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7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71화
“그럼 혹시, 어제 장생각이 터질 때 생긴 기파에서 명균을 구한 무공은 사부님이 전수하신 것인가?”
옆에 있던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은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명균을 구할 때 사용한 무공은 태극호신공, 문곡성, 탐랑성이었다.
그리고 그 중 문곡성과 탐랑성은 일월교의 호교 무공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것이다.
‘모르겠다. 어차피 신선 어르신께서 자신이 전수했다고 우기라고 하셨으니.’
그에 생각이 미친 호현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체 어떤 무공인가?”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은 더 감추지 않기로 마음먹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마음의 눈으로 기의 결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전의 벽을 허물어 내공의 한계가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과 허명진인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 무공이 정말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인가?”
“그렇습니다.”
호현의 답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허명진인의 수긍에 호현이 안도의 한숨을 쉴 때 허학진인이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익히고 있는 무공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마시게.”
“그건 왜……?”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런 허학진인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자네에게 전수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그 무공의 근원은 본 무당이 아니겠는가. 본문의 무공이 남들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서 그런 것이니 지켜주기 바라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은 그 말도 옳다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태상노군 신상에서 발견된 태극음양경은 제가 볼 수 있겠습니까?”
“지금 청자 배 아이들이 연구를 한다고 가지고 갔네.”
“그럼 연구가 끝이 나면 볼 수 있는 것입니까?”
“볼 수 없을 것이네. 태극음양경은 등선을 하신 사부님이 남긴 물건이니 본문에게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네. 그런 보물은 함부로 볼 수가 없는 것이지.”
“아, 그렇군요.”
아쉬워하는 호현의 모습에 허명진인의 눈이 반짝였다.
“아쉬워 보이는데…… 조금 이상하군. 자네는 그 안에서 무공을 익혔으니 이미 그 내용을 모두 알 것 아닌가?”
“무, 물론입니다.”
“흠, 알겠네.”
어쩐지 미덥지 않은 얼굴로 호현을 보던 허명진인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선학전 일을 하던 학사들이 모두 하산을 했다고 하던데, 호현 학사는 어찌 할 생각인가?”
“그건…….”
말을 하지 못하는 호현을 보며 허명진인이 말했다.
“우리에게서 태극권을 배우기로 한 것을 기억하는가?”
“기억은 하고 있지만 신선 어르신이 등선을 하셨으니 제가 무공을 배울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그것은 아닐세. 세상을 살다보면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네. 게다가 호현 학사는 이미 무공을 익히고 있고, 우리는 자네에게 태극권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을 했네.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생각인가?”
호현이 답을 하지 못하자 허명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호현 학사는 무당의 속가 제자가 되는 것에 대한 스승의 답변을 받아야 하잖나. 들으니 장문 사질이 이미 방헌으로 전서구를 보냈다고 했으니, 며칠 안에는 그 답이 올 것이네. 그 때까지는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자네에게는 편할 것 같군.”
“알겠습니다.”
호현의 허락에 허명진인이 말했다.
“그럼 그 동안 우리들과 지내면서 태극권을 배우면 되겠군.”
“그러면 되겠군요.”
“그럼 우리가 사는 곳을 보여주겠네. 따라오시게.”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앞장서서 태극전을 나서자 호현이 그 뒤를 따랐다.
제3-13장 죽대 선생은 무당으로 향하고
호현을 데리고 자신들이 살던 동굴로 향하던 허명진인이 허학진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 어떻게 생각하느냐?
- 사형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부님께서 호현 학사에게 가르친 무공은…… 아마도 북두신공인 듯합니다.
허학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도 동감이라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은 예전 그의 사부인 운학과 함께 일월교 토벌에 앞장선 경험이 있기에 그것을 알아본 것이다.
- 하아! 사부님께서는 어쩌자고 그런 사교의 무공을 호현 학사에게 가르치신 것인가?
- 아마도 정신이 없으실 때 가르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의 기운을 이용할 수 있는 태극호신공도 가르치셨잖습니까.
-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사부님께서는 어디에서 북두신공을 배우셨을꼬?
- 혹시 이런 것이 아닐까요?
- 뭐가 말이냐?
- 전설적인 고수들 중에 한 번 본 무공을 그대로 따라서 시전 하던 기인들이 있었잖습니까? 신선지경에 오르신 사부님이시니 그 정도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합니다.
허학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 흐흠, 아무튼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호현 학사가 무당의 전대 기인에게서 북두신공을 배웠다는 것이고…… 호현 학사는 그것을 무당의 무공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 그렇군요.
- 태극권을 가르치되 최대한 북두신공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 감춰도 모자란 판에 그것은 왜……?
- 어차피 북두신공을 익히고 있으니 밖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 중 그것에 의심을 할 사람이 있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새로운 심득을 얻어서 만든 태극권이라고 우기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자신의 말에도 여전히 얼굴을 굳히고 있는 허학진인을 보며 허명진인이 전음을 이었다.
- 천하의 무당쌍선의 마지막 심득이다. 그것을 누가 북두신공이라고 우기겠느냐?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한숨을 쉬며 전음을 보냈다.
- 그 무당쌍선이 천하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입니까?
