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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7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74화

“알아낸 것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그럼 무학적인 것도 찾지 못한 것인가?”

 

“태극과 음양에 대한 도가적인 설명밖에는…….”

 

“내가 준 태극음양경과는 비교를 해보았는가?”

 

운학이 등선에 실패를 하기 전 만들어놓은 태극음양경에 대해 묻는 허학진인을 보며 청운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허학진인이 중얼거리는 것을 보던 청수진인이 슬며시 동굴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호현 학사는……?”

 

“사형과 함께 있다.”

 

“볼 수 없겠습니까?”

 

“수련이 끝나기 전까지는 외부와 단절시킬 생각이다. 아! 죽대 선생을 뵈러 간 속가제자에게서는 연락이 왔는가?”

 

“아직입니다.”

 

“연락이 오면 바로 우리에게 전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청운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안으로 걸어갔다.

 

동굴 안으로 사라지는 허학진인을 본 청운진인이 사람들을 이끌고 봉우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를 말없이 걷던 청수진인이 슬쩍 동굴이 있는 봉우리 쪽을 올려다보았다.

 

“호현 학사가 걱정이 되는 것이냐?”

 

청운진인의 중얼거림에 청수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학 사조께서 호현 학사께 무공을 전수한 듯하지만, 그것은 불완전합니다.”

 

청수진인의 말에 명균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장생각이 부서질 때 뿜어진 충격파.”

 

잠시 말을 멈춘 명균이 말을 이었다.

 

“무당 장문 제자인 제가 말씀드리기는 송구하나 제 능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충격파를 막아낸 것은 호현 학사의 무공입니다. 그런데 불완전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명균의 물음에 청수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았다.”

 

“운?”

 

청수진인의 말에 명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 본 것은 절대 운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명균의 모습에 청수진인이 손을 내밀었다.

 

“가위, 바위, 보를 아느냐?”

 

“물론입니다.”

 

“바위만 내보아라. 하나 둘 셋.”

 

청수진인의 말에 명균이 주먹을 내밀었다. 그와 함께 청수진인이 가위를 내밀었다.

 

“네가 이겼다. 다시 한 번 내보아라. 하나 둘 셋.”

 

이번에는 바위를 낸 명균을 보를 낸 청수진인이 이겼다. 다음에는 같은 바위를 내 비기게 되자 청수진인이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지만 명균은 청수진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배운 것이 주먹밖에는 없으니, 주먹만 낼 수 있는 무학이라는 말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명균이 고개를 젓고는 청운진인 등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

 

*

 

*

 

균현의 한 객잔에서 화산파의 풍범과 현오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생각이 무너지고 난 후 문 내의 문제를 화산파에 알리고 싶지 않은 청운진인이 그들을 하산시킨 것이었다.

 

차를 마시던 풍범이 슬쩍 현오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무뚝뚝한 녀석 같으니…….’

 

꼭 해야 할 말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현오와 며칠 같이 있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심심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도사인 종진이라도 옆에 남겨둘 것을 하는 생각에 한숨을 쉬던 풍범이 턱을 쓰다듬었다.

 

‘무당이 외인을 들이지 않기로 한 이상 호현 학사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방헌으로 가 그 스승이라는 죽대 선생을 만나 호현 학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아야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풍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현오도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헌으로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풍범이 앞장서 문을 열고 나가자 현오가 그 뒤를 따라 나왔다.

 

한편 무당에서 방헌으로 먼저 간 화산파 일행들은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방헌 학관에 도착했다.

 

죽림으로 뒤덮인 방헌 학관 앞에서 종경이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죽림에서 나는 대나무 향과 싱그러운 풀 향기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듯했다.

 

기분 좋은 얼굴로 서 있던 종경은 방헌 학관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학관의 모습과 주위의 죽림이 어울리자 묘한 현기가 흐르는 듯했다.

 

그 모습에 감탄을 한 종경이 작게 중얼거렸다.

 

“과연 멋진 곳이구나. 이런 곳이니 호현 같은 학사가 나올 수 있었겠지.”

 

잠시 방헌 학관을 바라보던 종경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를 본문에 초빙하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혹여 죽대 선생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일행들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것을 보며 종경이 종진을 바라보았다.

 

“선물은 잘 챙겼느냐?”

 

죽대 선생에게 줄 선물은 학도사인 종진이 준비하기로 했다. 무공을 중시하는 자신들과 달리 도경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도사인 종진이 죽대 선생의 취향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용정차와 최상급의 붓과 벼루를 준비했습니다.”

 

“차?”

 

“학사라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차를 좋아할 듯해서 준비했습니다.”

 

“잘했군.”

 

말과 함께 자신의 옷차림을 점검한 종경이 방헌 학관의 문을 두들겼다.

 

쿵! 쿵! 쿵!

 

문을 두들기고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한 중년 여인이 나타났다.

 

문을 연 중년 여인은 도사들이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당황해하다가 말했다.

 

“도사님들이시네. 잠시 기다리십시오.”

 

“저기…….”

 

종진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문 안으로 사라진 여인이 잠시 후 작은 자루를 들고 나왔다.

 

“많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많지 않다는 거지?’

 

의아한 생각이 든 종진은 얼떨결에 여인이 내미는 자루를 받았다.

 

싸르륵!

 

자루 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종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곡식?’

