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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9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91화

훗날 연자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뒷장에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내용을 적어주기를 바란다.

 

천하독행 만견인>

 

‘천하독행 만견인이라……. 이름이 만견인이지는 않을 것 같고 천하를 돌며 많은 것을 봤다는 의미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여행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각 지방의 풍속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이를테면 만견인이라는 자가 여행을 가서 본 지방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읽어 내려가던 호현은 몇 가지 여행에 필요한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다.

 

‘비상약과 화섭자 등을 챙겨야겠구나. 하긴 언제 아플지 모르고 언제 노숙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여행이니 옳은 말이로군.’

 

확실히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 지은 글이라서 그런지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그 내용을 훑어보던 호현의 눈에 좋은 내용이 보였다.

 

<무공을 익힌 자라면 표국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가고자 하는 지역과 표국이 가는 방향이 같을 경우 표사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행에 합류를 하게 된다면 노자를 아낄 수 있고 초행길이라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으니 일석이조, 삼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연자가 가고자 하는 길과 표행이 다르더라도 가는 길까지는 동행을 할 수 있고 갈라지는 지역에서 다른 표국을 소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무공을 익힌 자라면 표국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여행의 수고스러움을 줄이는 길이다. 허나……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의 준비와 그 수고스러움이니 너무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좋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표국이라……. 괜찮겠구나. 북경은 황제 폐하가 계신 곳이라 천하 만물이 모이는 곳이니 그쪽으로 향하는 표물도 많을 것이다.’

 

표행에 섞여 간다면 길을 잃을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호현이 노인을 향해 물었다.

 

“혹 이 마을에 표국이 있습니까?”

 

“우리 마을은 작아서 표국이 없네. 촉진현이나 가야 표국이 있을 것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그 책 살 건가?”

 

노인의 물음에 호현이 책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책은 아닌 듯하지만 각지의 풍속을 적어놨으니 읽어보면 중원 양민들의 생활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겠습니다.”

 

노인이 부르는 책값을 지불한 호현이 문득 책에서 봤던 내용들을 떠올리고는 비상시에 먹을 약초들과 화섭자를 구입했다.

 

*

 

*

 

*

 

호현이 작은 마을 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을 때 방헌 학관을 바라보는 인물들이 있었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것은 월광이 유일한 시간.

 

몇몇 야행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나무 가지에 몸을 맡긴 채 방헌 학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학관을 드나들던 사람들도 모두 객잔을 찾아갔기에 방헌 학관 주위에는 인적이 끊겨 있었다.

 

방헌 학관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슬쩍 고개를 돌려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슥!

 

그게 신호라도 되었는지 학관을 지켜보던 야행인들의 몸이 방헌 학관의 담을 일제히 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관 안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웬 놈들이냐!”

 

쨍쨍쨍!

 

고함성과 함께 안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원을 흔들 사건의 시작이 되었다.

 

제4-10장 기력 회복제 옥령단

 

이름 모를 한 산 정상에 작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기화요초들이 자라 있는 정원을 한 평범하게 생긴 노인이 평범한 백의를 입은 채 작은 가위를 들고 일을 하고 있었다.

 

톡! 톡!

 

작은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피어 있는 꽃잎들 중 노랗게 죽어 있는 부분이나 벌레 먹은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꽃들을 정리하는 노인에게 소녀 한 명이 다가왔다. 소녀 역시 평범한 노인과 같이 극히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툭! 툭!

 

소녀가 다가온 것을 알 터인데도 꽃들을 다듬는 노인의 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노인의 입이 열렸다.

 

“실패입니까?”

 

노인의 공손한 목소리를 들으며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노인이 한숨을 쉬고는 가위질을 멈추었다.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었습니까?”

 

노인의 질책성이 담긴 목소리에 소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물건이었습니다.”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닌 물건입니다.”

 

“대수(大首)께서 움직여 주셨어야 했습니다.”

 

“저는 반대했습니다.”

 

“교도들이 죽었습니다.”

 

“성녀님의 명을 따르다 죽었으니 그들로서는 행복한 죽음이겠군요.”

 

노인의 말에 소녀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노려보았다.

 

“대수로서 할 말입니까?”

 

“성녀로서 교도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보다는 나은 듯합니다.”

 

그 말에 소녀가 그를 노려보다 노인을 지나쳐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녀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소녀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던 노인이 허리를 펴며 몸을 일으켰다.

 

스윽!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노인의 뒤에 어느새 백의를 입은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패라……. 낙향한 노학사가 물건의 주인이라 하지 않았던가?”

 

노인의 중얼거림에 중년인이 말없이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노인이 실패 이유를 물을 것을 알고 미리 그에 대한 조사 내용을 적어 온 것이다.

 

중년인이 주는 종이를 받은 노인이 그 내용을 훑어보았다.

 

“화산파와 남궁세가가 왜 학관에?”

 

“그 제자 때문입니다.”

 

“제자?”

 

노인의 중얼거림에 기다렸다는 듯 중년인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더 꺼내 들었다.

 

그것을 받아 든 노인이 읽고는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후! 노군의 환생 무당학사라……. 재미있군.”

 

잠시 종이를 바라보던 노인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화르륵!

 

순간 그 손에 들린 종이가 삼매진화에 의해 타들어가며 사라졌다.

 

“주시해.”

