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0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0화
짐짓 으름장을 놓는 아이의 목소리가 매서웠다. 하지만 호현에게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호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품에서 제갈현진이 준 돈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고운이 웃으며 돈을 내려는 호현을 막았다. 그 모습에 아이가 눈을 찡그리며 고운을 쳐다보았다.
아이의 시선을 받으며 고운이 말했다.
“어느 정도 정보면 은 열냥이 되겠는가?”
고운이 정보를 팔려고 한다는 것을 안 아이가 지체 없이 말했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 듣고 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고운이 슬쩍 호현을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온 곳이 호북이네. 요즘 호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에 대한 정보면 어떻겠나?”
고운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아이의 눈에 순간 놀람이 어렸다.
“무당학사에 대한 정보입니까?”
대뜸 무당학사에 대해 말하는 아이를 보며 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관심 있나?”
“관심은 있지만…… 내용을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그 내용에 가치가 있다면 은 열냥을 받지 않고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가치는 있을 것이네.”
고운과 아이가 나누는 대화에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지?’
호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운이 입을 열었다.
“무당학사가 하북에 들어왔네.”
“하북? 지금 무당학사가 하북에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네. 이 정도면 은 열 냥 가치가 있겠는가?”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십니까?”
“그것은…….”
“그것은?”
자신의 입을 주시하는 아이를 보며 고운이 웃었다.
“하오문에서 찾아보시게.”
“으득!”
순간 입술을 깨문 아이가 몸을 돌렸다. 무당학사가 하북에 있다는 정보를 빨리 보고를 하고 싶은지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에게 고운이 급히 소리쳤다.
“우리 정보는 어찌 되는 건가?”
고운의 말에 아이가 소리쳤다.
“조충 학사께서는 안구현에 계십니다!”
조충의 행적을 알려주는 아이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이 멍하니 변했다. 조충에 관한 정보가 바로 나오니 이상한 것이다.
“우리가 조충 학사를 찾는 것을 어찌 알고 미리 답을?”
호현의 중얼거림에 고운이 웃으며 말했다.
“하오문에서 준 정보이니 확실할 것입니다.”
고운의 말에 호현이 눈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팔아 정보료를 대신한 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고운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호 학사께서 하북에 온 것은 늦든 빠르든 소문이 날 것입니다.”
“그래도 제 이름을 가지고…….”
“은 열 냥을 아꼈지요.”
능구렁이처럼 말을 받아치는 고운을 보며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 말대로 은 열 냥을 아끼기는 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하북에 온 것은 비밀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러다 문득 호현이 이상한 것을 느낀 듯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정보가 빠른 것입니까? 아무리 하오문이라도 내가 무엇을 물을 줄은 모를 텐데?”
“우리에게 정보를 준 아이가 조충 학사가 있는 곳을 알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면?”
호현의 물음에 고운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그야 북경…….”
고운의 말에 호현이 알았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아! 그렇군요.”
“황제 폐하가 사는 곳을 북경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듯 조충 학사께서 이 근방에서 유명하다면 호 소협의 물음에 그 아이가 바로 답한 것이 설명이 되겠지요.”
말과 함께 고운이 근처에서 음식들을 나르고 있는 점소이를 불렀다.
“혹 안구현에 사시는 조충 학사에 대해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점소이의 말에 고운이 쓰게 웃으며 물었다.
“유명하신가?”
고운의 물음에 점소이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말했다.
“이 일대에 조충 어르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년 전 큰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에는 재산을 풀어 사람들을 도와주실 정도로 대덕하시고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분을 하북조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점소이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하북에 빛을 비춘다라(照明)……. 조충 학사께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모양이구나.’
자신이 아는 조충이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안구현은 어디에 있습니까?”
“북쪽으로 오백 리를 가면 안구현이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방헌에만 살았던 호현에게 오백 리 길은 무척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호북에서 하남을 거쳐 이곳 하북성까지 오고 나니 오백 리라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한 호현이 왕수를 향해 말했다.
“저희 일정에 안구현이 있습니까?”
“일정에는 없지만 그 근처를 지나는 갑니다.”
그러고는 슬쩍 물었다.
“안구현에는 오래 머무십니까?”
“아닙니다. 조충 학사를 만나면 일이 끝나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왕수의 얼굴에 안도의 한숨이 어렸다. 황제 폐하가 있는 하북이라 다른 성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이었지만,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바로 표행이었다.
태을 표국으로서는 믿을 사람이 호현 하나밖에 없는데 만약 그가 표행에서 빠진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호 대협께서 일단 북경까지는 같이 가주실 모양이니 다행이로구나.’
왕수가 속으로 중얼거릴 때 호현이 물었다.
“북경에 도착하면 며칠이나 머무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왕수가 말했다.
“북경에서 호북으로 가는 표행을 찾아야 하니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입니다.”
‘다행이로구나. 북경 서점에는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많이 있을 것이다.’
황제가 있는 북경은 모든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것은 책도 마찬가지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책들이 북경에 있을 것이었다.
