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9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98화
다만 무당학사라는 별호는 무공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무당파 고수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 생각에 왕수가 급히 말 머리를 돌려 호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호 표사.”
왕수의 다급한 부름에 호현이 왜 그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호 표사께서 그럼…… 무당학사이십니까?”
무당학사라는 명칭에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무당학사라는 거창한 명칭이 아직은 어색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호현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왕수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왕수를 고운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표사로 사람을 채용하면서 신분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런 고운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도 않은 채 왕수가 다시 물었다.
“그럼…… 진짜 무당학사?”
무당학사라는 별호를 계속 부르는 왕수의 모습에 호현이 무안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일개 학사일 뿐이니 그저 호현 학사…… 아니 지금은 표사의 신분이니 호 표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 그럼…… 반로환동을 하신 것은?”
반로환동이라는 말에 고운이 의아한 듯 왕수와 호현을 바라보았다.
‘반로환동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고운이 의아해 할 때 호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반로환동이라면 나이를 거슬러 다시 아이가 된다는 의미인 듯한데…….”
반로환동이라는 한자를 그 의미대로 생각해 본 호현이 이상하다는 듯 왕수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리 어려 보이십니까?”
호현의 말에 왕수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무학적인 의미인 반로환동을 어려 보이냐는 의미로 호현이 받아들이니……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지금 호 대협이 나와 장난을 하시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 그럼 나이가?”
“열여덟입니다.”
“열여덟?”
호현의 답에 왕수의 얼굴에 혼란스러움이 어렸다. 지금까지 호현을 반로환동을 한 고수가 자신의 신분을 속인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호현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니…… 아닌 것 같은 것이다.
‘그럼 내가 본 것은 허공답보가 아니란 말인가?’
호현이 펼친 허공답보를 떠올리던 왕수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그것이 허공답보였는지 아니면 절정의 신법이었는지 구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절정 고수가 펼치는 신법도 본 적이 없으니 그것과 호 대협이 펼친 신법이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있나.’
속으로 중얼거린 왕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그럼 진짜 학사이신 것입니까?”
“왜 묻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헌 학관에서 수학을 한 학사가 맞습니다.”
‘그때는 당신이 반로환동한 고수인 줄 알았으니 문제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혼자 오해를 한 것이니…… 호현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호현이 반로환동을 했든 안 했든 그 무위는 절정이니, 자신보다 까마득하게 위에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저나 호 대협…… 아니 호 소협이 무당학사라……. 대하기가 조금은 편해지겠구나.’
호북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무당학사이자 절정고수인 호현은 왕수로서는 부담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그가 반로환동한 고수인 줄 알고 있다 보니 조금은 그 무게감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호현을 보던 왕수가 슬쩍 고개를 돌리니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 고운이 보였다. 그런 고운을 보며 왕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호 표사가 소문의 무당학사인 줄은 몰랐군요.”
“그런 것도 모르고 표사를 채용하신 것입니까?”
“그것이…….”
마땅히 뭐라 둘러댈 말이 없어 왕수가 말꼬리를 흘렸다. 그런 왕수를 보며 고운이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남의 표국 일에 자신이 뭐라고 할 것은 없기에 그에게 시선을 떼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호 표사가 무당학사라…….’
호현을 보던 고운이 슬며시 물었다.
“소문에는 향시에 합격한 거인이라 들었…… 습니다만.”
호현의 무당파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린 고운의 목소리가 사뭇 정중해졌다.
“맞습니다.”
“향시에 합격할 문에 절정의 무위라……. 문무겸전(文武兼全)이라는 말은 아마 호 표사를 두고 있는 말인 듯합니다.”
“문무겸전이라니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무공은 어디서?”
“무당파 무당쌍선께 조그만 배움을 받았습니다.”
무당쌍선이라는 말에 고운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헉! 무당쌍선이라니!’
비록 무당쌍선이 전대의 인물들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호북에서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런 신적인 존재들에게 호현이 사사를 받았다고 하니 고운의 얼굴에 놀람이 어릴 수밖에…….
게다가 호현이 무당쌍선에게 사사를 받았다면 그 배분은 무당파 장로들과 같은 것이다.
‘무당학사 호현이 무당쌍선의 제자이자, 무당파 장로들과 같은 배분을 가진…… 음, 어쨌든 대단한 거물이구나.’
무당학사라는 소문이 많이 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사가 무당의 고수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이 될 이야기였지만, 그 무당학사가 무당쌍선의 제자라는 것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저 나이에 절정고수라니 과연 무당쌍선의 제자답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던 고운이 문득 의아한 얼굴로 호현과 왕수를 바라보았다.
무당쌍선의 제자인 사람이 일개 표국, 그것도 규모가 작은 태을 표국 같은 곳에서 표사로 몸을 담고 있으니 이상한 것이다.
“호 소협, 그런데 왜 표사를 하십니까?”
“북경에 볼일이 있습니다.”
