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0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3화
“어찌하려 하나?”
“문 형님께서 저와 수를 밖으로 내보내셨다면 그것은 한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소 가주 직위 때문이겠지.”
“맞습니다. 서둘러 가문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팽립이 밖으로 나가려하자 조충이 그를 불러 세웠다.
“립, 이리 오시게.”
“저는 본가로…….”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네. 그저 이 늙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가라는 말이네.”
안절부절못하는 팽립을 보며 조충이 말했다.
“문이 립과 수 두 사람을 밖으로 보낸 것은 소가주 직위를 아마…… 팽호 그 아이에게 전하려는 것이겠지.”
팽호라는 이름에 팽립의 얼굴이 굳어졌다.
“으득!”
그런 팽립을 보며 조충이 말했다.
“이름만 들어도 반응이 그러한데…… 문이가 팽호에게 소가주 직을 전한다면 자네 둘은 가만히 있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아니, 저뿐만 아닙니다. 본가의 젊은 사람들은 문 형님을 제외한 소가주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자네들 때문에 문아가 아직도 소가주 직위를 버리지 못한 것이네. 그것을 모르겠는가?”
조충의 말에 팽립이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그런 팽립을 보며 한숨을 쉰 조충이 그를 보다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현아는 립을 따라 팽가에 가보거라.”
조충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가문에 일이 있으신 듯한데 제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 말에 팽립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팽문이 호현을 핑계로 자신과 팽수를 호북으로 보낸 것이라면, 호현을 굳이 팽가로 데리고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니, 네가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팽가에 가게 된다면 너는 의와 효를 보게 될 것이다.”
“의와 효?”
“박 학사께서 네게 보여주라는 세상의 일부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처자는 이곳 안구현보다는 세상을 떠돌며 네가 찾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그 말씀은?”
“굳이 팽가에 갔다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내가 보여주는 세상보다는 네 스스로 천하를 돌며 보는 세상이 진짜일 것이니…….”
조충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호현을 보던 조충이 팽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립도 호현을 데리고 팽가에 가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다. 호현이 팽가에 간다면 네 형인 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호 학사, 어서 나가십시다.”
몸이 단 팽립이 호현을 재촉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에 호현이 조충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섰다.
이제 덩그러니 혼자 조충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문이 녀석, 쓸데없는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
*
*
하북 패주현
패주현에서 북쪽으로 삼십 리를 가면 숲에 감싸인 한 장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 장원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장원을 감싸고 있는 담이 없는 것이다.
나무와 수풀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제거를 해 장원과 숲의 경계를 삼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장원에도 문은 있었으니 장원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거대한 나무 기둥 두 개가 서 있었다.
그리고 두 기둥에는 각각 여섯 글자와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천하제일도문>
<하북팽가>
천하제일도문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하북 한 성을 자신들의 성 앞에 붙이는 사람들이 사는 장원… 바로 도에 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열혈한들이 사는 곳, 하북팽가의 장원이었다.
그런 하북팽가의 장원의 문을 향해 두 필의 말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히이잉!
어찌나 말을 고되게 다루었는지 명마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두 필의 말은 입에서 하얀 거품을 물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두 필의 등장에 장원의 입구에 거한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필의 말이 멈추었다. 두 필의 말에서 내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거한 중 한 명이 다가왔다.
말에서 급하게 내린 사람은 바로 호현과 팽립이었다. 안구현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하북팽가에 도착한 것이다.
말에서 내린 팽립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한에게 급히 물었다.
“내가 없는 사이 일이 벌어졌느냐!”
앞뒤 없이 팽립이 말했지만 거한, 팽군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을 어찌.”
“일이 벌어졌구나! 소상히 말을 해보거라!”
“팽문 형님께서 소가주 지위를…….”
“이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팽립이 급히 장원 안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호현이 어찌해야 하나 그를 보다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에 팽군이 급히 팽립에게 전음을 보냈다.
- 팽수는 어디 가고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팽군의 전음에 장원 안을 막 넘어가던 팽립이 미처 생각 못했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 학사는 잠시 이들과 같이 있으시겠습니까? 내 형님에게 호 학사가 온 것을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립이 팽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문 형님의 손님이시다.”
다른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는 듯 그 말만을 남기고 팽립이 장원 안으로 몸을 날렸다.
팽립이 장원 안으로 달려가자 그 모습을 보던 팽군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가도 소용없을 것인데…….”
작게 중얼거린 팽군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현은 옷을 갈아입을 틈이 없어 아직 태을 표국의 표사 복장을 입고 있었다.
‘표사? 문 형님에게 표물이라도 있는 것인가?’
호현을 보던 팽군은 그래도 팽문의 손님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하북팽가 비호단의 팽군입니다.”
팽군의 소개에 호현도 포권을 해 보였다.
“호북 방헌 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학관? 표사가 아니십니까?”
