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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1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10화

‘스승님께서 제갈 노사께 설득을 당하신 모양이구나.’

 

죽대선생에게 자신은 방헌을 떠나 세상을 보고 겪어야 한다는 말을 하던 제갈현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같이 눈물을 흘리는 그런 위정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끝이 없지요.”

 

“자신이 살펴야 할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 합니다.”

 

제갈현진이 한 말을 회상하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께서 조충 노사에게 나를 보낸 이유는 아마도 백성들의 삶을 보고 느끼라는 것이겠구나.’

 

죽대선생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짐작을 한 호현이 방헌이 있는 남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어딘가 있을 죽대선생을 생각하자 보고 싶은 마음이 이는 호현이었다.

 

*

 

*

 

*

 

하북의 호현이 호북의 죽대선생을 기리고 있는 시간…… 죽대선생이 사는 방헌 학관의 한 내실에서 화산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화산신검 풍범이 종경을 바라보았다.

 

“어찌 하겠느냐?”

 

다짜고짜 물음을 던지는 풍범을 보며 종경의 얼굴에는 고민이 어렸다.

 

앞뒤 없이 물어온 질문이지만 무엇에 대한 질문인지는 종경도 잘 아는 것이다.

 

바로 이곳 호현도 없는 방헌 학관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인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종경이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가 본문에 중요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럼 이곳에 더 머물자는 것이냐?”

 

“호현 학사의 가치는 현오 사질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는 화산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무당파의 장문제자인 명균이 문내의 대소사를 모두 관리한다면 화산파의 장문 제자인 종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종경이 이렇게 오랜 시간 외유를 하고 있는 것은 화산 입장에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이다.

 

“저 역시 알고 있으나…… 이곳 상황이 조금 이상합니다.”

 

“학관을 침입했다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냐?”

 

“적도들의 무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사실 적도들의 무위는 상당히가 아니라 아주 높았다. 천하의 화산파 차기 장문인인 종경이 있는 곳에서 화산의 제자가 죽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것을 떠올리자 분노가 인 종경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종경의 모습에 풍범이 한숨을 쉬었다.

 

“그것들을 보낸 자들은 화산의 분노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잠시 말을 멈췄던 풍범이 말을 이었다.

 

“어느 미친놈들인지는 찾았느냐?”

 

“아직입니다.”

 

종경의 말에 풍범이 눈을 찡그렸다.

 

“아직이라…….”

 

‘고수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일은 없고…… 무명소졸들은 아닐 것인데 정체를 모른다라…….’

 

속으로 중얼거린 풍범이 입을 열었다.

 

“그 정도 고수들을 소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자들이라면 혹 마교 놈들이 아니겠느냐?”

 

마교라는 말에 종경이 고개를 저었다.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파의 간자들로 키운 자들이라면 마공을 가르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천산에서 사람이 나온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그런데…… 그놈들이 왜 이곳의 담을 넘었는지는 알아보았느냐?”

 

“세 가지 추론을 해보았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았던 종경이 눈을 뜨고는 입을 열었다.

 

“첫째, 호현 학사를 납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와 제갈세가, 그리고 무당파에서 탐을 내는 호현 학사의 그 능력을 강제로 취하려는 무리들이겠지요.”

 

“그건 신빙성이 떨어지는구나. 만약 호 학사를 납치하려고 했다면 화산파 고수들이 머무는 이곳보다는 무당에서 방헌으로 오는 길에 매복을 했을 것이다.”

 

종경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번째 생각을 말했다.

 

“둘째, 죽대선생의 납치입니다.”

 

“그것 역시 답이 아니다. 죽대선생 역시 방헌에서 무당으로, 무당에서 방헌으로 가는 여정이 있었으니…… 셋째는 무엇이냐?”

 

“월담을 한 자들이 노리는 물건이 학관 내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건?”

 

풍범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답에 근접한 것 같았다.

 

적도들이 침입했을 때 호현과 죽대선생 둘 다 없었으니 말이다.

 

‘오씨 댁이 절세 미녀도 아니고 그 사람을 납치하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풍범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 정도 고수들이 노리는 물건이라면 흔한 것은 아닐 것인데…… 죽대선생께는 말을 해보았느냐?”

 

“그렇지 않아도 학관에 비싼 물건이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학관에 비싼 물건들이 다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모두 서책들이라고 합니다.”

 

“서책?”

 

“죽대선생의 취미가 고서적들이라고 합니다.”

 

“고서적이라……. 무림인들이 고서적에 취미를 가질 이유는 없으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혹 다른 것은 없다 하더냐?”

 

풍범의 물음에 종경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무엇을 노리고 온 것인가……. 남궁세가 사람들은 어찌 하고 있더냐?”

 

“마을에 객잔을 빌려 묵고 있습니다.”

 

“제갈세가 사람들은?”

 

“제갈현진이 죽대선생과 함께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주위를 둘러보거나 근처 유람을 다니는 모양입니다.”

 

“그렇군.”

 

“내일 현오와 함께 화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종경의 말에 풍범이 피식 웃었다.

 

“그 말은 나보고 여기 더 머물러 달라는 말이더냐?”

 

“이곳을 월담한 자들이 어떠한 자들인지 알아내기 전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남궁현강과 뇌전검협대의 대원들이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또다시 월담이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죽대선생을 지킬 수 없을 것입니다.”

 

종경의 말에 풍범이 미소를 지었다.

 

“죽대선생이 호강을 하는구나. 나와 같은 사람을 호위무사로 두다니 말이다.”

 

“현오에게 깨달음을 준 은인의 스승님입니다.”

