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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9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95화

그런데도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남궁현강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독한 놈.”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남궁현강이 그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이렇게 버틴다고 해서 너에게 도움 될 것이 있다고 보느냐?”

 

“으으윽!”

 

자신의 말에 신음으로 답을 하는 남자를 보며 남궁현강이 말을 이었다.

 

“혹여 네놈을 구출해 올 자들이 있다고 믿는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구출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겠지. 그러지 말고 내가 묻는 것에 순순히 답을 하는 것이 어떻겠나? 그렇게 해준다면…… 풀어준다는 말은 못 해도 고통 없이 죽여줄 수는 있다네.”

 

남궁현강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고민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것을 보며 남궁현강이 말했다.

 

“자네는 어디에서 왔나? 그리고 방헌 학관의 담을 넘은 이유가 무엇인가?”

 

남궁현강의 물음에 고민을 하는 듯하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응? 뭐라고?”

 

“…….”

 

남자의 입에서 작게 들리는 소리에 남궁현강이 그의 입에 귀를 가져갔다.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기분 나쁜 숨이 귀에 닿았지만 남궁현강은 개의치 않았다.

 

“다시 말해 보게. 뭐라고 한 것인가?”

 

“헉헉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남자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병신. 으득!”

 

“크아악!”

 

순간 귀에서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온 남궁현강의 귀를 깨물어 버린 것이다.

 

그 지독한 고통에 남궁현강이 비명을 지르며 남자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펑! 우지끈! 후두둑!

 

자신의 주먹이 남자의 머리를 쪼개고 들어가 터뜨리는 것을 느낀 남궁현강이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털었다.

 

후두둑!

 

손에 묻은 뇌수가 뿌려지는 것을 보며 남궁현강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지독한 놈.”

 

“대주님, 귀에서 피가…….”

 

대원의 말에 남궁현강이 손을 들어 귀를 만졌다. 그러고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귓불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 개자식이!”

 

순간 화가 난 남궁현강이 발을 들어 이미 죽어 있는 남자의 몸을 짓밟기 시작했다.

 

우두둑! 우두둑!

 

남궁현강의 발길에 따라 남자의 몸이 이리저리 짓뭉개지며 부서져 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분풀이를 하던 남궁현강이 시체를 보다가 밀실 밖으로 나갔다.

 

‘대체 방헌 학관에 있는 비밀이 뭐지? 그것이 뭐길래 일류급 고수가 죽으면서까지 입을 다문다는 말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남궁현강이 밀실 밖에 있는 뇌전검협대 대원을 향해 말했다.

 

“지필묵과 전서구를 가져오너라. 본가에 전서를 띄울 것이다.”

 

“존명.”

 

뇌전검협대 대원이 물건을 가지러 나가는 것을 보며 남궁현강이 방헌 학관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방헌 학관에 있는 것이 뭐지?’

 

제4-13장 출행

 

다그닥! 다그닥!

 

표사 열다섯에 표두 셋, 그리고 쟁자수 서른으로 구성이 된 표행은 하남성 서협에 들어서고 있었다.

 

작은 강가를 따라 움직이는 마차들 중 하나에 호현이 앉아 있었다.

 

말을 타지 못하는 호현이라 다른 표사들과는 달리 마차에 앉아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현은 학사복이 아닌 다른 표사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호현이 신분을 감추려고 표사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왕수가 그에게도 표사 복장을 지급해 준 것이었다.

 

다른 표사들과 같은 무늬와 색을 한 복장이었지만 그래도 그 재질만은 왕수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좋은 것으로 했기에 다른 자들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말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호현은 초행통지를 읽고 있었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산 잡서였지만 그 안에 각 지방의 특색과 풍속들이 담겨 있어 나름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사천성은 많은 민족들이 섞여 사는 곳이구나.’

 

그리고 지금 호현은 사천성에 관한 내용이 담긴 부분을 읽고 있었다.

 

사천성 사람들은 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 부분에서는 호현의 입에 침까지 고였다.

 

그렇게 호현이 책을 보고 있을 때 한 젊은 표사가 슬며시 다가왔다.

 

“호…… 표사님.”

 

왕수가 호현을 표사라고 부르라는 지시를 내렸기에 젊은 표사는 그를 호 표사라고 불렀다. 아주 많이 어려워하면서 말이다.

 

자신을 부르는 젊은 표사를 보며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이 자신을 어려워해 그동안 말을 거는 사람이라고는 왕수가 유일했는데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거니 반가운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부드러운 호현의 목소리에 용기를 냈는지 젊은 표사가 입을 열었다.

 

“저는 강사라 합니다.”

 

“저는 호현입니다.”

 

“저기…….”

 

강사가 무슨 말인가 할 듯 입을 달싹거리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자 호현이 웃으며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이리 와 앉으시지요.”

 

표행에 말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표사라고 모두 말을 지급할 정도로 태을 표국의 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해서 표사들은 이인 일조로 돌아가면서 말을 탔는데 강사는 지금 말이 아닌 도보였다.

 

그래서 호현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자 강사가 잠시 망설이다 그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표행의 앞에 있던 왕수의 눈에 들어왔다.

 

‘저런 미친놈이 지금 어느 분 옆에 엉덩이를!’

 

왕수가 자신이 가서 강사를 내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때 호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 듯한데 무엇입니까?”

 

‘대체 저놈이 대협께 무슨 말을 하려고…….’

