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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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83화
그리고 지금도 오씨 아줌마는 안휘의 무슨 세가에서 왔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런 오씨 아줌마와 안휘성에서 온 세가 사람들을 종경과 종진이 문틈 사이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씨 아줌마에게는 안휘성에서 온 무슨 세가였지만, 종경은 달랐다.
‘남궁세가.’
안휘성에서 온 무슨 세가는 바로 중원 오대세가 중 일가인 남궁세가였다.
지금 남궁세가 사람들이 바로 방헌 학관에 온 것이었다.
남궁세가 사람들 중 오씨 아줌마와 대화를 하고 있는 중년인을 종경이 바라보았다.
‘남궁현강… 뇌전검협대의 대주가 이곳에 왔다?’
남궁세가의 무력 부대 중 가주 직속인 뇌전검협대의 대주라면 종경도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호현 학사는 언제쯤 옵니까?”
“그것 역시 모릅니다.”
오씨 아줌마의 말에 남궁현강이 눈을 찡그렸다. 묻는 말마다 모두 모른다고 하니 답답한 것이다.
“그럼 호현 학사가 무당에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맞습니까?”
“우리 호 총관께서 무당에 있는 것은 어찌?”
오씨 아줌마의 말에 남궁현강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남궁현강은 얼마 전 무당에 갔었다.
물론 무당에 간 이유는 호현이 아니라 무당에 있다는 절세비급에 관한 일 때문이었다.
결론은 절세비급은 보지도 못하고 무당을 내려와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안휘로 가던 중 무당 도사들을 가르친다는 호현에 대한 소문을 듣고 혹시나 싶어 그를 보기 위해 방헌으로 온 것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무당에 고용이 됐던 학사들이 모두 하산을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 오지 않았다니…….
‘무당에서 학사들이 하산을 하고 난 지 시간이 오래 지났거늘 아직 오지 않았다니…….’
속으로 중얼거리던 남궁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소문의 반만 맞아도 무당에서 그런 자를 하산을 시킬 이유가 없겠지. 그렇다면 아직 무당에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남궁현강이 슬쩍 방헌 학관 쪽을 바라보았다. 학사들이 사는 학관에서 느낄 수 없는 기운이 안에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고수로군.’
학관 쪽을 보던 남궁현강이 오씨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혹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남궁현강의 전음에 오씨 아줌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궁현강이 입을 벌리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이상한 것이다.
그런 오씨 아줌마를 향해 남궁현강이 다시 전음을 보냈다.
-아주머니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듯한데 혹 문제가 있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문제는 없습니다.”
오씨 아줌마의 말에 남궁현강이 학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느 곳의 형제인지 모르나 남이 하는 대화를 들으면서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것은 나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인 듯하군. 나는 남궁세가의 남궁현강이라 하는데 얼굴을 보여 주지 못할 처지가 아니라면 한번 나와 보시는 것이 어떠신가?”
남궁현강의 말에 그와 함께 온 뇌전검협대의 사람들이 슬며시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올렸다.
혹 안에서 이상한 반응이 보이면 바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학관 안에서 종경과 종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학관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본 남궁현강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종경과 같은 인물을 이곳 시골 학관에서 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종경 도장?”
“무량수불, 남궁 도우를 이곳에서 뵈니 반갑습니다.”
종경이 도호를 외우며 합장을 해 보이자 남궁현강이 자기도 모르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종경 도장을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의 인연이라는 것이 돌고 도는 것이니 세상 어디에서 만나도 이상할 것은 없는 일이지요.”
종경의 말에 남궁현강이 슬쩍 방헌 학관의 현판을 바라보았다.
“인연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섬서의 화산과 안휘의 남궁이 이곳 호북에서, 그것도 방헌 학관이라는 곳에서 만나게 되니…….”
잠시 말을 멈춘 남궁현강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들은 소문에 신빙성이 실리는군요.”
남궁현강의 말에 종경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길.’
그런 종경을 보며 남궁현강이 오씨 아줌마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호현 학사나 죽대 선생이 오시면 전해 주십시오.”
남궁현강이 품에서 붉은 배첩을 꺼내 내밀자 오씨 아줌마가 그것을 받아 들었다.
고개를 숙이며 방헌 학관을 떠나던 남궁현강이 자신을 따르는 뇌전검협대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방헌현 사람들에게 호현 학사의 인상착의를 알아보아라. 그리고 호현 학사의 성격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어찌하려 하십니까?”
“화산파가 그것도 차기 장문인인 종경이 방헌 학관에 있다는 것은 호현이란 학사에 대한 소문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종경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호현 학사가 이곳으로 올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
방헌 학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남궁현강이 작게 중얼거렸다.
“호현 학사라는 자…… 우리 남궁세가가 가져야겠다.”
*
*
*
남궁현강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종경의 입술이 굳어졌다. 그동안 신경을 써야 할 큰 문파나 세력이 오지 않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남궁세가라면 신경을 써야 할 세력인 것이다.
‘남궁세가에서 호현 학사에 대한 확신을 얻었으니 문제로군. 문에 연락을 해야 하나?’
남궁세가에서 왔으니 다른 곳에서 호현 학사를 얻기 위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종경의 눈에 붉은 배첩을 들고 있는 오씨 아줌마가 보였다.
‘큭! 하지만 우리에게는 호현 학사와 친한 아군이 있지. 후! 천하의 화산파 차기 장문인인 내가 식모에게 의지하게 되다니…….’
