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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0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9화

속으로 태극호신공의 깨달음을 외우며 호현의 양손과 양발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는 사이 호현의 의식이 사라지고 무아에 들기 시작했다.

 

나라는 의식은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지합일의 경지 속으로 말이다.

 

우우웅!

 

호현의 의식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그 몸으로 자연의 기운들이 폭풍처럼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호현의 양손에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휘익! 펑! 휘익! 펑!

 

호현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뿜어진 장력이 허공을 때리고 연무장 바닥에 부딪쳤다.

 

꽝! 꽝!

 

폭음과 함께 연무장이 흔들렸다. 하지만 호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연신 태극호신공을 펼칠 뿐이었다.

 

그리고 연무장 구석에서 팽문이 놀란 눈으로 호현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호현이 무아의 경지에 들었다는 것과, 지금 호현에게 이 연무장 안의 기운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화아악!

 

천천히 무아의 경지에서 빠져나온 호현은 태극호신공을 멈추었다.

 

심호흡을 하며 눈을 뜬 호현은 이리저리 부서진 연무장의 모습과 구석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팽문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많이 부쉈구나. 태극호신공은 사람 없는 산이나 평지에서만 펼쳐야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팽문에게 다가갔다. 호현이 다가오는 것을 본 팽문이 급히 물었다.

 

“지금 그것이 태극호신공입니까?”

 

“팽 소협께서 펼치신 것과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태극호신공이기는 하나 호 학사의 태극호신공은 조금씩 동작이 바뀌고 방향이 변했습니다.”

 

“맞습니다. 태극호신공은 자연과 나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무공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늘 변화하고 변화합니다.”

 

“아! 변화하는 자연의 기운에 따라 태극호신공도 변화한다는 말입니까?”

 

강사와는 달리 자신의 말을 바로 알아듣는 팽문의 모습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그 변화하는 자연의 기운은 어찌 압니까?”

 

“그건…….”

 

팽문의 물음에 호현이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마땅히 설명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 역시도 운학이 자연지기를 느끼게 해준 후에야 자연의 기운이 변화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팽문이 물었다.

 

“혹 내공심법 같은 법문이 없습니까?”

 

팽문의 말에 호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럼 호 학사께서는 어찌 자연지기의 변화를 알았습니까?”

 

“저는 신선 어르신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신선?”

 

“그렇습니다. 무당파에서 만난 신선 어르신께서 저에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진짜 신선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당파 도사를 말하는 것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팽문을 보며 호현이 운학과의 인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팽문의 얼굴에는 점점 놀라움이 어렸다.

 

‘오채지운에 등선이라니…….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호 학사께서는 그야말로 검선에게 무공을 배운 격이 아닌가.’

 

검선의 제자가 호현이라는 생각이 들자 팽문은 그의 가공할 무공 수위가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팽문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그럼 그 전에는 무공을?”

 

팽문의 물음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무당파에서 학사들을 고용할 때 조건이 무공을 익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면 신선 어르신과 연이 닿지 않았겠지요.”

 

“그 말은 무공을 무당에서 익혔다는 말입니까?”

 

“신선 어르신께 태극호신공을 배웠고, 무당쌍선 어른들께 보법과 심상수련 그리고 경공을 배웠습니다.”

 

“무당쌍선?”

 

다른 신선이 또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이 설명을 해주었다.

 

“무당쌍선은 신선 어르신의 제자 분이신 허학진인과 허명진인이십니다.”

 

“헉! 무당쌍선!”

 

그제야 무당쌍선이 누구인지 안 팽문의 눈이 놀라 크게 치켜떠졌다.

 

‘검선에 무당쌍선까지. 대체 호 학사의 기연은 어디까지란 말인…… 잠깐! 호 학사가 무당에서 처음 무공을 배웠다면……. 설마…….’

 

무엇에 생각이 미쳤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팽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공을 익힌 지 일 년이 안 됐다는 말인가…….’

 

허공답보를 하는 고수가 고작 무공을 익힌 지 일 년도 안 된다는 사실에 팽문이 멍하니 호현을 보았다.

 

그러다 팽문이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다.

 

‘나 천룡 팽문이… 일 년도 무공을 배우지 못한 호 학사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말인가.’

 

“그럼 호 학사는 신선의 도움으로 자연지기를 느꼈다 했습니다. 그럼 저는 어찌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던 호현이 말했다.

 

“저는 자연지기에 대해서 전혀 몰랐지만… 팽 소협은 무의식적으로 자연지기와 하나가 되시니 저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태극호신공을 부지런히 연마하시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면 절로 길이 열릴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결론은 태극호신공이라는 말인가.’

 

*

 

*

 

*

 

호현과 팽문, 그리고 팽립은 팽가에서 백 리쯤 떨어진 소구산이라는 곳에 있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태극호신공을 익히기에는 사람들이 사는 팽가보다는 산이 낫겠다는 생각에 소구산에 온 것이다.