 

“존명.”

 

“아! 그리고…… 성녀께서 찾고 있는 물건 가져오게.”

 

노인의 말에 중년인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다. 그곳에는 화산파가 있다.

 

그런데도 명을 내렸다는 것은 반드시 가져오라는 명인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명은 반드시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

 

스윽!

 

작은 인기척과 함께 중년인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노인이 다시 꽃을 다듬기 위해 주저앉았다.

 

꽃들을 살피던 노인이 곧 죽은 잎사귀를 발견하고는 가위를 가져다댔다.

 

죽은 잎사귀에 가위를 대던 노인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

 

“무당학사라……. 후! 고맙군.”

 

서걱!

 

노인의 가위질에 죽은 잎사귀가 땅으로 떨어졌다.

 

툭!

 

바닥에 떨어진 잎사귀를 노인이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안하구나.”

 

작게 중얼거린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정원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곧 그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호현과 헤어지고 난 후 방헌에 도착한 죽대 선생과 제갈현진 등은 학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 때문인지 죽대 선생은 모처럼 마차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학관이 있는 죽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흠! 하!”

 

죽림을 본 제갈현진이 짐직 심호흡을 하며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에게 학관 주위에 있는 죽림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니 확실히 뛰어납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죽림을 칭찬하는 제갈현진의 모습에 죽대 선생은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후! 내가 낙향을 하고 중원을 떠돌다 이곳에 정착을 한 이유가 바로 이 죽림 때문이지. 아마 이곳보다 더 운치 있는 죽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야.”

 

죽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제갈현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생각이 아니라 사실이래도……. 어서 가시게.”

 

죽대 선생이 서둘러 걸음을 옮기자 일행들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일행들은 학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응? 웬 사람들이지?”

 

학관 입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의아해하는 죽대 선생에게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을 본 제갈현진과 제갈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가오는 인물들의 얼굴을 아는 것이다.

 

‘남궁세가와 화산파?’

 

죽대 선생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바로 남궁세가와 화산파 사람들이었다. 방헌에 죽대 선생이 돌아왔다는 보고에 이렇게 그가 오기를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화산신검 풍범과 남궁세가의 남궁현강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죽대 선생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화산파와 남궁세가 사람들을 청해 학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 그들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습격? 지금 본 학관에 무림인들이 습격을 했다는 말이오이까?”

 

죽대 선생의 물음에 풍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경에게 설명하라는 눈짓을 주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남궁현강이 입을 열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저와 저희 가문의 아이들이 나서 습격자들을 물리쳤으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공을 가로채려는 남궁현강의 말에 종경이 눈을 찡그렸다. 물론 며칠 전 밤에 침입을 해 온 야행인들을 상대할 때 남궁세가에서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학관에서 숙식을 하던 자신들이 세운 공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그날 싸움에서 화산파 제자 중 한 명이 죽고 둘이 큰 부상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그에 반해 남궁세가는 싸움 막바지에 끼어들어 도망치는 야행인들을 공격한 것뿐이었다.

 

그런 처절한 싸움을 한 것은 화산파인데 공은 남궁세가가 가져가려 하자 종경이 남궁현강을 노려보았다.

 

‘치졸한 자 같으니.’

 

종경의 그런 시선을 남궁현강이 느긋한 얼굴로 받았다. 하지만 종경이 이런 식으로 공을 뺏길 위인은 아니었다. 남의 공을 빼앗았으면 모를까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외인인 저희들보다는 이곳에서 일을 하시는 오씨 아주머니에게 듣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아! 우리 오씨 댁! 오씨 댁!”

 

그런 흉한 사건이 있었으니 오씨 아줌마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죽대 선생의 외침에 문이 급히 열리며 오씨 아줌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주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나야 괜찮고 자네 괜찮나? 도둑이 들었다면서.”

 

도둑이 아니라 무림인이지만, 죽대 선생에게 밤에 남의 집을 넘는 자들은 모두 도둑일 뿐이었다.

 

죽대 선생의 말에 오씨 아줌마의 눈이 순간 붉어지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이런 자네 정말 괜찮은 것인가?”

 

“흑흑! 관주님, 도둑들이 얼마나 흉악한지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 그래. 내가 미안하네. 자네 혼자 집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래, 몸이 다친 곳은 없나?”

 

“저는 놀라기는 했지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어허! 이런 내가 정말 미안하군. 아!”

 

죽대 선생이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내 그 안에서 단약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순간 방 안에 청아한 환약의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옥령단?’

 

‘무당의 옥령단이로구나.’

 

종경과 남궁현강 등이 옥령단을 알아보았다. 뛰어난 무인일수록 영약을 보는 눈도 좋은 것이다. 자주 먹으니 말이다.

 

“드시게.”

 

죽대 선생이 오씨 아줌마에게 옥령단을 내밀자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림인들에게 천금의 값어치를 가지는 옥령단을 일개 식모에게 주니 말이다.

 

그리고 그중 종경의 얼굴에는 놀람과 함께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오씨 아줌마의 마음을 사기 위해 한 노력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옥령단 같은 영약을 줄 정도로 저 아줌마를 생각한다면 그동안 내가 들인 공이 헛되지 않겠구나.’

 

“이건?”

 

손바닥에 들린 옥령단을 보며 묻는 오씨 아줌마에게 죽대 선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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