속으로 중얼거린 종경이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오씨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오늘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군요.”
“그러게요. 이렇게 배첩들을 받다가는 학관이 배첩으로 가득 찰 지경이에요.”
오씨 아줌마가 웃으며 배첩을 들고 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간 종경은 학관 마루에 놓여 있는 상자에 쌓여 있는 붉은 배첩을 보았다.
그동안 호현을 만나러 왔던 가문과 문파에서 주고 간 배첩들이었다.
그중에는 무림 문파도 있었고 호현 학사가 무당과 맺은 인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온 상가와 표국, 그리고 순수하게 호현 학사를 가정 스승으로 데리고 가고자 온 호북의 유지들과 관리들이 보낸 배첩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 상자에 남궁세가의 배첩을 올려놓는 오씨 아줌마를 보며 종경이 슬며시 물었다.
“혹시 저희 배첩도 이 안에……?”
자신들이 가장 먼저 왔으니 이 상자 바닥에 화산의 배첩이 있는지 걱정이 된 것이다. 만약 배첩을 보게 된다면 위에서부터 볼 것이니 말이다.
그런 종경의 물음에 오씨 아줌마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화산의 배첩은 제 품에 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호호호! 뭘요. 아! 식사하셔야죠.”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친해져 화산파 사람들은 오씨 아줌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을 차리러 가던 오씨 아줌마가 문득 종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다 어디에 계신가요?”
“객잔에 있습니다.”
“아…… 그럼 그러지 마시고 이리로 오시는 것이 어떠세요?”
“학관 내에 말입니까?”
“보아하니 관주님과 호 총관님을 만나기 전에는 안 돌아가실 것 같은데 객잔에 머무시면 돈 아깝잖아요. 그리고 매일 돌아가면서 이곳에 오셨다가 가시는 것도 번거롭고.”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호호호! 대신…… 공짜는 아니에요.”
“물론 숙식비를 내겠습니다. 객잔 요금대로 내면 되겠습니까?”
종경의 말에 오씨 아줌마가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쿵쿵쿵!
그러다 밖에서 들리는 문 두들기는 소리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또 왔네.”
“저희가 나가보겠습니다.”
“어떻게 손님에게…….”
“괜찮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어요.”
오씨 아줌마가 부엌으로 가는 것을 보며 종경이 종진을 데리고 학관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덜컥!
문을 열자 한 관리가 병사들과 함께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온 종경과 종진을 본 관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슬쩍 학관 현판을 보고는 의아한 얼굴로 종경에게 물었다.
“이곳은 학관인데…… 도사들께서는?”
“이곳의 손님입니다.”
“그러시군요. 호현 학사를 만나러 왔으니 기별을 좀 해주십시오.”
“호현 학사는 이곳에 없습니다.”
“그럼 죽대 선생께서는?”
“그분도 안 계십니다.”
종경의 말에 관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혹 언제 오시는 줄은 아십니까?”
“저도 그분들을 기다리는 중이라 언제 오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배첩을 놓고 가시면 전하겠습니다.”
종경의 말에 관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호북성 도지휘첨사께서 호현 학사를 청한다 전해 주십시오.”
관리의 말에 종경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도지휘첨사라면 정 삼품의 호북성의 병권을 움직일 수 있는 고위 관리인 것이다.
“혹 도지휘첨사께서 무공을 익히고 계십니까?”
종경의 물음에 관리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지휘첨사께서는 청성파의 속가 문인입니다.”
관리의 말에 종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청성파에서도 호현 학사를 탐내는 것인가. 아무래도 호현 학사에 대한 소문이 생각보다 많이 퍼지고 있는 모양이군.’
방헌으로 호현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면 무당 역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현을 찾는 사람들은 배첩은 내밀지도 못한 채 해검지에서 쫓겨나야 했다는 것이다.
제4-7장 죽대 선생은 무당산을 오르고
무당산의 한 봉우리 위…….
호현이 한 손은 하늘로 향하고 한 손은 땅을 향한 채 서 있었다.
그렇게 잠시 서 있던 호현의 손이 움직이며 태극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런 호현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나무 그늘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흠…… 잘하는군요.”
허학진인의 말대로 태극권을 시전하는 호현의 동작은 깔끔했고 틀린 곳이 없었다.
“잘해야지. 사제와 내가 호현에게 태극권을 얼마나 많이 보여 주었는데.”
그 말대로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그동안 호현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태극권을 시전해 주었다.
살면서 이렇게 태극권을 많이 펼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호현의 손과 발이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태극권을 시전하는 것을 보던 허학진인이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형만 있는 저런 반쪽짜리 태극권을 전수해도 되는 겁니까?”
“내공 운기법을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지 않느냐. 게다가 형뿐이라고는 하지만 태극권은 태극권이니.”
“차라리 경공을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경공은 나중에 가르쳐도 되네. 지금은 호현이 하고 싶다는 대로 하세나.”
그렇게 얼마를 태극권을 시전하던 호현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자세를 멈추었다.
그 모습을 본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그에게 다가갔다.
“잘하던데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그동안 호현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내서인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그를 편히 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에게는 제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리고 호현도 허명진인들이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더 좋고 말이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심각한 얼굴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
“제가 생각하는 태극과는 다른 듯합니다. 태극은 음과 양이 서로를 보하고 보해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진인들께서 알려주신 태극권에는 조화는 보이나 음양의 이치를 느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