허학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사부님께서…… 아끼는 사람이다. 사부님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나는 천하를 상대로 하는 사기가 아닌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명진인의 전음에 허학진인의 얼굴에 그리움이 어렸다. 운학이 떠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운학은 여전히 부모이자 스승인 것이다.
그런 운학이 아끼는 호현이니 그들로서도 아껴주고 싶을 수밖에.
뒤에서 따라오는 호현의 기척을 느끼던 허학진인이 허명진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그런데 호현 학사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하던데…….
- 나도 알고 있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 호현 학사 성격상,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었다면 먼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야기 하지 않고 숨기는 것은 아마 봉우리에서 사부님과 은밀히 한 그 어떤 약속 때문일 것이다. 사제는 그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시게.
- 사형의 명이시라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산을 오르던 허학진인이 문득 한숨을 쉬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배우는 김에 경공술도 좀 배우게나.”
“경공술이라시면 진인들께서 하늘을 날아다니시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대충 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산 하나 오르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야 언제 태극권을 배우겠는가?”
“죄송합니다.”
호현의 사과에 허학진인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미안해할 것까지는 없는 일이고.”
‘사부님께서 미안해해야지. 가르치실 것이면 기초부터 가르치시지, 북두신공에 자연의 기를 사용하는 태극호신공이라니…….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치신 격이 아닌가.’
그렇게 산을 오른 지 얼마 후 일행들은 운학과 허명진인 등이 살았던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다 죽대 선생의 연락이 오면 산을 내려갈지 남을지 결정을 하면 될 듯하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께서 허락을 하실 일이 없으니 산을 내려가야겠지. 다만…… 내려가기 전에 태극권을 익혔으면 좋겠구나.’
청묘진인이 보여줬던 태극권을 떠올린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 때의 태극권을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
‘태극권을 통해 또 다른 태극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호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명진인은 그를 데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단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불로 보이는 천 몇 장이 벽에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마른 나뭇잎이 쌓여 있었다.
아마도 그 잎 속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한편에 항아리 몇 개가 놓여 있었다.
허학진인이 항아리를 열어보고는 눈가를 찡그렸다.
“사형, 우리가 문내에 오래 있었나 봅니다. 물이 벌써 썩었군요.”
“벽곡단은 멀쩡하더냐?”
“벽곡단이야 바짝 말라 있던 것들이라 상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항아리에서 토끼 똥처럼 생긴 환들을 몇 개 꺼내 호현에게 내밀었다.
“먹을 텐가?”
토끼 똥과 정말 똑같이 생긴 그 모습에 호현이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이 없더라도 이곳에서는 이것만 먹고 사니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네. 생긴 것은 이래도 몸에는 좋다네.”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벽곡단을 입에 넣었다.
으드득! 으드득!
무언가 단단한 것이 씹히는 소리가 허학진인의 입에서 들려왔다.
‘대체 뭐로 만들었기에 부서지는 소리가 저렇게 들리는 거지? 마치 뼈 씹어 먹는 소리와 같지 않은가?’
저렇게 단단한 것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동굴 밖에서 허명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현 학사, 밖으로 나오시게.”
허명진인의 부름에 호현은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온 호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허명진인을 볼 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태극권을 배우러 왔으니, 배워야 하지 않겠나?”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럼 내일부터 배우려고 하였는가? 자, 준비하시게.”
“무슨 준비를…….”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일단 자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태극권을 전수할 것이 아니겠는가?”
“제 수준이라면…….”
“그야 무공 수준을 말하는 것이네. 그럼 시작하겠네!”
말과 함께 허명진인의 손이 움직였다.
휘익!
허명진인의 손에서 부드럽지만 강력한 회전을 하는 기운이 호현을 향해 흘러왔다.
그리고 호현의 문곡성이 열리며 그 기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호현의 손과 발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태극을 그리는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기운을 왼손으로 돌려 방향을 틀고 오른손으로 밀어내자, 호현의 옆에 있던 땅거죽이 폭발을 했다.
펑! 후두둑!
그런 호현의 모습에 허명진인의 눈가에 이채가 발했다.
‘비록 일 성에 불과하기는 하나 면장을 막아내? 그것도 아무런 피해도 없이?’
문곡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허명진인은 절대 고수, 호현의 몸에서 일어난 변화와 그 상황 정도는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재미있군. 이것도 한 번 막아 보시게.”
허명진인이 이번에는 삼 성의 공력을 실어 호현에게 면장을 날렸다.
‘이 정도는 어떠한가?’
허명진인의 기대에 찬 시선에 호현의 왼손이 땅으로 향하고 오른손이 하늘로 향한 채 벌려지는 것이 보였다.
‘뭐하는 거지? 왜 중심을 비운다는 말인가?’
허명진인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면장이 호현의 가슴에 거의 다가갔다.
그때, 호현의 양손이 번개처럼 자리를 바꿨다. 그러자 호현의 가슴에 거의 다가갔던 면장의 기운이 흩어졌다.
퍼퍼퍼펑!
호현의 주위로 흩어진 면장의 기운들이 주위 땅들을 폭발시켰다.
그 모습을 보던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현은 기를 통한 공격을 흩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