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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9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90화

“숙부님, 왜 호현 학사와의 동행을 막으신 것입니까?”

 

“어차피 호현 학사는 방헌으로 올 것이다.”

 

“하지만…….”

 

제갈현을 보며 고개를 저은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현아, 네가 호현 학사를 원한다면 죽대 선생께 공을 들이거라. 그리하면 호현 학사는 절로 본가의 사람이 될 것이니.”

 

제갈현진의 말에 제갈현이 멀어지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대로 보내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 표정으로 말이다.

 

스륵!

 

휘장을 슬쩍 들어 올린 죽대 선생이 관도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죽대 선생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호현을 보려고 방헌에서 무당까지 왔는데……. 정작 며칠 데리고 있지도 못하고 다시 떠나보내는 것이니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이다.

 

‘휴! 보내지 말 것을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든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호현을 옆에 두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의 욕심일 뿐인 것이다.

 

*

 

*

 

*

 

죽대 선생의 지시로 호현이 북경으로 향한 지 삼 일째 되는 날, 호현은 한 한적한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터벅! 터벅!

 

숲길을 걷는 호현은 손에는 태극음양경이 들려 있었다.

 

“음의 기운이 강한 날에는 한 점의 양기가 더 절실해지고, 양의 기운이 강한 날에는 한 줄기 음기가 더 절실해지는 것과 같이…….”

 

태극음양경을 읽으며 걸음을 옮기던 호현이 문득 고개를 들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쪽은 맞는 것 같은데…… 왜 인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삼 일을 북쪽을 향해 걸었는데 그동안 인가를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호현은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인가가 없는 곳으로만 이동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던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 무당의 선인들처럼 하늘 높이 뛰어 오르거나 빨리 뛰는 법을 할 줄 안다면 인가를 찾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경공이란 것은 배워두면 도움이 될 듯했는데……. 최소한 북경에는 빠르게 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허학진인들에게 배우다 만 경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그것이 떠올랐다. 허공을 걷던 자신이 말이다.

 

“아! 그거라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슬쩍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던 호현이 천천히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허공을 걸어 올라가 높은 곳에서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는 근처에 인가가 있는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천천히 양팔을 벌린 자세로 선 호현이 몸이 가벼워진다는 생각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집중을 하자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몸이 가볍게 됐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몸의 기운들을 발과 양손을 통해 조금씩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렇게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호현의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심을 잡기 위해 양팔을 좌우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던 호현이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좀 높게 올라가야 주위가 잘 보이겠지.’

 

높이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기운을 강하게 뿜어냈다.

 

펑!

 

사지에서 뿜어진 강한 기운이 호현의 몸을 빠르게 솟구치게 만들었다.

 

휘이이익!

 

이렇게 빠르게, 그리고 높이 솟구칠 줄은 몰랐던 호현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빠르게 솟구치던 호현의 몸이 지상에서 십 장 이상 솟구치자 그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린 호현이 흐트러진 균형을 잡기 위해 양손을 펼쳤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기운을 뿜어내며 균형을 잡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회전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현은 어느 이름 모를 숲 중심 쪽에 있었고 북쪽으로는 숲과 평지가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쪽으로 계속 갔으면 마을을 보지 못할 뻔했구나.’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던 호현의 몸이 솟구치던 기운이 다 했는지 천천히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헉! 떨어진다.’

 

호현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 그의 몸이 빠르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지는 속도에 호현이 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발을 통해 뿜어냈다.

 

화아아악!

 

그러자 지상으로 떨어지던 호현의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속도가 상당했기에 그대로 땅으로 떨어진다면 호현은 육젓이 될 듯했다.

 

그에 호현이 급히 땅을 향해 강하게 장력을 뿜어냈다.

 

꽝!

 

호현의 장력이 땅에 부딪히며 강한 폭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반동에 의해 호현의 몸이 일 장 정도 솟구쳤다.

 

꽝! 꽝! 꽝!

 

그렇게 몇 번을 더 장력을 뿜어낸 호현이 그제야 땅에 내려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한 착지에는 실패한 호현이 땅에 내려설 때 균형을 잃고 바닥을 구르며 넘어졌다.

 

우당탕탕!

 

바닥을 몇 번 구르고 나서야 멈춘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다행이 몸이 크게 다친 곳이 없음을 확인한 호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길 한번 알아보려다가 큰일 날 뻔했구나.”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 호현이 해를 한 번 보고는 서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북경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기 위해 마을에 들르려는 것이다. 게다가 삼 일 동안 야영을 해서 더러워진 옷과 몸도 청결히 하고 말이다.

 

*

 

*

 

*

 

하늘 위에서 봤던 마을은 생각보다 멀었다. 늦은 밤에야 마을에 도착을 한 호현은 사람들에게 물어 객잔을 찾아 들어갔다.

 

<만래객잔>

 

이층 규모의 객잔의 팻말을 보며 호현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던 점소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점소이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씻기부터 하시겠습니까?”

 

점소이의 말에 호현이 그제야 자신이 삼 일 동안 씻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얼굴이 붉어졌다.

 

“씻겠습니다.”

 

“방을 잡으시면 씻는 것은 무료지만, 씻기만 하시는 것은 돈을 내셔야 합니다.”