 

곡식이 든 자루를 바라보던 종진은 여인이 왜 그것을 주었는지 깨닫고는 속으로 웃었다.

 

‘허허, 우리를 시주 받으러 다니는 도사들로 안 것인가?’

 

화산파 고수인 자신에게 시주를, 그것도 곡식을 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종진이 속으로 웃으며 자루를 옆에 있는 사제에게 주었다.

 

출가인인 자신이 여인에게 시주를 받으면 그녀에게도 공덕이 생기는 일이니 굳이 거절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고는 품에서 붉은 배첩을 꺼내 들었다.

 

“죽대 선생을 뵙고자 합니다. 이 배첩을 전해 주시겠습니까?”

 

“아! 관주님을 뵈러 오신 분들이었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관주님은 지금 안 계신데…….”

 

죽대 선생이 없다는 말에 종진이 웃으며 말했다.

 

“출타를 하셨나 보군요. 그럼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그게, 균현으로 제자 분을 만나러 가셨으니 언제쯤 돌아오실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균현? 설마 무당으로 가신 것입니까?”

 

“응?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중년 여인의 말에 종진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길이 엇갈린 것인가?’

 

잠시 고민을 하던 종진은 배첩과 선물이 든 보따리를 중년 여인에게 내밀었다.

 

“죽대 선생께서 돌아오시면 이것을 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종진의 인사에 중년 여인이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보던 종진이 한숨을 쉬고는 사제들 중 한 명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곳 객잔에서 머물며 죽대 선생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고는 종진이 사제들 중 한 명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무당으로 가야겠네.”

 

“저 혼자 말입니까?”

 

“길이 엇갈릴 수도 있으니 우리는 이곳에 남아 죽대 선생을 기다릴 것이네. 자네는 가서 풍 사숙에게 이곳 이야기를 전하고 죽대 선생과 만나 그분을 모시고 돌아오시게.”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화산파 고수가 경공을 시전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종진은 일행들을 이끌고 마을로 향했다.

 

제4-2장 구궁보는 쉬운 것

 

호현의 몸을 살피던 허명진인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단전의 벽을 허물었다고 하더니……. 단전이 아예 사라진 것인가?’

 

호현의 몸 안에 있어야 할 단전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전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단전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자연지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단전이 없다면 그 기운을 담을 곳이 없을 터이니. 문제는 운기조식을 어찌 가르쳐야 하느냐군.’

 

모든 내공심법은 단전에서 시작을 해 단전에서 끝이 난다.

 

그런데 호현의 몸에서는 단전을 느낄 수 없으니 운기조식을 할 수 있는 내공심법을 가르칠 수가 없는 것이다.

 

‘하긴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내공심법이 사부님께서 호현 학사에게 가르친 태극호신공을 능가한다는 보장은 없겠지.’

 

단전 찾기를 포기한 허명진인은 슬쩍 내공을 움직여 호현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호현은 자신의 몸에서 간지럽게 움직이는 허명진인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호현의 온몸 신경 하나하나에서 기운들이 솟아나더니 허명진인의 기운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것을 느낀 호현이 급히 정신을 집중했다.

 

‘거부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 가볍게 길을 열어주는 거야. 내 몸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길을…….’

 

길을 열어준다는 생각을 하자 허명진인의 기운을 향해 몰려들던 기운들이 움츠려들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응? 기운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네?’

 

예전에는 천지사방 자기들 마음대로 날뛰며 괴롭히던 기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에 신기한 마음이 든 호현은 몸 안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이 자신의 존재를 호현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건 허명진인의 기운이구나.’

 

자신의 배꼽 밑쪽에서 움직이는 허명진인의 기운을 느끼며 호현이 몸의 기운들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고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뜨겁고 차갑던 음양의 기운과 그 기운들을 막기 위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주입했던 기운들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기운들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기운들이 온몸에서 희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을 호현이 불러주기만을 바라는 듯이 말이다.

 

호현이 그 기운들을 느끼고 있을 때 단전 쪽을 맴돌던 허명진인의 기운들이 온몸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현이 서둘러 정신을 집중했다. 허명진인의 기운이 자신의 몸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안 그러면 자신의 몸에 있는 기운들이 허명진인의 기운을 향해 달려들 터이니 말이다.

 

‘내 몸의 기운들을 알아보는 것은 다음에 해야겠구나. 지금은 허명진인께서 내 몸을 살필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호현이 허명진인의 기운이 향하는 곳의 기운들을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호현의 손목에서 손을 뗀 허명진인이 허학진인을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어떠십니까?”

 

“모르겠군.”

 

내공이 있다 없다도 아니고 모르겠다는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다니요?”

 

“말 그대로일세. 내공이 느껴지지가 않아.”

 

“그럴 리가…….”

 

“호현 학사의 몸 안은 마치 순백의 종이 같다는 느낌이었네. 그리고 단전을 찾을 수가 없었네.”

 

허명진인은 허학진인에게 호현의 몸을 살피고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은 허학진인이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그럼 무공 전수는 어찌합니까? 태극권을 떠나서 경공이나 보법을 시전하려고 할 때도 운기를 해야 하는데.”

 

허학진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학사인 호현은 단전이나 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호현 학사의 수련은 움직임을 통해 절로 기운이 일고 움직이는 동공으로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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