 

“화산은 은혜를 가슴에 새기고 원한은 검에 새기는 법……. 알고 있으니 이곳은 걱정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종경은 방헌 학관을 풍범에게 맡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남궁현강과 뇌전검협대의 대원들은 객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방헌에서 머무는 동안 남궁현강은 남궁세가에 지원을 요청했다.

 

화산파에서 풍범이 있는데 남궁세가는 고작 자신과 뇌전검협대 대원 몇뿐이니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궁세가에서는 방헌에 지원을 보내지 않았다. 남궁세가에도 다른 일이 있는 것이다.

 

방헌의 일이 어떻게 되가는지를 묻는 남궁세가의 서신을 보며 남궁현강이 눈을 찡그렸다.

 

“지원도 없이 일의 성사를 묻다니…….”

 

남궁현강의 중얼거림에 남궁세가에서 편지를 가지고온 남궁길이 웃으며 말했다.

 

“숙부님께서 서운하신 모양이군요.”

 

자신의 친조카이자 현 남궁세가 가주의 셋째 아들인 남궁길을 보며 남궁현강이 분통을 터트렸다.

 

“화산파의 풍범과 장문제자인 종경, 게다가 제갈세가까지 공을 들이는 인물이 바로 호현이다. 그런데 그런 호현에게 우리는 무엇을 했느냐. 화산파는 화산신검이 움직였고 제갈세가는 친분을 맺었다. 게다가 같은 호북에 있으니 제갈세가가 우리보다 우위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아무런 지원도 안 해준다니!”

 

그런 남궁현강을 보며 남궁길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하북팽가가 있지 않습니까. 남궁미소 고모의 팽정이 팽가의 가주가 된다면 본가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니 호현이라는 학사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소가주와 아버님께서 팽가로 간 것이냐?”

 

남궁현강의 아버지는 남궁세가의 전 가주인 창천검제 남궁무진이었다.

 

“팽문이 소가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니 고모님께 힘을 실어드리려고 간 것입니다. 그러니 본가에서 이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남궁길의 말에 남궁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이 아깝기는 하지만 팽가의 가주가 남궁미소의 자식이 된다면 남궁세가로서는 득인 것이다.

 

“알겠다. 이곳은 내가 남아서 어떻게든 호현 학사가 우리 쪽으로 올 수 있도록 해보겠다.”

 

“가주께서 학사 한 명에 너무 힘 빼지 말고 돌아오라는 전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남궁현강의 말에 남궁길이 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무엇이냐?”

 

“숙부께서 돌아오지 않겠다 하면 보이라 하셨습니다.”

 

남궁길의 말에 남궁현강이 봉투를 받고는 그 안을 펼쳤다.

 

오라면 올 것이지. 무슨 말이 많으냐!

 

남궁세가 가주인 남궁풍의 걸걸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듯한 글을 보며 눈을 찡그린 남궁현강이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현강이 네가 그곳에 죽치고 있는 것을 보면 호현이라는 학사가 인재는 인재인 모양이구나.

 

하지만 이곳 안휘성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으니 너라도 빨리 돌아와야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와서 하도록 하고 이 편지를 본다면 그 즉시 본가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편지 내용을 본 남궁현강이 눈을 찡그렸다.

 

‘안휘성의 분위기라니? 대체 무슨 일이지?’

 

“안휘성에 무슨 일이 있더냐?”

 

“없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상관없으니 이야기해 보거라.”

 

“별일 없는데…….”

 

작게 중얼거리던 남궁길이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있다는 듯 말했다.

 

“아! 충의 학관과 진충 학관에 도둑이 들어 서고가 털렸다고 합니다.”

 

두 학관은 안휘성에서 나름 큰 성세를 가지고 있는 학관들이었다.

 

“귀한 서책이라도 있었나 보구나.”

 

“귀한 서책 몇 권 없어졌다면 그냥 도둑인가 하겠지만, 소문을 들으니 서고에 있던 책들만 모두 사라지고 다른 재물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재물은 건들지 않고 책들만? 그 정도 규모의 학관이라면 재물이 꽤 있을 텐데?”

 

“모르지요. 옛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서책들을 모두 털어간 것을 보면 한둘의 소행은 아닌 듯합니다.”

 

한둘이 아니라는 말에 남궁현강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바로 방헌 학관이 있었다.

 

‘학관에 도둑이라…….’

 

무슨 생각인가를 하던 남궁현강이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안휘의 책 도둑과 방헌 학관에 든 놈들과 관계가 있을 것 같군.”

 

남궁현강이 작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주,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대륙상단의 사마 대협이십니다.”

 

대륙상단의 사마 대협이라는 말에 남궁현강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사마 형이 내가 있는 것을 어찌 알고.”

 

급히 자리에 일어난 남궁현강이 객잔 아래로 내려왔다. 남궁세가에서 객잔을 통째로 빌렸기에 객잔 일층은 조용했다.

 

그리고 그 일층의 한 창가에 큰 덩치를 가진 한 중년인이 수하로 보이는 남자 넷을 거느리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남궁현강이 내려오는 것을 본 중년인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하하하! 남궁 동생, 오랜만이네.”

 

중년인 사마소의 웃음소리에 남궁현강이 포권을 하며 다가갔다.

 

“하하하! 중경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 분께서 여기까지는 어인 일이십니까.”

 

“방헌에 일이 있어 왔다가 남궁현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얼굴이나 보러 왔네. 후! 내가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자 앉으시지요.”

 

자리에 앉은 남궁현강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얼굴은 갈수록 좋아지시는 듯합니다. 대륙상단에서 좋은 것을 많이 드시는 모양입니다.”

 

“후! 먹는 것이야 남궁세가만 하겠는가.”

 

그렇게 몇 차례 잡담을 나눈 사마소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네는 안휘에 있지 않고 호북에는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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