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6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66화
“신, 신선 어르신. 대, 대체 어디를 가시는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그를 힐끗 본 운학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 봉우리 위에 내려섰다.
털썩!
단단한 땅을 밟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호현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헉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던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크게 떠졌다.
주위 봉우리 사이에 멀리 무당파 건물들이 보였던 것이다.
‘언제 이곳까지 날아온 거지?’
눈을 몇 번 감았다 뜨지도 않았는데 봉우리 몇 개를 넘어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던 호현은 눈을 부비며 다시 무당파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당파는 저 멀리 봉우리들 사이로 보일 있을 뿐이었다.
그런 호현을 바라보던 운학이 입을 열었다.
“일월교와는 무슨 관계냐?”
“일월교? 신선 어르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운학의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나와 농을 하려는 것이냐?”
“신선 어르신께 제가 감히 그런 무례를 범하겠습니까. 저는 일월교라는 종교를 알지 못합니다.”
호현의 부정에 운학의 얼굴이 굳어졌다.
분명 호현의 몸에서 일월교 특유의 무공이 느껴지고 있는데, 모른다니…….
게다가 호현의 몸에서 느껴지는 무공은 일월교에서도 단 한 명만이 익힐 수 있는 절대무공이었다.
“북두사신, 이름이 아깝구나!”
북두사신이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운학은 호현을 향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휘익!
운학의 손길을 따라 뿜어진 부드러운 바람이 호현을 향해 불어왔다.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보고 만들었다는 무당의 절기 유운수가 무형지기를 통해 펼쳐진 것이다.
그와 함께 호현의 문곡성이 절로 열렸다.
우르르릉!
문곡성을 통해 운학의 손길을 따라 뿜어진 기운을 본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볍게 휘두른 손길을 따라 뿜어진 부드러운 바람이었지만, 문곡성을 통해 본 그 바람은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기의 선, 아니 기의 덩어리들이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기의 덩어리들 모습에 호현의 양손이 움직였다.
호현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본 운학의 얼굴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흥! 사이한 일월 종자놈! 내 당장 학사라는 가면을 벗겨주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운학은 호현을 향해 날아가는 무형지기 중 하나만을 남기고는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자신이 가볍게 펼친 공격이지만 호현은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호현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다만 멸문한 줄로만 알고 있던 일월교의 교도가 있으니 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운학에게…… 일월교도는 자신의 사형인 운명을 죽인 철천지원수였으니 말이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다 죽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호현을 향해 날아가는 무형지기를 보던 운학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뭐지?’
무형지기를 향해 움직이는 호현의 손동작과 발동작이 무척이나 눈에 익은 것이었다.
“태극호신공?”
그리고, 운학의 머릿속에 몇 가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헤헤헤, 사형!”
“왜 체조를 하고 있어요? 그건 태극호신공이 아니에요. 이게 태극호신공이죠.”
“운학은 주먹밥 좋아해요!”
그리고 진흙 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닦아주던 한 남자의 얼굴이 말이다.
“신선 어르신.”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기억들에 운학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자신이 등선을 하던 때의 기억과 정신을 잃고 헤매며 무당에 숨어 살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형?”
자기도 모르게 호현을 향해 중얼거린 운학의 눈에 무형지기가 호현의 몸을 덮치는 것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호현의 모습과 운명 사형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사형!”
운학은 고함과 함께 호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호현의 양손이 부드럽게 무형지기를 감싸며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펑!
무형지기가 회전을 하는 것과 동시에 호현의 주위로 폭발음들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호현을 향해 몸을 날리던 운학은 그 모습에 멈추었다.
“문곡성과 탐랑성? 사형이 어찌?”
운학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전 봉우리 위로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부님!”
“호현 학사!”
운학의 뒤를 따라 바로 출발을 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하늘을 날아온 운학이다 보니 이제야 도착을 하게 된 것이다.
봉우리에 내려선 허명진인은 호현의 주위로 폭발이 터지는 것을 보고는 허학진인에게 눈짓을 주었다.
- 호현 학사를 돕거라.
- 알겠습니다.
허학진인이 호현에게 달려가는 것을 본 허명진인은 급히 운학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사부님, 무슨 일인지 모르오나, 호현 학사를 용서해 주십시오.”
허명진인의 말에 운학이 그를 가만히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허명이더냐?”
자신을 알아보는 운학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후후, 내가 제자를 몰라 볼 정도로 늙은 것은 아니다. 허학 저 아이도 많이 늙었구나.”
“사부님!”
허명진인이 고개를 숙이자 운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현 쪽을 바라보았다.
호현이 다스리며 기운을 죽이던 무형지기는 허학진인이 해소를 시켰다.
그런 둘을 보던 운학은 호현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바라보는 호현의 시선에 원망이 깃든 것을 본 운학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형, 괜찮으신가?”
운학이 자신을 사형이라 부르는 것에 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허명진인과 허학진인 조차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운학을 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듯한 운학이 호현에게 사형이라고 부르니 이상할 수밖에…….
- 사형, 혹여 사부님께서 정신이 다시…….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그를 쏘아보았다.
- 이 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은 입을 다물고는 운학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혹시 다시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말이다.
그런 둘을 본 운학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걱정들 하지 말거라. 내 정신은 멀쩡하니라.”