 

“방 주십시오.”

 

“따라오십시오.”

 

점소이가 호현을 데리고 이층 구석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일층에 주방 맞은편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시면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씻고 나서 먹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나가자 호현이 짐을 풀고는 그 안에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일층으로 내려왔다.

 

깨끗이 몸을 씻고 점소이에게 입고 있던 옷 빨래를 맡긴 호현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식사까지 모두 마친 호현이 점소이를 불렀다.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북경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합니까?”

 

“북경?”

 

“네.”

 

호현을 잠시 보던 점소이가 웃었다. 점소이가 웃는 이유를 모르는 호현이 이상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호북 사는 점소이에게 북경 가는 길을 물으시니 이상해서요.”

 

“그럼 모르시는군요.”

 

“흠…… 아마 이 마을에서 북경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 이 근처에 큰 도시나 마을은 없습니까?”

 

“서쪽으로 백 리쯤 가면 촉진이라는 현이 있습니다. 큰 도시이니 그곳에서는 북경 가는 길을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점소이의 말에 호현이 없다고 말을 하려다 문득 든 생각에 하나를 더 물었다.

 

“마을에 서점이 있습니까?”

 

“객잔에서 오른쪽 길로 좀 가시면 작기는 하지만 책을 파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점소이의 말에 호현이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객잔을 나선 호현은 점소이가 말을 한 대로 서점을 찾아갔다. 점소이가 서점이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호현이 찾은 서점은 서점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서적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잡화들을 모두 취급하는 만물상 같은 곳이었으니 말이다.

 

‘하긴 마을이 작은데 서점이 있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이겠구나.’

 

일반 양민들이 책을 많이 보는 것이 아니기에 작은 마을에서는 대부분 서점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자신이 찾는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현이 안으로 들어갔다.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곳인지 안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호현이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이 있소?”

 

“책을 좀 찾으러 왔습니다.”

 

“이리 오시오.”

 

노인이 호현을 가게 한쪽 벽으로 데리고 갔다. 벽에는 작은 서가가 있었는데 그 안에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호현이 보니 대부분 잡학들이라 할 수 있는 서적들이 있었고, 그중 간혹 사서와 천자문 등의 책들도 꽂혀 있었다.

 

“찾는 책이 뭐요?”

 

“중원 지리에 대한 내용이 있는 책이나 여행자를 위한 잡서 같은 것이 있는지요.”

 

호현의 물음에 노인이 서가를 뒤적거리다 슬쩍 물었다.

 

“여행을 하는 모양인데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남쪽에서 오는 길입니다.”

 

남쪽이라는 말에 노인이 슬쩍 호현을 바라보았다.

 

“남쪽이면 숲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왔나?”

 

“맞습니다.”

 

“호!”

 

노인이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호현에게 물었다.

 

“약초꾼들이 오늘 숲에서 신선을 보았다고 하던데 혹 자네도 보았는가?”

 

“신선?”

 

신선이라는 말에 호현은 운학을 떠올렸다.

 

‘설마 신선 어르신께서 나를 보러 인세에 하강을 하신 것인가?’

 

그 생각에 호현이 급히 물었다.

 

“혹 신선이라는 분께서 키가 작으신 분이 아닙니까?”

 

“글쎄, 약초꾼 말로는 키가 작은 것 같지는 않던데?”

 

“아! 그렇군요. 그런데 신선이라는 것은 어떻게?”

 

호현의 물음에 노인이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는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게 갑자기 천지가 진동할 듯한 폭음이 숲을 울려 약초꾼들이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고 하더군. 그러다 하늘 높은 곳에서 사람이 나타났네. 자네가 생각을 해보게. 사람이 새도 아닌데 어찌 하늘 높은 곳에 나타날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신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노인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폭음과 함께 하늘에서 사람?’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약초꾼이 그것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지상으로 강림을 하셨다고 하더군. 그것도 엄청난 폭음을 울려대면서 말이지.”

 

‘엄청난 폭음?’

 

“약초꾼 말에 의하면 펑! 펑! 펑! 하는 소리가 신선이 강림을 하는 곳에서 쉴 사이 없이 들려왔다고 하더군.”

 

노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약초꾼들이 본 신선이 바로 나인 듯하구나.’

 

신이 나서 입에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하는 노인에게 그건 신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호현은 그가 말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노인의 이야기를 더 들은 호현이 슬며시 물었다.

 

“제가 물은 책은?”

 

호현의 말에 그제야 책에 생각이 난 노인이 서가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중원 지리에 관한 책은 없고 여행자를 위한 책은 몇 권 있군.”

 

“봐도 되겠습니까?”

 

“말 좋아하는 노인네 말을 한참을 들어줬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마음껏 봐.”

 

“감사합니다.”

 

노인의 허락에 호현이 책을 바라보았다.

 

<초행통지>

 

‘초행통지라…….’

 

제목을 읽은 호현이 책장을 펼쳐들었다.

 

<사람을 키우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은 사람의 그릇을 키우고 만물을 보는 눈을 키우니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반드시 해보아야 할 것이 바로 여행일 것이다.

 

중원에 내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야말로 참으로 세상을 제대로 살다 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 수명이 짧은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태어나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서인지 중원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내 나이가 이미 한 갑자가 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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