 

“간 일은 어찌 되었는가?”

 

“죽대선생에게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죽대선생에게 청해 서고를 구경하였습니다.”

 

“순순히 보여주던가?”

 

“대석학이 소장한 서책들을 보고 싶다고 하니 순순히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들도 직접 꺼내 보게 해주었습니다.”

 

“혹 우리가 찾는 물건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다른 곳에 감추어 둔 것인가?”

 

월신 사자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다 제가 슬쩍 도교에 대해 물어보니…… 아주 질색을 하시더군요.”

 

“질색?”

 

“그렇습니다. 죽대선생은 유학 이외의 학문은 모두 잡학이라 여기는 듯하였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월신 사자가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 며칠 지내며 책을 찾을 방도는 없겠나?”

 

“사마 교우께서 준비해 준 고서적을 죽대선생께서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며칠 지내고 싶다 하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수고 좀 해주시게.”

 

월신 사자가 사마소와 함께 온 무인을 향해 눈짓을 하자 그가 중년인을 업고는 산 밑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월신 사자가 사마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학관에 있는 화산신검이 문제로군.”

 

“저와 월광무인들이 화산파를 유인하면…….”

 

“상대는 화산신검이다. 그를 유인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교를 위해서라면.”

 

“너희들이 있어야 교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학관을 넘은 일광무인들을 잊지 말거라.”

 

일광무인이라는 말에 사마소가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신녀의 잘못된 선택 때문입니다.”

 

사마소의 말에 월신 사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몸에 두르고 있던 백의 장포를 벗었다.

 

펄럭!

 

백의 장포를 벗자 곧 중년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드러난 얼굴은 이름 모를 산 정상에서 꽃들을 다듬던 노인에게 명을 받던 그 중년인이었다.

 

“일광은 낮에 빛나고 월광은 밤에 빛나니…… 월광은 일광을 넘어서지 못하고 일광은 월광을 보지 못하네…….”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린 중년인이 한숨을 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5-9장 팽가에 온 남궁세가

 

산에 들어온 지 벌써 사 일째, 그동안 팽문은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명상에만 잠겨 있었다.

 

산에 들어온 날에는 태극호신공도 익히고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과 호현은 출발선이 다르기에 그 방법으로는 자연지기를 느끼기 어렵다 생각한 것이다.

 

‘나는 주화입마에 빠졌다. 주화입마는 마음에 마가 들어 내기가 상하는 과정에서 몸이 부서지는 것을 의미한다. 무인으로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기에 나는 마음에 잡념이 들면 명상을 할 뿐 운기조식을 하지 않았…….’

 

자신의 몸과 주화입마에 대해 하나 둘씩 생각하던 팽문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이년 전 주화입마를 겪었을 당시 큰 고통을 겪은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으로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 때 온몸의 내공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았다.

 

비록 몸은 멀쩡했지만, 내공을 잃은 것에 놀란 팽문은 자신이 주화입마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문의 어른들과 가주인 팽극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공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하니 자신이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명상을 하고 있었을 뿐 내공을 운기하고 있지 않았다. 즉 마음에 마가 끼었다고 해도 그것은 잡념이 될 뿐 내 몸을 상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순간 팽문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주화입마에 빠진 것이 아니었어!”

 

팽문의 고함에 잠을 자고 있던 팽립과 호현이 놀라 급히 몸을 일으켰다.

 

“헉!”

 

“뭐야!”

 

놀라 몸을 일으키는 두 사람을 보며 멍하니 있던 팽문이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았다면 왜 내공이 사라진 것인가? 그리고 내 단전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리고 나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팽문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았다면 내 내공들과 단전들은 사라진 것이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단전과 내공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던 팽문이 고개를 저었다.

 

‘내 몸 안을 살피는 것은 틀린 방법일 것이다. 이 년 동안 수도 없이 내 몸을 관조하고 관조했다. 내 몸에서 내공을 찾을 수 있었다면 이미 찾았을 것이다.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명상에 잠겼다. 하지만 그 명상을 하는 방법은 이때까지 그가 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때까지 그가 했던 명상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깨달음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면, 지금 팽문이 하는 명상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주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얻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얻은 것이 없다. 내가 주화입마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새로운 무의 경지에 발을 들였다 봐야 할 것이다. 내공과 단전이 사라지는 새로운 무의 경지란 대체 무엇일까?’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던 팽문이 눈을 떴다.

 

추운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떤 호현은 불이 잦아들고 있는 모닥불에 장작을 집어넣었다.

 

팽립은 아침을 준비하겠다며 사냥을 갔고 팽문은 명상을 하고 있기에 따로 할 일이 없는 호현은 태극음양경을 꺼내들었다.

 

태극음양경은 그동안 몇 번을 보고 또 봤지만 그 내용이 심오한 점이 있어, 호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펼쳐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보고 있던 호현은 팽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호현 학사, 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잔뜩 굳은 얼굴의 팽문을 보며 호현이 의아한 듯 물었다.

 

“무엇입니까?”

 

“호현 학사께서는 자연지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지 사용한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어쨌든 쓸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다급히 물었다.

 

“그럼 자연지기를 어디로 받아들이십니까?”

 

팽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자연지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물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자신의 말을 받아치는 팽문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는 것을 묻냐는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그런 호현을 보며 팽문이 다시 물었다.

 

“자연지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면 된다는 답 말고 실제로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말입니다.”

 

팽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제 기운과 자연지기를 하나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을 하나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무언가를 생각하다 물었다.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팽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그에게 조금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팽문이 물러나자 호현이 몸의 기운을 일깨웠다.

 

우우웅!

 

몸의 기운을 깨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져 마음이 가자 곧 기운들이 깨어났다.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자연의 기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며 호현이 슬쩍 팽문을 바라보았다.

 

팽문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호현의 동작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호현이 슬쩍 손을 들어 보였다.

 

우우웅!

 

자신의 기운과 자연의 기운을 하나로 만든 호현의 머리에 문득 허명진인이 보여준 태극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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