멀쩡하다는 운학의 말에 호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찌 저를 사형이라고 부르십니까?”
“그야 사형이 사형이니 그리 부르는 것이네.”
“그게 무슨……?”
“예전에 내가 설명을 해주었는데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그 때 사형이 나에게 자신을 왜 사형이라 부르냐고 해서 내가 해준 답이 있지 않은가?”
운학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의 머릿속에 예전 그와 만났을 때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신선 어르신, 왜 저를 사형이라고 부르시는 겁니까?”
“헤헤! 사형이 사형이니까 사형이라고 부르죠.”
‘아! 그래, 그랬었지. 응? 그런데 지금은 왜 반말을 하시는 것이지? 아니, 그 전에 정신이 멀쩡하시다는 분께서 왜 나를 사형이라 부르는 것이지?’
호현이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봉우리 위로 청수진인이 내려섰다.
탓!
봉우리에 내려선 청수진인은 슬며시 주위 분위기를 살피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현 학사가 낭패를 보는 상황은 아닌 듯하구나.’
청수진인까지 내려서자 봉우리 위에는 어느새 다섯 사람이나 모이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던 운학은 무당과 주위 정경을 바라보다 호현을 손짓해 불렀다.
“사형, 이리 오시게나.”
운학의 부름에 호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다가온 호현을 보던 운학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사형을 공격해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에 대해서 기억이 나신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호현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어렸다.
운학이 자신을 기억한다니 다행인 것이다.
‘신선 어르신께서 나를 기억한다니 다행이로구나.’
호현의 얼굴에 어린 미소를 보며 운학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운학의 얼굴에 어린 미소는 무언가 씁쓸한 것이 어려 있는 호현과는 다른 미소였다.
호현을 보던 운학이 문득 손을 들어보였다.
화아악!
순간 호현과 운학을 둘러싼 희미한 빛의 막이 형성 되었다.
“이건 강기의 막이로군요.”
“사형은 강기의 막을 보신 적이 있는가?”
“네.”
“학사로 알고 있는데, 어디서 이런 무공을 견식하였는가?”
운학의 물음에 호현이 허명진인 등과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이 펼쳤던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그 때 나누었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운학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허명 그 아이가 쓸데없는 일을 하였군. 나는 그 때 무당산 밑에까지 내려가 있었거늘.”
“무당산 밑까지 말입니까?”
“사형이 이야기를 듣지 말라 하였으니, 내 이목이 그곳에 닿지 않을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무당파 인근에 있으시면 무당파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신선 어르신의 이목 안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리고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니…… 후후, 경지가 높아지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일세.”
웃으며 고개를 저은 운학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사형을 따로 보자 하는지 아시겠는가?”
운학의 말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일월교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맞았네. 하지만 내 기억에 사형은 일월교의 북두사신이 아니었네. 아니, 무공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지. 그런데 오늘 사형을 보니 북두칠대혈 중 문곡성과 탐랑성을 여셨더군. 어찌 된 일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운학의 물음에 호현이 품에서 북두신공이 적힌 양피지와 이것을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운학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학전에서 발견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허!”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운학은 북두신공이 적힌 양피지를 훑어 내려갔다.
“으득!”
순간 이를 악문 운학의 손에서 뜨거운 삼매진화가 솟구쳐 올랐다.
화르륵!
그와 함께 양피지가 순식간에 타올라 사라지는 것에 호현이 놀라 운학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순식간에 재로 변해 버린 양피지를 허공에 휘날려 버린 운학은 매서운 눈으로 바람에 날려 가는 재들을 노려보았다.
“사형도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네.”
“무엇을 말입니까?”
“내 사형에 대한…….”
잠시 말을 멈추고 호현을 본 운학이 말을 이었다.
“학사 사형 말고 무당의 사형이셨던 운명 사형께서는 무당에 침입해 온 마교도들과 싸우다 등선을 하시었네.”
그 이야기는 들은 것이기에 호현도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호현을 보며 운학이 말을 이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그것이 마교들의 침입으로 알고, 사형의 복수를 다짐했네. 그 후 오십 년, 나는 중원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었고 그 사이 내 손에 죽은 마교도들의 수는 천이 넘었네.”
‘사람을 천이 넘게 죽였다고?’
깜짝 놀라는 호현의 모습에 운학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덕이라 할 수 있으나, 그 때는 악인을 죽여 만인을 살릴 수만 있다면(惡人斬 萬人活),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네.”
그래도 놀란 표정이 역력한 호현을 보며 운학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마교인이라면 치를 떨며 참하던 나에게 어느 날 마교 고수 한 명이 찾아왔지.”
“마교 고수가요?”
호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운학이 입을 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마와 정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네. 나는 당장 그 마교 고수를 쳐 죽이고 싶었지만 그자는 마교가 무당파에 보내는 사자의 신분이었고, 당시 장문인이었던 운각 사제의 부탁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지.”
예전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춘 채 봉우리 밑을 내려다보던 운학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자는 당시 마교 제일 무력부대인 천마혈겁대의 대주를 맡고 있던 혈영마신이라는 자였지. 생각해보면 그자도 이미 죽고 없겠군.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났으니……. 옛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감상에 젖은 것인가.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새었군.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자가 나에게 해준 한 가지 이야기였네.”