“북경에 볼일? 그럼 북경에 가려고 표사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북경으로 가는 길을 모르니까요.”
“그럼 북경에 가면 표사 일은 그만두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호현의 말에 고운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왕수를 바라보았다.
‘내 사과를 순순히 받는다 했더니…… 과연 이런 이유가 있었군.’
고운의 눈빛에 왕수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운도 왕수에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었다.
호현이라는 고수가 없다면 태을 표국이 상도를 어겼다고 한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북경 표행에는 절정고수, 그것도 무당쌍선의 제자라는 대단한 인물이 끼어 있으니 이번 표행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태을 표국이 아니었다. 왕수에게서 시선을 돌린 고운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당학사 호 소협과 연을 맺는 것…… 그것만 성공한다면 이번 표행은 그것으로 큰 성과가 있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고운의 머리에 어떻게 하면 호현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5-2장 하북팽가
태을 표국과 천월 표국의 표행은 순조로웠다. 호북은 무당파가 있는 곳이라 말을 할 것도 없었지만, 이곳 하남 역시 소림사라는 무림 태산북두가 위치한 곳이라 녹림이나 사파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어 산으로 숨어든 농민들로 이루어진 산적들이나 작은 사파 무리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백오십에 가까운 표행을 덮칠 정도로 간이 큰 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두 표국의 이동은 별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마차의 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진동에 이제는 익숙해진 호현은 책을 보고 있었다.
“명성이 높은 무당학사도 학사는 학사인 모양이십니다. 한시도 책을 떼고 있지 않으시군요.”
고운의 물음에 호현이 웃으며 책을 덮었다.
“중원 각지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설명해 놓은 책인데 배울 점이 무척 많습니다.”
“제가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고운의 말에 호현이 책을 내밀었다. 호현이 준 책을 고운이 바라보았다.
<초행통지>
‘초행통지?’
책 표지에 적힌 제목을 본 고운이 그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무엇을 발견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지금 고운이 본 대목에는 처음 가는 여행지라면 표국을 따라 가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다.
‘무당쌍선의 제자나 되는 사람이 왜 표사를 하나 했더니…….’
고운이 책을 살피다 말했다.
“여행은 처음입니까?”
“처음은 아니지만, 혼자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호현의 말에 고운이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초출이라는 말이군. 그런데 이 책 각 지방 특색에 대해 나름 정확하게 적어 놨군.’
표국에서 뼈가 굵어 견문이 넓은 고운이 보기에도 초행통지에 적힌 내용들은 정확해 보였다.
책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지 초행통지를 읽는 고운의 모습에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태을 표국 표사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없으니 책을 읽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고운이 책을 언제 돌려주나 보던 호현은 그가 초행통지에 정신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호현이 심심한 표정으로 주위 경관을 살피고 있을 때 저 멀리 거대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기에도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은 무척 높았는데, 그 중간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것이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호 학사, 저곳이 숭산입니다.”
산을 보던 호현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는 왕수가 언제 왔는지 작은 밀떡을 들고 서 있었다.
호현이 반로환동을 한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왕수가 그에게 하는 행동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반로환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와는 차이가 안 되는 고수라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그 후 호현을 표사라고 부르지 않고 호 학사라고 부르는 것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왕수가 건네주는 밀떡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호현이 놀란 눈으로 산을 쳐다보았다.
“저곳이 소림사가 있다는 숭산입니까?”
“맞습니다.”
왕수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는 경건함이 어렸다.
‘저곳이 바로 선종의 대가람 소림사가 있는 숭산이로구나.’
도가의 성지가 무당파라면, 불문의 성지는 바로 소림사인 것이다. 그리고 소림사가 있는 곳이 바로 숭산이었다.
불문에도 깊은 관심이 있는 호현에게 소림사가 있는 숭산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런 숭산이 시야에 있으니 호현으로서는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숭산에 가고 싶다는 것을 얼굴로 드러내며 호현이 왕수를 바라보았다.
“저희 일정에 숭산이 있습니까?”
호현의 말에 잠시 왕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숭산을 통해 길을 가도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정이 삼 일은 지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상대는 호현이다. 말은 묻는 것이지만 그 말에 담긴 숭산에 가고 싶다는 의미를 왕수가 모를 일은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숭산에 잠시 들렀다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헉!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왕수의 말에 호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호현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책을 보고 있던 고운도 숭산에 들른다는 말에 놀랐는지 왕수를 바라보았다.
“왕 국주, 숭산으로 간다니 무슨 말입니까? 그쪽으로 가면 거리가 삼 일은 늘어나는데?”
고운의 말에 왕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가 그것을 모르는 줄 아나? 절정고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으니 그렇지.’
“저희는 숭산에 들렀다 가야 할 듯합니다.”
“허! 하지만 일정이…….”
고운이 마땅치 않은 듯 하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삼 일이라는 시간이 더 소모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 때문에 굳이 일정을 바꾸실 필요는 없습니다.”
“삼 일 정도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숭산은 다음 기회에 가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