 

소구산은 작은 봉우리 아홉 개가 모여 이루어진 산으로 산세가 험해 약초꾼들도 오르기를 주저하는 곳이었다. 그런 봉우리 중 한 곳에서 팽문이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있었다.

 

휘익! 휘익!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있는 팽문의 곁에서 호현은 문곡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팽문의 곁에서 오가는 자연지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팽문의 주위에 흐르는 자연지기들은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갈 뿐이었다.

 

‘쉽지 않겠구나.’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팽문의 몸이 멈췄다.

 

그러고는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명상을 하는 팽문을 보던 호현은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옆으로 물러나더니 품에서 태극음양경을 꺼내들었다.

 

한편 팽문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대체 자연지기란 무엇인가? 호 학사는 분명 나를 향해 흐르는 자연지기를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무공을 잃었다. 그런 나에게 자연지기라니…… 혹 나는 무공을 잃지 않은 것인가?’

 

그에 생각이 미치자 팽문이 자기도 모르게 팽가 비전의 천왕심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단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단전이 있는지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주화입마에 들기 전에는 뻐근할 정도로 충만했던 내공과 단단하게 느껴지던 단전까지도 모두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 년 전 내공이 모두 사라졌을 때 팽문은 절망감에 자살까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팽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백방으로 내공을 회복하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팽극이 구해다 준 영약을 복용하고 내공을 쌓으려고 했다.

 

내공은 사라졌지만 근골과 몸은 멀쩡했기에 다시 시작을 한다면 늦기는 하겠지만 다시 무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내공은 쌓이지 않았다. 단전이 느껴지지도 않으니 내공을 어디에 모아야 할지도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내공이 사라져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약으로 쌓은 내공조차도 어디로 갔는지 모두 사라졌다.

 

자신은 느끼지 못해도 내공이 생겼다면 단전에 모여야 하는데 그것이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다.

 

내공이 없는 무인은 고작 삼류밖에 되지 않기에 결국 무공을 회복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느껴지지 않는 단전에 속으로 한숨을 쉰 팽문이 몸 밖의 감각에 집중했다.

 

하지만 몸 주위로 느껴지는 기운들은 그저 시원한 산속의 기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호 학사는 태극호신공을 통해 자연지기를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선의 도움이 있어서였다. 나는 그런 기연이 없으니 태극호신공을 통해 자연지기를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던 팽문이 슬쩍 눈을 뜨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은 자신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멀찍이 떨어져서 책을 읽고 있었다.

 

‘태극호신공을 통해 아무나 자연지기를 느꼈다면…… 무당파에서 태극호신공을 널리 퍼뜨리지는 않았을 것이니. 아마 무당파에서도 호 학사가 아니었다면 태극호신공을 통해 자연지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테지.’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잠시 생각하다 호현이 알려준 태극호신공의 내용을 떠올렸다.

 

‘자연에게서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어야 한다라…….’

 

그에 대한 생각을 하던 팽문이 문득 눈을 찡그렸다. 자신은 내공을 모두 잃고 난 후 얻은 것이 없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팽문이 호현에게 다가갔다.

 

“호현 학사.”

 

“왜 그러십니까?”

 

“자연에게서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어야 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보던 책을 덮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자연과 나를 하나로 하기 위해서는 나와 자연이 소통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받을 수만 없고 줄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무슨 생각이 났는지 팽문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받을 수만은 없고 일방적으로 줄 수도 없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은 무언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기분이 무언지 알기 위해 명상에 들어갔다.

 

제5-8장 방헌에서의 작은 일들

 

그날 밤 팽립이 산에서 사냥을 해 온 토끼를 먹으며 호현은 책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멀뚱히 보던 팽립이 물었다.

 

“뭘 그리 보십니까?”

 

팽립의 말에 호현이 보고 있던 태극음양경을 품에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극음양경이라고 적혀 있는 것 같던데?”

 

“그냥 도경입니다. 제가 도교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렇군요.”

 

그러다 팽립이 슬쩍 팽문 쪽을 바라보았다. 팽문이 갑자기 산으로 수행을 간다고 했을 때 팽립은 무척 기뻐했다.

 

내공을 잃고 포기를 한 줄 알았던 무공을 다시 회복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팽문이 태극호신공을 연습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저 팽문이 건강을 위해 태극호신공을 연마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팽문이 명상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지자 무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호현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무당파 고수들에게 가르침을 줬다는데…… 우리 문 형님에게도 나름 가르침을 준 것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팽립이 슬며시 호현에게 물었다.

 

“우리 형님께서 왜 태극호신공을 연마하시는 것입니까?”

 

“자연과 하나가 되려 하시는 겁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말이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호현을 팽립이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급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팽가 사람에게 호현의 선문답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호현이 한 말은 선문답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팽문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스윽!

 

식사를 한 팽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어디 가십니까?”

 

“명상을 할 것이다.”

 

“날씨가 춥습니다. 불이 있는 곳에서 하시지요.”

 

팽립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젓고는 어두운 숲 한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편 호현은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바로 죽대선생이 조충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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