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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8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82화

‘너무 많으면 날아가 버리니 조금씩만 늘려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내공의 강약을 조절하자 호현의 몸이 어느새 두 뼘 이상 땅에서 떠 있었다.

 

휘이이익!

 

허공에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호현이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보았다.

 

휘청!

 

발을 움직이자 호현의 몸이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했다. 그에 호현이 급히 손으로 땅을 짚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휘이익!

 

그러자 호현의 손에서 기운이 절로 뿜어지더니 그의 몸을 받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양다리가 아닌 양손에서도 기운을 뿜어내며 호현이 허공에 떠 있었다.

 

‘이거 신기한데?’

 

자신이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함과 재미를 느끼며 호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휘청! 휘청!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호현의 몸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용케도 호현은 떨어지지 않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현의 모습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형…… 지금 저 녀석이 허공을 걷는 것입니까?”

 

허학진인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멍하니 있다가 도호를 외웠다.

 

“무……무량수불.”

 

무공의 전설적인 경지인 허공답보.

 

그것을 일개 학사, 그것도 무공의 기초도 모르는 호현이 펼치고 있으니…….

 

허명진인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현은 허공을 밟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

 

*

 

*

 

그날 밤 동굴 안에서는 호현과 허명진인들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잔뜩 굳어 있는 허명진인들의 얼굴을 보며 호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표정들이 안 좋으십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그를 보다가 품에서 태극권 비급을 꺼내 내밀었다.

 

“자네가 보고 싶어 하던 태극권의 비급이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반색을 하며 비급을 받아 들었다.

 

<태극권>

 

‘이것이 태극권이구나.’

 

비급을 보며 좋아하는 호현을 보며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수련은 심상 수련만 할 것이다.”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는 호현을 보며 허학진인이 말했다.

 

“말 그대로이다. 앞으로 심상 수련만 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태극권은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을 익히도록 하거라. 익히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에게 맞는 태극권을 만드신다고 며칠을 고생하셨는데 갑자기 왜 이러신다는 말인가?’

 

“혹 제가 잘못이라도 한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네.”

 

얼굴에 의아함과 걱정이 묻어나는 호현을 보며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내 호현 학사의 수련 과정을 본 결과 자네의 그릇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 내 생각이 맞다면 자네는 본문의 태극권을 익힐 수 있을 것이네.”

 

“하지만 무당의 태극권은 무당 무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익힐 수 없다고 하신 분은 허명진인이십니다.”

 

“내가 자네의 그릇을 잘못 본 것이겠지. 내일부터는 태극권을 익히도록 하시게.”

 

말과 함께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동굴 벽을 향해 돌아앉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호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태극권 비급을 바라보았다.

 

어찌 됐건 자신이 보고 싶던 태극권의 비급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이다.

 

살짝 흥분이 되는 것을 느끼며 호현이 비급을 펼쳐 들었다.

 

사르륵! 사르륵!

 

면벽을 하고 있던 허학진인은 뒤에서 들리는 책장 넘어가는 소리에 슬며시 눈을 떴다.

 

그러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은 자신이 지켜보는 것도 모른 채 비급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허학진인이 허명진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익힐 수 있겠습니까?

 

-완벽하지는 않으나 허공답보를 펼친 아이이다.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음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공답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내공을 이용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합니다만…….

 

-그것이야 사제나 되니 가능한 것이지. 무림인들 중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이 보여 준 허공에서 엉거주춤 걷기는 삼 장을 한 번에 뛰어오르거나 십 장을 단숨에 이동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수법인 것이다.

 

-그리고 익히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생각을 해보면 되겠지. 안 된다면 그때 이후에는 무학의 기초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인데…….

 

-호현 학사가 본문의 속가가 된다면 시간은 많이 있을 것이다.

 

호현이 무당의 속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허명진인이 전음을 보내다 문득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방헌에서 연락은 왔던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흠……. 연락이 늦군. 장문인이 사람을 보냈던가 아니면 전서구를 보냈던가?

 

-전서구입니다.

 

-전서구라면 이미 연락이 가고 올 때가 지났는데……. 혹 문제가 생긴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요.

 

-사제가 내일 방헌으로 다시 전서구를 보내시게. 아무래도 방헌으로 보낸 전서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간혹 전서구가 맹금들이나 사냥꾼들의 손에 죽는 경우가 있어 연락이 안 가는 경우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흠……. 그럼 생각난 김에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시게.

 

허학진인이 슬며시 몸을 일으키고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허학진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던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극권 비급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호현에게 허명진인이 말을 걸었다.

 

“이해가 되는가?”

 

“…….”

 

“호현 학사?”

 

“…….”

 

몇 번을 더 부르고 나서야 호현이 고개를 들었다.

 

“부르셨습니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괜찮으니 물어보게.”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반색을 했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괜찮으니 묻게.”

