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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6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68화

예전 운학이 등선을 할 때 오채지운을 봤던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얼굴에도 놀람이 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바쳐 도를 수행하는 도사들 중에서 어떤 이가 오채지운을 두 번이나 본 적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 둘은 오채지운을 두 번이나 보게 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운학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향해 말했다.

 

“원래라면 호현 사형은 나에게 사형이 되니 너희들의 사숙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운학의 말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 등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호현 학사가 우리들의 사숙이라니?’

 

두 사람이 당혹감에 속으로 중얼거렸다면, 옆에 있던 청수진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인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럼…… 호현 학사가 나에게는 사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명문정파일수록 배분을 철저하게 따지고 그에 따른 상하관계가 규정되어 있다. 게다가 무당파는 그런 배분 관계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니 더욱 문제가 되었다.

 

배분이 위라면 지위도 위이니 만약 호현이 청수진인에게 물을 떠오라는 이상한 명을 내린다 해도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운학이 사라지게 된다면 호현이 무당파 제일 어른이 되는 것이니 그 권위는 더욱 막강해진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운학의 말에 가장 놀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호현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어찌 허명진인 등의 사숙이 될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급히 말했다.

 

“사부님, 호현 학사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들이 어찌 호현 학사의 사질들이 된다는 말입니까? 게다가 그것은 단지 저희들만의 문제가 아닌 무당 전체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허학진인 역시 허명진인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끝까지 듣거라. 나는 분명 ‘사숙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이라고 했다.”

 

“그게 그…… 응?”

 

강하게 대꾸를 하려던 허명진인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운학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호현 사형이 너희들의 사숙이 된다면 무당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호현 사형으로서도 거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 늙은 놈들이 사조네 사숙이네 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운학의 말에 호현이 급히 말했다.

 

“제 말은 그것이…….”

 

“그럼 호현 사형은 허명이나 허학에게 사숙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가?”

 

운학의 물음에 호현은 입을 다물었다. 예를 배우는 학사로서 연장자로부터 존칭을 듣는 것은 불편한 것이다.

 

그런 호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운학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호현 사형을 무당의 속가 제자로 삼겠다.”

 

운학은 호현을 무당의 속가 제자 형태로 받아들여 그를 무당의 테두리에 두고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호현이 무당의 속가 제자가 된다면 최소한 다른 자들은 몰라도 자신의 제자인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그를 최선을 다해 지킬 테니 말이다.

 

“네?”

 

“속가 제자?”

 

사람들의 의문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호현이 급히 운학을 바라보았다.

 

“저는 이미 스승님이 계십니다. 스승님의 허락 없이는 다른 문하에 들 수 없습니다.”

 

전에 허명진인에게도 같은 제안을 받았고 그 때 호현은 그에 대해서 거절을 했었다. 그리고 허명진인은 겉으로는 그에 대해 수긍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운학은 허명진인이 아니었다.

 

“이미 호현 사형은 나에게서 태극호신공을 배웠다. 호현 사형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나…….”

 

말을 잇지 못하는 호현을 보며 운학이 말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설마 내가 호현 사형에게 알려준 태극호신공 정도로는 무당의 속가 제자로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인가?”

 

“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단지 저는 스승님의 허락이 없이는…….”

 

“그렇다면 호현 사형의 스승만 허락을 한다면 무당의 속가로 들어오겠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알겠다.”

 

말을 멈춘 운학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죽대 선생에게서 호현이 무당의 속가 제자가 되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거라.”

 

“알겠습니다.”

 

그 둘이 하는 행동을 보던 호현이 급히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렇습니다. 스승님께 외압을 가해 강제로 저를 무당의 속가 제자가 되도록 허락받는 것은 안 됩니다.”

 

호현의 말에 운학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호북에 사는 사람들 치고 무당과 연을 맺기를 원하지 않는 이가 없거늘……. 방헌이라면 호북 안이니 죽대 선생이라는 자 역시 자신의 제자가 무당과 연 맺는 것을 좋아 할 것이다. 그런데 무슨 힘을 사용하겠는가.’

 

간단히 호현을 무당의 속가 제자로 받고 싶다는 편지를 죽대 선생에게 보내면 될 일이라 생각한 운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명과 허학은 방금 호현 사형이 한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허명진인 역시 죽대 선생을 설득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운학이나 허명진인이 잘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죽대 선생에게 무당파는 그저 도사 나부랭이들이 모여서 사는 도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안 운학이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멀리서 다가오던 오채지운이 이제는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것을 본 운학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으니 따로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다.”

 

“사부님.”

 

“사부님.”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눈시울을 붉히는 것에 운학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천하에 변란이 있을 것이나 이 아이들이 있으니 무당은 평안하겠구나.’

 

든든한 제자들의 얼굴을 훑어본 운학이 청수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청수라…… 이 아이도 벌써 이렇게 컸구나.’