그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호현이 음식들을 삼키고 있을 때 객잔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장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호랑이와 같은 인상의 거한들이었다.
객잔 안으로 들어온 거한들이 주위를 보다가 호현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거한들의 말에 고운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북팽가의 영웅들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하북팽가라는 말에 왕수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이들이 하북팽가?’
거한들을 보던 왕수의 눈에 그들이 어깨에 매고 있는 도가 보였다.
도 대가리에는 입을 쩌억하고 벌리고 있는 호랑이 대가리가 조각되어 있었다.
바로 도의 명문이자 중원 오대 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의 상징인 맹호강두(猛虎鋼頭)였다.
그들이 하북팽가 사람이라는 것을 안 왕수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호북 태을 표국의 왕수입니다.”
왕수의 인사에 도 거한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하며 자기소개들을 했다.
“팽립이라 합니다.”
“팽수라 합니다.”
두 사람의 인사에 왕수와 고운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아! 하북쌍호!”
“하북쌍호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하북의 두 호랑이라고 불리는 하북팽가의 청년 고수들이 바로 이 두 형제인 것이다.
“무림 친구들이 우리 얼굴이 호랑이 같다 해서 지어준 이름일 뿐입니다.”
“하하하! 청수호리를 하북에서 산서까지 쫓아가 죽인 영웅들께서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화통하게 웃으며 고운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
‘하북쌍호라면 하북팽가에서도 인정을 받는 중진들이니 이들과 연을 맺는다면 표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북에서 하북팽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북경으로 가는 표행을 연마다 운행하는 천월 표국으로서는 그들과 친분을 맺게 된다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다.
“하북의 영웅을 만나게 되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이리 앉으시지요.”
비어 있는 자리로 두 사람을 청하자 팽립이라고 소개를 한 거한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떤?”
“추한 객잔에 머무는 표사들에게 들었는데…….”
팽립의 말에 왕수와 고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추한 객잔은 자신들이 빌린 객잔 중 하나인 것이다.
‘설마 표사들이 이분들에게 실례라도 한 것인가?’
‘표사들이 실수를 해 우리들에게 죄를 물으러 온 것인가?’
두 사람이 속으로 걱정스러워할 때 팽립이 호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표사들의 말이 자신들 일행 중에 무당학사가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팽립의 말에 고운과 왕수가 자기들도 모르게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사람이 동시에 주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호현이 잠시 있다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호현입니다.”
호현의 인사에 팽립과 팽수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렸다.
“하하하! 이거 저희가 운이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대소를 하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무인들인 것 같은데 왜 나를 보고 좋아하는지 모르겠구나.’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던 팽립이 고운이 가리켰던 자리를 보며 말했다.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고운의 말에 팽립과 팽수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웃으며 호현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웃어 호현 학사께서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군요. 사실 우리는 호현 학사를 만나러 호북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먼 호북이 아닌 이곳 하북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 일이겠습니까.”
팽립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저를 만나러 호북에?”
“그렇습니다.”
“저를 왜……?”
호현의 말에 팽립이 웃으며 품에서 붉은 봉투를 하나 꺼내들었다.
“저희 가문의 소가주이신 팽문 형님께서 보내는 서찰입니다.”
팽립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서찰을 받아들었다.
‘팽문? 처음 듣는 이름인데?’
팽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호현은 그가 왜 자신에게 서찰을 보내나 하는 생각을 하며 붉은 봉투를 열었다.
제5-3장 또 하나의 천재
봉투를 열자 질 좋은 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지를 펼치자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필체가 거칠기는 하나, 글자 하나하나에 힘이 넘치는 것이 가히 명필이구나.’
한지에 적힌 글의 호방함에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며 호현이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호현 학사 전(前).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할 것이나 사정이 있어 이렇게 서신으로 인사드리는 것을 사죄드립니다.
호북과 하북의 거리가 천 리가 넘으나 호현 학사에 대한 소문은 이곳 하북의 제 귀에까지 들려왔습니다.
뛰어난 석학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혹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곳 하북팽가에 왕림해 주시겠습니까.
그리해 주신다면 소생 큰 영광일 듯합니다.
팽문.
편지를 읽고 있는 호현을 보며 왕수가 고운을 바라보았다.
- 팽문이라면 그 병천룡(病天龍) 아닙니까?
왕수의 전음에 힐끗 그를 본 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 팽가의 불운한 천재… 그가 맞을 것입니다.
- 그런 사람이 왜 호현 학사에게 편지를?
-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천룡(天龍) 팽문은 하북팽가에서 자랑하던 천재였다. 하북팽가의 소가주이자 문으로는 열여덟의 나이에 향시에 합격을 하고 무로는 스물이 되기 전 강기를 깨달아 절정고수가 된 문무겸전의 천재가 바로 팽문이었다.
대대로 무의 재능은 뛰어났지만 문으로는 뛰어나지 않았던 팽가였기에 향시까지 합격을 한 팽문의 존재는 팽가의 자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