 

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권의 앞 장에 적혀 있는 문장을 가리켰다.

 

<가볍되 뜨지 않고

 

가라앉되 굳지 않으며

 

빠르되 흘려버리지 않고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

 

짧은 문장을 바라보며 호현이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가볍다면 떠야 할 것이고, 가라앉는다면 무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거운 것은 흩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니 그것은 굳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거기에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보면 이미 굳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 거기에 빠르되 흘려버리지 않고,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내용은 모순으로 여겨집니다. 빠름과 느림을 같이 논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가볍되 뜨지 않는다는 것은 상체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네. 가볍게 움직여야 하나 자신의 움직임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네.”

 

“상체 움직임?”

 

호현의 중얼거림에 허명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둥글게 모았다.

 

“보게.”

 

말과 함께 허명진인의 양팔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에 선학각 앞에서 청묘진인이 보여주었던 태극권과 비슷한 형태를 보여주는 허명진인의 움직임을 호현이 정신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한 점 기운 없이 움직이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만근 거석도 움직일 만큼 진중하게 움직이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가라앉되 굳지 않으며’라는 내용은 하체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본 적이 있는가?”

 

갑자기 나오는 갈대 이야기에 호현이 갈대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무언가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대는 가볍기 이를 데 없으나 강한 바람에도 뿌리가 뽑히지 않지요.”

 

“그렇네. 갈대와 같이 태극권은 상허하실의 묘를 따르고 있네. 상체는 비우고 비워 허를 이루고 하체는 채우고 채워 실을 이루지. 내 하체의 움직임을 보시게.”

 

호현이 태극권을 시전하는 허명진인의 하체를 바라보았다. 허명진인의 상체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면 그 하체는 굳건하게 땅을 밟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을 보고 있을 때 허명진인이 말을 이었다.

 

“인간의 힘은 땅으로부터 나오네.”

 

“땅? 근력이 아닙니까?”

 

“근력이라는 것은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땅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네. 고수라면 허공에 떠서도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나 그것도 땅을 밟은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그래서 고수라면 땅을 자신의 몸처럼 여길 수 있어야 하네.”

 

“‘가라앉다’라는 말의 의미가 땅을 밟는 하체를 의미한다면 굳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땅을 밟고 움직이는 보법을 의미하는 것이네. 굳건히 땅을 밟으면서도 그 움직임이 굳으면 나무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허명진인의 말을 들으며 호현이 태극권을 시전하는 그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허명진인은 하체는 굳건히 땅을 밟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호현이 자신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는 것을 바라보며 허명진인의 말이 이어졌다.

 

“빠르되 흘려버리지 않고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내공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화아악!

 

말과 함께 허명진인이 강하게 기운을 끌어올렸다. 호현의 문곡성을 열려는 것이다.

 

그 생각대로 허명진인의 강한 기운에 이끌리듯 호현의 문곡성이 열렸다.

 

“내 몸의 기운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그럼 내 기운의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하거라.”

 

허명진인이 뿜어냈던 기운들을 다시 단전으로 돌렸다. 그리고 태극권의 움직임에 맞추어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현의 눈에 허명진인의 내공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나온 기운들이 빠르게 허명진인의 몸을 돌고 다시 단전으로 들어오는 것이 호현의 눈에 들어왔다.

 

“단전에 항상 기가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투로 시행 중 움직이는 곳을 따라 기가 흐른다. 신체 각 부위의 이동에 따라 기가 흘러가야 하므로 몸이 움직이는 곳을 향해 단전으로부터 기가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라.”

 

“그렇다면 ‘빠르되’는 내공의 움직임을, ‘흘려버리지 않고’는 내공을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라는 것입니까?”

 

“옳다.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

 

말과 함께 허명진인의 양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원을 그렸다.

 

그러자 허명진인의 양손에서 흘러나온 기운들이 허공에 형성이 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호현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쩝! 느리게 움직이나 내공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구나.’

 

의문이 있던 부분이 해결이 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태극과는 무관한 내용인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가?”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군.”

 

기껏 설명을 해준 사람 앞에서 실망감을 드러낼 수 없다는 생각에 호현이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호현을 물끄러미 보던 허명진인이 말했다.

 

“네 가지 법문은 태극권의 투로와 내공심법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하게.”

 

허명진인이 자리로 돌아가 앉는 것을 보며 호현이 태극권의 비급을 살피기 시작했다.

 

*

 

*

 

*

 

방헌 학관의 오씨 아줌마는 요새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씨세가 사람들이 왔다 간 후 약속이라도 한 듯 며칠 사이에 호현을 찾아온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그중에는 호씨세가 사람들처럼 무작정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씨세가의 일 이후 학관을 지켜주는 화산파 사람들이 그런 자들을 내쫓아 주어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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