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7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79화
‘흥! 복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고작 중소세가가? 웃기는군.’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호구의 멱을 따고 싶었다. 무림은 강자존의 법칙을 따르는 세계, 또한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온 자들은 호구들이니 명분 또한 있었다.
호구의 목을 잘라도 그 누구도 화산에 책을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종진은 오씨 아줌마의 시선을 의식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저도 다음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말과 함께 종진이 은근히 방출한 살기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호구가 기절해 있는 젊은이들을 깨우고는 서둘러 학관 밖으로 향했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던 종진이 웃으며 오씨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문이 부서진 것을 수리해야겠군요. 문을 고칠 목수를 데리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종진의 말에 화산파 고수 중 한 명이 경공을 시전해 마을로 달려갔다.
그것을 보던 종진이 슬며시 오씨 아줌마를 향해 말했다.
“아주머니 혼자 사시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자주 있으십니까?”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다음에 또 이런 일을 벌이는 자들이 있다면 화산파의 종진이 하루에 한 번씩 이곳에 들른다고 말을 하십시오.”
“그렇게만 말을 하면 되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떠나지 않는 자들이 있다면 제가 와서 쫓아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것이 아니라 저희 중 한 명이 이곳을 지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종진의 말에 오씨 아줌마가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실 필요는…….”
“아닙니다. 제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본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씨 아줌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해하자 종진이 화제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그런데 혹 찬밥이라도 없으십니까? 저희가 아직 식사 전이라 배가 고프군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씨 아줌마가 후다닥 부엌으로 가는 것을 보던 종진이 사제들을 둘러보았다.
“오늘부터 두 시진씩 이곳을 감시할 것이다. 이곳을 감시하다 방금과 같은 자들이 나타나면 해결을 해주면 된다. 해결할 때에는 꼭 저 일하는 여인에게 눈도장을 찍고.”
“대응 강도는 어떻게 합니까?”
한 사제의 물음에 종진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가 화산파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그래도 저항을 한다면…… 매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어라.”
매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라는 말은 화산의 절기인 매화검법을 시전해도 된다는 말이었다. 즉…… 무력을 시전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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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둑! 우두두!”
벽곡단을 씹고 있는 호현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은 벌써 다 씹고 삼킨 지 오래였지만 호현은 아직도 벽곡단을 씹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씹을 것이 남은 것인가?”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것이 씹어도 씹어도 건더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대충 넘기고 수련 시작하세. 이러다가는 저녁때까지 벽곡단만 씹고 있겠군.”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대충 침을 모아서 입 안에 있는 건더기들을 삼켰다.
그런 호현을 보며 허학진인이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태극권을 가르치실 겁니까?”
‘태극권?’
태극권이라는 말에 호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호현이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태극권이니 말이다.
“태극권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까?”
“자네를 이곳에 둔 이유가 태극권을 전수해 주겠다는 약속 때문 아니겠는가. 좋은가?”
허명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호현을 보던 허명진인이 뒤로 물러나더니 양팔을 들어 올렸다.
“배우기 전에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본문에 내려오는 태극권과 지금 자네가 배우는 태극권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네. 쉽게 말해 자네가 익히기 쉽게 기존의 태극권을 수정했다는 말이지. 알아듣겠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형을 보여줄 것이니 잘 보게.”
천천히 들어 올린 양손을 둥글게 회전을 시킨 허명진인이 태극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허명진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 주위의 대기가 흔들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화아악!
그리고 호현의 문곡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곡성이 열리자 허명진인의 주위로 움직이는 기의 움직임이 호현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회전을 한다. 허명진인 주위의 기운들이 모두 회전을 하고 있어.’
허명진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 주위의 기운들이 회전을 했다. 때로는 빨아들이고, 때로는 밀어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명진인이 발을 움직이자 주위의 기운들이 회오리처럼 발을 타고 올라와 손끝을 통해 뿜어져 나갔다.
후우!
마치 손에서 회오리를 뿜어내는 것처럼 허명진인의 손에서 뿜어진 기운들은 강력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허명진인이 그렇게 태극권을 시전하고 있을 때 허학진인이 슬쩍 땅에 굴러다니는 돌들을 걷어찼다.
툭툭툭!
가볍게 걷어찬 것과는 다르게 허명진인을 향해 날아간 돌들은 섬전과 같았다.
그에 호현이 깜짝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헉!”
문곡성을 통해 본 돌들에 실린 기운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돌들이 곧 허명진인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런 돌들을 향해 허명진인이 양손을 벌렸다.
화아악!
그와 함께 허명진인의 벌어진 양손 사이로 회오리 같은 기운이 형성이 되더니 날아오는 돌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그러고는 돌들이 날아온 곳으로 다시 튕겨져 나갔다.
타타타탓!
가볍게 날아오는 돌들을 받아 낸 허학진인이 웃으며 허명진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잘 보시게. 전대 천하십대 고수 중 둘이 호현 학사를 위해 대련을 해주는 것이니.”
말과 함께 허명진인에게 달려 든 허학진인이 보법을 밟았다. 그러자 허학진인의 몸이 여러 개로 분리되는 듯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 신기한 광경에 호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무당에 있으면서 신기한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 사람이 여러 개로 분리되는 모습은 놀라운 것이다.