팽군의 말에 호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동안 옷을 갈아입고 싶었지만 팽립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마을에 들르지 못해 옷을 갈아입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사정이 있어서…… 혹 제가 입을 만한 옷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팽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가주님께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말과 함께 팽군이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팽가에서 밖으로 나고 들어올 때에는 반드시 이 천호주(天虎柱)와 지호주(地虎柱) 사이를 통해야 합니다.”
기둥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호현이 물었다.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본가에는 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기둥을 경계로 본가의 영역을 나타냅니다. 이 기둥을 제외한 경계에는 진이 펼쳐져 있어 본가 사람이 아닌 사람이 그 경계를 넘으면 위험합니다.”
“알겠습니다.”
팽가에는 담이 없다. 그것은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지만, 손님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팽군을 따라 팽가 안으로 들어온 호현은 지나다니는 팽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팽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얼굴에 호방한 기운이 서려 있었는데 등에는 하나같이 도를 한 자루씩 메고 있었다.
‘팽가 사람들은 모두 덩치가 크구나. 팽문이라는 사람도 덩치가 이리 큰가?’
호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은 곧 하나의 전각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팽가의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니 초입에 보이는 전각을 가리키며 팽군이 말했다.
“이곳이 본가의 가주께서 머무시는 호가전(護家殿)입니다.”
‘가문을 보호한다라.’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팽군이 호가전을 자랑스러운 얼굴로 보며 말했다.
“다른 세가와 문파에서 문주가 사는 곳을 문의 중심지에 두는 것과 달리 호가전은 본가의 가장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본가에 침입한 적도들이 있을 경우 가주가 가장 앞에서 가솔들을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즉 가주를 넘지 못한다면 가솔들을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생긴 것과 다르게 팽군은 이런저런 팽가의 일을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
*
*
한편 호가전 안의 한 집무실에서는 팽가 특유의 덩치를 가진 장비 수염을 가진 한 중년인이 도를 닦고 있었다.
집무실이라면 책을 봐야 하거나 서류를 봐야 할 텐데 중년인은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도를 닦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중년인이 바로 중원오대세가 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의 명가 하북팽가의 가주 도왕 팽극이었다.
스윽! 스윽!
기름을 먹인 천으로 도를 부드럽게 닦아내고 있던 팽극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들어오너라.”
팽극의 말에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인이 들어왔다. 그 중년인 역시 덩치가 팽극 못지않은 거한이었다.
팽극의 동생이자 외당 당주인 천근도 팽만이었다.
“팽립이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사람?”
“요즘 호북에서 명성을 얻은 무당학사 호현입니다.”
무당학사라는 이름은 팽극도 들어봤는지 의아한 얼굴로 팽만을 보다 물었다.
“학사가 왜?”
“문이의 손님이라고 들었습니다.”
팽문의 이름에 팽극의 얼굴이 굳어졌다.
“못난 놈.”
작게 중얼거린 팽극이 도를 등에 있는 도갑에 집어넣었다.
“호 학사는 어디에 있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숙소를 안내할까요?”
팽만의 말에 팽극이 고개를 저었다.
“팽가를 찾은 손님은 가주가 직접 맞이하는 것이 본가의 전통이다. 안으로 들이거라.”
“알겠습니다.”
팽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팽극이 머리를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팽문이 소가주 지위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해 팽극은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도를 닦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손님이 온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손님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북팽가는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손님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팽가이기에 오죽하면 문조차도 없겠는가?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밖에 나갔던 팽만이 한 표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학사라 들었는데?’
백의 학사복이 아닌 표사 복장을 한 호현을 이상하다는 듯 보던 팽극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팽가의 가주 팽극이네.”
*
*
*
“내가 팽가의 가주 팽극이네.”
걸걸한 목소리의 팽극을 향해 호현이 포권을 했다.
“호북 방헌 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만나서 반갑군. 이리와 앉으시게.”
팽극이 앞 자리를 가리키자 호현이 그 앞에 앉았다.
“그래 우리 문이의 손님이라 들었는데…….”
“팽 소협께서 초대를 해주셨습니다.”
“그럼 그 전에는 연이 없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럼 혹 우리 문이의 초대 때문에 호북에서 예까지 온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사실 북경에 가는 길에 팽립 소협을 만나게 되어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런데 학사라 들었는데 표사 복장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것은…….”
호현이 표사 복장을 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자 팽극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여행을 편하게 하기 위해 표국에 취직을 했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제가 미처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가주님을 뵙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겉에 두른 것이야 무슨 상관인가.”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팽가에서 좋은 시간 보내도록 하시게. 외당 당주는 호 학사가 쉴 곳을 마련해 주게나.”
팽극의 말에 팽만이 고개를 숙이고는 호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손님을 반기는 것이 팽가의 법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호현이 비록 무당학사라는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그것은 무림세가 입장에서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팽가가 호현과의 친분으로 무당에게 잘 보여야 할 정도로 작은 세가도 아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