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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8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84화

그동안 호현은 태극권 비급을 보며 그것을 익혔다. 그리고 그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호현에게 태극에 대한 내용보다는 그 투로들에 대해 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호현이 시전하는 태극권은 투로와 형에 의존하는 태극권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허학진인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허! 저 아이가 우리에게 태극을 가르치려 하는군요.

 

허학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호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태극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우리는 너에게 태극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 맞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허명진인의 말대로 그들이 가르치는 태극권은 맞을 것이었다.

 

그 투로와 움직임은 태극권 비급에 적혀 있는 대로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자신이 그 안에서 태극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혹 문제는 내가 형과 투로를 중시해서가 아닐까?’

 

태극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호현이 태극권 비급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태극권 비급을 보던 호현이 고개를 젓고는 태극호신공을 운용했다.

 

심신을 안정하고 태극을 이해하기에는 태극호신공이 더 적합했던 것이다.

 

그리고…… 태극호신공을 운용할 때에는 운학이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는 호현을 보던 허명진인들이 고개를 젓고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호현의 태극호신공을 보던 허명진인이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극권의 틀이 오히려 저 아이의 발목을 잡은 느낌이구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태극권은 장상봉 조사께서 창안을 하시고 그 후 몇백 년 동안 전대 어른들께서 보안하고 또 보안을 한 무학입니다. 그런 무학이 어찌…….”

 

허학진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안에 또 보안이라…….”

 

“그럼요. 수백 년 동안 연구되고 연구가 된 본문의 개세절학이 바로 태극권입니다. 그런 본산의 태극권이 저 아이의 발목을 잡는다니 말도 안 됩니다.”

 

무당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허학진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하는 말에 허명진인이 호현이 펼치는 태극호신공을 바라보았다.

 

태극권을 펼칠 때의 호현에게서 무언가 억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그에게서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극권을 우리가 잘못 알려준 것인가?’

 

*

 

*

 

*

 

호북 균현의 무당산.

 

그리고 그 무당산에 위치한 무당파를 향해 일단의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다.

 

바로 호현을 만나러 무당파에 가고 있는 죽대 선생과 제갈현진의 일행이었다.

 

마차를 타고 산을 오를 수 없기에 오진을 균현에 두고 온 죽대 선생은 자신의 발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터벅! 터벅!

 

아침 산책으로 걷는 것에는 그리 부담이 없는지 죽대 선생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 느리다는 것 정도?

 

제갈현진과 죽대 선생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느린 속도에 젊은 제갈현 등의 얼굴에는 답답함이 어려 있었다.

 

그 이동 속도를 참다못한 제갈인이 슬며시 제갈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형님, 이거 너무 느린 것 아닙니까?

 

제갈인의 전음에 제갈현이 한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죽대 선생을 업고 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

 

-그래도 말이라도 한번 해보는 것이?

 

제갈인의 말에 제갈현이 힐끗 앞에서 산세를 즐기며 걷고 있는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제갈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호현 학사가 산을 오를 때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을 보았느냐?

 

그 말에 제갈인이 호현과 산을 오르던 때를 떠올렸다. 죽을 것처럼 숨을 거칠게 쉬며 힘들어했지만 호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호현을 떠올린 제갈인이 입맛을 다시며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제자가 그 정도이니 스승인 죽대 선생은 더 할 말이 없겠구나.’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휴! 그런데 이런 속도라면 무당파에 도착하기 전에 산에서 야영을 해야 할 듯합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기만을 바라야겠지.

 

제갈현의 전음에 제갈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젊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죽대 선생은 무당산의 수려한 경치에 감탄을 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산세가 무척 수려하군.”

 

죽대 선생의 중얼거림에 제갈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원의 영산이라 불리는 곳이잖습니까.”

 

“유명하다고 다 뛰어난 것은 아니지. 그래도 무당산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게 하는군.”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당산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저희 세가가 있는 융중산도 산세가 뛰어납니다.”

 

융중산이라는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융중산이라면 제갈무후께서 은거를 하고 계셨던 복룡산을 일컬음인가?”

 

“그렇습니다. 융중산의 산세가 웅장하지는 않으나 그 산세 하나하나에 현기가 어린 듯하니 마치 고고한 학사의 기상을 보는 듯합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산세에 현기가 흐른다면 나중에 현아와 함께 한번 가보고 싶군.”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반색을 했다.

 

“찾아와 주신다면 저희 세가의 영광일 것입니다.”

 

“후! 다 늙어 죽을 날만 받아놓고 있는 늙은이가 가는 것이 무슨 영광까지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제갈현진의 말이 싫지는 않은지 죽대 선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제갈현진은 죽대 선생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자 그늘이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좀 쉬었다 가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조금 힘이 들었던 죽대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늘에 있는 바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자 제갈연이 냉큼 다가와 물통과 천을 꺼내 내밀었다.

 

“땀을 닦으시지요.”