게다가 문곡성으로 본 허학진의 몸들은 모두 자신들이 실체라도 되는 듯 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수가, 분신술이라니!’
봉신방이나 서유기에서나 나오는 도술을 직접 봤다는 것에 호현의 경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분신술이 아니라 허학진인의 잔상에 불과했다. 그리고 워낙 빠른 이동에 모든 잔상들에서 허학진인의 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어쨌든 순식간에 여덟 명의 허학진인으로 변한 그가 곧 허명진인을 향해 양손을 휘저었다.
호현이 볼 수 있도록 되도록 천천히 시전했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는 섬전처럼 빨랐다.
사방을 점하며 날아오는 허학진인의 손을 향해 허명진인이 양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그러자 허명진인의 양손에서 흘러나온 기운들이 연결이 되며 둥근 원을 그렸다.
그와 함께 허명진인의 오른손과 왼손이 원 안에서 반원을 그리며 겹쳤다.
그와 함께 선명한 태극 문양이 나타나며 주위의 기운들을 끌어들였다.
화아악!
그러고는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주위를 휘감았다.
그 빛에 닿은 허학진인의 수영들이 일순 모두 터져 나갔다.
퍼퍼퍼펑!
수영들이 터져 나가며 일으킨 흙먼지에 호현이 급히 눈을 가렸다.
화아악!
자신을 스치며 지나가는 흙먼지들을 느끼며 호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호현의 눈에 양손을 천천히 벌리고 있는 허명진인이 보였다.
“어떤가?”
어느새 자신의 옆에 돌아와 있는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침을 삼켰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정말 제가 이것을 익히는 것입니까?”
“자네 배우라고 만든 것인데 익히지 못한다면 우리가 서운하지.”
웃으며 말하는 허학진인을 보며 호현이 침을 삼키고 있을 때 허명진인이 다가왔다.
“무엇을 보았는가?”
허명진인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진인의 주위로 기운이 모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기운이 회전을 하며 때로는 끌어들이고 때로는 밀어내는 것도 보았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기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으니 기의 운용을 잘 보는군.’
“잘 보았네. 자네에게 전수할 태극권은 전사에 전자결에 중점을 두었네.”
“전자결?”
“무학에는 많은 이치가 있네. 그중 전자결은 회전을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네. 회전을 통해 강한 파괴력을 얻을 수 있고 적의 공격을 튕겨낼 수도 있지.”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과 싸운다고?’
호현이 의아해하는 것을 보며 허명진인이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보여준 태극권을 따라 해보시게.”
“당장 말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허명진인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앉았다.
그 모습을 본 호현이 허명진인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천천히 양팔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어설프게 허명진인의 움직임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호현의 모습에 한숨을 쉰 허명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호현 학사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군.’
구궁보처럼 외우기 어려운 보법을 하루 만에 익혔다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지금 호현의 모습을 보니 살짝 실망이 된 것이다.
흐느적거리고 있는 호현에게 다가간 허명진인이 그 옆에 서더니 자세를 잡았다.
“나를 잘 보고 따라 하시게.”
“송구합니다.”
호현의 말에 고개를 저은 허명진인이 천천히 태극권의 기수식을 취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따라 호현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호현을 보며 허명진인이 말했다.
“전자결이란 회전을 의미하네. 움직임 움직임에 전자결을 담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회전? 손과 발을 비틀라는 말인가?’
나름 생각을 한 호현이 손을 움직이면서 억지로 비틀었다. 비틀어지며 움직이는 손의 모습에 호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름 잘됐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 발은 어떻게 해야 하지?’
손이야 비틀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발은 어떻게 비틀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허명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 하는 건가?”
“네?”
“손이 불편한가? 왜 그리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인가?”
“회전을 시키라고 하셔서…….”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며 몸을 멈췄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휘이익!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허명진인의 손에서 장력이 뿜어졌다.
우지끈!
허명진인의 장력에 맞은 나무가 부러지며 땅으로 쓰러졌다.
쿵!
“이리 오게.”
호현을 데리고 부러진 나무가 있는 곳으로 허명진인이 걸어갔다. 그러고는 나무가 부러진 곳을 가리켰다.
“보시게.”
호현이 부러진 나무의 결을 보니 회오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보게. 방금 내가 장력을 뿜을 때 손을 비틀던가?”
“아닙니다.”
“그렇지. 내가 전자결을 생각하라는 것은 손을 비틀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운을 회전시키라는 것이네.”
“기운의 회전?”
“그렇네. 다시 해보게.”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기운을 어떻게 회전을 시키는 것입니까?”
“그야 단전에서…….”
단전 이야기를 하던 허명진인이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야 내공의 운기를 통해 기를 회전시키지만 호현은 어떻게 운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마음이 일면 기가 움직이는 허명진인이기에 호현의 수준을 착각한 것이었다.
‘다시 해야겠구나.’
자신이 만든 태극권을 호현이 익히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호현 학사, 태극권은 내일 다시 하세. 허학은 호현 학사에게 경공을 가르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