 

왕수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 생각은 표행에 속한 모든 인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표사들뿐만 아니라 쟁자수들도 강사가 왜 호현에게 말을 거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강사가 슬며시 주위를 한 번 보고는 눈을 질끈 감으며 호현에게 말했다.

 

“일 초식만 전수를 해주십시오!”

 

“네?”

 

강사의 말에 호현이 의아해할 때 왕수와 표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 미친놈이!’

 

‘강사 저 개자식이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여!’

 

‘저놈이 우리를 다 죽일 셈이구나!’

 

그에 왕수가 황급히 말에서 내려 호현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강사 이 미친놈! 네놈이 진정 죽고 싶은 것이냐!

 

강사에게 전음으로 욕을 한바탕 쏟아낸 왕수가 황급히 호현에게 엎드렸다.

 

“대협! 이 미친 표사 놈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미친 소리를 한 것일 뿐이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고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십시오.”

 

호현에게 급히 사과를 한 왕수가 강사의 팔을 잡고는 끌고 내려가려 했다.

 

강사를 끌고 표행 앞으로 가는 왕수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리고 일 초식은 또 뭐야?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말인가?’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강사 주위로 표사들이 몰려오더니 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퍼퍼퍽!

 

“이 미친놈의 새끼! 내 언제 이럴 줄 알았지!”

 

“이 미친놈!”

 

“너 때문에 우리까지 죽으면 네가 책임 질 것이냐!”

 

강사를 둘러싸고 두들겨 패고 있는 표사들의 모습에 놀란 호현이 급히 마차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그만들 하십시오.”

 

호현의 고함에 표사들이 놀라 급히 주먹질을 멈추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들을 둘러본 호현이 쓰러져 있는 강사를 보고는 그를 부축해 자신이 타고 있던 마차로 옮겼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왕수가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를 불렀다.

 

“호…… 표사.”

 

자신을 부르는 왕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폭력은 안 좋은 것입니다.”

 

“네?”

 

“오늘 휘두른 폭력은 내일 나에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나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왕수를 보며 고개를 저은 호현이 마차에 올라갔다.

 

“출발하시지요.”

 

그런 호현의 모습을 보던 왕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표행을 다시 출발시켰다.

 

다그닥! 다그닥!

 

강사가 일으킨 소동 때문에 멈췄던 표행이 다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

 

*

 

*

 

“으으윽!”

 

태극음양경을 꺼내 읽고 있던 호현은 옆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표사들의 구타에 정신을 잃고 있던 강사가 이제야 정신이 드는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고 있었다.

 

그에 호현이 마차 한쪽에 있던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그의 입에 대주었다.

 

“물을 드십시오.”

 

“가……감사합니다.”

 

강사가 물을 다 마시기를 기다린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저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은 것입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아까는 잠시 미쳤었습니다.”

 

급히 고개를 젓는 강사를 보던 호현이 슬며시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어려워하는 듯하던데 왜 그런 것입니까?”

 

“그야 대협께서는 반노환동을 한 고수이시니…….”

 

강사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노환동? 말 그대로라면 늙는 것을 거부하고 다시 어려졌다는 말인 듯한데?’

 

반노환동을 해석해 본 호현이 이상하다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어려 보인다는 것인가? 아니면 늙어 보인다는 것인가?’

 

속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하던 호현이 강사를 바라보았다.

 

“저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강사가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범위에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뚝!

 

호현의 말에 순간 표행 행렬이 일제히 멈췄다. 그리고 표사들이 일제히 강사와 호현이 있는 마차 쪽으로 돌아갔다.

 

‘무공을 알려주겠다고?’

 

‘강사에게?’

 

‘허공답보를 하는 고수가?’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사가 화색이 도는 얼굴로 급히 말했다.

 

“진정이십니까?”

 

“물론입니다. 흠…… 그럼 휴식을 할 때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강사가 번개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제자 강사가 스승께 예를 드립니다.”

 

스승을 받드는 구배지례를 하려는 강사를 호현이 급히 잡았다.

 

“저는 아직 제자를 받을 그릇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호현의 말에 강사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무공을 알려준다는 말에 기뻐 구배지례를 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허공답보를 하는 절세고수이다.

 

‘하긴 이런 절세 고수들은 함부로 제자를 받지 않는 법이지. 내가 참 바보 같은 짓을 하였구나. 같은 동료들에게 두들겨 맞는 내가 불쌍해 한 수 가르쳐 주려는 것을 제자가 된다고 생각을 했으니.’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강사는 상관없었다. 절세 고수에게 한 수만 배워도 그에게는 큰 기연이니 말이다.

 

*

 

*

 

*

 

태을 표국은 관도 한쪽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북경까지 갈 길이 멀기에 마을에서 쉬는 것보다는 최대한 거리를 이동하고 쉬는 쪽으로 왕수가 결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 약속대로 호현은 강사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위해 야영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고 있었다.

 

강사는 절세 고수에게 무공을 배운다는 생각에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지는 강사를 태을 표국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가르쳐 달라고 할 것을…….”

 

“그러게 말이네. 허! 강사 저놈에게 저런 기연이라니…….”

 

“에잉! 지금이라도 따라가서 나도 가르쳐 달라고 할까?”

 

“아서게나. 그러다 호 표사께서 화를 내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긴 우리도 가르쳐 주려고 하셨다면 저렇게 멀리까지 가지는 않으셨겠지.”

 

“하아! 강사 저놈이 기연을 얻는구나.”

 

표국 사람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왕수는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멀어지는 강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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