 

제갈연의 말에 죽대 선생이 천을 받아 땀을 닦고는 물을 마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매우 총명해 보이는구나.”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연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런 제갈연을 흐뭇한 눈으로 보던 제갈현진이 슬며시 죽대 선생을 향해 말했다.

 

“우리 연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슨 말인가?”

 

“호현 학사의 짝으로서 말입니다.”

 

제갈현진의 말에 제갈연이 깜짝 놀랐다는 듯 그를 보다 급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제갈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죽대 선생이 웃으며 제갈현진에게 말했다.

 

“다 큰 처자가 있는 앞에서 그런 말을 대놓고 물으면 쓰나.”

 

죽대 선생의 눈치가 괜찮은 것에 제갈현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죽대 선생께서도 연아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구나.’

 

제갈현진은 확실하게 제갈연과 호현의 혼사를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보니 우리 가문에 대해 호의도 있으신 듯하니……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지.’

 

그런 생각에 제갈현진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죽대 선생께서 괜찮으시다면…… 호현 학사와 우리 연아의 혼인을…….”

 

“날씨가 좋군.”

 

자신의 말을 끊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제갈현진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네?”

 

제갈현진의 말에 죽대 선생이 미소를 지으며 바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씨가 좋다는 말이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바람도 시원하게 잘 부는군.”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눈을 찡그렸다. 날씨가 좋기는 하지만 오늘따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갑자기 바람 타령이라니…….

 

‘비유인가?’

 

제갈현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죽대 선생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던 나무를 바라보았다.

 

“천년거목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이 없네. 허나 수령이 이십 년도 되지 않은 어린 나무는 광풍이 불면 뿌리까지 흔들리고 결국은 말라 죽지.”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어린 나무는 호현 학사를 가리키고, 광풍은 제갈세가를 가리키는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죽대 선생의 말의 의미는 호현이 제갈세가에 장가를 가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잠시 죽대 선생을 보던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어린 나무는 강한 바람에 뿌리가 흔들리지만, 바위틈에 뿌리 내린 난은 바람을 극복하지요.”

 

잠시 말을 멈춘 제갈현진이 말을 이었다.

 

“나무보다는 난이 학사의 정신에 더 맞지 않겠습니까.”

 

“난이라…….”

 

작게 중얼거린 죽대 선생이 한숨을 쉬며 제갈현진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고,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지.”

 

“무슨 말씀입니까?”

 

“바위를 뚫고 뿌리는 내리는 난은 그 고아함에 이름을 날리나…… 결국은 그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 것이라네.”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진이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를 보던 죽대 선생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무당파로 향하는 길을 바라보았다.

 

‘현아를 빨리 만나봐야겠구나.’

 

*

 

*

 

*

 

해검지에서 호현의 스승을 제갈세가 사람들이 모시고 왔다는 말에 청운진인은 청수진인과 명인 등을 대동하고 해검지로 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당에 큰 은혜를 준 호현의 스승이 직접 무당에 왔다고 하니 친히 영접을 하려는 것이다.

 

해검지에 도착한 청운진인들은 곧 명수와 함께 앉아 있는 한 노학사와 제갈세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저 학사가 죽대 선생이신가 보군.’

 

청운진인이 오는 모습을 본 명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

 

그것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받은 청운진인이 얼굴에 미소를 띠운 채 죽대 선생에게 포권을 취했다.

 

무당 장문인 같은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나 무당의 은인인 호현의 스승이라면 이 정도 예를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무당을 맡고 있는 청운이라 합니다.”

 

청운진인의 예의 죽대 선생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헌에서 작은 학관을 하고 있는 박현이라 합니다.”

 

“이름 높은 대석학 죽대 선생을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다 허명일 뿐입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도력이 높은 진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인사를 나눈 청운진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며칠 더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셨군요.”

 

“일찍? 제가 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죽대 선생의 물음에 청운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야 죽대 선생을 뵙고자 무당에서 연락을 드렸으니 제가 아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연락? 이상하군요. 무당의 연락은 받지 못했거늘…….”

 

“연락을 받지 못하셨다?”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죽대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아무래도 길이 엇갈렸나 봅니다.”

 

“그게 무슨?”

 

“제가 무당으로 길을 잡고 떠난 후 연락이 집으로 갔나 봅니다. 그래도 별 상관은 없겠지요. 어차피 무당으로 청하는 연락이었다면 이미 나는 무당에 왔으니 말입니다.”

 

“그도 그렇군요.”

 

죽대 선생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다 말했다.

 

“그런데 호현이는?”

 

“아! 호현 학사는 지금 저희 무당의 전대 어르신인 무당쌍선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청운진인은 죽대 선생이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 아니 호북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무당쌍선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니 제자가 그런 분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연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죽대 선생은 무당쌍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가 호북에 은거한 것은 이미 무당쌍선이 은거를 하고 한참 후의 일이니 말이다.

 

하물며 무당파를 그저 단순한 도관으로 아는 사람이 바로 죽대 선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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