 

현 천하십대고수 중 일인인 청수진인이었지만, 운학의 눈에는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다.

 

자신의 시선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청수진인에게서 시선을 돌린 운학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예전 자신이 등선할 때 보았던 남자의 얼굴이 호현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바로 부모이자 스승이었고, 형제이자 친구였던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 운명의 얼굴이 말이다.

 

호현을 보며 운명을 떠올리던 운학이 입을 열었다.

 

“태극전 신상들의 발바닥을 보거라.”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반문하는 호현을 보며 운학이 미소를 지었다.

 

“너라면 발바닥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운학의 말에 호현의 눈이 붉어졌다. 발바닥이라는 말 때문에 눈이 붉어진 것은 아니었다.

 

호현이 슬픈 것은 운학이 자신에게 너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선계에 든다는 것은 인세의 인연을 모두 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운학에게 호현은 사형이라는 의미였으니 타인을 의미하는 너라는 말은 인연을 끊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정말 가시는 모양이구나.’

 

천천히 손을 든 호현이 운학을 향해 포권을 했다.

 

“신선 어르신,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자신을 신선 어르신이라 부르는 호현을 보며 운학이 마주 포권을 했다.

 

‘나야말로…… 사형에게 무언가 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가만히 포권을 한 운학이 손을 들자 하늘에 떠 있던 오채지운 중 일부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자신의 발 밑에 내려와 일렁이는 오채지운 위에 올라선 운학이 허명진인을 향해 말했다.

 

“내가 호현 학사에게 태극음양공이라는 무공을 가르쳤다.”

 

혹여 호현이 북두신공을 시전하다 누가 알아챌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무당파에서 등선을 한 검선이 만든 무공이라는데 어떤 미친놈이 이견을 제기하겠는가?

 

운학의 말에 허명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태극호신공이 아니라 태극음양공입니까?”

 

“둘 다 가르쳤느니라. 태극호신공은 너희들도 익힐 수 있을 것이나 태극음양공은 호현 학사만을 위해 만든 것이니 그 누구도 탐을 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지만 사부님, 무당인이 만든 무공은 무당의 것입니다.”

 

자신의 말에 반발하는 허명진인을 향해 운학이 고개를 저었다.

 

“태극음양공은 무공이기 이전에 심공이다. 이것은 마음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시전이 되는 바…… 마음으로 전수하고 마음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다.”

 

운학의 말에 허명진인이 말이 안 된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호현 학사는 마음으로 전수를 받고 마음으로 익혔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담담한 운학의 말에 허명진인이 멍하니 그와 호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말을 믿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구분을 못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시전 하는 무공이라니, 이것이 말이…… 설마?’

 

“심검?”

 

허명진인의 중얼거림에 허학진인과 청수진인이 경악을 한 표정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호현은 그들을 보지 않고 오직 운학과 그 밑에 깔려 있는 오채지운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허명진인 등이 오해를 하든 말든 운학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운학이 오채지운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제 가시지요.”

 

운학의 말에 오채지운이 답을 하는 듯 일렁이다 천천히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인간이 등선을 하는 경이로운 광경에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잃었다.

 

오채지운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운학을 보던 호현의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 훗날 네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운학을 찾거라.

 

운학의 전음에 호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운학의 모습과 오채지운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제3-12장 운학이 남긴 열두 장의 그림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호현에게 허명진인이 다가왔다.

 

“호현 학사.”

 

허명진인의 부름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사부님이 전수한 마음으로 시전 하는 무공, 그것이 무엇인가?”

 

허명진인을 바라보던 호현이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허명진인의 눈빛이 굳어졌다.

 

허학진인은 호현의 그런 모습에 걱정이 되는지 슬며시 말했다.

 

“등선하는 모습이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사부님이 등선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본 우리일세. 충격을 받는다면 우리가 더 받겠지.”

 

말과 함께 허명진인이 호현을 다시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현이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방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을 기억 못하는 호현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허명진인이 말했다.

 

“사부님이 전수한 마음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시전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다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그 모습에 다시 정신이 나갈 것을 염려한 허명진인이 일갈했다.

 

“호현 학사!”

 

허명진인의 일갈에 놀란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허명진인이 보내는 그 엄중한 시선에 침을 삼켰다.

 

‘어찌 말해야 하나?’

 

태극음양공이라는 무공 자체가 있다면 모를까, 운학이 태극음양경에서 한 글자만 바꿔서 만든 이름이니…….

 

호현으로서는 뭐라 설명을 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두신공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운학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으니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은 순간 태극음양경이 떠올랐다.

 

‘그래, 태극음양경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같은 책이라 해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고 깨닫는 것이 다 다르니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무당의 손에 넘어가야 할 물건이니.’

 

그 생각이 든 호현이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태극음양공에 대한 것은 제가 설명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태극음양공은 마음으로 전해지고 마음으로 시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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